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at the peak of wealth RAW novel - Chapter 102
109. 인기의 시작(2)
MC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질문했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대답을 요구하면 안 되지만 서하나가 자신 있게 시점을 명시하니 그도 자연스럽게 따른 것이다.
서하나가 녹화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네, 그렇습니다. 시청자께서는 목요일까지는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검토하며 천천히 사 모으시면 됩니다. 움직임은 금요일부터니까요. 의심쩍은 분은 금요일에 사셔도 됩니다. 우리가 노리는 때는 그다음 주입니다. 3월 8일부터 일주일간 상당히 오를 것으로 예상하니까요. 다음 주에 들어가서 사면 늦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 목요일까지 천천히 사 모으시란 겁니다.”
“그럼 무엇을 매수하는 게 좋겠습니까? 서하나 부사장님께선 무슨 종목을 편입할 예정입니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주 상승 종목을 살 생각은 없고요, 다음 주 상승을 위한 대비로 이번 주에 천천히 사들이는 겁니다. 전체적으로 지수가 상승한다고 보았을 때 가장 무난한 종목은 역시 금융주입니다. 은행, 증권, 종금 등 모두 괜찮습니다.”
“과거 트로이카 종목이 떠오르는데요, 그럼 건설주는 어떻습니까?”
“건설도 나쁘지 않고요.”
“제조업 주식은 어떻습니까? 이를테면 연초에 핫했던 전자 통신 종목은요?”
“통신주는 지난 상승의 피로가 높아 아직 아닙니다. 기계장비주는 그나마 괜찮고요, 금속주나 화학주도 일단 유보하고 싶습니다.”
서하나의 대답은 거침이 없었다. 그녀의 대답이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명확하다는 점이었다. 대개 구체적인 종목 언급을 피하거나 애매하게 말했지만, 그녀는 오른다 내린다가 명확했다.
옆의 다른 출연자들이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 저렇게 말하다가 틀리면 골치 아플 것이란 표정이었다.
서하나의 자신 있는 말투에 담당 MC가 매우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다른 사람에 비해 대화가 편했으니까. 당연히 서하나의 방송 분량이 늘어날 조짐이 보였다.
이런저런 질문과 답이 오고 간 후 MC가 끝을 맺었다.
“시청자 여러분, 오늘 대단한 펀드매니저를 만났습니다. 외모도 실력도 단연 돋보입니다. 이번 한 주 그녀의 말이 맞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하나의 차례가 끝나고 박강수로 넘어갔다.
남자 MC가 소개한 다음 질문을 던졌다.
“박강수 부사장님의 나이가 아마 출연자분 가운데 가장 어린 것 같습니다. 그 말은 가장 진급이 빠르다는 것인데요, 혹시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사실상 그의 출신을 저격하는 질문이었다. 물론 MC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질문한 것은 아니었다.
박강수는 내심 부화가 치밀었지만 겉으로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제가 주식거래 경력이 좀 됩니다. 거기에다 주식 관련 논문으로 박사 학위도 받았고요. 증권사에서 저의 능력을 잘 평가해주신 덕분이겠지요.”
“아, 그러시군요. 다시 보니 출연자 가운데 가방끈은 가장 긴 것 같습니다.”
방청객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박강수는 남자 MC를 째려보며 인상을 썼다.
곧바로 여자 MC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보기에 다른 분들 대비 가장 미남이신 것 같습니다. 아마 시청자분도 매우 좋아하실 것 같아요. 그럼 이번 주 시황부터 들어볼까요?” 여자 MC는 박강수에 대해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
박강수는 사전에 준비해왔던 내용을 늘어놓았다. 그는 미국파답게 미국 다우와 나스닥지수 움직임부터 설명했다. 그의 설명은 서하나보다 훨씬 더 상세했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가 서하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가 노린 점도 그런 것이었다.
국내 시장 전망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였다. 명확하게 오르거나 내린다는 단정을 짓지 않았다. 주식이 오르기를 바라고 있는 사람이 들으면 오른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대로 주식이 없어 내리기를 원하는 사람이 들으면 횡보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놀라운 화술이었다.
박강수는 자신의 샤프함이 돋보이도록 안경을 멋지게 코디했다. 시청자가 보기에 그는 선진 기법을 터득한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중간중간에 남자 MC는 태클을 거는 것처럼 보였고 여자 MC는 찬사를 늘어놓았다.
유서준은 두 MC의 상반된 진행이 신기해 보였지만 왜 그런지까지는 고민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남은 한 사람까지 녹화가 끝났다.
방청객이 녹화장 안으로 몰려갔다.
단연 인기는 서하나와 박강수였다. 서하나 주변에는 주식하는 아저씨가 모였고 박강수 옆에는 아줌마가 몰려들었다.
서하나와 박강수는 그들의 질문을 일일이 받아주었다.
간신히 여유가 생겼을 때 유서준이 박강수에게 한마디 던졌다.
“너 말 참 잘하더라.”
“그거 실력이 있어서 그런 거다.” 박강수가 가소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박강수가 서하나를 향해 인사했다.
“누나도 오늘 말 참 잘하던데요?” “강수 너도 오늘 대단하더라.”
서하나는 예의상 박강수를 칭찬해주고는 유서준에게 붙었다.
박강수가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일주일 후에 녹화할 때부터는 순위가 정해지겠군요. 물론 제가 앞서나가겠지만 정정당당하게 대결해봅시다.”
“그래 무운을 빈다.”
서하나가 미소로 응답했다.
담당 MC를 비롯하여 PD가 다가와서 예상보다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특히 서하나가 화면을 잘 받아 프로그램이 살 것 같다며 칭찬을 하는 통에 유서준이 뿌듯해졌다.
**
녹화한 방송은 곧바로 편집되어 전파를 탔다. 다음 주부터는 사실상 생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인지라 편집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시청자 반응 또한 나쁘지 않았다. 케이블 주식 방송치고는 상당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색다른 방송 전개와 신선한 출연진 덕분이라는 평이었다.
그날 저녁 유서준과 서하나는 국내 최대 주식 포털 사이트인 P 사이트에서 방송 프로그램의 반응을 살폈다.
예상보다 반응은 뜨거웠다.
방송 내용에 대한 세세한 논평도 있었지만 사실 네티즌은 그런 것엔 관심 없었다. 역시나 서하나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
– 스타리그, 펀드매니저의 브러드워 봤음? 대박 예쁜 여자 나옴.
– 서하나라는 여자 탤런트 아님?
– SJ 증권 부사장임.
– 나 내일 SJ 증권에 계좌 개설하러 간다. 서하나를 만나고 올 거다.
– 바보. 부사장이 창구에 나오겠냐?
– 난 무조건 서하나가 시킨 대로 매매할 거다. 예쁜 여자는 거짓말 안 해.
– 그 방송 무조건 봐라. 드라마보다 더 눈이 정화된다.
*
유서준이 게시판 곳곳의 댓글을 보여주자 서하나가 얼굴을 붉혔다.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난리네.”
서하나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인기 있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싫어할 이유는 없었다.
유서준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예상했어?”
“응. 내가 좀 예쁘잖아.”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서하나를 보며 유서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방송에 대한 반응 가운데 대략 절반가량이 서하나에 대한 것이었다. 일부는 가식적이라든가 얼굴만 예쁘면 뭐하냐는 식의 비난도 있었지만 대부분 호평 일색이었다.
서하나가 다른 화면을 가리켰다.
전문가분석실이란 카테고리가 보였다.
“여기 사이트에서 이 카테고리에 글을 올려줄 수 있냐고 연락이 왔어. 다른 출연진은 이미 하고 있나 봐.”
유서준이 게시판을 둘러보니 열 명가량의 증권사 관계자 또는 개인 전문가가 글을 올리고 있었다. 박강수가 올린 시황 및 종목 진단도 보였다. 각자 대략 하루에 글 하나 정도를 올렸고 조회수는 상당히 높았다. 증권사 홍보에는 다소 도움이 될 것 같았지만 쉽게 뛰어들 문제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저런 종류의 일은 지속성이 문제였다. 또 게시글이 남으니까 나중에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난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바쁘잖아?”
유서준의 말에 서하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생각하지 뭐.”
**
[1999년 3월 8일]일주일 만에 다시 방송 시간이 돌아왔다. 오늘부터는 생방송이었다.
그렇다고 각본이 없을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른 순발력이 대단히 중요했다.
방송 두 시간 전에 출연진이 모여 전체적인 흐름을 숙지하고 대략적인 질문과 답변에 입을 맞추었다. 지난 방송에 더해서 시청자와의 즉석 전화 상담이 추가됐다.
생방송이 시작됐다.
MC의 프로그램 방송 개시 알림 멘트와 함께 출연진의 인사가 시작됐다.
곧바로 지난 한주 시황 및 매매 결과 설명이 이어졌다. 주가지수가 옆으로 횡보한 탓에 대부분 무난한 한 주를 보냈다.
특이한 사람은 A 증권사의 김연식 투자본부장이었다. 그는 데이트레이딩 전문가인지 무려 십여 차례 교체 매매를 했다. 하루에 종목을 세 차례나 교체해가며 매수매도를 반복한 날도 있었다. 그 때문인지 수익률은 가장 높았다. 물론 그 차이는 미미했다.
다른 출연자 차례가 끝나고 마이크가 넘어왔다.
남자 MC가 서하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지난주 방송 시청자 게시판 보셨습니까? 서하나 부사장께서 인기 탑이시더군요.”
“시청자분께서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서하나는 곧바로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특이하게도 지난주에는 단 두 종목만 매수하셨더군요. 매도도 없고요. 다른 분과는 매매 스타일이 많이 다른 데 이것은 왜 그렇습니까?”
서하나는 녹화 카메라를 보며 대답했다.
“투자자마다 매매 스타일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잦은 매매는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개인투자가는 다소 긴 호흡이 좋습니다. 잦은 매매는 증권사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니까요.”
유서준은 방청석에서 그녀가 대답하는 것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개인투자가를 생각하는 증권사. 그것이 자신과 그녀가 증권사를 설립한 이유가 아니던가.
서하나의 답변이 이어졌다.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지난주는 수익을 내기 위한 기간이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기간입니다. 지난주 매수한 종목으로 이번 주에 수익을 내는 작전이었거든요. 자,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전반적으로 시장이 강세를 보이지 않나요? 이번 주는 그 종목으로 수익을 내보도록 하죠.”
“역시 다른 분과 좀 다르네요. 시청자께서 따라 매매하기는 편하겠습니다만 과연 수익률이 얼마나 나올지…… 그럼 다음 박강수 부사장님.”
MC의 대화가 박강수로 넘어갔다.
박강수는 다른 출연진과 달리 주로 소형주를 매매했다. 수익률도 나쁘지 않았다. 실제로는 증권사 차원에서 해당 종목 주가를 관리해주었지만 시청자는 그런 것까지 알 수는 없었다. 박강수의 수익률에 MC의 찬사가 이어졌다.
그렇게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진 후 화면에 지난 일주일간의 수익률 비교가 떴다.
*
A 증권 김연식 / 보유주 : 일양약품, 갑을, SKC / 누적손익 : +3.7%
SJ 증권 서하나 / 보유주 : 신한은행, 벽산건설 / 누적손익 : +0.3%
해솔 증권 박강수 / 보유주 : 한솔전자, 비비안, 한섬 / 누적손익 : +3.4%
B 증권 이동현 / 보유주 : 삼성전기, 주택은행 / 누적손익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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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준은 화면을 보며 다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첫 주이고 포트폴리오 구축으로 생각했기에 순익에 그리 얽매일 생각은 없었지만 정작 성적이 발표되니 기분이 묘했다. 일등을 바라진 않았지만 꼴찌는 바라지 않던 바였다.
그는 서하나의 표정 또한 살짝 얼룩지는 것을 발견했다. 물론 그녀는 생방송 중이라 곧바로 표정을 바로 잡았다.
다시 MC의 안내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시청자분들의 고충을 들어보는 시간이 되겠습니다. 전화 연결합니다.”
전화 신호 울림소리가 들리더니 중년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말씀하세요.”
– 전화 연결된 것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무슨 종목 물어보실 건가요?”
– 아무거나 막 물어봐도 됩니까?
“네, 괜찮습니다.”
– 그럼 우리 서하나 부사장님의 키와 몸무게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