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5)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84화
미국 사회는 모처럼 큰 화제에 떠들썩거리고 있었다.
TV 화면 속에는 애리조나의 풍경과 함께 무너져 내린 대저택이 보였다.
화면에는 영어로 여러 문구가 쓰여 있었다.
「한때, 미국 사회를 주름잡던 헌터 가문, 스코필드의 몰락」
「의문의 몬스터의 습격? 혹은 다른 각성자의 테러? 수십 개의 추측 난무」
「가문의 가주, 빌라이언 스코필드 외 다수가 행방불명」
TV 속 여자 앵커는 흥분하며 현장에 있는 기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탑의 생명체에게 괴멸된 거 아니냐는 엉뚱한 발언까지 나왔다.
마탑에 비치된 패스트푸드점.
우걱우걱.
춘삼이 아침 대용으로 치즈버거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형님. 세상이 참 뒤숭숭하네요.”
“넌 뒤숭숭해도 잘 살아남을 거다.”
건우는 아메리카노를 홀짝였다.
그때 테이블로 새하얀 여우정령이 풀쩍 올라왔다.
건우는 씨익 웃으며 여우정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뀨우.
기분이 좋은지 여우정령은 건우의 손에 머리를 맡겼다.
겉모양은 푹신푹신한데, 만지면 마치 차가운 얼음덩어리 같은 느낌이다.
“어머 건우 씨 여기 있었네요. 같이 합석해도 될까요?”
뒤이어 시엘이 쟁반을 들고 건우에게 다가왔다.
“그럼요.”
건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춘삼은 황급히 자신의 자리를 양보해 주었다.
“여기 앉으십시오!”
“고마워요.”
시엘은 자리에 앉은 뒤, 건우에게 말했다.
“……짐코어 도밍게스 교수는 마탑에서 영구제명 처리됐어요. 건우 씨의 활약에 대해서는 질리엇과 안토니오 밖에 모르고요.”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 만에 내려진 결론이었다.
“후우, 다행이네요.”
그녀의 말에 건우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금 미국에서 눈에 띄면 여러모로 곤란했다.
사제트를 추적하는 일에 큰 지장이 생길 게 뻔했기 때문이다.
시엘은 햄버거를 조그맣게 한 입 깨물어 먹었다.
그걸 본 건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엘프가 햄버거를 먹어도 됩니까?”
숲의 종족, 엘프.
그들의 채식만 하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 건 다소 특이한 일이었다.
시엘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이 고기는 콩으로 만들어진 거라 괜찮아요. 그보다 건우 씨. 잠깐 긴히 할 말이 있는데요.”
“네?”
귓속말을 하기 원하는 제스처에 건우가 고개를 앞으로 내밀자 시엘은 조그맣게 속삭였다.
“……저거, 건우 씨가 한 거죠?”
그녀의 시선은 TV 화면 속에 무너진 스코필드 대저택을 향해 있었다.
“……제가 무슨 수로 저런 일을 벌여요?”
내심 부정하면서도 마음이 찔렸는지 건우는 살짝 시선을 내리깔았다.
“레이즈 출처에 대해 조사하다가 간신히 알아냈거든요. 스코필드와 연관돼 있는 것을.”
“……그런가요? 빨리 이야기해 주셔도 됐었는데?”
건우는 경직된 웃음으로 이 상황을 무마했다.
레이즈의 출처는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수많은 점조직과 복잡한 유통망, 그리고 널따란 미국 땅.
이 세 요소가 레이즈의 출처를 혼동시키고 있었다.
건우가 레이즈의 출처를 알아낼 수 있던 것은 어디까지나 처음부터 스코필드 가문을 범인이라고 단정 지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령을 활용해서 알아낸 건가?’
건우는 미심쩍은 눈길로 시엘을 쳐다봤다.
시엘은 그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건우 씨 오늘 일정은 어떻게 되나요?”
“딱히 없습니다. 오늘은 조금 쉬고 싶어서요.”
거짓 없는 솔직한 마음이다.
마음 같아서는 빌라이언, 아니 사제트를 찾고 싶었지만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하룻밤 사이 너무 많은 힘을 소진했기 때문이다.
물론 마력은 마나스킨과 에르모스의 문장의 힘으로 회복하고 있다.
그렇지만 피로까지 감안한다면 반나절은 푹 쉬어야 했다.
‘그 녀석도 당장은 활동을 재개할 수 없을 테고.’
시엘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우에게 제안했다.
“그럼 시험 한 번 보지 않으실래요?”
“……네?”
뜬금없이 뭔 시험?
“아니요. 괜찮은데요.”
뭔 시험인지 들어 보지도 않았지만 건우는 거절했다.
단호한 거부에 시엘은 조금 당황해했다.
“하, 한 번 이야기는 들어 주세요.”
시엘이 울먹이는 눈빛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심쿵.
눈물을 머금은 그녀의 표정에 춘삼이 무너졌다.
“……형님. 매사 그렇게 차갑게 굴면, 여자한테 인기가 떨어져 나갈 겁니다.”
“내가 언제는 인기가 있었냐?”
“…….”
춘삼이 ‘이 인간이 미쳤나?’라는 표정을 지었다.
“에휴,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건우의 말에 시엘은 금세 따뜻한 미소를 되찾았다.
“사실 이 시험은 저명한 학자의 추천이 들어가야 볼 수 있거든요.”
“어떤 시험인데요? 헌터 시험이라면 이미 봤는데요?”
“헌터가 아니라 학자 시험이에요. 우선 필기시험에 합격만 해도 강의를 할 수 있는 연구원 자격이 주어지고 필기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는 논문이나 연구 자료를 내놓으면 박사가 될 수 있어요.”
“…….”
건우는 침묵을 지켰다.
솔직히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괜찮…….”
그 때문에 거절을 하려는 순간.
“필기만 합격해도 한 해 연구비로 50억이 주어지고 세게 어디 나라를 가든 연구원으로서 그 권위를 인정해 줘요.”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다만 합격률은 0.001퍼센트지만요.”
“근데, 왜 저한테 그런 자리를 추천해 주시는 건가요?”
시엘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미하노프가 적극 추천했거든요. 건우 씨한테 반드시 필요할 자리일 거라고. 추천은 박사 학위를 갖춘 두 명이 해 줘야 돼요.”
물론 그 두 명은 미하노프와 시엘이었다.
“아하!”
건우는 그제야 미하노프가 그녀와 마탑에 가라고 권유했는지 깨달았다.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겠네요. 시험은 언제입니까?”
“오늘 오후 3시요. 시험 신청은 제가 해뒀답니다.”
“…….”
어이없는 상황에 건우는 침묵을 지켰고 세이비어는 개탄했다.
-쯧쯧, 이미 답정너였네.
***
캘리포니아 레딩 지역의 터틀 베이 학습공원.
이곳에는 213미터 길이의 아름드리 다리가 놓여 있었다.
선다이얼 브릿지.
유리블록으로 된 투명한 보도가 반사되며 반짝 빛이 났다.
현수 케이블이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하얀 탑은 해시계의 바늘을 묘사했다.
웅성웅성.
아래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탑 꼭대기에 있는 존재를 목격하지 못했다.
검은 로브를 갖춰 입은 그는 빌라이언, 바로 몰락한 스코필드의 가문의 가주였다.
아니. 이제는 그 이름조차 버렸다.
지금은 그저 최악의 네크로맨서, 사제트였다.
현재 그는 탑 쪽을 바라보며 사념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최대한 강림 시간을 앞당겨야 되겠어.
빌라이언의 재촉에서 탑 쪽에서 사념이 전달됐다.
-이쪽은 이미 준비가 끝난 참이다.
-이번 시대에 첫 사도가 강림하는 것만큼 화려하게 날뛰어 달라고.
-처음은 아니지. 그보다 아라크네랑 세피아. 그 두 머저리는 찾았나?
-아니. 내가 이곳에 있을 때는 그녀들의 흔적은 찾을 수조차 없었다.
-쯧쯧 할 말은 그것뿐인가? 사제트.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뭔데?
-광대를 알고 있나?
-광대라…… 달갑지 않는 단어군. 내가 알고 있는 광대는 이미 탑 구석에 봉인돼 있다. 네가 말하는 광대는 누구지?
-아무것도 아니야. 어차피 네가 오면 모든 게 끝나겠지. 디아도스.
-다시 한번 지옥을 보여 주지.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휘이잉!
사념을 끊은 사제트는 바람에 펄럭이는 로브자락을 꼭 눌렀다.
그러고는 밑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정답게 다니는 가족들이나 연인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활발한 분위기를 보고 있자니, 사제트는 피식 입꼬리가 올라갔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 봐라. 오만한 인간들아. 너희들이 일군 평화가 얼마나 덧없는 건지 보여 주마.”
***
째각!
시각은 오후 7시.
웅성웅성.
강의실에 빠져나가는 생도들은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훌쩍.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우는 남성부터…….
“으아아아악!”
준비한 자료를 찢으며 절규하는 여인까지.
대체로 이 시험은 망쳤다는 분위기였다.
주변에 들리는 대화는 온통 시험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뿐이었다.
강의실 밖.
노심초사 건우를 기다리고 있던 시엘이 즉각 뛰어왔다.
“건우 씨. 시험 어떻게 봤어요?”
“…….”
건우의 표정은 매우 좋지 않았다.
“아.”
시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TSAT(Tap Scholastic Aptitude Test)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답게 많은 생도들이 곤혹을 치렀다.
시험에서 다루는 분야는 다양했다.
탑의 역사부터 마법의 공정식 등.
일반인이 애초에 접근이 불가능한 것들뿐이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미하노프가 학술에 발표한 기동석 시동에 중요한 포인트인 룬문자도 문제에 포함되어 있었다.
시엘은 따뜻한 표정으로 건우를 격려 해 주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저랑 같이 공부해서 도전해보죠.”
“그럴 생각 없습니다.”
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앞으로 기어나갔다.
‘건우 씨.’
시엘은 딱하다는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봤지만, 사실 그는…….
“이게 다 할아버지 때문이잖아요.”
-뭐야?! 이 고집불통 같은 놈이!!
격렬하게 세이비어와 싸우고 있는 참이었다.
그들은 한창 룬문자 문제를 두고 옥신각신 다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그 배열은 한계가 명확하다고. 차라리 내가 배열한 대로 하면 네 배는 위력이 증폭될걸.
“그러니까 그렇게 하다가는 시전하는 사람 손이 아작 난다니까요. 그런 게 어떻게 답이에요?”
시험을 보는 내내.
세이비어는 자신의 해답을 건우에게 강요했지만, 건우는 알아서 하겠다며 그의 말을 줄곧 무시했다.
그러다가 폭발한 세이비어가 문제를 풀 때마다 훼방을 놓았다.
그 집요한 고집에 건우는 세이비어와 내기까지 했다.
내기 주제는 ‘필기시험만으로 박사가 될 수 있을까? 없을까?’였다.
이 말은 세이비어의 말로부터 시작됐다.
[이런 수준 낮은 시험이라면 내가 내놓은 이론만 적으면, 박사는 따 놓은 당상일걸.]건우는 코웃음치며 반박했다.
오현숙.
그녀는 세이비어가 한창 좋아하는 드라마에서 나오는 50대 중년 여배우였다.
내기는 그렇게 성립됐다.
건우는 결국 세이비어가 내놓은 대답을 문제에 일부 기술했다.
결과는 내일이면 판가름 난다.
-너 꼭 약속 지켜야 한다.
세이비어의 엄포에 건우는 비릿하게 웃었다.
“약속은 꼭 지켜야죠.”
건우는 씩 웃었다.
만약 건우가 이기면, 세이비어가 무려 일주일 동안 TV를 안 보겠다고 맹세했다.
건우로서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직히 그놈의 막장 드라마 이제는 귀에 피가 날 정도로 지긋지긋했어.’
-후후후후
“후후후후.”
두 사람은 각자가 이겼을 때를 떠올리며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멀찍이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시엘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시, 시험이 그렇게 많이 어려웠나?”
다음 날.
마탑의 벽보에는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왔다.
“우와! 이게 말이 돼.”
“세상에. 최건우? 이거 누구야!”
마탑의 생도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벽보를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은 당연 맨 윗줄이었다.
「수석 합격자, 최건우, 시험 등급 : SSS.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SSS급.
그것은 지금까지 마탑에서 그 누구도 받아보지 못한 등급이었다.
S급만 해도 마탑의 역사에서 10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으아아아아악!”
정작 SSS급 합격자인 최건우는 절망하며 게시판의 벽보를 북북 찢고 있었다.
세이비어는 그런 건우에게 더욱 절망적인 말을 건넸다.
-오늘부터 ‘성좌의 게임’ 첫 편부터 끝까지 보는 거다.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