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4)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83화
갑작스런 야밤의 추격전.
거대한 스코필드 저택을 누비던 중 건우의 귀걸이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니제르의 귀걸이가 현 상황에 위험을 경고합니다.]-그워어어어어.
함정이라도 건드린 건지 복도 전체에서 사령이 건우를 급습했다.
건들기라도 했다가는 각종 저주에 시달릴 터지만
[사이클론을 발동했습니다.]양손에서 빠져나온 회오리바람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복도 전체를 갉아먹었다.
-크아아아아악!
사령들의 대다수가 죽음을 맞이한 가운데.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병과 철제검을 하나씩 꺼내 들었다.
-등급: 유니크
-설명: 데일라잇 신전에서 제조된 성수
-내구도: 15/15
*무기에 인챈트 가능, 일정시간 동안 성검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언데드 몬스터가 포션에 노출 시, 정화돼서 기능이 정지한다.
“퉤!”
건우는 이빨로 성수 마개를 뽑아 뱉더니, 곧 철제 검에 성수를 퍼부었다.
[양제철검이 신성 속성이 부과됩니다.]순식간에 철검은 성검으로 변화했다.
건우는 검 자루를 힘껏 쥐고 전력을 다해 휘둘렀다.
니제르 오식, 혈화.
섬광처럼 난무하는 금빛의 검격에 사령들은 일제히 소멸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간만에 듣는 반가운 소리에 건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이상 레벨업을 하려면, 5에서 6성급 던전을 돌아다녀야 되겠네.’
-앞에 수상한 기척이 느껴지는구나.
건우는 달리는 도중 들려온 세이비어의 경고에 즉각 발을 멈춰 세웠다.
쿠구구구구.
그곳에는 검은 마검에 갑주를 걸치고 있는 남자가 서 있었다.
검고 탁한 피부.
근육질로 가다듬은 체구.
전신에는 심상치 않은 보랏빛 마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건우는 휘둥그레 눈을 떴다.
상대가 너무나 낯익은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선우진?’
세이비어는 딱하다는 음성으로 말했다.
-힘을 대가로 타락한 성기사라 어리석어. 실로 어리석어.
그는 단번에 선우진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속성으로 얻은 강대한 힘.
그 힘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
선우진이 내준 대가는 바로 끊임없는 운명의 굴레였다.
저 힘은 수명을 갉아먹는다.
수명을 연명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
처음에는 한두 명을 살해하는 걸로 끝이 날 거다.
하지만 그 끝이 존재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죽여야 될 인간이 천 명은 족히 채워야 될 것이다.
대가는 결단코 몬스터를 잡아서 충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선우진은 희열이 가득 찬 표정으로 건우에게 말했다.
“습격자가 네놈이냐? 얄미운 가면을 쓰고 있군.”
건우는 이마를 매만졌다.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변했냐?”
“꼭 죽여야 될 놈이 있거든.”
“……그게 나냐?”
건우는 한숨을 쉬다가 곧 가면을 벗었다.
“최건우?!”
건우의 얼굴을 알아본 선우진은 눈을 부릅떴다.
그러다가 곧 격정에 취해 입을 열었다.
“네놈! 끝까지 나를 방해할 수작이냐! 그래서 이곳을 습격한 거구나!!”
건우는 선우진의 제멋대로인 추측에 선을 그었다.
“나는 스코필드를 무너뜨리러 온 거야. 좋은 말로 할 때 꺼져. 너한테 볼일은 없어.”
선우진이 충혈된 눈빛으로 말했다.
“어디까지 나를 내려다볼 심산이냐!”
콰앙!
그러고는 힘껏 마검을 휘둘렀다.
검은 섬광이 복도를 가르며 건우에게 치달았다.
쇄액!
건우는 성검으로 검격을 베어 가르며 자세를 잡았다.
선우진은 격분하며 입을 열었다.
“네놈은 내 형을 죽였어! 그리고 누누이 나를 엿 먹였지!”
잠잠히 이야기를 듣던 건우는 왼손을 허리에 올리며 말했다.
“그래서? 너희들이 잘했다는 거냐?”
추적은 포기.
지금은 온 신경을 선우진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건우의 말에 선우진이 광기어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크크크 역시 네가 죽였구나. 우리 형을 크크크.”
“그렇다면 어쩔 거지?”
콰아아앙!
선우진은 대답 대신에 건우에게 접근해 검을 휘둘렀다.
끼깃! 콰앙!
힘이 어찌나 세진 건지, 건우는 일방적으로 밀려 날아갔다.
“아 손목 아파. 힘 더럽게 세네.”
가장 크게 데미지를 입은 건 성수를 불어넣은 철검이었다.
선우진이 들고 있는 마검을 이길 수 없었는지 이가 나가 허물어져 있었다.
[복원을 발동했습니다.]하지만 검신은 곧 새살이 돋은 것처럼 복원됐다.
“이전의 나랑 비교하지 마! 난 너를 죽이기 위해 악마한테 영혼까지 팔았으니까. 크크크.”
“그 시간에 반성을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걸.”
“그 입 닥치지 못해!!”
사락!
순간 선우진의 등에서 피막의 날개가 솟아났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타락한 성기사였다.
‘이건 좀 성가시겠네.’
건우는 쯧 혀를 찼다.
스코필드 가문의 저택을 습격할 때, 전력을 쏟아부은 나머지 마력이 거의 다 고갈됐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 선우진은 쉽사리 제압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해졌다.
단순히 전력만 비교하면, 선우진이 빌라이언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었다.
“사제트를 죽이려고 남겨 둔 힘이지만 어쩔 수 없겠네.”
건우는 왼쪽 손목을 빙그레 돌리며 인벤토리에서 크루엘의 마검을 꺼내 들었다.
“쌍검술? 크크크, 까불지 마!”
선우진은 가소롭다는 듯 왼쪽 손아귀에 마력 구체를 생성했다.
매직미사일과 유사한 구체 형태의 흑빛의 마력.
그러나 위력은 매직미사일 따위를 훨씬 능가했다.
콰콰콰콰콰쾅!
건우는 허리를 굽혀 재빨리 구체를 피했다.
쇄액!
그러자 선우진은 건우의 회피를 예측하고서 검을 휘둘렀다.
카앙!
건우는 가까스로 검을 교차해 마검을 막아 냈다.
압도적인 힘, 그리고 터무니없는 스피드에 정신이 어지러웠다.
캉! 캉! 캉!
건우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검격을 막는 데 급급했다.
[초감각을 발동했습니다.] [헤이스트를 발동했습니다.] [근력증가 마법을 발동했습니다.]그러나 건우가 보조마법으로 전력을 증강시키자 상황은 급변했다.
쇄액! 카앙! 카앙! 카앙!
선우진의 속도를 따라잡은 그는 정신없이 검무를 펼쳤다.
제 3자 시점에서 본다면, 이들의 고속이동은 식별할 수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자리에는 오직 격철 소리와 함께 불똥만이 튀길 뿐이었다.
카아아앙!
건우는 양검을 교차해 선우진의 검을 막아 냈다.
“으아아아아악!”
어느새 선우진은 전신이 검은 마력에 둘러싸여 악마 같은 형체를 하고 있었다.
힘이 점차 강해졌다.
선우진은 그 힘을 이용해 힘껏 건우를 내동댕이쳤다.
콰아앙!
건우는 무려 저택 벽을 부수며 10미터 넘게 밀려 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선우진의 손아귀에서 아까보다 더 강한 마력구체가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쾅!
수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못해도 수백 발, 많게는 천 발까지 퍼부어졌을 것이다.
쿠르르르르르.
그로 인해 저택을 지탱하던 구조물까지 분쇄되었는지 천천히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크크크크크.”
선우진은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띠었다.
‘이게 S급의 힘인가. 크크크크 이 정도면 한국, 아니 세계최강의 힘이야.’
그는 주체할 수 없는 힘에 취해 있었다.
뚜벅뚜벅.
그때 공격을 당한 건우가 먼지를 털며 걸어왔다.
코트를 비롯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모습이 마치 너덜너덜한 걸레 같았다.
“진짜 피곤하게 한다. 너희 일가.”
“이번에는 피곤하지 않게 죽여주지.”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뭐?”
의기양양 한 건우의 모습에 선우진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아주 찰나의 순간,
콰직!
순식간에 선우진의 두 날갯죽지는 건우의 칼날에 찢겨 날아갔다.
니제르 육식.
섬전양익(Light wings)
마검과 성검이 제각각 빛을 발함과 동시에 흑백의 검격이 교차한 것이다.
‘우,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어!’
당황한 나머지 선우진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하나, 그것도 잠시. 당황은 분노로 변하여 더 큰 힘을 뿜어냈다.
“으아아아아악!”
꿈틀!
선우진의 등에 더욱 큰 날개가 돋아났다.
이 날개만 저으면,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건우를 유린할 수 있다.
이것은 100퍼센트에 가까운 직감이었다.
그러나 날개를 펄럭이기도 전에, 두 날개에 마방진이 펼쳐졌다.
“뭐?!”
[중력마법을 발동했습니다.]콰앙!
“크아아아악!”
순식간에 무거워진 날개 때문에 선우진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푸푹!
잇달아 건우의 손에 쥐어진 성검과 마검이 그의 날개를 꿰뚫더니 그대로 벽에 박혔다.
“아파, 아파! 젠장!!”
선우진은 고통에 절규하며 몸부림을 쳤다.
뚜벅뚜벅.
그때 건우가 피가 흐르는 입가를 스윽 닦으며 선우진에게 걸어왔다.
덜덜덜.
선우진은 몸을 떨었다.
어째서?
전력을 다했는데 이길 수 없는 거지?
쿠구구구구구.
“오지 마!”
선우진은 양손아귀에 밀집된 마력구체를 건우에게 퍼부었다.
[앱솔루트 실드를 발동했습니다.]콰콰콰콰쾅!
그러나 지면에 선을 그으며 생성된 앱솔루트 실드에 공격은 모조리 무산됐다.
공포에 사로잡힌 선우진이 파르르 떨며 말했다.
“오, 오지 말라고! 이 새꺄!”
건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착각한 게 하나 있는데, 이건 게임이 아니야.”
“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네가 끝내달라고 해서 끝내는 게 아니야. 그걸 정하는 건 나야.”
건우는 싱긋 웃으며 선우진을 향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두근, 두근.
정신까지 궁지에 밀리자 선우진 감정은 오히려 극대화됐다.
그것은 모든 것을 바쳤음에도 이길 수 없는 강적에 대한 투지이기도 했다.
“죽여 버리겠어!!”
빠직, 빠직, 콰앙!
용솟음친 검은 마력은 이내 선우진의 모습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그것은 크기가 대략 8미터 다다르는 거대한 악마였다.
검은 마력으로 뒤덮인 선우진은 그대로 건우의 팔을 덥석 물었다.
-크크크크크, 너는 이제 끝이야.
그리고 있는 힘껏 턱에 힘을 주었다.
콰직!
하지만 팔은 뜯기지 않았다.
‘시, 실드?!’
까드드득!
왜냐하면 실드가 중첩되며 건우의 팔에 보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건우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선우진을 바라보았다.
“설마 내가 미쳤다고 너한테 팔을 내줬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리고 그 상태로 손아귀에 마력을 밀집해 마법을 전개했다.
[아이스 포그를 발동했습니다.]사아아아악!
서리가 낀 새하얀 안개가 순식간에 선우진의 체내를 얼려 버렸다.
장기가 송두리째 얼기 시작하자, 선우진은 동공을 파르르 떨었다.
“그, 그만! 이제 그만해! 이 새꺄!”
건우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네가 포기했으면 진작 끝났어. 그러니 이 지긋지긋한 인연도 여기서 끝내자고.”
“최건우!!”
선우진은 끝까지 건우에 대한 원망을 내뱉었다.
쩌적!
그와 동시에 선우진의 몸을 두른 검은 마력에 새하얀 성에가 끼며 통째로 얼어붙었다.
두근.
미미하게 뛰던 선우진의 심장이 그대로 멈췄다.
대결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와 동시에 이 둘의 대결이 끝나길 기다린 것처럼.
콰르르르릉 콰쾅!
스코필드의 대저택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건우는 얼어붙은 선우진을 등진 채,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에게 안타깝다는 어조로 말을 걸어왔다.
-앞으로 골치 아파지겠구나.
“그러게요. 이번에 끝냈어야 됐는데.”
건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저택을 빠져나갔다.
***
어두운 골목.
순조롭게 모든 게 끝나길 기다렸던 사내에게 절망적인 소식이 통보됐다.
화륵! 파앗!
활활 불타오르는 인형.
그것은 선우진의 죽음을 뜻했다.
몸에 검은 로브를 두르고 뼈다귀로 이루어진 완드, 스컬 헤드를 지팡이 삼아 대기하고 있던 빌라이언은 한숨을 쉬었다.
“하루 만에 거지꼴로 전락하고 말았군.”
이것으로 미국에서 아지트를 삼은 스코필드 가문은 붕괴됐다.
그렇다고 다시 되살릴 수도 없었다.
또 어디선가 소식을 접한 광대가 그를 처치하기 위해 쳐들어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잠시 의욕이 없던 표정에는 이내 분노와 투지가 활화산처럼 치솟아 올랐다.
그는 결심을 세우며 중얼거렸다.
“유희는 끝이다. 이제부터는 디아도스와 함께 이 미국을 멸망시킬 테니까. 한 번 막아보시지. 광대.”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방심 또한 하지 않겠다.
뚜둑.
그는 주먹의 관절을 풀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네놈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죽여주겠다.”
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