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7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71화
춘천 NC백화점에 발생한 2성급 던전 브레이크.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현재 백화점에 들어찬 홉고블린의 수는 약 400마리가 넘었다.
반면 브레이크 사태를 막기 위해 파견된 헌터 수는 고작 30명.
그중에 사상자는 20명 가까이 됐다.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
지금은 홉고블린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대응이 가능했지만 이제 곧 한계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민간인 대피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욕은 덜먹겠군.’
티를 안 냈지만 김민은 내심 죽음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은 살고자 하는 욕망으로 똘똘 뭉쳤다.
이유는 어떤 미친놈의 상판대기에 주먹을 날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휴대폰에 대고 소리쳤다.
“이거 완전 제대로 돌았네! 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냐?!”
그는 막 자신을 S급 헌터라고 지칭한 남자가 내놓은 작전을 들은 참이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농담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우스운 건, 수화기 건너편 상대에게서는 이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야, 애초에 네가 S급 헌터라는 증거는 있어?”
[어떻게 하면 증명이 될까요?]“그, 그건.”
[시간이 부족할 텐데요. 믿으시지 않으면 길드원 전체가 사망할 겁니다.]합리적인 반박에 그는 말을 잃었다.
그 말대로였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다.
이런 무의미한 소모전을 벌여 죽는 것보다 살 수 있는 쪽에 운을 걸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크윽! 너 이 통화 다 녹음했어! 기억해둬!”
[제안에 승낙한 걸로 알겠습니다. 그럼.]뚝!
통화를 마친 김민은 레이드를 치르고 있는 동료들한테 외쳤다.
“철수다!”
“뭐?!”
그와 같이 있던 길드원들이 일제히 당황했다.
“지금부터 저 자식들 어떻게든 7층으로 끌어들여!”
“7층?!”
모두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7층은 바로 게이트가 발생된 곳이다.
고블린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는 그곳에 다시 들어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그들이 위치한 곳은 10층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끊겼으니 계단밖에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모두 얼굴이 사색이 됐다.
“어, 어떻게?!”
“미, 미치셨습니까?!”
“너 진짜 그 미친놈 말 들으려는 거 아니지?”
곁에서 통화내용을 듣고 있던 동료들이 경악했다.
“그 자식은 어떻게 한다는데?”
“1층부터 6층까지 있는 고블린들 싹 몰아서 올라온대.”
“고블린을 뭉쳐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김민은 기겁한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몰라! 지금 당장은 방법이 없으니, 그 녀석 말을 들을 수밖에 없어!”
“그, 그런?!”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S급이라 자칭하는 통화 상대를 믿어야 할지 말이다.
김민은 그 점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못 믿겠지. 알아. 니들 마음. 근데 말이야.”
김민은 이빨을 빠득 갈았다.
무언가를 곱씹는 그 표정은 매우 괴로워 보였다.
“충무 길드 녀석들이 우리 이름 뭐라고 저장했는지 그 자식이 가르쳐 주더라.”
“뭐, 뭐라고 합니까?”
“……미끼.”
“네?”
“우리 이름 앞에다 미끼라고 붙였다고?!”
“이 개자식들이!!”
분노는 급속도로 퍼졌다.
김민은 모두에게 소리쳤다.
“이렇게 이용만 당하고 죽을 바에는 자기를 믿어 보라고 하더라. 골 때리지 않냐? 난 믿어 보련다. 어차피 죽는 건 똑같잖아! 따라올 사람?”
콰앙! 콰앙!
방패를 들고 앞에 있던 탱커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도끼로 고블린의 목을 내려찍었다.
키엑!
그는 고블린의 시체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원망 안 할 테니까. 그까짓 꺼 한 번 해 보지.”
“그래.”
“죽으면 보상금이라도 많이 나오겠지! 이의 없소!”
그렇게 모두의 의견이 일치됐다.
콰직!
김민은 즉각 눈앞에 있는 홉고블린의 목을 뎅강 베었다.
그러고는 그 머리를 홉고블린들 앞에서 흔들었다.
키익!
동료가 농락당하는 모습에 홉고블린들이 일제히 분노를 표출했다.
“모두 먼저 뛰어가!”
“우와아아앗!”
김민의 말에 모두가 함성을 내지르며 비상구를 통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
키에에에엑!
고블린들은 일제히 그들을 쫓았다.
두 진영 간에 본격적인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
NC 백화점 5층.
키에에에엑!
비상구를 통해 홉고블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5층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던 홉고블린들은 멀뚱히 쳐다보다가…….
푸푸푸푸푹!
허공에서 날아온 얼음송곳이 몸이 박혀 일제히 숨을 거두었다.
공포는 삽시간에 번졌다.
홉고블린들은 또 의문의 공격을 받지 않기 위해 비상구를 통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마지막으로 비상구를 통해 5층으로 올라온 건 다름 아닌 건우였다.
콰앙! 콰앙!
끼에에엑!
바로 반대편 비상구 쪽에서는 홉고블린들의 비명 소리가 난무했다.
저곳에서는 바포메트가 끔찍한 학살을 일으키고 있으리라.
“흐음, 좋아. 여기는 안전하군.”
「뉴튼 베이커리」
건우는 의외로 멀쩡한 가게 상태를 확인하고는 비상구 문을 닫았다
화르르륵!
이어서 닫힌 문 틈 사이로는 화염이 분출되더니, 그대로 융해 후 굳혀졌다.
***
콰앙!
마침내 김민 일행이 문을 박차고 7층에 도착했다.
키에에에엑!
그 뒤로는 고블린들이 빼곡하게 들이닥쳤다.
“으아아아악!”
김민은 들고 있던 고블린 머리를 내동댕이치며 휴대폰을 들어 통화를 했다.
[여보세요.]“도착했어! 너 아직 올라오고 있지?”
[아, 도착하셨습니까? 중앙 엘리베이터 쪽까지 뛰어오세요.]“거, 거긴?!”
김민은 숨이 턱 막혔다.
건우가 언급한 곳은 바로 게이트 입구와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까짓것!’
어차피 더 이상 도망갈 길은 없다.
“으아아악!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
일행 역시 더 이상 생각할 여유가 없었는지 김민의 말을 따라 줄행랑쳤다.
키에에에에엑!
그들 바로 뒤에서는 고블린이 좀비처럼 몰려왔다.
“저리 꺼져!”
김민은 동료를 보낸 뒤, 연신 검을 휘두르며 뛰었다.
이제 고지까지는 앞으로 1분.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게이트에서 던전 보스인 고블린 로드가 기어 나오고 있었다.
키익!
녀석은 탐욕스런 표정으로 히죽 웃으며 눈앞에 있는 김민 일행을 보았다.
‘젠장!! 역시 속은 건가.’
김민은 절규하며 눈을 감았다.
홉고블린들이 맥이 빠진 그의 목과 어깨덜미를 붙잡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윈드 커터를 발동합니다.]서걱! 서걱! 서걱!
날카로운 풍압이 김민의 귓가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빗줄기처럼 쏟아진 풍압의 칼날이 고블린들을 단숨에 도륙해 버렸다.
고개를 돌리니 엘리베이터 쪽에서는 그보다 어린 남자가 이맛살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뭘 그렇게 꾸물거리고 있어요.”
‘S급 헌터 최건우?! 지, 진짜였어!’
“정신 차려!”
“지, 진짜 최건우 헌터야!”
지친 동료들은 김민을 양쪽에서 부축한 뒤, 단숨에 건우에게 도달했다.
‘그래도 틀렸어.’
하지만 김민은 절망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제아무리 S급 헌터라도 부상자가 있는 자신들을 살려서 데리고 나갈 방법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치 또한 불리하기 그지없었다.
중앙 엘리베이터를 기점으로 좌우로 고블린 로드와 고블린 떼가 돌진하고 있다.
홉고블린 로드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키익! 인간 죽인다.”
“크윽!”
민을 비롯한 헌터들이 인상을 구길 때.
스윽.
건우는 로드를 쳐다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너희는 곱게 죽을 생각하지 마라.”
따악!
그러고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손가락을 퉁겼다.
쿠직! 화륵!
그와 동시에 북도 바닥이 쪼개지며 거센 불길이 새어나왔다.
키익!
바닥이 시뻘겋게 달구어지기 시작하자 홉고블린들은 황급히 발을 뗐다 붙이며 고통을 토해 냈다.
[파이어 월을 시전했습니다.] [파이어 월을 시전했습니다.] [파이어 월을 시전했습니다.]화르륵! 콰아아아앙!
머지않아 7층 전체로 화염이 빼곡하게 들이닥쳤다.
“키에에에에엑!”
북도 전체에 들이찬 새빨간 홍염 속에 홉고블린들은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절규도 오래가지 않았다.
화르르르르르륵!
불꽃은 그저 자비 없이 모든 것을 재로 산화시킬 뿐이었다.
“…….”
그 어마어마한 풍경에 김민 일행들이 경악했다.
꿀꺽.
모두가 침을 꿀꺽 삼켜 목구멍 뒤로 넘겼다.
“이, 이게 S급이라고?”
“규, 규모가 달라.”
쏴아아아.
거센 열기에 중앙 엘리베이터 부근에 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머리 위로 쏟아졌다.
과연 그게 얼마나 의미가 있겠냐마는, 적어도 김민은 머리를 식힐 수 있었다.
그는 홍염의 불꽃 속에 내비친 건우의 모습을 살폈다.
음산하게 올라간 입꼬리.
건우는 사냥 그 자체에 희열을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경외를 느꼈다.
그러다 홀연히 중얼거렸다.
“……S급 중에서도 최강이야.”
화륵!
어느 순간 화염이 걷혀 사라졌다.
벽과 북도, 천장, 유리창 가릴 것 없이 모든 게 새까맣게 타 잿더미가 되거나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바스락.
그 지대에 있던 고블린들은 죄다 재로 부스러져 사라졌다.
스스.
보스를 잃은 게이트는 자연히 소실되어 갔다.
***
위이잉!
게이트 소동이 종료된 후.
구조대와 협회 직원들이 일괄적으로 뒤처리를 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피해가 엄청나군. 화려하게도 저질렀네.”
협회 직원, 이수혁은 현장을 확인하고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 큰 피해자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하지만 이수혁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딱한 시선으로 김민 헌터를 비롯해 다른 헌터들을 쳐다봤다.
‘불쌍하네.’
띵!
그때 엘리베이터에서 한 무리가 들어섰다.
정장을 입고 있는 중년의 노인과 그를 호위하는 B급 이상의 헌터들.
노인의 이름은 성익제.
바로 강원연합의 수장이자 충무 길드의 마스터였다.
그는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주변을 살피다가 김민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회, 회장님.”
“자네 아주 일 처리는 엉망진창이군. 시설을 이렇게 이따위로 만들다니!”
“이, 이건 제가 한 게 아니고.”
“됐고 이 시설에 대해서 보상금은 자네가 책임지고 해결하게.”
“그, 그런?!”
김민은 어처구니가 없어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얘졌다.
분명 7층 전체는 새까맣게 불타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하지만 헌터법 규정상 인명구조를 목적으로 활동하던 중 재산상 손실이 났을 경우, 보상할 의무가 없었다.
그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확실히 억지고 횡포였다.
“이건 부득이하게 벌어진 일입니다!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요!”
변명은 통용되지 않았다.
성익제는 그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그저 강요하고 비하만 할 뿐이었다.
“여기는 내 친구가 운영하고 있는 곳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거늘. 하여간 이래서 어중이떠중이들을 받아들였으면 안 됐는데.”
그는 대놓고 김민을 비하했다.
꽈악!
모멸감에 김민이 주먹을 쥐며 고개를 들 때.
스윽.
건우가 그들 사이를 가로막았다.
성익제는 눈매를 좁히며 툭 쏘는 말투로 말했다.
“……최건우 헌터인 것 같구려. 아주 엄청난 짓을 저질러줬습니다. 보상이라도 할 생각으로 나선 게 아니면 빠지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성익제의 타박에 건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나 이분들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증거는 어디 있기에 자꾸 말도 안 되는 삽질을 하고 있나 해서요.”
“뭐?!”
“……?!”
예상치 못한 건우의 반박에 성익제와 김민은 눈을 부릅떴다.
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