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7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77화
이른 아침.
일찍 일어난 건우는 한창 요리 중에 있었다.
타다다닥!
건우는 핫케이크 반죽을 젓가락으로 휘저은 뒤,
치익!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부었다.
노릇노릇 익는 핫케이크 냄새가 집 안에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요리를 시작한 지 약 30분이 지났다.
테이블에는 각종 신선한 야채와 드레싱으로 만들어진 샐러드와 베이컨 등도 있었다.
“……세상에. 오빠, 웬일이야?”
부스스한 머리에 잠옷을 입고 나온 지혜가 테이블을 보고 감탄했다.
“오늘부터 미국 가잖아. 동생 아침밥은 직접 챙겨 주고 싶었어.”
“피곤할 텐데, 그냥 더 자다 가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는지 지혜는 자리에 착석했다.
그 옆에 세피아가 자연스럽게 앉았다.
지혜는 세피아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피아, 콜라 먹을래?”
끄덕.
그러자 지혜는 냉장고에서 콜라 캔을 꺼내 딴 뒤, 세피아에게 건넸다.
콜라 캔을 받은 세피아는 홀짝 들이켜기 시작했다.
“…….”
“오빠, 표정이 왜 그래?”
“아니.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돼서. 안 어울려.”
“귀엽기만 한데. 뭘? 괜히 심술부리는 거 아니야?”
지혜는 건우를 삐죽 쳐다보다가 곧 시럽을 핫케이크 위로 뿌렸다.
그런 지혜에게 건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세피아는 미국에 데리고 갈 거야.”
“으음 꼭 데려가야 돼?”
“응.”
“어쩔 수 없지. 뭐.”
지혜는 아쉬운 표정으로 세피아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 건우는 눈매를 가늘게 뜨고서 케이론을 바라보며 깊은 고심에 빠졌다.
‘잘할 수 있겠지.’
건우가 자리를 비우고 있는 동안 지혜를 호위하는 건 케이론의 몫이다.
현 시점에서는 케이론이 세피아보다 강하다.
다만 케이론은 마리오네트 상태에서도 다른 애들보다 크기 때문에 동행하기가 어려웠다.
건우는 그 대안으로 케이론에게 인비저블 마법을 익히게 했다.
주변과 동화해 모습을 감추는 마법과 먼 거리에서 적을 정확히 포착해 꿰뚫는 실력.
이 조건을 갖추고 있으니 지혜를 지키는데 사실상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위험하면, 그 방법을 쓰면 되지.’
그래도 만반의 준비를 마쳤으니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그나저나 춘삼 씨는 왜 아직 안 나오는 거야?”
“아마 일하다가 뻗었겠지.”
건우는 뒷머리를 북북 긁으며 한숨을 쉬었다.
박춘삼.
돈독에 오른 이 화상은 끝없는 집념으로 악착같이 돈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건우의 재산이 엄청 축적됐지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이든 적당할 때가 좋은 법이다.
덜컥.
그때 방문이 열리며 춘삼이 거실로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
예상대로 춘삼은 다크써클이 진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어머, 춘삼 씨 일어났어요?”
평소 잘생긴 얼굴은 온데간데없는 상태로.
“네. 허허.”
건우는 그의 앞에 핫케이크와 커피를 놓으며 말했다.
“궁상맞은 짓 하지 말고 밥 먹어라. 잠은 제대로 잤냐?”
“잠? 그건 하루에 한 시간만 자면 되는 겁니다.”
“……잠을 어떻게 하루에 한 시간만 자냐?”
후루룩.
건우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춘삼은 커피를 통째로 원샷 하며 대꾸했다.
“잠은 비행기 안에서 실컷 자면 되죠.”
“하긴.”
게이트 출현 이후 비행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지만, 그래도 미국은 먼 나라였다.
직행으로 8시간 안팎.
춘삼은 비행기에서 잠을 몰아 자기로 작정한 것 같았다.
핫케이크 섭취로 당분이 충전된 춘삼은 말끔한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 형님. 전용기에 일행 한 명이 더 추가됐습니다.”
“누군데?”
“시엘 타이히라고 탑에서 온 엘프 연구자랑 동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난 이야기 들은 거 없는데?”
건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분명 라이선스를 이용해 전용기를 빌리면, 내 허가가 필요하다고 들었는데?’
법을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잠시 의문에 빠졌던 건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완전 기억 소지자인 자신이 잘못 기억할 리가 없었다.
삐리리.
그때 건우의 휴대폰에서 낯선 번호로 연락이 왔다.
‘이건?!’
이름은 딱히 저장하지 않았지만, 건우는 그 번호의 주인을 알고 있었다.
“여보세요.”
-오랜만이지. 잘 지냈나?
수화기 건너편에 들려오는 음성의 주인은 옹고집 드워프였다.
미하노프 두로.
그는 탑에서 건너온 교류자로 협회에서 아티팩트 감정 및 분석 등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직책은 본부장이었다.
“잘 지냈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연락 주셨습니까?”
-네놈이 갑자기 전용기를 잡아놔서 그렇지. 그건 됐고, 내가 너희가 탈 전용기에 한 명 더 추가했다.
“시엘 타이히 말씀하시는 건가요?”
-알고 있었나 보구나. 같이 탑승해도 문제없지?
“상관없어요. 어차피 저 혼자 쓰기에는 넓으니까요.”
-그럴 줄 알고 내가 미리 탑승 수속 절차를 다 밟아 놨다.
“…….”
선 조치 후 선포에 건우는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미하노프의 목적은 바로 지금부터였다.
-그것 때문에 너한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뭔데요?”
-시엘이랑 같이 마탑에 가줄 수 있겠나?
“저도 개인 용무가 있는데요?”
-어디까지나 부탁이야. 만약 내 부탁을 들어 주면 내 공방에 있는 아티팩트 아무거나 하나 가져가도 된다.
“……흐음.”
이것은 제법 솔깃한 제안이었다.
미하노프의 공방에는 시장에서는 볼 수 없는 희귀한 아티팩트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고대 엘프의 검술비급도 바로 이런 경위로 얻지 않았는가.
“시엘이랑은 꽤 친하시나보네요.”
-내 부탁으로 가는 거니까. 그리고 그 녀석 제법 복잡한 체질이어서 보디가드가 필요하거든.
“하루 종일 보호 해줄 수는 없습니다.”
-호위는 물론 협회 직원이 할 거다.
“그럼 저한테 부탁하시는 부분은 뭡니까?”
-탑에서 건너온 어떤 물건을 연구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거든. 가는 김에 자네의 식견도 보태면 좋을 것 같아서 그러네.
간혹 공략이 완료된 게이트가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에 아티팩트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두고 보통 탑에서 건너온 물건이라고 지칭한다.
“흐음.”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에 건우의 마음이 움직였다.
‘어차피 디아도스가 나타나는 좌표는 무작위로 변경되니까. 섣불리 움직이는 것보다 한 군데서 활동하면서 감시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연계 퀘스트 보상으로 취득한 좌표석은 디아도스가 나타날 좌표를 표시해 줬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좌표가 시시각각 바뀌었다.
어떨 때는 뉴욕, 어떨 때는 LA나 델라웨어 등등.
분명 좌표는 미국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무지막지하게 큰 나라다. 주를 계속 이동하는 건 현실적으로 무리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마탑에서 시작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건우가 싱긋 입꼬리를 올렸다.
마탑.
그곳은 정보의 집결지이자, 지식의 집합소.
한마디로 미국에서 설립된 거대한 아카데미이자 연구소였다.
세계 각지의 각성자들은 자신의 격을 높이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든다.
시엘을 통해 마탑에 드나들 수 있다면, 오히려 미국에서 활동하기 편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건우는 결론을 내렸다.
“그 제안 받아들이죠.”
***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마탑.
이곳은 7인의 영웅에 의해 설립된 거대한 건축물이었다.
상징색은 코발트블루.
표어는 Advance, 진보를 뜻한다.
이곳에 통학 중인 각성자는 생도로 취급되며 약 5200명에 달한다.
그리고 연구자 과정을 밟는 이는 1000여명에 달했다.
중앙에는 탑을 모방한 높이 10미터의 건축물이 놓여 있었다.
더욱더 안을 진입하니, 한 연구동에서 학자들이 옹기종기 몰려 있었다.
“세상에.”
“저게 대체 뭐야?”
그들은 유리관 안쪽에 있는 물체에 시선을 주목하고 있었다.
꿈틀.
그것은 은빛을 이루고 있는 구체였다.
형체는 말랑말랑했는데, 실험을 위해서 몇 가지 마법을 퍼부어 보았다.
파직! 콰앙!
지금 퍼부은 마법은 강렬한 전격 마법이었다.
치이이이익!
구체는 까맣게 타들어 가다가 몇 번 꿈틀거리더니 다시 원상태로 회복됐다.
“……이건.”
연구책임자, 짐코어 도밍게스 교수는 흥분으로 물든 얼굴로 말했다.
“시대의 혁명이야! 즉각 논문을 써서 발표하겠소.”
“……아직은 좀 이른 것 같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반으로 갈라졌다.
특히 부정을 하는 쪽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다만, 그 부정도 다소 애매했다.
연구를 더 진행하는 것은 찬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저 구체가 탑에서 건너온 물건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인류의 득이 될지, 해가 될지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참 논의를 해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일단 이 사안은 잠정적 보류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조만간 결론이 날 테니 기다려 주시죠.”
동료 교수의 말에 짐코어는 쯧 혀를 찼다.
‘멍청한 놈들. 이것의 가치를 알고는 하는 말이야.’
이것을 통해 아티팩트로 제조한다면 그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쩌면 미국이 한 해 지출하는 국방비의 30퍼센트에 버금가는 돈을 벌어들일 수도 있어.’
“일단 알겠소.”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포기했다.
동료 교수들은 그를 위로해 주었다.
“조만간 한국에서 정령 공주가 올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주시오.”
“끄응. 알았다니까. 두 번 대답하게 하지 마시오.”
정령 공주.
그 이명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령연구사, 시엘 타이히를 칭하는 단어였다.
‘만약 그녀가 이걸 부정하다고 판단하면 끝이야.’
짐코어는 수심이 깊은 표정을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교수님. 다 잘 풀릴 겁니다.”
상심이 깊은 그에게 조수 안토니오가 다가와 위로해 주었다.
“역시 날 알아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안토니오.”
“전 이번 실험이 꼭 성공할 거라고 믿습니다.”
안토니오는 그에게 기운을 북돋워 주다 유리관 안에 있는 구체를 보며 불안한 눈빛을 주었다.
***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전용기.
탑승석에 앉은 엘프, 시엘 타이히는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타도 비행기는 익숙하지 않네.”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그녀는 늘 불안과 멀미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의 무릎에 놓여 있는 새장이 심하게 떨려왔다.
“아이참, 가만히 있어.”
시엘은 새장 안에 있는 생물, 아니 정령을 바라보았다.
안에는 은백색의 털을 가진 자그마한 여우가 있었다.
이 정령은 탑에서 볼 수 없는 토착 정령이었다.
카앙, 카앙!
‘대체 왜 이러지?’
“왜 갑자기 기분이 들뜬 거야?”
그녀는 여우를 진정시키기 위해 새장에서 꺼내 등을 문질러 주었다.
그러나 녀석은 여전히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폴짝 뛰어 기내를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쩌적.
정령이 발을 디딘 자리에는 그대로 살얼음이 끼었다.
시엘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저러다 자칫 한도 이상의 힘을 발휘하면, 비행기에 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이, 이리 와!”
그녀는 다급하게 발을 동동 굴리다가 앞에 있는 사람과 부딪쳤다.
쿵.
“죄, 죄송해요.”
시엘은 화들짝 놀라 그에게 급히 사과했다.
부딪친 당사자인 건우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에요. 그보다 이거 당신 애완동물인가요?”
“네…… 에?!”
고개를 든 시엘은 곧 휘둥그레 눈을 떴다.
그녀의 품에 벗어난 여우정령은 건우의 어깨에 올라와 얼굴을 부비부비 비비고 있었다.
그리고 건우는 다소 난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