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97)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96화
건우의 뜬금없는 제안은 응접실에 있던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기껏 제안을 하러 왔는데 도리어 역제안을 할 줄이야.
“혀, 형님!”
춘삼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린 상태였다.
분위기가 무거워진 것을 직감한 것이다.
그 누가 미합중국 관료와 대형 길드 임원이 있는 곳에서 이런 터무니없는 발언을 한단 말인가.
보다 못한 어비스 길드의 부대표, 세르게이가 일어섰다.
“지금 무슨 생각인지요? 대뜸 저희 길드의 에이스, 테오도르를 섭외하려고 하다니 정말 무례하기 짝이 없군요.”
건우는 힐끔 그를 보며 말했다.
“한정적인 고용을 원하는 겁니다. 평생 고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건우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반박했다.
“전 테오도르의 의사를 물었지. 당신한테 물은 게 아닐 텐데요. 여기서 중요한 건, 테오도르씨 의사이니 잠깐 조용히 해 주시겠습니까?”
“아닛! 뭐요?!”
그가 화를 내려는 찰나, 건우는 테오도르 쪽을 쳐다봤다.
“테오도르씨.”
“……네.”
“저는 약 두 달 뒤에 파르데비아 가문의 지원 아래 아틀란티스 게이트를 조사 및 공략을 할 예정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S급 헌터의 도움이 절실한데,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게 무슨!”
건우의 발언에 랜디 크루거마저 벌떡 일어섰다.
아틀란티스 게이트 공략 건은 국가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밀 임무였기 때문이다.
그걸 개인이 서슴없이 나서서 진행하려고 하다니.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아, 그거요.”
역으로 엄청난 제안을 받은 테오도르는 난색을 표했다.
미국에서도 아틀란티스 게이트를 공략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테오도르는 참가멤버 후보로 제안을 받기까지 했다.
만약 여기서 이를 거절하고 건우 쪽에 합류한다면, 정말 난처한 사항이었다.
그 점은 건우도 미안하게 느끼던 참이었다.
“복지 조건부터 급여 조건까지 미국에 비하면 형편없습니다. 오히려 열정 페이를 요구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형님. 그건 악덕입니다.”
은연중 날아온 춘삼의 디스에 건우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결론을 말했다.
“유일하게 말할 수 있는 장점이라면, 적어도 저랑 있으면 시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 저를 위해 일하지. 딱히 애국심을 위해 일하는 건 아니거든요.”
“……?!”
그 말에 테오도르는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기껏 S급의 힘을 얻었으나 마음껏 휘두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화로운 대접.
그 대가로 그는 한없이 좁은 폭의 선택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
세르게이는 얼굴에 울룩불룩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정말 뻔뻔하군요.”
“제가 원래 좀 뻔뻔합니다.”
건우는 구태여 부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왕 뻔뻔해지는 김에 그는 테오도르에게 명함을 건넸다.
“이건 제 번호입니다. 혹시라도 뜻이 있으면 연락주세요. 자리가 다 차면, 못 받아줍니다.”
“…….”
그는 대답 없이 명함을 받아들였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춘삼아 밥 먹으러 가자.”
“가, 같이 가요!”
춘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황급히 건우의 등을 뒤쫓았다.
“……전 잠깐 혼자 있겠습니다.”
테오도르는 고심하는 표정으로 응접실 밖으로 나갔다.
한순간 주변에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랜디 크루거는 피식 웃으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호오. 모처럼 젊은 친구를 만나니 가슴이 뜨겁군.”
세르게이는 대놓고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품고 있는 건지. 어린놈이, 테오도르의 몸값이 얼만지 알고 부려 먹으려는 거야.”
랜디는 세르게이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자네는 아직 모르는군.”
“어떤 점이 말입니까?”
그러고는 시가에 불을 붙이며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이런 말이 있네. 마음의 역할은 욕망에 충실한 것이다. 마음은 주인인 열정에 헌신해야 한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레베카 웨스트가 남긴 명언이네. 요즘 나는 그녀의 책에 푹 매료된 참이야.”
세르게이가 다소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게 아니라 지금 그 명언이 테오도르한테 무슨 상관이냐는 겁니다.”
랜디는 연기를 한 모금 내뱉었다.
“후우. 테오도르는 마냥 돈으로 휘둘리기에는 너무 열정이 넘치는 자야. 우리의 잣대로 평가할 수 있는 청년이 아니지.”
“그럴 리 없습니다. 겨우 아시아인을 따를 정도로 테오도르는 어리석지 않습니다.”
“쯧쯧, 그러니까 그걸 우리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니까.”
“흥!”
세르게이는 불쾌한 듯 고개를 돌리며 랜디의 말을 외면했다.
***
미 정부 관료인 랜디 크루거와 면담 후, 하루가 지났다.
전화로 확인해 보니 건우의 비자는 다시 되살아나 있었다.
-드디어 갈 수 있어!
“드디어 갈 수 있어!”
세이비어와 춘삼은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었다.
목소리가 묘하게 겹친 터라 춘삼은 세이비어의 목소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형님 저는 즉각 전용기 아니,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비행기를 찾겠습니다. 늦어도 내일까지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줘.”
건우의 말에 춘삼은 부리나케 어디론가 뛰어나갔다.
“호호호호, 춘삼 씨가 많이 신나 보이네요.”
곁에 있던 시엘은 살포시 웃으며 차를 마셨다.
현재 그들은 마탑을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야외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참이었다.
시엘의 모습은 오늘따라 유난히 상큼해 보였다.
파스텔 톤의 핑크색 원피스, 그리고 어깨에 걸친 하얀 봄재킷은 우아함을 물씬 풍겨 주었다.
“날씨 좋지 않아요?”
“그러게요. 떠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부럽네요. 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연구가 많아서 못 가는데.”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건우를 바라보았다.
건우는 멜론소다를 다 마시고는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그만 돌아가 볼까요?”
시엘은 아쉽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벌써요? 건우 씨, 기왕 미국까지 왔는데 가족들한테 줄 선물도 안 살 거예요?”
“아.”
예리한 지적에 건우는 급히 반성했다.
하나 밖에 없는 여동생한테 어떻게 기념품을 사줄 생각도 못했단 말인가.
“내가 몹쓸 놈이었어.”
“그, 그렇게까지 자책할 필요 없어요. 제가 같이 사드릴게요.”
“정말요?”
“물론이죠.”
그녀는 방긋 웃으며 화답했다.
뚜르르르.
바로 그때 그녀의 휴대폰으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잠시 건우의 눈치를 살피다가 말했다.
“잠시 통화 좀 하고 올게요.”
건우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엘은 급하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제 돌아가는 건가?”
모처럼 한국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건우는 마음이 싱숭생숭해졌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불쾌한 사람도 만나야 되는 법이니까.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달갑지 않기도 했다.
바로 그때 웨이터가 건우에게 다가왔다.
“손님.”
“네.”
건우가 고개를 돌려 답하자, 웨이터는 낡은 피처폰을 테이블에 올려 두었다.
“이건.”
“손님에게 전해 달라는 전언이 있어서요. 그럼.”
웨이터는 정중히 예를 갖추며 물러났다.
‘뭐지?’
건우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띠리리.
갑자기 그 피처폰으로 통화가 왔다.
건우는 즉각 통화 버튼을 눌러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생각보다 잘생긴 얼굴이네. 코리안. 나는……]건우는 도중에 그의 말을 끊고 입을 뗐다.
“크레이지 캣. 맞지?”
[……무슨 소리지?]“구차하게 아니라고 하지는 말자. 전화 끊어 버리기 전에…… 네로 시저.”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자, 네로는 결국 본심을 입에 담았다.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알았다면?”
[쓸데없는 농담하지 마.]네로는 아까까지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그 목소리에는 당혹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건우는 기왕 주도권을 잡은 김에 대화를 주도해 이어 나갔다.
“기다리고 있었어.”
[무슨 소리지?]“사제트한테 나를 최대한 미국에서 묶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았잖아. 슬슬 움직일 때라고 생각했지.”
[……사제트의 함정이었나?]건우는 네로의 의심을 정정해 주었다.
“아니. 단지 내가 너희들 머리 위에서 노는 것뿐이야.”
싱긋.
건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악마를 잡으려면, 악마보다 더 교활해져야 되거든.”
[…….]네로는 숨이 턱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
***
한국의 인천공항.
쏴아아아아!
먹구름이 낀 하늘에서 소나기가 퍼부어졌다.
사제트는 공항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득!
사제트는 큼지막한 초콜릿을 씹으며 중얼거렸다.
“이렇게까지 먼 곳까지 도망치다니. 과거 일이 떠오르는군.”
인류 종말 도중 그는 세계를 떠돌며 각종 재해를 퍼뜨리고 다녔다.
인류 멸망에도 기여도가 있다면, 사제트가 가장 크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는 인류가 증오를 곱씹은 대상이었다.
수많은 영웅들이 그의 목을 노려왔다.
몇 번의 위기는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사제트는 그때마다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생존의 이유를 꼽자면, 사제트는 자신의 교활함에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의 자신감은 산산이 무너졌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디아도스는 어처구니없게 소멸을 맞이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S급을 뛰어넘는 무위를 가진 그가 왼팔마저 잃어버렸다.
끼익.
지금 부착돼 있는 팔은 스켈레톤의 뼈대와 구울의 살점을 조합해 만든 임시 팔에 불과했다.
마치 옷을 입은 것 같은 이질감에 그는 인상을 찡그렸다.
“……그 자식.”
사제트는 머릿속에서 건우의 모습을 떠올렸다.
아무리 과거의 일을 떠올려도 그런 인상을 가진 인물은 없었다.
그렇기에 사제트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떻게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걸까?
어떻게 그런 강한 무위를 가지고 있는 걸까?
‘……위험해. 그 정도 무력이면 과거에 영웅이라고 불렸던 자의 힘과 견줄 수 있어.’
건우에 대한 살의를 다진 순간이었다.
꿈틀.
“크윽.”
뜬금없이 가슴에 통증이 찾아와 그를 괴롭혔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그 개자식!’
이 증상은 건우에게 팔을 잃고 나서 빈번히 찾아오는 현상이었다.
몸 전체를 진찰해도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
“후우.”
잠시 호흡을 고르자 사제트는 다시 평안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뚜벅.
바로 그때, 누군가 그의 앞에 섰다.
“……내 아들은 어디 두고 혼자 온 겁니까?”
지팡이를 땅에 짚고 갈색 중절모와 검은 양복을 걸친 왜소한 노인.
바로 아크 길드의 회장, 선우혁이었다.
씨익.
사제트는 그런 그를 보며 남몰래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광대’
***
캘리포니아의 한 카페.
건우의 머릿속으로 인천공항과 선우혁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아크 길드와 벌써 접촉한 건가? 역시 빠르네. 사제트.’
뇌내 영상의 출처는 사제트의 심장에 심어 둔 마충이었다.
비질란.
그것은 디아도스의 사술로 빗어진 마충으로 숙주의 오감을 시전자에게 전달해 주는 극악한 술법이기도 했다.
디아도스는 종종 비질란을 통해 적을 감시를 하곤 했었다.
이것은 아군에게도 행했었기 때문에, 아군조차 모르는 그의 비술이었다.
그 때문에 사제트는 자신이 건우에게 감시당하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리라.
물론 네로 시저와의 일도 비질란을 통해 감시했기 때문에 안 사실이었다.
하나.
[이거 무서워지려고 하네. 이번에는 이쪽에서 놀라게 해 줄 차례인가?]의외로 네로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뭐지?’
건우가 눈매를 좁힌 순간 네로가 말했다.
[모처럼 너를 위해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거든. 참가하지 않으면 캘리포니아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이겠어. 거기에는 네 동료도 섞여 있을지도 몰라.]“……뭐?”
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