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3)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82화
“…….”
두 사람 사이로 적막한 분위기가 흘렀다.
빌라이언은 천천히 입을 뗐다.
“……정체가 뭐지?”
“글쎄?”
그에 장위안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나, 그 모습은 어디까지나 겉보기에 그러할 뿐, 장위안의 의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바로 건우의 사념이었다.
건우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손님 대접이 개판이네. 너 이렇게 단 거 많이 먹으면 당뇨 걸린다.”
그러고는 바닥에 놓여 있는 케이크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맛은 물론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빌라이언을 도발하기 위한 심산이었다.
“……어디서 어슬렁거리는 애송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죽여 버리기 전에.”
도발은 성공적이었다.
건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못할걸. 넌 내가 누군지 엄청 궁금할 테니까.”
“…….”
빌라이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장소를 옮기지.”
스코필드 저택의 응접실.
테이블에는 진귀한 음식이 가득했다.
꽤 융숭한 대접으로, 건우의 지적을 신경 쓴 듯 보였다.
물론 거기에는 환영의 의미는 결여돼 있었다.
마치 최후의 만찬이 무엇임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이런 호화로운 대접에도 정작 건우는 홍차 한 모금만 입에 머금을 뿐이었다.
뚜벅뚜벅.
건우는 집 주변에 기웃거리는 집사와 메이드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숫자는 대략 7명.
모두 젊고 용모가 빼어났다.
그런데 안색이 대체적으로 창백했다.
“여전히 시체들 가지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네.”
그 정체는 구울.
빌라이언에 의해 제조된 썩지 않는 구울이었다.
“대화를 하고 싶다면, 더 이상 까불지 마.”
빌라이언의 반응은 아까와 판이하게 달랐다.
그는 접시에 놓인 와플에 꿀을 잔뜩 버무려 한 입 물고 있었다.
‘도발은 여기까지군.’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빌라이언은 건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부르기 불편하니까 통성명부터 하지. 가명도 상관없어.”
건우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광대라고 불러.”
“좋아, 광대. 너는 어떻게 내 정체를 알고 있지?”
“난 전생을 기억한 각성자야. 그래서 이클립스 때 너희가 벌인 참상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지.”
빌라이언은 심각한 낯빛으로 턱을 매만지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광대. 나를 찾아온 용건은?”
그 말에 건우는 고개를 저으며 답을 거부했다.
“이번에는 내가 질문할 차례야. 이런 건 공평해야지.”
“……성가신 녀석.”
빌라이언은 팔짱을 끼었고 건우는 질문을 던졌다.
“넌 어떻게 이곳에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이클립스 시대가 멸망한 후에는 줄곧 탑에 있었다. 다시 ‘뱀’의 명령으로 이곳에 온 거지. 충분한가?”
빠득!
건우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그렇게 세상이 싫으면 탑에 갇혀 살면 될 거 가지고 어렵게 사네.”
빌라이언은 건우의 말을 흘려들었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그 자신이 질문을 던질 차례였기 때문이다.
“넌 지금 무슨 꿍꿍이로 나를 찾아온 거지?”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한 단어를 내뱉었다.
“……디아도스.”
콰앙!
순간 빌라이언은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 거지?”
모든 걸 귀찮게만 여겼던 동공이 처음으로 파르르 떨렸다.
건우는 홍차를 들이켜며 입을 뗐다.
“반응을 보니까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네. 넌 지금 이곳에서 디아도스를 강림시키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
부정할 수 없는지 빌라이언은 침묵을 지켰다.
건우는 혀를 차며 말했다.
“난 그걸 막으려고 이곳에 온 거야. 대답으로 충분했나?”
“네까짓 게 나를 막겠다고?”
빌라이언의 안면근육이 파르르 떨렸다.
“그래. 막을 거야. 그리고 너희를 파멸시킬 거야. 반.드.시.”
또박또박 내뱉는 마지막 한 마디에 빌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네까짓 것 하나 힘으로 나를, 그리고 디아도스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건우는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했다.
“어렵겠지. 하지만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더라고.”
“호오? 대체 무슨 수로?”
씨익.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디아도스가 강림하기 전에 널 없애면 모든 게 끝나.”
“뭐?”
그 대답을 이해하기도 전에 건우의 뒤에 있던 집사와 메이드가 도끼와 전기톱을 휘둘렀다.
푸욱! 쏴아!
두개골이 깨지고 팔이 절단되며 피가 튀었다.
장위안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머리에 도끼가 박혀 있는 그 모습은 처절했으나, 그럼에도 건우는 마지막 말을 잊지 않고 장위안의 입으로 말했다.
“습격은 지금 이 순간부터야.”
“……?!”
빌라이언은 휘둥그레 눈을 떴다.
동시에 창문 밖에서부터 검붉은 빛이 맹렬하게 투과됐다.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빛의 파동이 스코필드 저택을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졌다.
“콜록.”
콘크리트 더미와 기둥, 그리고 그 외 구조물들이 말 그대로 파괴됐다.
저택 안으로 자욱하게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집사와 메이드들은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그 덕에 빌라이언은 비교적 무사히 살아남았지만, 그는 빠득 이를 갈았다.
‘여길 어떻게 뚫고 온 거지?!’
그의 머릿속은 지금 두 가지 이유로 혼란스러웠다.
첫 번째로는 대체 그 누가 미국에서 스코필드를 습격할 생각을 한단 말인가.
그동안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빌라이언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스코필드 가문의 모든 인력은 오직 구울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나 모를 습격을 대비해 정원에는 오우거 시체로 만들어진 좀비도 있었다.
즉 경비 레벨로 치면 S급도 난항을 겪을 난공불락의 요새가 바로 스코필드 저택이었다.
그는 무너져버린 벽을 통해 밖의 풍경을 살폈다.
그곳에는 수많은 좀비가 허공을 날아다니는 가고일 무리와 교전을 치르고 있었다.
콰앙!
그뿐만 아니라 거대한 아이스 골렘 4기가 좀비들을 파죽지세로 휩쓸고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거대한 염소 악마가 서 있었다.
언뜻 봐도 이 무리를 통솔하는 우두머리 몬스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택을 반파시킨 것은 필시 저 염소 악마일 것이다.
“해 보자, 이거군.”
흥분한 빌라이언이 그대로 손아귀를 허공에 뻗었다.
사아아악!
그러자 수많은 사령이 튀어나오더니 그에게 뼈다귀로 이루어진 기다란 완드를 가져다 바쳤다.
스컬 헤드.
그것은 그의 상징이며 동시에 강대한 무구였다.
타닥.
빌라이언은 그대로 스컬 헤드로 땅바닥을 두들겼다.
그러자 20여기의 데스 나이트와 팬텀 스티드가 소환됐다.
그뿐만 아니라 무덤의 흙이 파헤쳐지며 수많은 구울들이 튀어나왔다.
“전부 죽여!”
빌라이언의 명령에 망령의 군단들이 일제히 진격했다.
바포메트는 곧장 양손을 땅에 짚더니 길쭉한 두 뿔을 앞으로 향했다.
콰앙!
발굽을 있는 힘껏 차 데스 나이트 무리와 격돌했다.
콰아아앙!
검은 질풍으로 돌변한 바포메트의 일격은 단숨에 데스나이트 무리를 박살 냈다.
고오오오오오!
“크윽.”
빌라이언은 신음 소리를 토해 내며 다시 한번 스컬헤드를 땅바닥에 두들겼다.
쿠구구구구구.
땅에 그려진 검은 마방진에서 튀어나온 것은 크기가 7미터에 이르는 킹스켈레톤 3기였다.
킹스켈레톤들은 일제히 거대한 검을 바포메트를 향해 내리찍었다.
콰아앙!
바포메트가 즉각 허공에 낫을 소환해 막아 냈다.
분명 덩치와 중량은 킹스켈레톤이 우위에 있다.
한데 어떻게 된 일일까?
끼기기긱!
바포메트는 조금도 밀리지 않고 킹스켈레톤 3기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뭐야? 저 자식은…….”
그 무시무시한 저력에 빌라이언은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뚜벅뚜벅.
그때, 격전 중에서 유유히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발걸음은 마치 놀러 온 것처럼 가뿐했으며, 얼굴에는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하얀 바탕, 두 눈 밑에는 눈물과 별 마크가 새겨진 가면이었다.
그는 어느새 빌라이언의 전면에 버젓이 서 있었다.
“……광대.”
“안색이 많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빌라이언은 인상을 찡그렸다.
“네놈이 벌인 해괴한 짓 때문에 영 기분이 안 좋아.”
광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박했다.
“그게 너희가 해 왔던 짓들이야.”
“그건 상위종이 하위종을 잡아먹는 당연한 진리다.”
“상위종? 너도 똑같은 인간이었을 텐데?”
광대의 물음에 빌라이언은 광기 어린 눈으로 말했다.
“그래서 난 하위종에서 진화한 상위종인 거야.”
“아하!”
광대는 이해했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반박했다.
“그럼 내 입장에서 너는 하위종이니까 죽어도 상관없는 거네.”
빌라이언은 싸늘한 눈빛으로 광대에게 선포했다.
“기어오르지 마라. 벌레. 네놈은 오늘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죽여주마.”
“아이쿠, 무서워라.”
끝까지 조롱거리는 말투에 빌라이언은 희번뜩 눈을 떴다.
“썩어 없어져라.”
타악!
그가 다시 한번 스컬헤드로 바닥을 두들겼다.
쿠구구.
바로 그 순간 저택의 창문이 송두리째 깨지며 검은 삭풍이 광대를 덮쳤다.
“끄어어억!”
적아를 가리지 않는 삭풍과 맞닿은 좀비들은 그대로 썩어 사라졌다.
디케이 윈드(Decay wind)
모든 것을 썩게 만드는 부패의 바람이 전방 좌우에서 쏟아졌다.
[사이클론을 시전했습니다.]콰콰콰쾅! 후우우웅!
하지만 바람이 직격하기 전, 광대의 주변에서 일어난 강렬한 돌풍이 디케이 윈드를 막아 냈다.
콰지지직!
바람에 휩쓸린 저택은 다시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격돌하던 소용들이 사그라졌다.
뚜벅.
부서진 터전에 발을 내디딘 광대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투지를 발휘하던 빌라이언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흐음. 그새 상황 파악을 하고 도망갔나 보네.”
-멀리는 못 갔을 거다. 쯧쯧. 한심하게 그걸 놓쳐?
세이비어의 타박에 광대, 아니 건우는 푸념 어린 소리를 내놓았다.
“……사제트는 강하다고요.”
현시점에서 선제공격을 한 건우는 확실히 우위에 있다.
그렇다고 절대적인 우위는 아니다.
빌라이언과 건우.
이 둘의 전력을 비교했을 때, 거의 엇비슷했다.
방금 전, 디케이 윈드를 막아 낸 것도 가뿐하게 막은 듯 보이지만, 사실 전력을 다해 막은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최강의 네크로맨서, 빌라이언의 저택.
빌라이언은 아직 자신의 전력을 다 내놓지 않고 있다.
“굳이 도망친 이유를 따지자면, 꼭 도망쳐야만 되는 이유가 있는 거고.”
-아마 디아도스 강림과 관련돼 있을 게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빌라이언은 이기적이고 오만하다.
그의 성질대로라면, 곧바로 건우와 정면충돌을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 그가 도주했다는 것은 뭔가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루어야 할 일.
지금 시점에서 그 목적을 추측하면, 디아도스의 강림과 엮을 수밖에 없다.
-디아도스를 만나기 싫으면 반드시 처치해야 될 거다.
“그럴 참입니다.”
건우는 즉각 발을 박차 빌라이언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
예측치 못한 터무니없는 강자의 습격.
그 상대로부터 도망쳤다는 것에 빌라이언은 수치심과 분노가 솟구쳤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격전을 치르고 싶었지만,
‘아직 안 돼. 게이트 작업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소모전을 벌일 수는 없어.’
라고 되뇌며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그대로 저택 내부를 거닐다 자신의 공방 문을 열어젖혔다.
쿠구구구구.
안쪽에는 탁한 검은 피부를 지닌 한 인간이 서 있었다.
그는 몸 안에서 용솟음치는 주체할 수 없는 힘 때문에 희열로 가득 차 있었다.
빌라이언은 그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눈앞에 있는 사내는 그의 연구의 결정체.
스코필드의 연구와 예산이 집중돼 만들어 낸 최강의 생체병기였다.
아마 저 정도 힘이면, 미국의 S급 헌터도 종횡무진 휩쓸고 다닐 것이다.
빌라이언은 피식 웃으며 사내에게 질문을 건넸다.
“……기분은 어떻지? 선우진?”
선우진은 어렵사리 입을 뗐다.
“최고야. 지금 당장이라도 이 힘을 발휘하고 싶어.”
빌라이언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때야.”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