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7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72화
백화점의 7층은 온통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이는 틀림없이 건우의 소행이다.
한데, 그 장본인이 자신의 행적이 아니라고 우기니 성익제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허허허, 그게 무슨 말인가?”
“이 모든 건 그저 고블린이 벌인 소행이라는 겁니다.”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는 겁니까?”
“믿고 안 믿고는 관계없습니다.”
“뭐?”
“정 의심이 되면 한 번 확인해 보시던가요.”
“…….”
건우의 도발적인 어조에 성익제는 눈매를 좁혔다.
확인해 볼 방법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CCTV를 비롯해 모든 게 활활 타 없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의 소행인지 애초에 증명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발화점 또한 마법으로 구현한 것이니 증명하기 더더욱 어려웠다.
“허허허, 괜한 의협심이 넘치구려.”
“뜬금없이 의협심이 왜 튀어나오는 거죠?”
“당신은 며칠만 머물다 가면 될 테지만 타 길드는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것은 강원연합 총체의 협박이었다.
그 협박이 통했는지 김민은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는 벌써부터 이번 사고로 벌어질 뒷감당을 계산중이었다.
‘조만간 길드를 해체해야 될 수도 있겠네.’
어림잡아 계산해 보니, 빚을 변제하기 위해선 앞으로 1년 가까이 더 충무 길드에 시달릴 것 같았다.
그는 건우에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하지만 건우는 김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성익제를 향해 있었다.
“제가 여기에 머물면 과연 강원연합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크게 문제 될 게 있겠습니까?”
성익제는 건우의 도발에 도리어 코웃음 쳤다.
“가만 보면, 헌터님은 구태여 큰 길드와 마찰을 빚는 것 같습니다.”
아크 길드와 엮여 있는 상황을 언급한 것을 안 건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저는 답이 없는 고인물들과는 타협을 안 하기로 한 것뿐입니다.”
“……고, 고인물?”
예상치 못한 말에 성익제는 그대로 경직됐고.
건우는 피식 웃으며 김민과 그 일행을 쳐다봤다.
“갑시다.”
우르르.
분위기가 뒤숭숭해지자, 김민 일행은 그대로 건우의 뒤를 쫓았다.
그 곁에서 가장 중립적으로 있어야 할 협회 직원인 이수혁은 남모르게 건우를 보며 감탄했다.
‘대박! 포스 개쩌네. 나보다도 어린데.’
세간의 사람들은 건우를 두고 많은 별명으로 부른다.
엘레멘탈 마스터, 한국의 영웅 등등.
하나같이 전부 긍정적인 평가로 이루어진 별명이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듣기 불편한 별명도 있기 마련이다.
세기말의 반항자.
이 별명은 건우가 아크 길드와 종종 충돌하다 보니 생긴 별명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별명조차 지금 이수혁에게는 크게 불편하게 와닿지 않았다.
‘좀 멋있는데,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으려나.’
그는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건우를 동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건우가 떠난 지 약 1분이 지났다.
그 자리에서 아직까지 벙찐 표정을 지으며 남아 있던 성익제는 곧 이성을 되찾았다.
빠득!
그리고 이빨을 갈며 노기를 토해 냈다.
“이 개자식이!”
그는 주변에 있는 자신의 비서들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강원 연합에서 저 자식들 배제시켜. 따끔한 맛을 보여 줘야겠어.”
그는 결국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그라고 해서 알았을까?
그가 쏘아 올린 신호탄이 강원도 일대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
인적이 드문 공원.
휴대폰을 통해 보수를 정리하고 있던 김민은 구시렁거렸다.
“젠장! 오늘도 손해네.”
동료들에게 보수를 나눠서 주니 그에게 남은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치익!
건우가 김민이 사준 캔을 따 마시며 물었다.
“제가 크게 실례되는 짓을 한 건가요?”
“뭐 반반입니다.”
김민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성익제의 요구는 확실히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요구였다.
하지만 이 강원도에서 그의 말은 진리였다.
만약 거부라도 했다가는 다음 날부터 헌터 일을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강원연합의 그 누구도 김민과 파티를 맺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소득은 자연히 줄어들 테고, 그는 강원도를 떠날 수밖에 없으리라.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그다음부터였다.
“여기를 떠나도 다른 지역에서 받아주지 않습니다. 모두 성익제 그 자식이 가지 못하게 압박을 넣으니까요.”
“지독하네요.”
건우는 저도 모르게 이맛살을 구겼다.
헌터업계에서 갑질은 일상다반 한 일이었다.
선우혁과 성익제.
이 둘은 갑질에서도 묘한 차이가 있었다.
아크 길드는 워낙 규모가 큰 길드기에 돈만 받치면 하청 길드에 별달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돈만 받치면 뭐든 해결된다는 비상식을 갖추고 있다.
반면 강원연합의 성익제는 달랐다.
그는 철저하고 집요했다.
그는 하청 길드의 골수까지 빨아먹는다.
그걸 못 참고 하청 길드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면,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철저하게 무너뜨린다.
이런 지독한 성질 때문에 그들은 협회에서 몇 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띠링.
그때 김민의 휴대폰에 메시지가 전송됐다.
휴대폰을 확인해 보던 김민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강원연합에서 배제됐다고 합니다. 그냥 농사나 지어야 되겠습니다.”
“연합에 배제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아마 게이트를 사들이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강원도가 폐쇄적인 경향이 강해서 협회 직원들이 강원연합에 소속된 길드에만 판매하거든요.”
즉 헌터 생활 자체를 못하게 막는 거나 다름없었다.
“도와드릴 테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김민이 침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무리 헌터님이라도 혼자 힘으로 단체는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씨익.
그의 말에 건우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웃어 보였다.
“제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요?”
“뭐, 뭐라고 하셨습니까?”
“강원 연합 무너뜨린다고요.”
오싹!
음산하게 웃는 건우의 모습을 보며 김민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어,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려는 겁니까?”
“가끔 착각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어떤 착각을 말입니까?”
“자기들이 너무 잘나다 보니 사람 무시해도 된다고 하는 엉뚱한 착각이요. 그런 건 부수지 않는 이상 정신 못 차리더라고요.”
아니 부셔도 정신은 차리지 않겠지만, 상관은 없다.
그러면 그 끝에 어떤 고배를 마시게 될 지를 알려주면 그만이다.
피식.
건우는 벌써부터 내일이 기대됐다.
***
여느 때와 같이 강원도는 평화로웠다.
단 한 업계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징조를 뺀다면 말이다.
헌터협회, 강원지부.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게이트를 매수하기 위해 절차에 들어갔던 강원연합 소속의 길드원들은 황당한 소식을 접해야 했다.
“네? 다 매수당했다니요? 그 많은 게이트를 누가요?!”
강원도 게이트 전량 매수.
좀처럼 겪지 못한 현상에 사람들이 아연실색했다.
강원연합 중진의 사람들은 일제히 지부장, 최강진을 찾아왔다.
콰앙!
그들은 다짜고짜 탁자를 내려치며 최강진에게 강하게 윽박을 내질렀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길드도 아니고 한 사람에게 게이트를 몰아줍니까?”
구구절절 그들은 모두 옳은 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이를 듣는 최강진의 표정도 쉬이 심각했다.
“……S급 최건우 헌터가 전량 사들였습니다.”
“뭐, 뭐?!”
그들은 일제히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해도 어떻게 12개나 되는 게이트를 한 번에 매수한단 말입니까.”
최강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국가공인의 라이선스를 딴 유일무이한 S급 헌터입니다. 세금은 면제일 뿐만 아니라 매수 자금 절반도 국가에서 지원하죠.”
“……아, 아무리 그래도 게이트 매수 자금만 해도 백억에 가까울 텐데.”
“그의 재산은 공개할 수 없지만, 상정 외라고 해둡시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독과점입니다.”
잡아낸다면,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는 비리였다.
이건 협회가 한 사람에게 제공하는 특혜였기 때문이다.
최강진은 더욱 굳은 낯빛으로 말했다.
“저로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혹시나 싶어 말하지만 항의하기 위해 이 사실을 공표는 하지 말아주셨으면 싶습니다. 강원연합에 득이 될 게 없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만약 이걸 빌미로 항의했다가는 협회 본부에서 그간 강원연합과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을 일일이 조사하기 시작할 테니까요.”
“……?!”
무슨 의미임을 깨달은 강원 연합 중진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 말인즉슨, 협회에서 대놓고 건우를 보호하겠다는 말과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단 말입니까?”
최강진은 차분한 표정으로 그들을 설득했다.
“그래도 혼자서 레이드를 치르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머지않아 그도 한계에 부딪칠 겁니다.”
……하루.
……이틀.
……사흘.
그러나 오매불망 기다려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이 소식에 강원연합 소속의 중소 길드가 탈퇴하기 시작했다.
강원연합의 끈끈한 유대가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었다.
***
강원도 춘천의 한 산골.
게이트 밖으로 다수의 헌터들이 빠져나왔다.
그들은 모두 D~F급 헌터들로 대다수가 짐꾼들이었다.
“이, 이제 그만.”
게이트에서 막 빠져나온 김민의 얼굴은 핼쑥했다.
반면 그와 같이 빠져나온 건우의 얼굴은 평온했다.
오늘 하루만 공략한 게이트 수가 무려 7차례.
이동시간까지 고려하면 게이트 하나에 1시간 반 만에 공략하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도 짭짤하네.”
“그러게. 설마 이렇게 대박이 날 줄이야.”
게이트 밖으로 빠져나온 헌터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다.
그들의 하루 일당은 700만 원.
보통 짐꾼의 하루 일당이 300만 원이라는 걸 가정하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가격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의 수익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정말 미쳤다.’
김민은 얼마 전까지 텅텅 비어 있던 자신의 잔고를 살폈다.
통장에 있는 잔고는 무려 80억.
인건비까지 다 부담하고도 하루 평균 10억씩 긁어모으고 있었다.
‘정말 돈이 안 아쉬울 만하겠어.’
김민은 최건우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식으로 크고 작은 게이트를 공략했음에도 건우의 이마에는 땀 한 방울조차 흐르지 않았다.
레이드를 마친 후 김민은 건우와 같이 사무실로 복귀했다.
사무실 건물에는 기다란 리무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차 문이 벌컥 열리며 성익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개자식이!!”
그는 노기로 인해 달구어진 얼굴로 건우를 노려봤다.
건우는 그런 그를 향해 조소를 그리고 있었다.
“할 말 있으신 것 같은데 뭐 때문에 오셨습니까?”
“지금 당장 게이트 매수를 멈추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이건 경고야!”
일주일 간 어떤 봉변을 겪은 건지, 그의 눈은 분노로 인해 실핏줄이 터지고 충혈되어 있었다.
“가만 안 두면 어떻게 할 참이죠?”
건우는 오히려 허리에 손을 얹으며 당당하게 반문했다.
모욕을 느꼈다고 생각했는지 성익제가 파르르 몸을 떨었다.
“구자혁을 빽으로 두고 아주 당당하군.”
“착각하지 마시죠. 부끄러울 이유도, 피할 이유도 없으니까 당당한 겁니다.”
“…….”
건우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았다.
오히려 건우의 반박에 성익제가 할 말을 잃었다.
건우는 턱을 추켜세우며 대화를 마저 이어 갔다.
“자신 없으시면, 다른 지방으로 가시면 됩니다. 인맥도 꽤 넓으신 것 같은데.”
“……?!”
성익제는 눈을 부릅뜨다가 곧 건우를 향해 일갈을 외쳤다.
“내가 이 강원도의 중심이야!!”
그런 그를 보며 건우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참 애처롭네요.”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