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2)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81화
안토니오는 저릿한 한기에 몸이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
“…….”
그러나 몸을 떨면서도 그 시선은 한 군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콰앙!
A급 헌터인 질리엇마저 곤혹스럽게 한 메탈 슬라임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상대는 정체 모를 동양인이었다.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질리엇 역시 당황하는 게 역력히 보였다.
체구도 그보다 작았지만 존재감은 미국은 S급 헌터와도 비견될 것 같았다.
바로 그때.
또 다른 통로로 시엘이 헐레벌떡 뛰어 오더니 안토니오를 껴안았다.
“안토니오! 괜찮아?”
그녀는 울먹거리는 눈빛으로 안토니오의 양 뺨을 잡고 안색을 살폈다.
“괘, 괜찮습니다. 바, 박사님.”
안토니오는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며 말했다.
“그보다 저기 있는 남자…… 정체가 뭐죠?”
시엘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아직도 눈치 못 챘어? 한국의 S급 신참 헌터야.”
“최, 최건우?!”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안토니오가 쓰던 뿔테 안경이 흘러내렸다.
‘왜, 눈치채지 못했지?’
인식저해마법이 가까스로 깨진 거지만, 눈치챌 리는 만무했다.
시엘은 전투현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격렬하네. 내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겠어.”
눈앞에는 불꽃과 전기, 얼음, 바람 등이 난무하며 여러 차례 메탈 슬라임을 깨부수고 있었다.
“저게 격렬한 걸로 보인다고요?”
“응? 아니야?”
“당연히 아니죠!!”
안토니오는 흥분하여 드물게 시엘에게 소리를 높였다.
“왜, 왜 그러는데?”
그는 식은땀을 주륵 흘리며 말했다.
“저건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는 거라고요!”
그의 손가락은 미묘하게 짐코어와 건우의 얼굴을 가리켰다.
짐코어는 공포에 질려 도망갈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었다.
싱긋.
반면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고서 유유히 창을 휘둘렀다.
***
콰앙!
폭음이 줄기차게 마탑 연구동 내부에서 퍼져 나갔다.
폭발로 인해 비산한 메탈 슬라임의 점액이 순식간에 모이며 짐코어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그 크기는 5미터 크기까지에 이르렀다.
“네 이놈!!”
짐코어는 노기를 토하며 건우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고 했다.
서걱!
하지만 그의 몸에 빗금이 서리며 양 갈래로 갈라졌다.
그 상태로 건우의 마법이 작렬했다.
[파이어월을 발동했습니다.] [블리자드를 발동했습니다.]쩌적!
왼쪽 상반신은 동결돼 유리처럼 쪼개졌다.
화륵!
오른쪽 상반신은 그와 반대로 화염에 녹아 몸이 흐물흐물 녹아들었다.
다시 뭉치려고 하는 덩어리들은 상반된 성질 때문에 쉽사리 결합하지 못했다.
‘역시 핵을 쫓지 않으면 끝나지 않겠네.’
건우는 안력에 힘을 주었다.
[초감각을 발동했습니다.]일순간 건우는 극도로 발달된 감각을 통해 메탈 슬라임의 핵이 엿보았다.
형체는 새끼손톱처럼 작고 속도는 매우 빨랐다.
거기에 골렘의 기동석이 합쳐져 있었다.
세이비어가 자신의 분석한 걸 내용을 말했다.
-기동석의 힘을 빌려서 슬라임이 생각할 수 없는 공격까지 해 주는구나.
꿈틀.
슬라임의 핵이 빛을 발하더니 다시금 메탈슬라임의 점액이 뭉쳐졌다.
그 찰나의 순간, 건우는 창끝으로 꿰뚫을 수도 있었으나 창을 거두고 마법을 시전했다.
[기가 라이트닝을 발동했습니다.]쿠르릉 콰쾅!
푸른 벼락이 단숨에 슬라임의 점액을 까맣게 태워 재로 산화시켰다.
꿈틀.
메탈 슬라임은 다시 뭉치며 더욱 커졌다.
기동석을 통해 전투를 학습한다.
그리고 학습한 끝에 더욱더 강해진다.
메탈 슬라임의 육체는 그 강함을 즉각 반영한다.
그렇게 더욱 강해지고 변화할 수 있는 형체의 가짓수도 훨씬 많아진다.
콰앙!
하지만 이 모든 게,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메탈 슬라임은 이제 뭉치는 것만으로도 힘겨워 보였다.
뿐만 아니라 연구동을 가득 메울 것 같던 점액들도 점차 고갈됐다.
꿈틀.
적은 양의 슬라임 점액이 모이며 짐코어의 얼굴이 만들어졌다.
이제 그는 두려움에 찬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 이제 그만. 그만!! 이 괴물 새끼!”
짐코어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대체 뭐지? 이 인간은?
그는 짐코어가 생애를 바쳐 연구해 온 성과를 여지없이 망가뜨려버렸다.
“벌써 끝이야? 더 놀아보자고.”
건우는 간신히 얼굴 형상만 유지하고 있는 메탈슬라임에게 손을 얹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우웅.
순간 따스한 빛 무리로 인해 메탈 슬라임의 점액이 다시금 뭉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방금 전까지 위압을 풍기던 5미터의 형체로 돌아와 있었다.
“…….”
경이적인 힘에 짐코어는 너무 놀라 파르르 떨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드세게 건우를 덮쳤지만, 지금은 덮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쿠웅.
오히려 그 큰 덩치로 뒷걸음질을 치기까지 했다.
“네, 네놈! 뭐, 뭐하는 짓이야?!”
건우는 유유자적 걸어오며 말했다.
“특별히 핸디캡이야. 맨몸으로 싸워 줄 테니까. 와봐.”
“까, 까불지 마! 이 상태는 5성급 몬스터다! 맨몸으로 대적은 불가능해!!”
“정확히는 3성 몬스터야. 레이즈 과다 섭취로 폭주한 것뿐이고.”
콰앙!
말을 마침과 동시에 건우는 주먹으로 메탈 슬라임의 육체를 깨부쉈다.
주먹에는 물씬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꿈틀.
짐코어는 어떻게든 도망가기 위해 애썼으나,
[복원을 발동했습니다.]다시금 같은 방법으로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파르르르.
그 순간 메탈 슬라임의 육신이 흐물흐물 녹아들었다.
더 이상 이렇게 큰 형체로 있으면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복원을 발동했습니다.]그 몸도 곧장 원래 상태로 복원됐다.
“그만! 이제 그만! 차라리 죽여!!”
짐코어의 멘탈은 말 그대로 붕괴됐다.
영원히 이 숨 막힐 것 같은 고통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건우가 사뿐히 발을 내디디며 말했다.
“시작은 당신 마음이지만 끝내는 건 내 마음이야.”
절망적인 선포.
짐코어에게는 더 이상 도망치는 것도 숨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으아아아아악!”
결국 그는 비명을 내지르며 무려 1시간 넘게 고통을 겪어야 했다.
꿈틀.
“흠 그럼 약을 얻게 된 경위를 살펴볼까나.”
짐코어의 정신이 거의 폐인에 다다를 때쯤, 건우는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메모리 리딩을 발동했습니다.]***
마탑의 연구동에서 벌어진 소동은 종결됐다.
“프, 프린세스. 몸은 괜찮습니까?”
연구동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일제히 시엘과 그 무리를 감쌌다.
“……네. 괜찮아요.”
시엘은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질리엇까지 다들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
그들은 눈 밑에 그늘이 진 채로 고개를 돌려 질문을 회피했다.
“그럼 전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뒤는 잘 부탁드릴 게요.”
건우가 무리에게 말을 던진 뒤 빠져나가려고 하자,
“잠깐! 어딜 멋대로 가려고 해!”
경비원 중 한 명이 건우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냥 놔줘.”
그러나 이어진 질리엇의 말에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지, 질리엇 왜 그래?”
“……아무것도 묻지 말고 놔줘.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질리엇은 시가를 입에 물며 불을 피웠다.
시가를 붙들고 있는 손은 미미하게 떨고 있었다.
“그,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는 얌전히 건우에게서 떨어졌다.
건우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시엘이 불러 세웠다.
“거, 건우 씨!”
스윽.
부르는 소리에 건우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포근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성격 나쁜 거 알고 계시죠?”
“딱 적당히 나쁜 것 같습니다.”
“안토니오를 구해 주셔서 감사해요. 이 은혜는 꼭 갚을 게요.”
“빚은 퉁 친 걸로 할 게요.”
“원래 마음의 빚은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거예요.”
그녀가 정겹게 웃자, 한순간 주변이 샤방샤방해졌다.
“…….”
남성을 비롯해 뭇 여성들까지 얼굴을 붉힐 정도로 그녀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부탁할 일 있으면 찾아올게요.”
“네. 근데 지금은 어디로 가실 생각인가요?”
“옛 악연을 만나러 갈 참입니다. 며칠 동안 없으셔도 찾지 말아주십시오.”
“네?”
‘미국에 친구 분이 있으신 건가?’
시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건우의 등을 쳐다봤다.
***
도시의 골목.
가로등조차 밝혀지지 않는 거리.
그곳에는 퇴폐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각성자들이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한 골목상가였다.
“자, 여기.”
그곳에서는 한 무리가 비약을 팔고 있었다.
약의 이름은 레이즈.
수명을 대가로 힘을 증폭해 주는 약이었다.
엄청난 부작용이 있음에도 이 약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폭증되었다.
“크크크크 오늘도 쏠쏠한데.”
중국계 상인인 점주 장위안은 사장실에서 달러를 뭉텅이로 집어 지폐를 세고 있었다.
끼익.
그때, 문이 열리며 건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위안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넌 뭐야?”
“너한테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찾아왔어.”
그러자 장위안은 혀로 윗입술을 핥았다.
“뭔데? 레이즈가 필요한 거야? 얼마나 필요한데? 지금 한창 가격이 올랐거든.”
건우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거라면 다 깨뜨렸어. 여기서 장사하고 있는 놈들은 모조리 두들겨 팬 참이고.”
“……뭐?”
장위안은 당황하는 대신 재빨리 상황 파악에 나섰다.
농담이라고 치기에는 주변이 너무 고요했기 때문이다.
얼핏 문밖의 풍경이 엿보였다.
쓰러진 부하들.
바닥에 후두둑 떨어진 핏방울들.
“…….”
상황 파악은 끝났다.
도망갈 일만 남았다.
쨍그랑!
장위안은 급히 지폐를 집어던지며 창문에 몸을 던졌다.
건우는 그대로 손을 내뻗었다.
[역중력 마법을 발동했습니다.]그러자 장위안의 몸이 허공에 붕 뜨더니 그대로 건우의 발치까지 끌려왔다.
“끄으, 이, 이게 어떻게?”
장위안은 저항하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건우는 그런 그의 이마 위로 검지를 올렸다.
“뭐, 뭐 하려는 수작이야!”
건우는 딱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이런 걸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넌 쓰레기니까 상관없겠지.”
“지금 뭐…….”
장위안이 발끈하려는 찰나, 건우의 검지에서 마력이 피어올랐다.
[마인드 컨트롤을 발동했습니다.]“끄으으으윽!”
장위안은 몸에 경련을 일으키더니 곧 풀썩 고개를 수그렸다.
***
애리조나, 스코필드 저택.
빌라이언은 모처럼 연구를 멈추고 케이크 감상에 빠져 있었다.
그의 앞에는 수십 개의 다양한 종류의 케이크가 놓여 있었다.
그는 지금 막 뉴욕치즈 케이크를 입에 넣고 있었다.
“냠. 이것도 맛있네.”
한창 케이크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집사가 다가왔다.
“레이즈에 대해서 문의하고 싶다는 도매업자가 찾아왔습니다.”
빌라이언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또 어떤 놈이 기어 들어온 거야?”
레이즈.
그것은 분명 그가 제조한 약품이었다.
출처를 은닉했으나 가끔 존재한다.
그 출처를 알아내고 찾아오는 도매업자들이…….
물론 그들 중에서 살아 돌아간 사람은 없었다. 정보 은폐 목적 이전에 그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이걸 전해 주면 마음이 바뀔 거라고 했습니다.”
“훗, 뭔데?”
빌라이언은 집사가 내민 서신을 읽다가, 곧 눈매를 좁혔다.
“……데리고 와.”
잠시 후 저택 안으로 한 남자가 들어왔다.
몸 곳곳에 문신을 한 아시아인이었다.
‘평범한 놈인데? 근데, 어떻게 이클립스 시대 문자를 알고 있지?’
빌라이언은 눈매를 좁히며 편지를 다시 한번 읽어 보았다.
[넌 나를 찾게 될 거야.]편지에 적힌 글자는 이 세상에 현존하는 문자가 아니었다.
이미 멸망한 세계의 문자였다.
“넌 누구지?”
아시아인은 입꼬리를 싱긋 올리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빌라이언.”
“…….”
빌라이언은 침묵을 지켰다.
그의 입에서 나온 언어 역시 멸망한 세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였다.
“아니. 사제트라고 해야 되나?”
“……?!”
놀랍게도 그는 빌라이언의 정체를 간파하고 있었다.
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