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7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73화
성익제는 난생처음으로 엄청난 분노를 느꼈다.
애처롭다?
감히 누구를 두고 말하는 건가.
수십 년 동안이 강원도를 제패해 온 그에게 누가 이렇게 떵떵 소리를 칠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그 발언을 내뱉은 자가 자신보다 까마득하게 어린 헌터라는 게, 분이 치솟았다.
그는 목대에 힘을 주며 건우에게 소리쳤다.
“네놈이 누구한테 싸움을 건 건지, 알려 주마. 네놈은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그의 윽박에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싸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건방진 놈.”
경고를 마친 성익제는 더 이상 용무가 없다는 듯 홱 등을 돌려 돌아갔다.
우웅.
리무진은 거칠게 질주하며 사라져 갔다.
“……대,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랬습니까?”
곁에서 그들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김민은 얼굴색이 탈색됐다.
건우는 평온한 표정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아크 길드 때는 더 심했습니다. 선우혁 회장에 비해 성익제씨는 상당히 다혈질이네요.”
“그, 그. 후우.”
충고를 해 봤자 의미가 없구나.
김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건우씨는 어쩌다가 강원도까지 오게 된 겁니까?”
그 말에 건우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아, 뉴튼 베이커리에서 슈크림을 사러 왔는데, 백화점 가보니까 아직도 안 열리네요.”
김민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끝입니까?”
“네. 끝인데요. 애초에 백화점을 갔던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
김민은 생각했다.
사람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유로 살아남을 수 있구나.
“그나저나 계속 이렇게 레이드를 감행할 생각입니까?”
김민의 질문에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니까 약간 숨통은 트여 줘야겠죠.”
김민은 살짝 당황했다.
그 누가 성익제를 두고 지렁이라고 비유한단 말인가.
“……최건우 헌터님. 지금 보니까 성격이 보통 영악한 게 아니군요.”
“그런가요. 참 쑥스럽네요.”
“……칭찬한 거 아닙니다.”
타박을 하면서도 민은 한편으로 다행이라고 여겼다.
S급을 떠나 건우를 적으로 둔 사람들의 최후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싱긋.
묘하게 웃고 있는 저 입꼬리가 심장을 철렁이게 만들었다.
***
전국에 비례해 상대적으로 헌터가 적은 강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선 것이 바로 강원 연합이었다.
연합에 참가한 중소길드는 무려 26개.
연합이 체결된 이후 강원도는 게이트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 수월해졌다.
연합의 주체는 충무 길드.
협회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해 그들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일까?
조금씩이지만 그 연합에 빗금이 서리기 시작했다.
충무 길드 본부.
성익제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 장의 자료가 쥐어져 있었다.
자료에는 연합 탈퇴 길드 명단이 좌르륵 적혀 있었다.
도합 일곱 개.
그동안 연합에서 혜택은 누리지 못하고 피똥만 싸며 고생한 길드가 대다수였다.
평소에 공기로 여겨 왔던 자들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성익제는 그들이 연합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원이라는 것을 뒤늦게 실감했다.
그것을 체감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이었다.
어제 최건우와 조우했기 때문일까?
강원 연합은 갑자기 게이트를 매수할 수 있게 됐다.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은 2성급 게이트와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3성급 게이트.
종류는 다양했으나 선택의 폭은 한정돼 있었다.
평소라면, 당연 하위 7개 길드를 제외한 나머지가 무난히 3성급 게이트를 공략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남은 길드 중 그 어떤 곳도 하위 7개의 길드가 도맡았던 2성급 게이트를 맡으려고 하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편중의 문제.
성익제는 어쩔 수 없이 충무 길드원을 급파했다.
그로부터 한 시간 후, 건우 측에서 4성급 게이트 공략을 포기했다.
게이트를 매수한 하청 길드는 즉각 충무 길드에 B급 헌터 파견을 요청했다.
하지만 아무도 보낼 수 없었다.
이미 2성급 게이트로 헌터들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충무 길드의 이미지는 더욱 악화됐다.
그야말로 악순환의 고리였다.
콰앙!
“으아아아아악!”
성익제는 종이를 구겨 집어던진 뒤, 책상에 올라온 명패와 서류더미를 팔로 휩쓸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개자식! 날 갖고 놀아! 이 성익제를 농락해!”
그때 보다 못한 비서가 그를 진정시켰다.
“흥분을 가라앉히셔야 합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정말 길드가 도산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 진정해야지. 진정.”
성익제는 크게 들숨과 날숨을 내뱉다가 싸늘하게 한 마디를 읊조렸다.
“그 자식 어떻게 하면 처리할 수 있겠어?”
“그 자식이라고 한다면?”
“최건우 그 건방진 녀석 말이야!”
주륵.
비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그는 상정할 수 없는 무력을 갖춘 자입니다.”
S급.
상정 외의 힘을 가진 그들은 협박이나 회유를 한다고 해서 쉽사리 넘어오는 존재가 아니었다.
길드가 아무리 강한 힘이 있더라도 S급 한 명이 그들의 터전에 쳐들어와 날뛰면 생태계가 교란되는 법이다.
지금의 강원도가 딱 그 상황이었다.
성익제는 사자 집단의 우두머리일 뿐, 결코 공룡이 될 수 없다.
“여론을 통해 그 녀석을 쫓아낼 수 있는 방법은?”
이번에도 비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겁니다.”
“…….”
성익제는 침묵을 지켰다.
건우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물을 먹이기에는 사생활도 깨끗하고, 영웅적인 행보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강원도 주민들은 애초에 강원 연합을 혐오했다.
실리를 추구한 나머지, 주민들의 삶에 대해서는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그저 강원 연합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얌전히 있을 뿐이다.
만약 건우가 이곳에서 활동해 준다면, 오히려 강원도에 정착해 달라고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
여론전도 먹히지 않으리라.
성익제는 한참 고심하다 또 하나의 방안을 꺼내 들었다.
“김민을 잡아들여.”
“회, 회장님. 그건…….”
“당연히 아무도 모르게 잡아들여야지.”
비서는 기겁했지만, 성익제는 결심을 단단히 굳혔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힘이 안 된다면, 협박을 통해 굴복시키는 방법밖에 없으니까.
***
강원도 전나무 숲길.
건우는 그 주변을 맴돌며 모처럼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오오! 과연! 드라마에서 봤던 곳이랑 똑같구나.
세이비어가 연신 감탄을 토해 냈다.
‘오길 잘했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드라마 촬영 현장을 쭉 둘러보았다.
만약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세이비어가 하루 종일 심통을 부렸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전생 시절에는 이렇게 여유로웠던 적은 없네요.”
-그때는 너가 시대를 잘못 골라 태어난 거지.
“제가 고른 건 아닌데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지 건우는 이상을 홱 찌푸렸다.
전생의 그는 종말의 시대에 태어났기에 종말을 막기 급급했다.
그것은 비단 건우뿐만 아니라 그 시대에 태어난 모든 이들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똑같은 것 같아요.”
-어떤 점이 말이냐?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다는 거요.”
-하긴 내 때도 사람답지 못한 놈이 많긴 했지.
“…….”
건우는 침묵을 지켰다.
세이비어가 차이트에게 형벌을 받아 지박령 신세가 된 이유도 앞에서 말한 사람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할아버지도 그중 한 명이잖아요.’
-어째 귀가 간지럽구나. 너 혹시 내 험담했냐?
“아닌데요.”
건우는 고개를 홱홱 저었다.
전나무 숲길.
멀찍이서 건우를 지켜보고 있던 김민이 피식 웃어 보였다.
“혼잣말 굉장히 많이 하네.”
김민은 건우의 모습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점잖으면서도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여 준다.
한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모습 속에는 사람을 골리기 좋아하는 영악한 심보도 간간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왜일까?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모습은 악인 한정으로 나오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수화기 건너편으로 한 여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당신도 혼잣말 굉장히 많이 하는 것 같은데?]“아, 미안.”
그녀는 다름 아닌 김민의 부인이었다.
[그나저나 가게도 닫힌 마당에 아내한테 이렇게 힘든 요구를 해도 되는 거야?]“요즘 많이 벌어서 갖다주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김민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정한다. 최건우 헌터님 때문에 그런 거지.]“뭐 그렇지.”
[뭐 최건우 헌터님이라면 귀여우니까 봐줄게.]수화기 건너편에 들려온 어조에서 묘하게 기쁜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
위화감을 느낀 김민은 그녀에게 한 가지를 당부했다.
“여보. 당신이 꼭 유부녀라는 걸 기억해야 돼.”
[호호호, 내가 도망이라도 칠까 봐.]“그러면 영원히 쫓아갈 줄 알아.”
[어머 참].김민은 통화하면서 자신의 차문을 열어 음료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덥석!
“우웁!”
누군가 그의 뒤를 덮쳐 코와 입을 손수건으로 틀어막았다.
꽈악!
갑작스런 기습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김민은 양팔을 힘껏 젖혀 포박을 풀어냈다.
그러고는 뒤에 있는 상대에게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덥석!
하지만 기습자는 가볍게 그의 주먹을 감싸 막아 냈다.
“……?!”
김민은 눈을 크게 떴다.
‘B, B급 각성자가 왜 갑자기?!’
눈앞에는 평상복을 입은 각성자들이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너, 너희들은?!”
김민은 그들이 누군지 알아챘다.
하지만 안다고 한들.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퍼억!
그들은 있는 힘껏 김민의 복부를 후려친 뒤, 그대로 구타를 가했다.
“쿨럭!”
입가에 피를 문 김민은 어떻게든 저항하려고 했지만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그 소리를 들었는지 김민의 아내는 당황한 음색으로 소리쳤다.
[여보세요. 여보. 지금 무슨 소리야! 여보!]김민은 휴대폰으로 손아귀를 뻗으려다 결국 털썩 손을 떨어뜨렸다.
콰직!
습격자들은 그의 휴대폰을 단숨에 짓밟아 부숴 버렸다.
“하아, 힘드네.”
습격자 중 한 명은 한숨을 내뱉으며 기절한 김민을 뒷좌석에 태웠다.
“보자. 이게 열쇠인가.”
“빨리 출발해. 따라잡히면 끝나.”
동료의 재촉에 습격자는 재빨리 차에 시동을 걸었다.
주행을 하던 그들은 김민의 상태를 살폈다.
구타의 흔적이 역력했지만 호흡은 대체로 안정적이었다.
“……뭐야? 이건.”
그렇게 상태를 살피던 그는 김민의 어깨에 딱 달라붙어 있는 인형을 발견하고는 눈매를 좁혔다.
그것은 양쪽에 뿔이 달려 있는 산양 인형이었다.
이게 언제 달라붙은 걸까?
그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이며 중얼거렸다.
“……뒷좌석에 있던 건가?”
운전석에서 그 모습을 살피던 다른 한 명이 고꾸라질 정도로 웃기 시작했다.
“내버려 둬. 끌어안고 자라고. 완전 잘 어울리네. 크하하하하.”
“그러게. 취향 한 번 독특하다. 더럽게 못생겼네.”
“어라? 저 자식 지금 우리 째려본 것 같지 않아.”
“작작해라. 중2병이냐? 이까짓 게 움직여서 우리 해할 수나 있겠어.”
옆 좌석에 타고 있던 각성자가 연거푸 인형의 뺨을 내려쳤다.
찰싹! 찰싹!
“오, 소리 묘하게 찰지네.”
“인형놀이 그만하고 빨리 가자고. 회장님 화내실라.”
이것으로 임무 완료.
그들이 탄 차는 단숨에 충무 길드를 향해 질주했다.
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