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at the peak of wealth RAW novel - Chapter 105
112. 코스닥 입성(1)
[1999년 5월 3일]생방송 때마다 유서준은 서하나의 옆을 지켰다. 그는 바쁜 일을 제쳐두고 함께 녹화장에 갔다. 그가 하는 일이라고는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는 일이 전부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서하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5월 첫 주 방송을 시작했을 때 출연진 펀드매니저의 순위가 화면에 비쳤다. 두 달 연속 큰 폭의 지수 상승에 힘입어 겉보기에 모두 선전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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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증권 김연식 / 보유주 : 대상, SK케미칼, 대동 / 누적손익 : +49.3%
SJ 증권 서하나 / 보유주 : SK 텔레콤, 제이씨현 / 누적손익 : +46.8%
해솔 증권 박강수 / 보유주 : 금양, 원림, 대동전자 / 누적손익 : +72.1%
B 증권 이동현 / 보유주 : 삼성물산, 데이콤 / 누적손익 :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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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가 이런저런 인사말과 함께 박강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요즘 랭킹 1위를 달리시는 박강수 부사장님, 이번 주도 1위를 하셨는데 너무 잘 나가시는 것 아닙니까?” “하하, 그게 다 제가 실력이 있어서 아닙니까?”
박강수가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생방송 체질에 연기실력도 이젠 수준급으로 올라섰다.
MC가 그의 보유주를 살피며 물었다.
“매매 하시는 종목에 특징이 있습니다. 대부분이 중소형주이고 빨리 치고 빠지는 종목인데요, 매매 스타일도 이삼일 상한가 노리고 치고 빠지는 스윙 트레이딩 방식을 많이 쓰시네요. 그 이유가 있습니까?”
“하하,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일반 적극적인 투자자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뭘까요? 작전주 아닙니까? 작전주하면 중소형주죠. 대형주는 작전 타기 어렵습니다. 최근에 데이트레이딩이 유행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일반인에게 가장 편한 기법은 스윙 트레이딩이죠. 오늘 사서 2-3일 후 오르면 파는 기법. 저는 대중이 좋아하는 방법을 선호합니다.”
박강수가 안면에 환한 웃음을 띠며 씩씩하게 말했다.
방청객 대부분이 끄덕였지만 유서준은 내심 코웃음을 쳤다.
그가 중소형주, 그것도 거래량이 적은 것을 위주로 하는 이유는 증권사에서 밀어주기 편하기 때문이다. 보유주 주가가 하락하면 소문을 한번 찌라시에 슬쩍 흘려주고 그래도 안되면 해솔 증권 펀드를 이용해 가격을 밀어 올리면 된다. 그로서는 불패일 수밖에 없다.
담당 MC가 다시 물었다.
“현재 보유하신 원림은 섬유의복주인데요, 이게 엊그제 상한가를 쳤습니다. 매수한 종목이 상한가를 치는 경우를 유달리 자주 봅니다만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습니까?”
당연히 비법은 있다. 그가 사고 난 직후에 펀드에서도 사서 가격을 쳐올렸으니까.
“하하, 제가 원래 잘 찍습니다. 고등학교 때도 찍신이었죠.”
“아, 맞습니다. 박강수 씨께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셨었죠. 역시 잘 찍어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풀어나가던 MC가 서하나에게로 말을 돌렸다.
“자, 요즘 주식 여신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계신 서하나 부사장님도 이번 주 선방하셨어요. 그래도 등수는 변함없지만요.”
서하나가 카메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MC가 그녀를 향해 물었다.
“요즘 거리에서 알아보는 분도 많지요?” “모두가 프로그램 MC나 드라마 출연하는 사람으로 알아보시더라고요.”
“주식에서 조금 더 선방하셔야겠습니다. 그동안 서하나 부사장께선 일반인이 많이 알거나 자주 건드리는 평범한 종목 위주로 매매해오셨는데요. 오늘 특이한 종목이 하나 들어가 있네요?”
화면에 다시 그녀의 보유종목이 비쳤다.
서하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제이씨현요? 그것 코스닥 종목입니다.”
“코스닥 종목 매매는 여기 계신 분 중 처음 아닌가요?” 서하나가 방청객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 일반 투자가의 코스닥 참여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 시류에 부응해서 코스닥 종목을 넣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종목이 코스닥에 있으면 계속 매매할 생각입니다.”
MC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사실 코스닥은 2류 종목이란 이런 시각도 많잖아요? 혹시 코스닥이라도 넣어서 꼴찌를 면해보자 이런 의도가 아니신가요?” 서하나의 안색이 붉어졌다. 짓궂은 질문에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곧 감정을 추스르고 대답했다.
“저뿐 아니라 다른 분도 곧 코스닥 종목을 편입할 겁니다. 수익이 높으면 매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 너무 투기적으로 흐르면 안 되겠지요.”
“그럼 앞으로 코스닥 종목이 상승을 이어가리라 예상하십니까?”
“그럼요. 앞으로 약 일 년간 코스닥 종목은 모든 사람에게 큰 기회를 부여할 것입니다.”
서하나는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것은 사전에 유서준과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본 내용이었다. 이 무렵 코스닥 시장은 급격한 성장을 하고 있었지만, 아직 거래소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루 거래대금으로 비교하면 코스닥 시장은 1천억 원 정도였고 거래소는 3조 원가량이었다. 코스닥 시장은 기관의 거래가 많지 않았고 대부분 개인투자자 위주여서 등락이 심했다.
MC의 질문이 다른 출연진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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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카메라가 꺼지자 모두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유서준은 세트 위로 올라갔다. 그도 매회 방청하는 바람에 출연진과 가까워져서 인사를 주고받았다.
박강수가 그에게 청첩장을 건넸다.
“나 결혼한다. 꼭 와라.”
유서준은 청첩장을 받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설마 김현아가?
그는 재빨리 청첩장을 열었다. 서하나가 그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청첩장을 열어본 유서준의 안색이 금방 본색을 회복했다. 다행히 신부의 이름은 김현아가 아니었다.
서하나가 박강수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바쁠 텐데 언제 연애를 다 했어?”
“그래도 누나만큼 바쁘지는 않을걸요?”
박강수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곧바로 그의 눈이 유서준에게 돌아갔다.
“축하한다.”
유서준이 손을 내밀었다.
박강수가 은근히 그의 마음을 갈구었다.
“현아인가 싶어 놀랐지?”
유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다른 질문으로 넘어갔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지? 그동안 스타리그 주식매매는 어떻게 하나?”
“별걱정을 다 하는구나? 일주일 매매 하지 않아도 SJ 증권에는 지지 않을 거니까. 해외에서도 요즘은 매매가 가능하니 문제없지.”
박강수의 입가에 가소로운 표정이 흘렀다. 박강수는 모든 것이 의도대로 잘 진행되고 있음에 만족했다. 현재 랭킹 1위였고 그것도 2위와는 차이가 컸다. 지금처럼만 쭉 진행되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 과거에 유서준에게 졌던 치욕이 씻기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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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유서준과 서하나는 집에서 종목을 검색했다.
두 사람은 자주 이런 시간을 보냈다. 회사에서의 일이 밤에 집에까지 옮겨온 감이 있었지만 그나마 즐거운 마음으로 주식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최근 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역시나 코스닥 시장.
서하나는 코스닥 시장에 불어오는 바람을 슬금슬금 느끼고 있었다. 역시 주식에 있어 타고난 재능과 감각이 있는 그녀였다.
“골드뱅크가 대단하네.” 서하나가 골드뱅크의 챠트를 모니터에 띄우며 유서준에게 보여주었다.
코스닥 종목인 골드뱅크의 주가는 아래에서 뭉그적거리다가 최근 들어 폭등세를 보이고 있었다. 올해의 시작인 1월 4일 골드뱅크의 주가는 1060원이었다. 액면가 500원 주식이었으니 일반적인 액면가 5000원 주식으로 생각하면 10600원짜리였다. 그 주식이 약 4달이 지난 오늘 액면가 500원 기준 11200원이었다. 거의 10배가량 올랐다. 말 그대로 쉬지 않고 올랐다. 그런데도 오늘 또 +12% 오른 상한가였다.
“이 주식 아무래도 이상해.”
“대단한 작전주네.”
유서준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아, 그때 샀었어야 했는데.” 서하나의 안면에는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사실 이 종목이 그녀의 눈에 띈 것은 지난 3월 초였다. 방송을 시작하면서 오를 만한 종목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딱 걸렸다. 그녀가 보기에 큰손이 매집 과정을 거쳐 주가를 쳐올리기 시작하는 모습이 확실했다.
주식매매 랭킹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서는 이런 작전주를 매매하는 것이 좋다. 자칫하면 폭삭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올라타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니까.
서하나는 골드뱅크를 일부 편입하기를 원했다.
유서준은 그녀를 만류했다. 우리가 증권사를 설립한 것은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우리가 생방송에서 그런 작전주를 매매하면 시청자 역시 그런 종목을 따라 할 거라고. 서하나는 그의 뜻에 공감하고 골드뱅크 매수를 포기했었다.
그런 골드뱅크가 엄청 잘 나가고 있었다. 만일 그때 아주 일부만 편입했더라도 지금 그녀의 수익률과 랭킹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건 다 서준이 때문이야. 내가 꼴찌하는 것도 서준이 때문이고.”
서하나가 귀엽게 투정을 부렸다.
유서준은 미소를 지으며 다이어리에서 보았던 한 구절을 떠올렸다.
사실 골드뱅크는 다이어리에도 언급되어 있었다. 99년 상반기의 가장 뜨거웠던 주식이었으니까. 5월 초 이 주식은 10000원을 넘어섰지만, 아직 그 갈 길은 많이 남아있었다. 6월 중순에 무려 31200원의 최고가를 기록하니까. 연초대비 거의 30배에 달하는 수준. 상상이 어려운 수준까지 오를 것이다.
비록 서하나에게는 작전주와 증권사의 도덕성을 운운하며 매수를 말렸지만 실상 말린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다이어리에는 99년 10월 초쯤에 골드뱅크의 주가조작이 드러나며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적혀있었다. 정치권까지 엮인 매우 질이 나쁜 주가조작이었다.
만일 서하나가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골드뱅크를 편입시켰다면 그녀 역시 주가조작 가담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감방에서 몇 달을 살다가 나와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그녀는 작전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을지라도 정치권에서는 희생양이 필요하고 결과적으로는 방송을 통해 작전을 도운 것이 분명하니까.
그로서는 그녀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휩쓸리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서하나는 골드뱅크를 매수하지 않았다. 펀드를 운용하는 SJ 투신도 골드뱅크는 일체 편입하지 않았다.
어쨌든 서하나는 아쉬운 모양이었다. 그녀는 입만 쩝쩝 다셨다.
“그래도 이제 코스닥을 편입하기 위한 첫발을 뗐잖아?”
오늘 오전에 편입했다고 밝혔던 코스닥 한 종목이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이 종목 자체가 다른 코스닥 종목에 비해 그리 많이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거래소 종목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른다.
“연초에 했던 말 기억해?”
유서준이 물었다.
서하나가 기억을 되살리며 대답했다.
“밀레니엄 새천년이라 거기 부합하는 주식은 엄청 오를 거라고?”
“응, 그 주식이 바로 코스닥의 벤처 기업 주식이야. 현재 정부에서 무차별로 밀어주고 있는 동네이기도 하고. 아무거나 사두면 연말에 다 돈이 될걸?”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그리 반박하는 표정도 아니었다. 벤처라고 알려진 종목의 챠트를 보면 하나같이 슬금슬금 상승 중이었으니까. 물론 모두가 골드뱅크처럼 무차별로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유서준이 코스닥지수 챠트를 화면에 띄우며 물었다. 상승 기세가 느껴지는 힘찬 모습.
“올 연말까지 연초 대비 코스닥지수가 얼마나 오를 것 같아?”
챠트에서 서하나는 큰 움직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유서준은 올 연말에 주가지수가 다시 1000 고지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몇 해 동안 그를 지켜봤지만 그런 큰 그림에서 유서준은 거의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거래소 지수는 거의 2배 오른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뜻하는 바가 뭘까.
답이 나왔다. 밀레니엄이 코스닥 벤처에 더 부합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면 코스닥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 몇 배가 되어야 하나.
“거래소가 2배니까 코스닥은 3배?”
“그렇지 연말쯤 되면 코스닥은 연초대비 3배 이상 올라 있을 거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어. 코스닥에서 벤처지수라고 있지? 벤처 기업만 모아 놓은. 그 지수는 무려 7배는 오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