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7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74화
충무 길드의 회장실.
성익제는 창밖을 통해 바깥의 풍경을 살폈다.
네온사인을 비롯한 화려한 조명이 그의 마음을 안심시켜 주었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강원도는 황폐한 땅이었다.
5성급 게이트의 갑작스런 출현.
지금보다 더 헌터가 없던 때라서 공략에만 무려 1년 가까이 걸렸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기름졌던 옥토에서는 더 이상 작물이 자라기 어려웠을 뿐더러, 건물 곳곳은 와해되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모두가 이 땅을 떠났을 때, 그가 홀로 이곳을 재건했다.
그렇기에 그는 주장할 수 있었다.
내가 이곳의 왕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어리석은 사람들은 은덕을 잊어버렸다.
어느새 주변에는 혐오의 눈빛으로 득실거렸다.
성익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땅에서 그의 말은 진리로 통하기 때문이다.
구자혁을 필두로 강해진 공권력도 이 강원도에서는 무력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그의 패권을 도전하는 자가 나타났다.
최건우.
수개월 전만 해도 F급 헌터 나부랭이었던 녀석이 S급 헌터로 날개 돋치듯 날아오르더니 오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땅에는 어떤 은혜도 끼치지 못한 애송이가 말이다.
빠득!
그 생각만 해도 아직도 열불이 치솟는지 성익제는 이를 갈았다.
‘고얀 놈!’
삐리리.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자 번호는 적혀 있지 않았다.
거리낄 게 없던 그는 곧장 통화에 응했다.
“웬 놈이냐?”
[제가 누군지 구태여 소개하지 않아도 아시겠죠?]성익제는 언짢은 표정으로 한쪽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그럼. 위아래도 모르는 건방진 꼬맹이 아니던가.”
그는 씨익 하고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수화기 건너편의 남자의 정체는 최건우.
바로 그에게 반항하는 남자였다.
[혹시나 싶었지만 이렇게까지 치졸한 방식을 쓰실 줄은 몰랐습니다.]“치졸? 무슨 소리지?”
그는 뻔뻔한 어조로 반박했다.
건우는 조용히 화를 곱씹다 한마디를 했다.
[김민 사장님. 얌전히 놓아주십시오.]이제 슬슬 협상카드를 내밀 때인가.
성익제는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김민을 왜 나한테 찾는 겐가? 얼른 찾아 봐야 되지 않을까? 강원도가 꽤 위험한 산지라서 말이지. 그렇게 찾고 싶다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다만.”
지금 이 통화가 녹음 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 녹취가 돼도 전혀 지장 없는 말을 내뱉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대화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성익제가 무슨 말을 하든 건우가 그의 진의를 곧장 파악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성익제는 끝까지 말을 잡아뗐다.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경고라는 말에 성익제는 슬며시 이마를 좁혔다. 어린놈이 이렇게 끝까지 기고만장할 줄 몰랐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S급이 됐다고 세상만사가 다 자기 뜻대로 풀리는 줄 알지? 네놈은 상대를 잘못 건드렸어! 여긴 내 땅이야. 내 뜻대로 살 생각이 없으면 나가야지.”
[망상이 좀 심하시네요.]성익제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망상이 아니라 현실이라네. 아직 자네가 세상물정을 모르는 게야.”
그 말에 건우는 잠시 길게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천천히 말문을 뗐다.
[좋게 말할 때, 그만두세요.]“자네는 끝까지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먼. 내가 자네 말을 들어 줘야 하는 이유가 뭔가?”
[그렇지 않으면, 충무 길드는 오늘 지옥보다 끔찍한 악몽을 보게 될 겁니다.]피식.
성익제는 어이가 없어 그만 코웃음치고 말았다.
“망상증은 내가 아니라 자네가 도진 것 같군.”
이 대화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인질이 있는 한, 건우는 함부로 무력 개입을 할 수 없을 터다.
“생각이 바뀌면 다시 연락하게.”
그는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며 다시 야경을 바라보았다.
***
날이 저물었다.
산 정상에서부터 분 냉랭한 산풍이 도시까지 들이닥쳤다.
“끄응.”
김민은 두통에 시달리며 간신히 눈을 떴다.
“……여기는 어디지?”
희미한 전구 불빛 아래.
주변을 살피니, 이곳은 낡은 지하창고로 추정됐다.
현재 김민은 거대한 철제 의자에 손발이 묶여 있었다.
그가 각성자임을 감안했는지, 손발을 구속한 밴드는 특수 제작된 것이었다.
“……이건 뭐야?”
김민은 납치당한 건 이미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가 놀란 부분은 오른쪽 어깨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인형이었다.
“아, 깨어났냐?”
그때 창고문이 열리며 그를 감시하고 있던 헌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민은 인상을 찡그렸다.
“……너희들 이제 하다 하다 못해 이렇게 막장으로 나가냐?”
“우리가 뭘?”
“이건 범죄야!”
“그러니까 말이야. 왜 능력도 안 된 주제. 그렇게 설치고 다닌 거냐?”
끼익!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깥에 대기했던 다섯 명의 헌터들이 몰려들어왔다.
모두 B급 헌터였다.
김민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물었다.
“……나 한 명을 두고 왜 이렇게 소란스럽게 오는 거냐?”
“지금부터 우리 구역을 꿰차려는 생태계 교란자를 내쫓을 생각이거든.”
김민은 그들이 언급한 생태계 교란자가 건우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의문이었다.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친하잖아. 네가 아픈 모습을 보이면, 그놈도 마음이 약해져서 이 땅을 떠나지 않을까?”
말과 다르게 질문이 아니라 확신에 찬 어조였다.
움찔!
그들이 고문할 것을 눈치챈 김민은 경악했다.
“야, 너희 돌았어?!”
충무 길드원들은 김민을 괄시하는 눈빛으로 보며 말했다.
“그래. 돌기 일보 직전이다. 이 새꺄.”
“C급 들러리가 S급한테 빌붙어 버스 타는데, 화가 안 나냐?”
“너희들이 게이트를 독식해서 우리가 많이 쪼들려.”
“우리 회장님이 다그치는 게 너무 심해져서 우리가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거든.”
그들의 말에 김민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쯤 되면 겁을 집어먹고 살려 달라고 빌 법도 했지만, 김민의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그것은 그동안 마음 깊숙이 응어리진 분노로 인해서였다.
결국 김민은 기염을 터뜨렸다.
“겨우 그 정도로? 장난 하냐!! 너희가 지금까지 우리한테 하는 짓은 뭐가 되는데!”
“멍청아. 너희 길드 급을 생각해라. 피라미드로 치면 너희는 노예계급이야.”
“노예? 이 미친 새끼들이!”
“야! 닥쳐. 아직 상황 파악 못했어?”
쿠구구구.
그들은 일제히 전신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헌터 업계에서는 B급 이상과 이하의 대우가 천차만별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충무 길드를 지탱하고 있는 뿌리와 다름없었다.
김민으로서는 힘도 권력도 이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김민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너희는 항상 이런 식으로 사람을 쳐 냈겠지. 보니까 한두 번 한 실력도 아닌데. 지금까지 그렇게 하청들 때려잡으면서 일했냐?”
그들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병신. 이게 원래 우리 일이야. 누가 위험하게 레이드 같은 거 하고 먹고살겠냐? 그런 건 가축인 너희들이 뛰면 되는 거야.”
“…….”
그 말에 김민은 진심으로 충격을 먹었다.
한 명도 아니고 모두가 그 의견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니, 그간 성익제가 이들에게 주입한 생각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너희 이거 미친 짓이라는 건 꼭 기억해라.”
“그러니까 우릴 미치게 하는 건 너희라니까!”
그들 중 한 명이 말 꼬리에 힘을 주며 김민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움찔!
주먹에 실린 거친 기세에 김민은 파르르 떨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공격은 닿지 않았다.
우지끈 콰앙!
대신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뭐, 뭐야!”
충무 길드원들은 일제히 경악하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김민이 눈을 뜨자 눈앞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다.
“이, 이건.”
그의 어깨에 잠들 듯 가만히 있었던 인형이 그의 앞에 버젓이 서 있었다.
“끄응.”
그리고 그에게 주먹을 내지르려고 했던 헌터는 꼴사나운 모습으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저, 저게 왜 움직여?”
“평범한 인형 아니었어?!”
헌터들은 안색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뭐 이까짓 인형한테 바들바들 쫄아? 몬스터도 아니고 미쳤어!”
보다 못한 한 명이 인형을 걷어차려고 했으나…….
“어, 어?”
콰앙!
오히려 역으로 인형에게 휘둘려 날아갔다.
“……아티팩트였냐?”
그제야 상황 파악을 했는지, 남은 헌터들이 전의를 끌어올렸다.
“이게 우릴 병신으로 만들어.”
“부셔 주마.”
고꾸라졌던 두 명도 몸을 일으키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꿀꺽!
김민은 저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주변의 상황을 살폈다.
인형 하나를 두고 진지하게 전의를 끌어올리는 게 우습기도 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건 분명 어디선가 많이 본 낯익은 풍경이었다.
김민은 금세 그 답을 도출해 냈다.
‘……완전 레이드잖아.’
“흐압!”
헌터들이 일제히 인형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드드득!
사방팔방에 펼쳐진 그들의 기세에 인형의 팔이 꺾여나갔다.
‘역시 내 착각인가.’
인형의 최후를 직감한 김민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퍼석! 콰앙!
그렇게 인형은 점차 마력덩어리에 짓눌려 사라졌다.
두근!
‘뭐지?’
바로 그 순간 김민을 비롯한 주변 모든 헌터들이 놀라 크게 동요했다.
인형이 터지기가 무섭게 그것을 중심으로 게이트가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시간으로 치면 고작 3초.
스스
큼지막한 회색 게이트에서 신장이 3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전율을 불러일으키기 마땅한 존재였다.
모두의 얼굴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이 몬스터는 뭐지?
등급은 얼마나 되지?
그들은 무엇 하나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몬스터의 정체는 바포메트.
이그너스 관할 1층, 시련계곡의 보스 몬스터였다.
오싹!
바포메트의 붉은 눈과 마주한 헌터들은 일제히 전의를 상실했다.
“이 미친 새끼! 너 대체 뭘 가지고…….”
어이가 없어 실성한 한 명이 김민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콰직! 콰앙!
그는 바포메트의 주먹에 얼굴이 으스러지며 그대로 날아갔다.
쩌저적.
위력이 어찌나 대단하던지 충돌한 벽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이 미친 새끼가?!”
위화감을 느낀 헌터 중 한 명이 기겁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나름 혼신의 힘을 다한 펀치였다.
우드득!
하지만 바포메트가 팔을 붙들어 반대 방향으로 꺾으니, 이쑤시개처럼 분질러졌다.
“크아아악!”
그는 눈물과 콧물을 흐르며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으아아아아악!”
남은 헌터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양방향에서 공격해 왔다.
덥석!
바포메트는 그들의 공격이 아무렇지 않은 듯 무시하며 큼지막한 손으로 얼굴을 붙들었다.
“크아악! 이거 놔줘!”
“수, 숨 막혀!”
그들의 손길과 발길질은 어린아이의 몸부림에 불과했다.
꽈드득!
바포메트가 손아귀에 더욱 힘을 주었다.
“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바포메트는 팔을 휘저어 두 헌터의 머리를 부딪쳤다.
퍼억!
“커, 커헉!”
“그, 그만!”
머리뼈에 금이 가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튀었으나, 바포메트는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철퍽! 철퍽!
“…….”
그 어마어마한 광경에 김민은 넋을 놓으며 생각했다.
‘왜 저놈들한테만 잔인하게 구는 것 같지?’
바로 그때였다.
“워워. 이제 그만.”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에 바포메트가 움찔하며 손을 멈췄다.
그를 제지한 건 바로 문밖에서 걸어오고 있는 건우였다.
“왜 이렇게 손속이 과해? 너한테 못생겼다고 욕이라도 했냐?”
바포메트는 콧김을 세게 불었다.
그렇다는 의미였다.
“……아 그러냐? 잘했다.”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김민에게 다가왔다.
“몸은 괜찮아요?”
“최, 최건우 헌터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지 김민은 혼란스런 표정으로 건우를 쳐다봤다.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