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98)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97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네로의 목소리는 장난기로 가득했다.
[사제트 녀석. 레이즈 외에도 엄청나게 위험한 약물 실험을 하고 있더라고. 그중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 쿠리어라고 알고 있나?]“쿠리어?”
[이것까지는 모르나 보네. 다 알고 있는 건 아닌가 보구나.]꽈악!
서툰 도발이었지만 건우는 주먹을 쥐며 미미하게 몸을 떨었다.
“게임 룰 설명이 너무 긴데?”
[의도치 않게 시간을 끌게 됐네. 쿠리어는 사제트가 만들어 낸 생체폭탄이야. 이게 사람 몸에 맞으면, 겉모습은 멀쩡해 보이는데, 체내는 Boom! 완전히 날아가 버려. 하하하, 무협지에서 본 것처럼 눈코입에서 칠공분혈하며 사람이 죽더라고.]“…….”
건우는 입을 꼭 다물었다.
사제트에 대한 기억을 아무리 되짚어 봐도 쿠리어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네가 할 일은 간단해. 지금 동행하고 있는 여자와 근처 도심에 있는 분수대까지 걸어. 쇼핑을 하든, 뭘 하든 상관없어.]“그 여자는 나랑 상관없는데?”
네로는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밝혔다.
[너 같은 괴물을 묶어 두려면, 인질 정도는 필요하잖아.]“흐음. 계속 말해 봐.”
[우리는 네가 분수대에 도달할 때까지 쿠리어를 날려서 널 죽일 거야. 게임 클리어 조건은 네가 분수대에 제 때 도달하는 거야.]“만약 거절한다면?”
[그렇게 되면, 사제트가 나한테 건네준 비장의 무기를 개방하지.]“무기?”
[쿠리어를 압축해 둔 박스야. 박스명이 데스 포그라고 하는데, 아마 안개 형태로 이 캘리포니아를 덮칠 거야. 그럼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이 죽어 나가겠지.]“……?!”
예상치 못한 협박에 건우는 눈매를 좁혔다.
“미국 헌터 관리국한테 걸리면, 넌 살아남지 못해.”
[이제 와서 왜 그래? 난 미국에서 가장 미친 테러리스트라고. 널 죽이면 천문학적인 돈이 내 수중에 떨어지는데, 눈에 뵈는 게 있을 것 같아? 하하하하하하!]그는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
‘내가 상대를 너무 얕봤네.’
상대는 미국 최악의 범죄자였다.
악명 높은 사제트가 고용했을 만큼 그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나 건우는 끝끝내 미소를 유지했다.
네로 시저는 어디선가 건우를 훔쳐보고 있다.
지금 표정이 무너졌다가는 네로의 꾐에 완전히 넘어가는 것이다.
“게임에 참가하지.”
[기특한 생각이야. 그럼……]전화가 끊기려는 찰나, 건우가 입을 뗐다.
“네로.”
[왜? 게임 룰 중에서 이해하지 못한 거 있어?]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네가 한 가지 착각한 것 같아서 설명해 줄 게 있어.”
[뭔데?]“난 딱히 네 협박 때문에 게임에 참가한 게 아니야.”
[그럼?]“너랑은 아주 재밌게 놀 수 있을 것 같아서 응한 거야.”
[호오, 객기 부리는데 재주가 있네. 그럼 한 번 재밌게 놀아보자고.]삑.
통화는 그것으로 종료였다.
건우는 아주 잠깐 서슬 퍼런 눈빛을 보였다.
-이제 어떻게 할 참이냐?
“보여 줘야죠. 내가 녀석을 가지고 놀지. 녀석이 날 가지고 놀지.”
-쯧. 아주 단단히 팰 작정이구나.
“…….”
대답은 없었지만 건우는 구태여 부정하지도 않았다.
그때 시엘이 건우에게 다가왔다.
“아, 건우 씨. 죄송해요. 통화가 조금 길어졌죠.”
“아니요.”
“빨리 기념품 숍으로 가 봐요. 디즈니 캐릭터 상품도 한국에서 인기가 많거든요.”
“그런가요. 상당히 머나요?”
“음, 얼마 걸리지도 않아요.”
그녀는 손으로 기념품 숍을 가리켰다.
분수대까지 그녀를 데리고 이동하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거리였다.
‘쯧.’
건우는 마음속으로 혀를 차다가 싱긋 웃었다.
“시엘, 그러지 말고 기왕 온 김에 저랑 데이트하지 않을래요?”
잠시 침묵.
“……네?”
그러다 그 의미를 깨달았는지 시엘은 얼굴이 홍시처럼 빨개졌다.
“데, 데이트요?”
***
도심의 전광이 잘 보이는 호텔 옥상.
휘이잉!
나부끼는 바람이 머리를 산들산들 건드렸다.
옥상은 풀장과 수목 등이 있는 호화로운 정원이었다.
썬탠베드에 누운 채로 네로 시저는 휴대전화를 통해 부하들에게 지금 상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이곳은 네로가 건우를 제압하기 위해 사령탑으로 선택한 곳이다.
[최건우가 기념품 숍을 들른 뒤, 분수대로 직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디저트 가게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어쭈.”
보고를 듣던 네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태평하게 놀면서 이동할 생각인가 보군.”
네로는 잠시 고심에 잠겼다.
그가 이번에 사제트에게 받은 의뢰는 건우를 미국 땅에 최대한 묶어 두는 것이다.
의뢰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한 발작 나아가 건우를 죽이기로 결정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사제트가 남긴 보수는 그 정도로 매혹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무모하지는 않았다.
최건우를 죽일 무기는 확실히 있었다.
그것은 앞서 전화에서 언급했던 쿠리어였다.
그는 손으로 미지의 병기를 집어 보였다.
그것은 완두콩과 같은 조그마한 녹색의 알이었다.
쩌걱!
알에서 금방 균열이 일어나더니,
사아아악!
사마귀와 흡사하게 생긴 곤충형 구울이 깨어났다.
끼이이익!
흥분한 쿠리어는 날개를 팔락거리며 네로를 덮치려고 했다.
“아이고, 무서워라.”
꽈악!
하지만 S급 마인의 손아귀 앞에서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
네로는 의외로 긴장하며 쿠리어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체 병기인지 실험해 봤기 때문이다.
실험에 쓰인 상대는 음지에서 대등하게 겨루고 있던 경쟁 길드의 길드원이었다.
씨익.
네로는 입꼬리를 올리며 질문을 건넸다.
“야, 이게 뭔지 궁금하지 않냐?”
“우웁!!”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고개를 휘저었다.
네로의 앞에는 끔찍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다양한 옷을 입고 있는 호텔직원들이 재갈이 물린 채, 팔다리가 묶여 있었다.
그리고 호텔을 경비하고 있는 각성자들이 모두 죽어 널브러져 있었다.
그들은 모두 최소 B급 이상의 경비원이었다.
하지만 S급 마인인 네로의 앞에서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
현재 그의 앞에서는 호텔 총괄지배인이 눈물을 흘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재갈 풀어 줘 봐.”
네로의 명에 부하들이 지배인의 재갈을 풀어 주었다.
“푸하.”
간신히 숨통을 틀 수 있었던 지배인은 힘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모, 몸값이라면 얼마든지 지불하겠습니다.”
“어라? 그럼 저기 있는 너희 직원들은?”
“이, 일단 제 몸값부터 지불하겠습니다.”
“쯧쯧, 재미없어. 그래도 마음은 이해한다.”
네로는 손에 쥐고 있던 쿠리어를 풀어 주었다.
부아아아앙! 푸욱!
구속이 풀린 쿠리어는 거칠게 날갯짓을 하며 지배인의 복부에 파고들었다.
쿠리어는 사정없이 뱃가죽을 찢었다.
“끄아아아아악! 제, 제발 살려 줘!”
지배인은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뚝!
눈, 코, 입 가릴 것 없이 몸에 있는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숨통이 끊어진지 이미 오래였다.
“우웁!”
그 풍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안 닥치면 다음 장난감으로 삼아주지.”
네로의 말을 내뱉은 순간, 그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목소리를 죽였다.
파르르르.
그들은 그저 두려움에 몸을 떨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아, 최고네. 여기 왜 비싼 돈 주면서 묵으려고 하는지 알겠네.”
“킹. 여기 돈 안 내지 않았습니까?”
부하의 질문에 네로는 음료컵을 들며 대꾸했다.
“원래 남의 걸 뺏으면서 최고야. 쓸 데도 많은 돈을, 이런 데서 지출할 수는 없지.”
“하하하, 하긴 그렇습니다. 근데 두목 오늘 기분 안 좋습니까?”
“갑자기 왜?”
“화나거나 마음에 안 들면 심심풀이로 사람 죽이지 않습니까?”
“오오! 나랑 오래 지내다 보니까 별 걸 다 아네.”
씨익.
네로는 빨대로 얼음과 음료를 휘저으며 입꼬리를 올렸다.
“방금 통화한 그 녀석. 엄청 건방지더라고. 그래서 내가 심기가 아주 불편해.”
“그럼 슬슬 명령을 내릴까요?”
“실수하면 죽인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럴까 봐 길드원 102명이 전부 이 작전에 투입했습니다.”
“좋아. 그럼, Let‘s start!”
쪼르륵.
네로는 빨대를 입에 물고 쭉 빨며 피식 웃었다.
‘후회하게 해 주마. 건방진 아시아인이 이 땅에 설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지.’
***
두근두근.
‘내, 내가 왜 이러지?’
건우와 나란히 걷는 시엘은 심장이 떨려왔다.
500살을 넘기면서 이성과 이렇게 설렌 적이 있던가.
그녀는 스스로 던진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뜸 없잖아!’
그녀는 갑작스런 건우의 데이트 요청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슬쩍.
시엘은 옆에서 걷고 있는 건우를 살펴봤다.
키는 그녀보다 약간 컸다.
인상이 남자답게 다부진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날카로운 인상은 사람들의 인상에 강하게 박힐 만큼 강렬했다.
‘근데 왜 사람들이 바로 알아보지 못하는 거지?’
그녀는 건우와 마탑에서 생활하면서 종종 특이한 일을 겪었다.
미국 전역에 명성을 떨친 것치고는 사람들이 건우에게 시선을 주는 일은 없었다.
그녀는 쭉 품고 있던 의문을 물었다.
“왜 주변에서 건우 씨를 알아보지 못하는 거죠?”
건우는 니제르의 귀걸이를 손으로 집으며 답했다.
“여기에 심어 둔 환상계열 아티팩트 효과 때문에 그래요. 눈에 띄는 건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시엘은 후훗 웃음을 터뜨렸다.
“조심성이 많네요.”
“그렇죠. 뭐 시엘은 왜 탑에서 여기까지 건너온 거예요?”
건우가 던진 질문에 시엘은 입꼬리를 올렸다.
“정령의 시초를 찾으려고 왔어요. 탑 안에서는 문헌조차 찾기 어려워서요.”
“정령의 시초요? 그건 정령왕 아닌가요?”
건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시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어 보였다.
“처음에는 저도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정령의 시초는…….”
그녀가 설명하려는 찰나.
부와아앙!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세차게 질주했다.
타악!
건우는 조심스럽게 시엘의 어깨를 감싸며 위치를 바꿨다.
바로 그 순간.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운전수가 건우를 향해 무언가를 날렸다.
부와아앙!
거친 날갯짓 소리가 귓가에 와 닿았다.
하지만 너무 빨라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초감각을 시전했습니다.]온몸의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리니, 그제야 그 무언가가 똑똑히 엿보였다.
쩌걱!
녹색의 알을 깨고 벌레 좀비가 튀어나와 시엘을 덮치려 하고 있었다.
건우는 즉각 손을 뻗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금빛의 링이 순식간에 벌레 좀비, 쿠리어의 몸을 감쌌다.
생물에게 통용되지 않는 링이지만 무기로 만들어진 좀비는 예외로 치는 것 같았다.
끼에에에엑!
쿠리어는 비명을 내지르더니, 다시 알의 형체로 돌아왔다.
건우는 그대로 알을 손으로 붙들었다.
시간으로 치면 고작 5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까다로운 병기네.’
건우는 쯧 혀를 차다 시엘을 바라보았다.
“시엘 안 다쳤어요?”
“네, 네. 괜찮아요.”
시엘은 귀 끝이 빨개져서는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건우는 그녀의 행동에 엉뚱한 생각을 했다.
‘누, 눈치챈 건가?’
-……
그러자 이제는 얼굴만 봐도 건우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 세이비어가 그를 타박을 했다.
-너 바보지?
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