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0)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79화
갑작스런 메탈 슬라임의 폐기 요구는 큰 파장을 불러 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분한 건 역시 연구책임자인 짐코어였다.
“웃기지마! 네까짓 게 어떻게 이것의 가치를 알아?”
시엘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눈치챈 춘삼이 대신 건우에게 이야기를 전달했다.
“형님 까불지 말고 꺼지라는데요.”
“……어?”
춘삼의 말에 시엘과 안토니오가 동시에 당황했다.
건우는 한쪽 눈썹을 꿈틀거렸다.
“……돌팔이 짓 하지 말라고 전해 줘라.”
스윽.
춘삼은 이번에 짐코어를 보며 영어로 말했다.
“미친 짓 하지 말고 머리에 피 몰리기 전에 혈압 약이나 드시랍니다.”
“아니 뭐야?! 이 건방진 놈이!”
짐코어는 가운을 벗어던지며 건우에게 달려들었다.
“진정해!”
“뭔가 오해가 있겠지.”
연구진들은 일동 그를 달래느라 애썼다.
“……?”
그들의 반응에 건우는 슬쩍 춘삼을 쳐다봤다.
“제대로 통역한 거 맞아? 짧게 말했는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길게 나와?”
“제가 형님의 마음까지 대변해서 전달해둬서 그렇습니다.”
“…….”
건우는 시엘에게 미심쩍은 눈빛을 건넸다. 그러자 그녀는 무척 난처한 표정으로 건우의 시선을 피했다.
‘뭔가 수상한데?’
그리고 세이비어가 건우의 생각에 확신을 주었다.
-네 말은 제대로 전달해뒀다. 쓸데없는 말을 굉장히 많이 붙였다만.
“…….”
잠시 후.
춘삼은 머리에 큰 혹을 단 채, 연구실 의자에 기절해 있었다.
대화는 얼마 안 가 끝이 났다.
결론만 말하자면 연구는 잠정적 중단이었다.
정령연구사인 시엘이 위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별수 없는 선택이었다.
학회에서도 저명한 그녀의 의견이었다.
직접 자문을 구하기 위해 그녀를 불러들인 연구진들로서는 당연 그녀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짐코어는 인정할 수 없었다.
“안토니오!”
“네, 교수님!”
“너도 저 여자 생각이랑 같냐?”
“그, 그건…….”
안토니오는 안경을 고쳐 쓰며 시엘과 짐코어 사이에서 눈치를 봤다.
시엘은 이해한다는 듯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저는 전적으로 교수님의 편입니다.”
“쯧, 그렇지. 저렇게 눈썰미들이 없어서야.”
짐코어는 뒷짐을 진 채 걸음을 옮겼다.
안토니오는 시엘에게 작게 고개를 조아리고선 그의 뒤를 쫓아갔다.
“후우, 오늘 용무는 이것으로 끝인가 보네.”
시엘은 어깨에 있는 여우정령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다 건우를 쳐다봤다.
건우는 묵묵히 책을 읽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책을 그렇게 골똘히 보고 있어요?”
건우는 대답 대신, 책 앞부분의 제목을 보여 주었다.
「오늘부터 너도 원어민이다. 회화 100일 프로젝트!, 초보 단계」
그것은 상당히 문구가 긴 기초영어 회화 책이었다.
시엘은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도, 독학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아마 내일쯤이면 어수룩하게나마 할 수 있을 거예요.”
“네?”
시엘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면 처음부터 공부하고 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건우는 뺨을 긁적이며 답했다.
“……오는 데만 급급해서 제일 중요한 걸 신경 안 썼네요.”
말을 마친 건우는 초급 책을 덮고 곧장 중급 단계 책을 꺼내 들었다.
파라라라라락.
그리고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동공으로 훑었다.
처음에는 장난인가 싶었으나, 머잖아 그녀는 건우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렇게 빠른 속독은 처음인데, 머리에 내용이 남아 있으려나.’
그녀의 우려 섞인 걱정과 달리 건우는 무난하게 회화를 익혀나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메탈 슬라임이란 건 안전한 거 맞나요?”
그러던 중 시엘은 불길한 표정으로 메탈 슬라임을 쳐다봤다.
건우는 게슴츠레 눈을 뜨며 답했다.
“그렇게 위험한 건 아니에요. 죽지 않는 건 그저 녀석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핵이 파괴되지 않아서고요.”
별것 없다는 말투에 시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물론 몬스터를 연구해서 득 볼 것은 없습니다.”
“뭔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충고인 것 같네요. 그러고 보면 탑에서도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이 있어요. 한 제국에서 몬스터를 생체 실험한 끝에 결국 아무도 감당할 수 없는 키메라의 왕, 라폰이 탄생한 것에 대해서요.”
건우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
‘내가 그 시대를 겪어 본 사람입니다. 이 아가씨야.’
몬스터의 사체는 인간 사회에 큰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가령 포션의 원료로 트롤의 피가 쓰였다.
그 외에도 뿔이나 이빨, 발톱, 뼈 등은 약재나 여러 무구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몬스터에게서 채취한 마정석은 현대에서 거대한 에너지 자원으로 쓰인다.
이런 점만 보면 몬스터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면서도 동시에 번영을 가져왔다.
하나 몬스터를 산 채로 잡아 생체 실험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다.
거기에는 엄청난 위험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물이 바로 키메라의 왕, 라폰.
그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최악의 병기로 드래곤마저 학살했다.
전생 시절에서 만나지는 않았지만, 건우는 거기서 값진 교훈을 얻었다.
몬스터의 위험성은 절대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뭐 그래봤자, 저게 얼마나 큰 위협이 되겠어?’
건우는 곧 메탈 슬라임에게서 관심을 끄고 시엘에게 말했다.
“시엘. 얻고 싶은 정보가 있는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시엘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건 조금 곤란할 것 같은데요. 보안레벨이 걸린 정보를 제 3자가 건드리는 건 불법인 거 아시잖아요.”
“그럼 거래를 하죠?”
“무슨 거래요?”
“필요한 일이 있으면, 제가 언제든 도와드리겠습니다.”
“……그건.”
시엘은 고민했다.
“그래도 안 될…….”
“그럼 힘을 숨기고 있다는 것에 대해 미하노프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겠네요.”
“……무슨 소리죠?”
시엘은 당황한 듯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건우는 싱긋 웃으며 답했다.
“당신이 겨우 하급 정령이 사라진 걸로 피를 토할 리는 없잖아요.”
“그걸 어떻게?!”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거든요.”
시엘은 순간 건우의 등 뒤에서 엄청난 존재감을 뽐내는 존재를 인식했다.
그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저를 협박하시는 건가요?”
건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네.”
“……건우 씨. 생각보다 성격이 나쁘네요.”
“종종 듣습니다.”
“후우, 알겠어요. 대신, 저도 같이 그 정보를 공유 받아야 되겠어요.”
시엘은 건우의 제안에 승낙했다.
***
야심한 저녁.
마탑의 실험실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적 수준의 보안을 뚫고 이곳에 잠입할 수 있는 이는 몇 명 존재하지 않는다.
그중 한 명은 실험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내부자.
바로 짐코어였다.
[메탈 슬라임]실험실에서 원하는 샘플을 찾아낸 짐코어는 조용히 자신의 연구실에 들어왔다.
안토니오는 긴장을 못 이기고 파르르 떨었다.
“교, 교수님. 지금이라도 멈추시는 게…….”
“자네는 내 말을 못 믿는 건가?”
“그, 그것이 아니라…….”
“그 시엘이란 건방진 여자가 도착하고 열흘 동안 난 이 녀석을 만져 보지도 못했어. 그 정도면 많이 양보한 거 아니야?”
답답한 마음은 이해는 갔다.
그렇기에 안토니오는 차분하게 그를 설득했다.
“이건 그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닙니다.”
“마탑에 쫓겨날 수도 있지. 한데, 어쩌라고?”
“……?!”
이미 짐코어에게는 설득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가만 보고 있어. 만약 그 애송이 녀석 말이 사실이면, 이건 학회에서 혁명이라고 불릴 정도의 발견이자 실험일 테니까.”
짐코어는 그대로 봉인돼 있는 박스를 강제로 개봉했다.
거기에는 메탈 슬라임이 죽은 듯 놓여 있었다.
히죽.
잇몸을 드러내며 웃은 짐코어는 박스 안에 무언가를 풀어 넣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찍! 찍!
그것은 모르모토로 쓰이는 생쥐들이었다.
생쥐가 곧장 구체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 순간,
콰직!
슬라임이 꿈틀거리며 단숨에 쥐를 잡아 삼켰다.
“……?!”
안토니오는 끔찍한 광경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짐코어의 실험은 계속됐다.
“흐음 별다른 변화가 없군. 하지만 이거라면 어떨까?”
짐코어는 이번에는 생쥐의 등에 붉은 보석을 등에 매달아 보냈다.
콰직!
이번에도 메탈 슬라임은 지체 없이 생쥐를 집어삼켰다.
붉은 보석도 꿈틀거리며 슬라임 안에 녹아들었다.
“교수님. 그건 얼마 전에 구하신 기동석 아닙니까?”
기동석.
그것은 골렘을 컨트롤할 때 쓰이는 중요한 제어구로 얼마 전에 미하노프가 학회에 발표한 결과물이었다.
“크흐흐흐, 맞아. 그리고 내가 구상하고 있는 건, 부서지지 않는 액체 형 골렘이지.”
주륵.
안토니오는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만약 메탈 슬라임의 성질을 가진 골렘, 그것도 고도의 전투가 가능한 골렘이 나온다면?
앞으로 레이드의 판도는 크게 뒤바꿀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짐코어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날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메탈 슬라임에는 아무런 전조도 보이지 않았다.
“예상이랑은 조금 다르군.”
짐코어는 적잖이 실망한 표정을 짓다가 곧 다량의 시약병을 꺼내 들었다.
주사기로 약을 뽑아 올린 그는 그것을 메탈 슬라임에 꽂아 투입했다.
그렇게 해서 어느새 바닥에 떨어진 시약병의 숫자는 20병 이상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큰 변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짐코어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흠, 원래라면 바로 효과가 오는 약일 텐데. 조금 더 기다려 봐야겠군.”
짐코어는 살아 있는 생쥐를 전부 박스에 넣어 둔 뒤 박스를 봉인했다.
“일단 차후에 경과를 보자고.”
“아, 알겠습니다. 근데 교수님?”
“뭔가.”
“투약한 약의 이름은 뭡니까?”
안토니오의 질문에 짐코어는 씨익 웃어 보였다.
“레이즈. 이 시대를 진보를 이끌 약이지.”
***
마탑 생활 열흘이 지났다.
시엘의 도움으로 미국 각지의 정보를 얻은 건우는 한 가지 묘한 사실을 알아냈다.
“……예상보다 더 깊이 전국 각지에서 개입해 있어.”
시엘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심각한 건가요?”
“그게…….”
건우는 난처한 표정을 짓다 곧 입을 열었다.
“사실 어떤 약의 출처를 찾고 있었어요.”
“비약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이미 그 사안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시엘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출처는 찾지 못했지만, 이 약이 캘리포니아의 한 군데에 몰려 있네요.”
“그 장소가 혹시…….”
건우는 참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이곳, 마탑이에요.”
“어,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시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했다.
“속임수예요. 약병의 이름을 바꿔 대량으로 사들인 거죠. 그 중심에 있는 게 바로 이 남자고요.”
시엘은 사진 속의 남자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짐코어 도밍게스.”
이름을 몇 번 더 되뇌던 그녀는 휘둥그레 눈을 뜨며 말했다.
“……안토니오! 안토니오가 위험해요!!”
***
깊은 어둠.
구체에는 뚜렷한 자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의욕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힘이 용솟음친다.
이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어떻게 해야 될까?
찍찍!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에 있는 쥐들이 어슬렁거렸다.
……거슬린다.
……먹고 싶다.
콰직!
구체는 가장 큼지막한 녀석을 낚아채 포식했다.
하지만 허기는 멈추지 않았다.
평소라면 소화시키는데 하루가 넘게 걸렸으나, 지금은 곧장 소화가 됐다.
배고파, 배고파!
콰직!
찌익!
생쥐들은 기겁하며 멀찍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왜 도망가?
움직여야 돼.
움직여야 먹을 수 있어.
쿠르르르르.
구체는 갑자기 물렁거리며 흐느적거리더니, 곧장 쥐의 형체로 변모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피부 색깔이 은색이었다.
어느 순간 그것은 눈을 붉게 빛냈다.
[기동을 시작합니다.]최약체의 몬스터가 가장 흉포한 몬스터로 진화한 순간이었다.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