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 Recovery Mage RAW novel - Chapter (99)
돌아가기SSS급 리커버리 마도사
98화
세이비어의 말에 건우는 눈썹을 삐죽 올렸다.
“바보라니요? 이래보여도 사람이 얼마나 진지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
-그런 의미로 말하는 게 아니지만……, 그래서 탐색전은 끝난 거냐?
건우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30퍼센트 정도 끝났어요.”
그때 이성을 되찾은 시엘이 말을 걸어왔다.
“건우 씨. 누구랑 이야기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저기 있는 액세서리 숍도 한 번 들러볼까요?”
“좋아요.”
시엘은 웃으면서 걸음을 옮겼다.
스윽.
건우는 다시 그녀와 발을 맞추며 걸었다.
***
네로가 게임 시작을 선포한지 2시간이 지났다.
유쾌했던 분위기는 매우 무거워졌다.
별다른 성과가 없자, 네로의 심경이 불쾌해졌기 때문이다.
오들오들.
이제는 호텔직원들은 물론 그의 부하들까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특히 이 작전을 책임지고 주도하고 있는 그의 부하는 양손을 마주잡고 덜덜 떨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걸까나.”
네로의 질문에 그는 허겁지겁 입을 열었다.
“그, 그게 기습은 수십 차례 하고 있는데, 그 녀석 무슨 재주를 쓰는 건지 다 막아 내고 있습니다.”
네로는 이맛살을 좁혔다.
“내가 왜 못 죽였냐고 물었지. 상황을 보고하라 그랬어.”
그는 곧장 쿠리어를 말아 쥐더니, 손가락으로 그것을 튕겨 부하의 가슴팍에 박아 넣었다.
푸욱!
알을 깨뜨리고 나온 벌레 좀비가 순식간에 그의 몸을 파고들었다.
“으아아아아악!! 사, 살려 주십시오! 킹!”
그는 눈물과 콧물을 쑥 빼며 애걸복걸 빌었지만,
“쓸모없는 새끼. 나가 뒤져.”
네로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하염없이 차가웠다.
이윽고.
주륵.
그는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커, 커헉!”
부하는 털썩 쓰러지며 그대로 죽음을 맞이했다.
“…….”
주변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부하조차 사정 봐주지 않고 죽이는 그 모습에 블랙 라이언 일당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차마 반항할 생각은 못 했다.
단순히 S급 마인이라서가 아니다.
이 남자는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르는 사내였다.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을 죽이려고 한 전과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심기를 거스르면, 상대가 누구든 가리지 않았다.
일반적인 개념은 그에게 통용되지 않았다.
거슬리니까 죽인다.
이것이 그에게 제일 중요한 거였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는 건우의 말에 크게 빈정이 상한 상태였다.
처음에는 침착함을 가장했다.
곧 있으면 쿠리어에 의해 잔혹하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됐나?
거듭된 기습에도 건우는 죽지 않고 분수대로 향하고 있었다.
‘……말도 안 돼.’
네로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쿠리어가 수십 개가 날아오면 아무리 그라도 감당할 수 없다.
쿠리어는 그만큼 위험한 병기였다.
제아무리 건우가 자신을 웃돌고 있는 헌터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여야 했다.
‘S급 탱커도 파먹을 수 있는 위험한 병기일 터인데.’
네로는 턱을 매만지다가 곧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잘 들어? 30분 안에 최건우 그 새끼 처리해. 안 그러면 너희까지 죽일 거야.”
“…….”
네로의 엄포에 블랙 라이언 일당의 표정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심기가 약간 거슬렸는지 네로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대답은?”
“알겠습니다!”
블랙 라이언 일동은 대답을 하며 발을 박찼다.
“……한심한 놈들.”
양손에 깍지를 끼고 있던 네로는 몸을 일으켜 바깥의 전광을 살폈다.
얼마 안가, 그의 눈에 건우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발견하는 건 쉬웠다.
분수대까지 루트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때마침 그의 부하들이 사방에서 건우에게 쿠리어를 날린 참이었다.
쩌걱!
부아아아아앙!
알을 깨고 나온 쿠리어들이 날갯짓을 하며 일제히 건우를 노렸다.
꿀꺽.
네로는 저도 모르게 고인 침을 삼켰다.
‘저건 나도 못 막아.’
만약 자신이 저만한 쿠리어 떼에게 둘러싸인다면?
틀림없이 죽는다.
네로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하나.
우웅! 우웅! 우웅!
그러나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금빛의 링에 휘감긴 쿠리어가 다시 알의 형체로 돌아가 건우의 손에 쥐어졌기 때문이다.
“말도 안 돼!”
네로는 경악하며 소리를 쳤다.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레이드를 하면서도 보지 못한 현상에 그는 크게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급하게 부하를 돌아보며 말했다.
“저 자식. 여기 위치 눈치챈 건 아니겠지?”
부하는 아직까지 얼어붙은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럴 리 있겠습니까? 속도는 아주 늦지만 저 자식 고분고분 분수대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
네로는 아직까지 동공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위험해. 그래도 같은 S급이니까 견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로는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부하에게 명했다.
“만약 저 자식이 여기 위치 눈치채면, 이거 봉인 풀어.”
쾅! 쾅!
네로는 곁에 있는 거대한 철제 박스를 발로 찼다.
크기는 대략 한 주택의 물탱크와 맞먹었다.
“위, 위험합니다.”
부하는 혹시나 박스가 터질까 싶어 외쳤다.
그것은 사제트가 만든 흉악한 병기였다.
***
화창한 오후.
도심 부근에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활기가 넘쳐 났다.
그리고 그 중심에 길을 걷고 있던 건우에게는…….
키에에엑!
벌레 좀비가 끊임없이 습격을 가하고 있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 [회귀의 링을 시전했습니다.]하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다.
기습을 가하기도 전에 쿠리어들은 다시금 알의 형태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건우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잡초 뽑기 정도의 반복 작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냥 놀고만 있지 않았다.
이것으로 탐색전은 끝났기 때문이다.
‘대놓고 감시하는 시선이 100명은 넘어가네.’
명품 가게 전시창 너머에 각성자들의 모습이 비쳤다.
바로 뒤에는 두 명의 무리가 그들을 쫓고 있었다.
그 외에도 빌딩 옥상에서 쌍안경으로 내려다보는 이부터 노인으로 변장한 이까지.
철두철미하게 분수대로 가는 동선에 그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쿠리어로 습격한 횟수 서른네 번.’
건우는 주머니에 수복이 있는 쿠리어의 알을 매만졌다.
회귀의 링에 둘러싸인 그것들은 자신의 의지로 결코 알을 깨뜨릴 수 없었다.
‘그리고 도시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빌딩은 3개.’
쭉 도시를 배회하면서 세 군데 건물을 살펴본 결과.
두 군데는 사람들이 오가며 활기를 가득 메웠다.
반면 남은 한 군데.
거대한 호텔은 으슥한 기운만 감돌뿐이었다.
회전문을 통해 들어가는 사람은 있는데, 나오는 사람은 없다.
게다가 호텔을 운영하는 직원들의 표정이 뻣뻣했다.
그것으로 건우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 호텔은 네로가 정복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탐색이 끝났다고 바로 행동을 옮길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겁을 집어먹은 네로가 캘리포니아 전체에 데스 포그를 풀어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해라. 할 수 있어.’
건우는 꼬리에 꼬리를 물며 거듭 생각했다.
이번 게임에는 딱히 정답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앞에서 게임 클리어 조건이 분수대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건우는 그의 룰을 조금도 신용하지 않았다.
상대는 미국 최악의 범죄자이자, S급 마인인 네로 시저.
신용도 -100퍼센트의 사나이었다.
아마 그는 건우가 분수대에 도달한 순간, 반드시 건우를 죽이기 위한 최악의 수를 들이밀 것이다.
“또 심각한 표정 짓고 있네요.”
현재 위치는 대형 옷가게.
건우와 같이 옷을 살펴보고 있던 시엘이 염려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 죄송해요.”
시엘은 피식 웃으며 건우의 입가를 꼭 눌렀다.
“그런 표정 짓느니, 평소처럼 교활하게 웃는 게 보기 좋아요.”
“교활하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건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억지로 웃고 있는 모습을 띠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건우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에게 물었다.
‘어떻게 놀아줄까?’
씨익.
거울 속에 비친 건우는 어느새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시엘은 그런 건우를 보며 말했다.
“어? 나왔다. 건우 씨 특유의 교활한 웃음.”
“그러니까 왜 자꾸 교활하다고 하는 겁니까?”
건우는 근처에 있는 챙이 넓은 모자를 그녀의 머리에 씌워 주었다.
“어?”
서슴지 않고 벌인 행동에 시엘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의아한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건우는 진열대에 걸려 있는 여성용 옷을 검지로 지목하며 제일 끝에 있는 코너까지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까지 전부 살 테니까 여기 있는 분한테 입혀 주시고, 사진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반드시 전부 입어 봐야 합니다.”
“거, 건우 씨! 이, 이렇게까지는 필요 없는 데요.”
시엘은 당황하며 만류하려고 했지만.
“호호호호,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요. 자, 같이 갈까요?”
옷가게에 있는 모든 여직원들이 시엘을 둘러싸서 끌고 갔다.
“어? 어?”
시엘은 곤란한 표정으로 옷가게 직원들에게 끌려갔다.
뚜벅.
그걸 본 건우는 그대로 옷가게 출구로 나섰다.
-그래서 지금부터 어떻게 할 참이냐?
“일단 깜짝 놀래켜 줘야 되지 않겠어요? 광대는 보통 그러고 노니까.”
건우는 피식 웃으며 전신에 금빛 마력을 끌어올렸다.
[일루전 마법을 시전했습니다.]***
네로는 초조한 표정으로 도시의 전광을 살펴봤다.
옷가게를 빠져나온 건우와 시엘은 다정하게 웃으며 다시 분수대로 향하고 있었다.
빠득.
그 모습을 보니 네로는 절로 이를 갈렸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인데, 어째서 초조하단 말인가.
본래라면 초조하며 주변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건우였다.
“젠장!”
콰앙!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그는 세차게 벽을 내려쳤다.
쩌저저저적! 콰아아앙!
괜스레 애꿎은 벽만 부서져 내려앉았다.
삐리리.
바로 그때, 그의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네로는 즉각 통화에 응했다.
“뭐야?”
[키, 킹! 큰일 났습니다.]“뭐가 큰일인데?”
[성당 근처에 최건우 일행이 발견됐습니다.]“무슨 소리야? 그 녀석들은 방금 옷가게를 빠져나왔는데. 헛소리 하지 말고 끊어.”
삐리리.
통화를 종료하자마자, 다시금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뭔데?”
[키, 킹! 뭔가 이상합니다. 방금 최건우 일행이 학교캠퍼스 쪽으로 지나갔습니다.]빠직!
어처구니가 없던 네로는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너희들 미쳤어!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야!”
흥분한 그는 즉각 도시의 풍경을 살폈다.
“…….”
그러고는 얼마 안가 넋을 놓은 표정을 지었다.
스륵. 탁.
힘이 빠진 손에서 핸드폰이 떨어졌다.
삐리리리리리.
핸드폰에서는 끊임없이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하들에게 온 연락이었다.
그러나 구태여 받을 필요 없었다.
어차피 모두 같은 내용으로 인한 전화일 테니까.
사방팔방.
전후좌우.
도시의 곳곳에서 건우와 시엘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에 네로는 안면근육을 파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미친놈은…….”
삐리리리.
그때 그의 주머니에 있던 또 다른 핸드폰이 울렸다.
건우와 게임을 위해 마련해 두었던 폰이었다.
밖을 보니 도시 곳곳에 있는 건우가 핸드폰을 귀에 대고 통화를 시도 중이었다.
꿀꺽!
네로는 목에 고인 침을 삼키며 전화를 받았다.
[뭐 하고 있기에, 지금에서야 전화를 받고 있어?]나긋나긋한 음성에 네로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너, 너 대체 뭐 하는 짓이야! 허튼 수작 부리지 말고 분수대로 가. 안 그러면 데스 포그를 풀어 버리겠어.”
도시 곳곳에 있던 건우 일동이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서 퀴즈. 나는 어디 있을까?]“허튼수작 부리지 마!!”
네로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자 건우는 답을 일러 주었다.
[정답. 나는 바로 네 위에 있어.]“……?!”
휘둥그레 눈을 뜬 네로는 즉각 고개를 위로 향했다.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