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8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88화
콰아앙!
마법진에서 튀어나온 새하얀 냉기가 전장의 망령들을 뒤덮었다.
얼핏 보면 그것은 반짝 빛나는 얼음기둥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그것은 모든 것을 잠식하는 재앙 그 자체였다.
화륵.
디아도스의 헬파이어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휑하니 꺼져버렸다.
쿠콰앙!
뒤이어 파도처럼 지면을 휩쓴 냉기는 언데드들을 덮쳤다.
쩌저저저적!
건우를 에워싸던 언데드들은 그대로 얼음동상이 돼버렸다.
“네 이놈!”
디아도스는 주변에 앱솔루트 실드를 전개해 빙결을 막아 냈다.
앱솔루트 실드.
그러나 그것은 말과 같이 절대 방패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6서클 이상의 마법에 타격을 입으면 충격을 입고 파괴된다.
그리고 아이스 에이지는 이를 아득히 뛰어넘은 대재앙의 마법.
그렇기에 방어는 불가능했다.
콰직! 와장창!
“크아아아아악!”
앱솔루트 실드가 깨지며 디아도스는 얼음 속에 파묻혔다.
콰아아아앙!
건우는 이 땅이 빙결 지대로 변하는 모습을 가만 지켜볼 뿐이었다.
우웅!
아이스 에이지는 건우의 발밑에서부터 반경 10미터 범위로 형성된 회귀의 링을 침투하지 못했다.
힘의 크기와는 상관없다.
왜냐하면 건우의 권능은 이치를 거스르는 힘이기 때문이다.
“……엄청 많이 뜨네.”
건우는 거듭 갱신되는 상태 창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단시간에 5자리 숫자의 적을 퇴치하셨습니다.] [전설급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칭호, ‘학살의 군주(King of the slayer)’를 획득했습니다.]무려 27레벨 업.
그동안 아무리 사냥해도 오르지 않았던 레벨이 대폭 상승하는 순간이었다.
건우는 힘의 고양감에 취했다.
-설명: 현재 역량에서 절대 넘을 수 없는 학살의 위업을 달성하는 자에게 주어지는 칭호.
*전 스텟 300씩 상승
*칭호 중첩사용 가능(3개까지)
*칭호를 중첩 사용할 시, 학살 관련 칭호는 시너지 효과, 서로 방향성이 어긋난 칭호 중첩 사용시 효과가 감퇴될 수 있다.
“칭호를 중첩 사용할 수 있단 말이지.”
건우는 즉각 상태창을 수정했다.
[최건우]▶직업: 시간의 어릿광대
▶레벨: 97
▶칭호: 학살의 군주(King of the slayer)
-용인의 혈족(중첩 사용)
-독의 여왕(중첩 사용)
▶전용스킬
-복원 외 7종.
▶일반스킬
-25종의 마법
▶스테이터스
[근력 390] [민첩 407] [체력 950] [마력 2560][맷집 517][카리스마 475]한 차원 위로의 도약.
건우는 주먹을 쥐며 부르르 떨었다.
척.
맞은편에서 건우를 지키기 위해 서 있던 세피아가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럽게 상승된 건우의 카리스마 때문이었다.
세이비어는 건우의 힘이 대폭 증가했음을 깨닫고는 놀란 어조로 말했다.
-갑자기 월등하게 강해졌구나.
“지금이라면, 6성급을 혼자서도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건우는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지 손을 쥐었다 피기를 반복했다.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앙!
딱딱하게 얼어붙었던 혹한의 지대에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의 주체는 디아도스였다.
물론 건우는 이미 디아도스가 죽지 않음을 인식하고 있었다.
라이프 베슬이 파괴되지 않는 이상 리치가 죽지 않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미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해골의 두부는 균열이 갔고.
응결돼 고드름이 맺힌 육체는 곧장 부스러질 것만 같았다.
마력 또한 고갈돼 회복 중에 있었다.
무자비하게 미국을 습격한 침략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우스꽝스런 모습이었다.
디아도스는 조용했다.
한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과거의 기억들이 영상처럼 스쳐 지나갔다.
종말의 시초이자 계기
뱀이 경멸하고 증오하는 대상인 시간의 신 차이트.
그와 유사한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네놈!! 네놈이! 차이트의 사도냐! 그 빌어먹을 광대 자식이!”
디아도스는 곧장 건우에게 몸을 날렸다.
‘죽이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는 라이프 베슬에 보관 중이던 마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손아귀로 탁한 번갯불 빛이 몰려들었다.
퓨리 오브 더 라이트닝.
파지직!
8서클 전격계 마법이 건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건우는 자신을 직격하려는 검은 번개에 곧장 맞대응했다.
[기가 라이트닝을 시전했습니다.]파지지지직!
순식간에 검은 전광과 푸른 전광이 맞부딪치며 주변의 지대를 불태웠다.
기세는 막상막하였다.
“무슨?!”
디아도스는 믿을 수 없는 듯 눈을 부릅떴다.
그때 건우가 발을 박찼다.
어느새 오른손에는 크루엘의 마검을 왼손에는 트윈헤드 오우거 건틀렛을 들고 있었다.
[헤이스트를 시전했습니다.]그 상태로 속도까지 가미하자, 순식간에 건우는 디아도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니제르 일식, 암섬(Dark slash)
서걱!
허공에 한 획을 그은 흑빛의 검로가 디아도스를 그대로 두 동강냈다.
쩌걱!
몸이 반 토막이 난 디아도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부, 분명 역량은 내가 한참 위였는데.”
“뛰어넘었어. 방금 전에.”
콰앙! 쿠직!
건우는 그 상태로 몸을 돌려 건틀렛으로 디아도스의 왼쪽 얼굴을 박살 냈다.
얼굴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건우는 부서진 잔해 속에서 튀어 오른 푸른 보석을 손으로 집었다.
“이게 라이프 베슬 맞지?”
“아, 안 돼!!”
남은 반쪽 눈으로 그 광경을 목격한 디아도스가 부르르 떨었다.
“그, 그만둬!”
건우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너는 개미가 살려 달라고 할 때, 살려 준 적이 있냐?”
“……?!”
오싹!
그 웃음을 목격한 디아도스는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실성이라도 한 것 마냥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하! 후회할 거다. 네놈! 날 죽이면 탑에서 더 강한 사도가 네놈을 치러 올 거다. 네놈의 정체가 뭔지 모르겠지만 만약 과거의 정보만 알고 있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탑에서는 나를 능가하는 사도는 늘어나고 있으니까.”
“아, 그래?”
건우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실성해서 내뱉은 정보치고는 꽤 값진 정보였다.
일전에 만난 데스나이트 바론이 내뱉은 말과는 말의 무게가 남달랐다.
‘바란이 말했던 정보랑 다를 수도 있겠어.’
예상보다 적은 더 강하고 많을 것이다.
하지만 건우는 이번 사건으로 확실하게 한 가지를 깨달았다.
“지금 당장 7성급이 오더라도 막아 낼 수 있어.”
건우의 조소 어린 표정에 디아도스는 싸늘한 어조로 읊조렸다.
“……허세 부리지 마라. 구태여 사도를 부르지 않더라도…….”
“부르지 않는 게 아니라 못 부르는 거겠지.”
“……?!”
“겨우 너 까짓 거 하나 소환하는데도 사제트가 이렇게 애쓰고 공들였는데, 7성급은 얼마나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까?”
“…….”
디아도스는 침묵으로 당혹감을 대신했다.
그 모습을 본 건우는 조소를 그리며 말했다.
“너 다음에는 사제트 그 녀석이야.”
꽈악!
라이프 베슬에 슬그머니 힘을 주자 디아도스는 결국 이성을 잃었다.
“그, 그만둬! 제발 부탁이야!”
건우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만 입 닥치고 꺼져. 디아도스.”
빠직! 콰아앙!
라이프 베슬은 이내 완전히 산산조각이 났다.
“크아아아아악!”
디아도스는 비명을 내지르며 죽음을 부정했다.
그러나 생명의 근원은 이미 사라졌다.
이내 디아도스의 남은 한쪽 눈의 빛이 꺼져 버렸다.
사락.
그와 동시에 오랜 시간 동안 그를 지탱해 주던 육체가 잿더미처럼 사라졌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던전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북, ‘디아도스의 사령술’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디아도스의 도래를 막아라.’를 완수했습니다.] [보상으로 ‘필모어의 기록서’를 획득했습니다.]꽈악!
건우는 손에 쥐어진 두 권의 책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필모어의 기록서.
이것만 있다면 차후 탑을 등반할 때 있을 난항을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으리라.
“사령술이라.”
파라라락.
건우는 빠르게 책장을 넘기며 스킬북을 살폈다.
-익히기 싫은 거냐? 지난번에도 나이트 메어 저주를 익히는 것도 꺼림칙해 하더니.
대답을 하려는 찰나.
건우는 문득 한 페이지에 시선을 고정했다.
씨익.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요. 이건 꼭 익혀야겠는데요.”
그리 말한 건우는 스킬북에 손을 올렸다.
[스킬, 디아도스의 사령술을 터득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거리.
쿠콰앙!
언데드의 기습으로 주변 일대가 혼란에 뒤덮이기는 했지만.
역시 세계 최강의 패권 국가답게 대응은 빨랐다.
각지에서 몰려온 대형 길드의 헌터들과 음지에서 만들어진 전술형 아티팩트.
뉴욕 일대의 1/10이 해를 입기는 했지만, 언데드 군단은 거의 전멸에 이르고 있었다.
빠직!
사제트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는 더 이상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뭐 하고 있어! 디아도스 이 쓸모없는 자식이!”
그는 금빛의 링에 둘러싸인 11개의 대형 게이트를 살폈다.
어찌 된 현상일까?
디아도스에게 아무리 사념을 보내도 응답은 없었다.
우웅.
바로 그때 게이트 주변을 감싸던 금빛의 링이 사라졌다.
“좋았어!”
디아도스가 건우를 처치하고 온 거라고 생각한 사제트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스스.
“봐! 게이트가 사라졌어.”
“저기 봐! 최건우 헌터야!”
“와아아!”
“……말도 안 돼?!”
사제트는 경악하며 소리를 내질렀다.
게이트의 소실.
그것은 던전 보스의 죽음을 의미했다.
놀랍게도 6성급 보스인 디아도스가 건우에게 퇴치됐다.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우는 지면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그는 갑자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거리까지는 11Km였다.
“……?!”
일순간, 사제트와 건우가 눈을 마주쳤다.
콰르릉!
건우는 즉각 사제트 쪽으로 손아귀를 뻗어 기가 라이트닝을 쏟아 냈다.
“하압!”
사제트는 디케이 윈드로 대응하려고 했으나.
파직!
건우의 기가 라이트닝은 사제트의 마법을 가볍게 관통했다.
“뭐?!”
사제트가 기겁하는 것과 동시에 낙뢰는 그의 왼팔을 송두리째 태워 버렸다.
“크아악!”
사제트는 비명을 내지르다가 재빨리 모습을 감췄다.
“쳇.”
건우는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역시 도망갔구나.
“이 거리에서 사제트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웃고 있는 걸 보니, 분명 수를 썼구나.
그 말에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수긍했다.
“이제는 저 녀석들이 자기 동포의 끔찍한 기술에 당해 봐야죠.”
휘잉!
그렇게 점차 지면과 가까워지려는 찰나, 건우를 향해 거대한 신조가 산뜻한 산풍처럼 다가왔다.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였다.
미네르바의 등에 착지한 건우의 바로 곁에는 시엘과 춘삼이 있었다.
건우가 시엘을 향해 말했다.
“알아서 착지할 수 있는데요?”
시엘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영웅의 환대는 요란하게 해야죠. 그리고 지금 건우 씨 내려가면 미국 헌터들한테 깔려 죽을걸요.”
“아.”
건우는 무심코 맨해튼 거리를 살펴봤다.
“와아아아아아!”
사제트에게 집중하고 있느라 느끼지 못했지만, 밑에서는 미국 헌터들이 일제히 건우를 향해 환호하고 있었다.
“형님, 이러지 말고 미국에서 거하게 사업을 하는 게 어때요? 형님 피규어를 팔면, 초대박이 날 겁니다.”
일순간 춘삼의 눈이 달러로 변한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모습에 건우는 서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땅에 버리고 가줄까?”
“크흠. 제가 토종 한국인인데, 역시 사업을 해도 한국 땅에서 해야죠.”
버려지기는 싫었는지 춘삼은 건우의 눈빛을 살짝 회피했다.
“그러니까 넌 아무리 봐도 외래산이라니까.”
건우는 어처구니가 없는 표정을 짓자,
“호호.”
시엘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건우에게 말했다.
“어떻게 할까요? 내려갈까요?”
그녀의 질문에 건우는 한숨을 쉬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마탑까지 이대로 부탁드립니다.”
“네. 꽉 붙들어 매세요.”
시엘이 정겹게 웃으며 화답하자, 미네르바가 날개를 힘껏 휘저으며 하늘을 활공했다.
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