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at the peak of wealth RAW novel - Chapter 155
163. KD 인터내셔널(2)
현재 권대만은 이 투자를 위해 나스닥 상장 업체 하나를 인수한 상태였다. 그 업체는 KD 인터내셔널. 밀레니엄 붐 때 잠시 떴다가 지금은 사실상 그 자체로는 거의 가치가 없는 유명무실한 회사였다. 주가 역시 보잘것없는 수준.
권대만이 제안한 지분 비율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중국 투자의 특성상 처음 인수하는 중국 인터넷 기업은 중국 자체 지분 51%에 KD 인터내셔널이 49%의 지분을 가진다. 이 49%의 지분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현금이 필요했다. KD 인터내셔널에서는 그 돈을 SJ에 요구했다. 필요금액은 대략 천만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0억이었다.
“우리 측에서 100억을 투자하면 KD 인터내셔널 지분 몇 퍼센트를 주나요?”
유서준의 질문에 권대만이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30%입니다. 나머지 70% 가운데 30%는 제가 이리저리 소유하고 있고 20%는 나스닥 시장에, 남은 20%는 다른 곳에서도 출자를 받을 겁니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현재의 KD 인터내셔널의 주가 기준으로 30%는 기껏 10억가량밖에 안 될 겁니다. 하지만 투자금이 들어오면 주가가 뛰니까 절대 손해는 아닙니다.”
이 부분은 투자의 세계다. 지금 현재의 가치만으로 따질 수 없고 미래의 가치가 중요하다. 그 미래의 가치는 바로 권대만이란 사람이다. 그의 가치가 100억이나 될까.
강재민이 그 가격을 깎으려고 대화에 끼어들려는 순간 유서준이 흔쾌히 수락했다.
“좋습니다. 지분 구조는 그렇게 가기로 하죠. 출자를 다 받으면 KD 인터내셔널은 겉으로는 자본금이 대략 300억인 회사가 되겠군요.”
강재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유서준이 그의 반응을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넌 왜 그러냐?”
“아, 형에게 100억은 껌값이겠지만 전 투자할 5억이 없단 말입니다.”
권대만이 오기 전 지분 5%의 투자를 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서준은 강재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없으면 내가 빌려주고. 넌 그동안 받은 월급 어디에다 썼길래 직장생활 10년에 5억도 없냐?”
“어휴, 요즘 아파트값이 얼마인 줄 알아요?”
강재민이 투덜거렸다.
강재민도 이 땅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단지 유서준만 특이한 부류였다.
권대만이 사업 설명을 이어갔다.
“두 번째 중국기업 인수부터는 가능한 첫 번째 중국기업의 주식지분을 사용할 겁니다. 최종적으로 중국기업에 대한 지분은 처음 49%에서 조금씩 낮아지긴 하겠지만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겁니다.”
그 부분은 권대만이 수완을 잘 발휘해야 할 부분이었다.
유서준이 계약서에 서명하며 물었다.
“2년 뒤 대략 얼마가 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권대만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은 돈에 대한 야망이 가득한 미소였다.
“적은 건수라면 제가 미국에서 홍콩으로 날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시작점의 KD 인터내셔널이 중국에 투자한 금액은 150억이겠지만 2년 뒤에는 그 100배인 1조 5천억은 넘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꿈이 크시군요.”
유서준의 말은 진심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빈정대는 말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권대만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전 이익이 나는 곳이면 어디든지 갑니다. 그래 봐야 25만 원으로 거대한 자산을 일군 유대표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권대만이 예전에 신문에 보도되었던 유서준의 일대기를 읽었던 모양이었다.
유서준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테이블을 정리했다.
“자, 계약도 성사되었으니 이제 조금 편한 분위기로 가죠. 권대만 씨께선 재미교포는 아닌 것 같고…….”
“아, 저도 대학은 한국에서 나왔습니다.”
권대만이 곧바로 대답했다.
유서준이 반문했다.
“그래요?”
“연세대 경영학과 89학번이죠.”
순간 유서준은 해당 학교와 접점이 있는 인물이 떠올랐다. 예전에 그가 과외를 했던 그 깜찍한 여학생. 얼마 전까지 SJ 증권 사장을 역임한 송희관 사장의 딸.
“송예은이라고 아시나요?”
“아, 예은이요? 잘 알죠. 예은이 요즘 미국에 있어요.”
같은 학교에 같은 학번이다 보니 서로 잘 아는 모양이었다.
송예은은 외환위기를 전후하여 대기업 금융사에 다녔었다. 그리고 외환위기가 안정될 무렵인 밀레니엄 직후에 미국으로 떠났다.
유학을 목표로 떠난 미국행에서 그녀는 외국 기업에 취직했다. 이후 지금까지 그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유서준과는 가끔 이메일로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
유서준은 송예은을 통해 권대만이란 자에 대해 보다 상세히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은이가 요즘 미국계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에 다니고 있어요. 잘 나가나 보더라고요.”
권대만이 송예은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유서준은 송예은의 방방 뛰던 모습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권대만은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케임브리지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했다. 기업 인수 합병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그는 최근 중국의 동향에서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 기회를 살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다가 투자자를 찾게 되었고 그의 눈에 띈 사람이 바로 유서준이었다.
대화는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유서준은 권대만이 대단히 저돌적인 추진력을 갖고 있고 사람 됨됨이가 성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투자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온 유서준은 서하나와 신선영을 불러들여 홍콩 투자를 설명했다.
SJ 증권 홍콩 현지지사를 개편하여 SJ 투자은행 홍콩법인으로 출범시키고 그 지분을 SJ 투자금융지주 40%, 유서준 30%, 서하나 20%, 신선영 5%, 강재민 5%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초기 자본은 KD 인터내셔널에 투자할 100억을 포함하여 모두 120억으로 산정했다.
“이거 믿을 수 있어? 자칫하면 국제사기 당하는 건데?”
서하나가 의문을 나타냈다.
신선영은 반대로 찬성을 나타냈다.
“아니, 투자 계획만을 보면 대단히 영리한 방법이야. 대단한 사람이군.”
유서준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내가 보기엔 남을 속일 사람은 아니었어. 매우 추진력 있고 성실해 보이던데?”
“서준이 눈을 어떻게 믿어.”
서하나가 웃으며 반박했다.
“내가 누나 고른 것 보면 믿을 수 있지.”
유서준이 곧장 이의를 제기했다.
신선영이 유서준의 말을 재차 되새겼다.
“추진력 있고 성실해 보인다? 혹시 그 사람도 산적처럼 생기지 않았던?”
“덩치도 좀 있고 그렇던데?”
유서준이 대답하는 순간 서하나가 그를 퍽 때렸다.
“자기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구나. 그러니 그렇게 본 거지.”
순간 유서준도 동족의식 때문에 사람을 잘 못 판단한 건가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신선영이 킥킥대며 웃었다.
신선영이 모니터에 중국 상해 종합주가지수 챠트를 띄웠다.
“문제는 이게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인데…….”
2005년 말 상해 주가지수는 1161.06. 중국은 글로벌 동향과는 달리 2001년 중반 2200까지 올랐다가 대폭 하락하여 횡보하는 중이었다. 챠트 모양만으로는 상승을 점치기 어려웠지만 최근 무섭게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을 보면 그 시점이 문제지 오르는 추세는 분명해 보였다.
최근 경향만 보면 작년 6월 저점인 998.23을 찍고 반등 중이었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0%가량 오른 상태였다.
“권대만은 앞으로 중국이 폭등세로 접어든다 말했다 이거지? 버블이라고 할 만큼?”
신선영이 다시 확인했다.
유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저런 요건을 떠올리며 고심하던 서하나가 말했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수급이야. 즉 수요와 공급이지. 최근 중국의 무역 흑자는 엄청나.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거지. 정작 그 돈은 갈 곳이 없어. 주식과 부동산이 전부야. 주식이 조금만 올라주면 개인투자가가 몰려들고 중국의 특성으로 미루어보아 엄청난 상승을 불러올 거로 생각해.”
서하나도 투자에 찬성으로 돌아섰다.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이지만 운이 좋다면 SJ 금융그룹으로서도 국제시장의 큰 발판을 마련할 기회였다.
“결정했으면 빨리 움직이는 것이 답이야.”
유서준이 주먹을 움켜쥐며 투지를 불태웠다.
**
오도욱과 박강수는 고급 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오도욱은 그동안 지윤상이 물러난 자본시장감독국장을 이어받았다. 박강수는 911 테러의 기민한 대처로 신임을 다시 얻어 부사장 자리를 굳건하게 굳혔다.
서로 간에 바쁜 일정 관계로 두 사람의 만남은 예전보다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지만 끈끈한 유대관계는 계속됐다.
오도욱이 술잔을 손가락으로 빙글 돌리며 말했다.
“요즘 SJ 증권 분위기가 이상하더라.”
“지난번에 말씀하신 중국 지점 설립 건요?”
박강수가 술을 마신 다음 앞에 서 있는 바텐더 아가씨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바텐더가 적색 빛이 감도는 칵테일을 따라주었다.
오도욱이 술잔을 응시하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왜요?”
“SJ 증권에서는 처음에 20억 정도를 출자하여 홍콩에 지점을 내겠다고 신청해왔어.”
“그거야 해외지점 낼 때 흔히 있는 일 아닙니까? 저희 해솔 증권도 홍콩지점이 있어요.”
박강수가 별일 아니란 투로 대답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증권사라면 해외지점이 한두 곳은 있기 마련이었다.
오도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게 좀 이상해. 얼마 전에 지점 설립 신청서를 이번에는 해외투자은행 설립 투자 신청서로 바꾸었더라고. 규모도 무려 120억이야.”
“증권사에서 120억이란 돈을 투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요? SJ 증권 규모로 보아선 이상해요.”
박강수도 SJ 증권의 계획에서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오도욱이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투자 주체도 지점 때처럼 SJ 증권이 아니고 SJ 투자금융지주가 직접 나섰어. 유서준 본인 자산도 상당수 들어가고. 서하나도 주요 주주로 들어가 있더군.”
박강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려 120억이나 되는 자본을 투입한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승인하셨나요?”
“다른 국 소관이라 내가 관여할 여지가 없어. 나라면 불가 판정을 내렸을 텐데 해당 사무국에서는 현재 SJ 지주사의 자본금 규모와 자본 건전성, 대주주의 자본 여력 등을 감안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
오도욱이 술잔을 쥔 손에 힘을 가했다. 그의 손이 가볍게 떨렸다.
박강수는 생각을 거듭했다.
2016년까지의 내용이 담긴 미래에서 온 다이어리가 있는 유서준이 딴짓을 할 리가 없었다. 다이어리에 나와 있는 내용만 따라 해도 웬만큼 돈을 벌고 큰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박강수는 지금도 SJ 펀드의 주요 편입 목록을 항상 참고하고 유서준의 투자 동향을 알아내기 위해 별별 수단을 다 사용하고 있었다.
그 성과도 작지 않았다. 덕분에 해솔 증권 펀드도 업계에서 상위권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박강수의 기본 계획은 2017년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2017년만 되면 이제부터 상황은 역전된다. 그때까지는 유서준이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참아야 했다.
그런데 큰 변수가 발생했다. 다이어리와 무관하게 보이는 투자가 SJ 증권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 투자가 다이어리에 나와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조건 따라 해야 했다. 다이어리에 없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굳이 위험한 투자를 감행할 필요가 없었다.
“젠장…….”
박강수는 예전에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다이어리를 확보하지 못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다이어리만 얻었어도 지금처럼 이런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강수가 자신의 뿔테 안경을 다시 매만졌다.
오도욱이 잔을 비우며 바텐더에게 말했다.
“한잔 더 줘.”
예쁘장하게 생긴 바텐더가 다소곳하게 술잔을 채웠다.
오도욱의 시선이 바텐더에게 잠시 머물렀다. 언뜻 보니 서하나와 닮은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예쁘군.”
오도욱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박강수는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바텐더를 슬쩍 향했다.
“어떻게 할까요?”
박강수가 물었다.
오도욱이 술을 마시며 그를 노려봤다.
“어떻게 하긴.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봐야지. 그리고 넌 말이야, 유서준과 서하나를 망가트린다더니 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는 거야?”
박강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