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6)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85화
마탑의 기숙사.
방으로 향하는 건우의 발걸음은 무척 무거웠다.
왜냐고?
“최건우 박사님.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룬문자 배열의 구상을 그렇게 할 수 있는 겁니까?”
그의 뒤로 마탑의 내로라하는 교수들이 줄을 잇고 따라오는 중이기 때문이다.
‘피곤해.’
건우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들이 쫓아온 이유는 건우에게 붙은 타이틀 때문이었다.
사상 최초로 필기만으로 SSS급 학위를 취득한 자.
TSAT 시험을 마치고 채점을 했을 때 감독관들은 건우의 답안지를 보고 경악했다.
답안지는 빼곡히 적혀 있었다.
물론 그건 열심히 공부한 마탑의 생도들이라면 당연했다.
하지만 건우의 답안은 조금 달랐다.
애초에 문제가 잘못됐다는 듯, 문제에 쫙 줄을 그었기 때문이다.
빈정이 상한 감독관들이 F로 낙인을 찍으려고 했지만, 무심코 읽은 첫 줄에 그대로 빠져 들어갔다.
건우의 답안지에는 현시대에서 규정할 수 없었던 미지의 현상에 대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 누구도 찾지 못한 명쾌한 해답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답안을 구상한 건, 까마득한 옛날 대마도사 불리는 세이비어였기 때문이다.
“후우.”
건우는 이마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어.’
세계의 엘리트들이 모여 있는 마탑.
건우는 그들 중 누간가는 세이버어가 내놓은 해답에 반박이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반박한 이는 없었다.
교수진들 대다수가 세이비어의 논리에 대해 추앙할 뿐, 세이비어가 내놓은 논리의 단점을 명확하게 꿰뚫어 보지 못한 것이다.
세이비어의 논리에 반박할 수 있던 건 건우 한 명이었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을까?
건우는 얼마 안 가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나도 옛날 사람이었어.’
전생 시절의 세이비어만큼은 아니지만, 건우 역시 이그너스를 책임지고 이끄는 가주였다.
그 때문에 마법에 대한 공부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당시 건우는 캐스팅을 못할 정도로 마법에 대한 감각은 둔했지만, 어느 정도 이론으로 무장한 마도사였다.
사정이 어쨌든 내기는 세이비어의 압승이었다.
그 때문에 건우는 요 며칠 동안, 세이비어가 원하는 드라마를 같이 봐야 했다.
그것도 하루 종일.
같은 방에서 지내고 있던 춘삼은 지겨워 죽겠다며 울먹이는 표정으로 꺼달라고 빌기까지 했다.
물론 세이비어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는 승리를 만끽하며 더한 요구를 해 올 뿐이었다.
-한국 돌아간 다음 오현숙 씨 사인 받아오지 않으면, 넌 진짜 각오해야 될 거다.
이번으로 171번째.
건우는 대답하기도 힘겨웠는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건우의 힘든 마음도 모르고 뒤에서 교수진들이 거듭 재촉해 왔다.
“바, 박사님 제발!”
“박사님 힘만 있으면 이 세계의 수수께끼가 풀릴 겁니다.”
교수진들이 일제히 건우를 에워싸려고 하자,
휘익!
건우는 단숨에 발을 박차 자신의 방문에 섰다.
“어, 언제?! 저기까지!!”
그러고는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바빠서 나중에 뵙겠습니다.”
탕!
쫓아올까 싶어 건우는 문을 힘껏 닫았다.
“후우.”
한숨을 쉬고 고개를 드니,
우물우물.
침대에서 춘삼이 도넛을 먹으며 건우를 미묘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할 말 있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요.”
“뭐가? 인마?”
“형님, 힘도 먼치킨, 지능도 먼치킨인데 어째서 그동안 힘숨찐으로 살아왔습니까?”
“그게 뭔데?”
춘삼은 도넛을 입 한가득 넣어 씹으며 말했다.
“힘을 숨긴 찐따요. 형님 그동안 왜 짐꾼으로 산 겁니까?”
“남의 힘들고 어려운 보릿고개 시절에다 이상한 설정 갖다 붙이지 마.”
말을 마친 건우는 찌릿 춘삼을 노려보았다.
춘삼은 약간 겁을 집어먹었는지 살짝 말을 더듬었다.
“그, 그래도 엄청난 힘에 지능까지 겸비하고 있는데, 완전 사기 캐 아닙니까?”
“사기 캐릭은 너지. 춘삼아.”
“…….”
팩폭에 춘삼은 입을 꼭 다물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내가 조사해 보란 거 해 봤어?”
춘삼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물론이죠.”
“너 진짜 일 잘하는구나.”
건우는 다시 한번 춘삼의 능력에 감탄했다.
이번에 춘삼에게 맡긴 일은 무작위로 바뀌는 디아도스의 강림 좌표에 대해 조사를 맡겼다.
무작위로 바뀌는 좌표는 총 11군데.
범위는 미국 땅 곳곳이었다.
그 넓은 범위를 엿새 만에 조사하는 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훗, 이제야 저의 능력을 알아주시는군요.”
“원래 알고 있었어. 근데, 어떻게 조사한 거야?”
“크흠 미국에 보험관련으로 사기 치는 친구들이 있는데, 조금 많이 쥐어 주니 고분고분 도와주더라고요.”
“……크흠.”
알고 싶지 않은 과거의 폭로에 건우는 슬쩍 눈길을 자료 쪽으로 돌렸다.
첨부된 사진은 좌표 상에 위치한 실제 촬영한 것들이었다.
거기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타투를 한 것 마냥 거대한 마방진이 새겨진 암반.
헬기에 착륙할 정도로 넓은 옥상에도 같은 마방진이 새겨져 있었다.
춘삼은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처음에는 아무도 접근하지 않아서 무슨 미스터리 써클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건우는 심각한 낯빛으로 물었다.
“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한 건데? 딱 봐도 눈에 띠는데?”
“좌표에 표시된 곳 전부 사유지예요. 땅과 건물 주인은…….”
“빌라이언 스코필드.”
“네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과거에도 똑같은 방법을 썼으니까.”
하지만 왜일까?
무언가 마음이 꺼림칙했다.
‘불길해.’
건우는 눈을 감고 심상 속에 펼쳐진 자신의 던전을 살펴보았다.
이그너스 관할의 슬리핑 포레스트.
숲에 위치한 신전 안쪽에는 건우가 가까스로 복원한 종말의 비석이 있었다.
건우는 비석의 문구를 읽기 시작했다.
[죽음과 절망의 군대, 디아도스의 강림, 도래 예정 시간, 8시간]“……?!”
건우는 화들짝 눈을 떴다.
“젠장!”
콰앙!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벽을 힘껏 강타했다.
엄청난 완력에 벽이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히익!”
바깥에서 건우를 기다리고 있던 교수들이 부리나케 도망쳤다.
춘삼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혀, 형님 왜 그러세요?”
“……당했어.”
이 시점에서 디아도스 강림까지 50일쯤은 남았어야 됐다.
한데 어찌 된 일인 건지, 디아도스의 강림이 대폭 당겨졌다.
내일이면 디아도스가 강림한다.
결과는 안 봐도 뻔했다.
미국은 혼란의 도가니로 뒤덮을 것이다.
사진 속 마법진은 게이트를 생성시키는 마법진이었다.
이 마법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돈과 유지비가 든다.
사제트는 그것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 레이즈를 팔아 자금을 마련했으리라.
게이트를 통해서 나올 것은 필시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 대군이다.
건우는 이마를 매만졌다.
디아도스의 도래가 앞당겨진 원인은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건우에게 위기를 느낀 사제트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삐리리.
그때 춘삼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뭐?!”
춘삼은 잠시 눈을 부릅뜨다 건우에게 말했다.
“……형님.”
“왜?”
“미국 전역에 있던 미스터리 써클이 사라졌다고 하는데요?”
“……?!”
깜짝 놀란 건우는 인벤토리에서 좌표석을 꺼내 들었다.
무작위로 바뀌던 좌표가 한 곳으로 고정돼 있었다.
그 말은 즉 11개의 게이트가 한 장소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세이비어가 염려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과거와 달리 한 번에 몰아붙일 작정이구나. 병력의 수는 측정이 되지는 않지만, 이 땅에 거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게다.
빠득!
건우는 이를 갈았다.
사제트.
역시 우중충한 성격답게 뒤에서 꾸미는 짓이 음산하기 짝이 없었다.
건우는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리야. 8시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죠? 평소답지 않게 많이 초조하시네요.”
그런 건우의 앞으로 시엘이 나타났다.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를 보며 건우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타개책을 강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윽.
그 순간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건우의 얼굴을 덮쳤다.
“……?!”
언제 다가온 건지 시엘이 건우의 양 뺨을 감싼 뒤, 자신과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
찬란한 금발과 금빛의 눈동자.
건우는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그 눈빛에 빨려 드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졌다.
“뭐, 뭐 하는 겁니까?”
건우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빼려고 했다.
그런 건우에게 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해 주었다.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 봐요. 제가 어떻게든 도움을 드릴게요. 건우 씨 개인적인 일 때문에 그런 게 아니잖아요.”
진실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눈길에 건우는 고개를 푹 수그렸다.
“……뭐 그렇죠.”
“그리고 건우 씨는 당황하지 않고 웃어야지 어울려요. 초조한 상황에서도 여유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할까나?”
-호오.
세이비어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고 말았다.
자신만큼 건우의 특징을 잘 꼬집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란 것 같았다.
건우는 그녀의 눈빛을 홱 피하며 답했다.
“그건 뭐 루틴 같은 겁니다.”
“그럼 이제 웃으시면 되겠네요.”
그녀의 말에 건우는 잠시 벙찐 표정을 짓다가 어이가 없어 입꼬리를 올렸다.
생각해 보니 상황이 마냥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게이트가 몰려 있다는 것은 그만큼 타 지역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역전의 찬스는 있다.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적어도 8시간 안에 가봐야 될 곳이 있어요. 그리고 미국 전역에 있는 헌터를 그곳에 집중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단시간에 처리하기 어려운 요구였다.
하지만 시엘은 인상 한 번 구기지 않고 입을 열었다.
“거기가 어디죠?”
‘자신 있다는 건가?’
건우는 천천히 입을 뗐다.
“뉴욕 맨해튼이요. 그곳에 6성급 게이트가 열릴 거예요.”
“6, 6성 급이요?!”
불길한 단어에 춘삼은 기겁했다.
시엘 역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춘삼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집중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바쁘겠네요. 지금부터 연락도 해야 될 것 같고.”
시엘은 터벅터벅 걸어 창문을 활짝 열었다.
당황한 춘삼이 질문을 건넸다.
“갑자기 창문은 왜 여시는 겁니까?”
후우우우우웅!
바로 그 순간 창문 밖에서부터 엄청난 돌풍이 몰려와 방을 휩쓸었다.
“우어어어어어!”
춘삼은 바람에 빌려 벽과 부딪치며 통증을 호소했다.
반면 건우는 그 자리에 발을 붙인 채, 눈매를 좁혔다.
“……저건.”
시엘의 전신에서 은은하게 마력이 피어올랐다.
보통 사람의 마력과는 달리 산뜻하면서도 동시에 냉혹함이 서려 있는 마력이었다.
표정에는 자애가 우러나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앞에 고고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은백색의 깃털을 흩날리는 거대한 신조(神鳥).
그 모습은 독수리처럼 다부지면서도 공작처럼 우아했다.
크기는 10미터를 월등히 뛰어넘었다.
세이비어는 그 형체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토해 냈다.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다.
“혀, 형님. 뭐가 있는 겁니까?”
정령과 친화력이 존재하지 않는 춘삼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
건우가 넋을 놓고 있을 때 시엘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출발해 볼까요?”
***
뉴욕 맨해튼.
이 시끌벅적하고 어지러운 도심지에는 모처럼 보기 드문 풍경이 펼쳐졌다.
우웅.
건물 한 채 크기와 맞먹는 게이트가 무려 11개나 모여 있는 것이다.
빠앙!
불길한 소식에 순식간에 뉴욕 도로교통이 마비됐다.
사제트는 다리 한가운데서 양손을 펼치며 외쳤다.
“다시 한번 종말로 돌아가자꾸나.”
카캉!
그의 선포에 맞춰 게이트의 결계가 일제히 깨지며 던전 브레이크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저벅저벅.
게이트 너머에서 죽음의 군단이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
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