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 at the peak of wealth RAW novel - Chapter 164
173. 버블 붕괴(1)
버블은 부풀 때보다 터질 때가 더 무서운 법이다.
우리는 다수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투자 버블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상 수많은 버블이 있었고 그 버블은 다수, 광기에 휩싸인 군중에 의해 발생했다.
합리적인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가격으로 거래되다가 어떤 사건으로 인하여 모두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버블은 터진다. 버블이 터지면 자산은 한순간에 쪼그라들고 버블에 투자했던 군중은 고통에 빠진다. 그때야 자신이 왜 그렇게 미련한 투자를 했었는지 자책한다.
2년 4개월 동안 폭등했던 중국 주식시장은 10월 중순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10월 말 고점 대비 약간 하락했지만 상해 주가지수는 5954.77을 기록해 전달 대비 +7% 상승한 채로 끝났다. 이때까지 아무도 지금이 고점이란 사실을 몰랐다.
11월에는 폭락으로 돌변했다. 월초에 잠시 고점에서 출렁였던 주가지수는 곧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수직으로 하락했다. 몇 차례 하락을 되돌리기 위한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다. 추세를 이기지 못했다.
11월 말 월간으로는 사상 최대인 -18%가 하락하여 상해 주가지수는 4871.78을 찍었다. 고점 대비 무려 1300 포인트나 하락한 지수였다. 다시 8월의 주가로 환원했지만 누구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주가 상승에 길들어 있어 오래지 않아 재상승할 것으로 생각했다.
모두의 바람 때문인지 다행히 주가지수는 4800선을 깨지 않고 재상승했다.
12월에는 다시 상승을 시도했고 결국 2007년 연말에는 +8% 상승한 5261.56에 도달했다.
박강수는 10월 지분인수 후 약간의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했다.
11월의 하락은 뼈 아팠지만 12월의 상승이 다시 그의 기분을 본래대로 돌려놓았다.
주가는 항상 오르는 것이 아니라 출렁거리면서 올라가는 것이다. 박강수는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했다.
챠트 모양도 나쁘지 않았다. 12월의 상승이 밝은 내년을 예고한다고 생각했다.
연간 상승 모양도 괜찮았다. 중국시장은 1년간 무려 96%가 상승했으니까. 전년까지 합치면 무려 200%가 넘는 상승이었다.
“이런 폭등세가 한순간에 꺾일 리가 없어.”
박강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늦어도 내년 말이 되면 SJ 증권을 압도적으로 누를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바람이었다.
국내 코스피시장의 움직임도 다르지 않았다.
11월 1일 2085.45를 찍었던 종합주가지수는 11월 8일 다시 2000선을 깨고 내려갔다.
연말 마감인 12월 28일의 종합주가지수는 1897.13으로 끝났다. 일 년 동안 +32%나 상승하여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지만 1900선에 다시 올라서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움을 남겼다.
2007년 12월, 야당 후보였던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던 기업가 출신의 대통령인 만큼 그는 향후 친기업적인 정책을 취해 경제를 부흥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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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31일]연말을 맞아 모두가 다시 유서준네 집에 모였다.
손님으로 찾아온 사람은 신선영과 강재민이었다. 강재민은 연말을 국내에서 보내기 위해 홍콩에서 재빨리 날아왔다. 임소현도 함께 왔음은 당연했다.
유서준, 서하나, 신선영, 강재민, 임소현 다섯 사람은 자정이 될 때까지 거실에서 원탁에 둘러앉아 즐거운 담소를 나눴다.
누구보다도 신선영과 강재민에게는 뜻깊은 한 해였다.
그들이 투자했던 5억 원의 지분은 약 2년 만에 각자에게 400억씩 돌아갔다. 투자 당시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대박이었다.
“서준형, 정말 감사해요.”
강재민이 연신 감사를 표했다.
유서준은 우쭐해져서 말했다.
“말로 고맙다고 하면 뭐하냐, 밥도 사거라.”
“당연하죠. 제 인생의 은인이십니다.”
강재민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생각해보니 강재민은 그리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다. 대학 다닐 때도 어렵게 살았고 그 후에도 사실상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했다. 아마 유서준이 아니었다면 학생운동가 출신의 그는 정상적인 기업에 취업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지금 손꼽히는 거부로 올라선 것이다.
강재민의 아내 임소현도 매우 좋아했다. 그녀는 SJ 투자자문에 입사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었다.
신선영은 미국에서 많은 돈을 벌어 국내로 들어왔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큰돈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번 돈은 살고 있는 아파트 구입 때 거의 써버렸다. 사실상 투자 자원이 없던 그녀였는데 이 대박은 그녀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요즘 재민 씨랑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어요.”
임소현이 행복한 고민을 말했다. 로또에 1등으로 당첨된 사람이 아니라면 쉽게 할 수 없을 그런 고민이었다.
서하나가 두 사람의 고민을 금방 해결해주었다.
“일단 적당한 집부터 한 채 사. 너네는 결혼하자마자 홍콩으로 가는 바람에 아직 국내엔 변변찮은 집도 없잖아?”
“으흐흐, 강남 최고가 아파트로 갈까요?”
절로 웃음이 나는 모양이었다. 임소현의 입이 한껏 옆으로 벌어졌다.
강재민과 신선영이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며 돈을 쓸 궁리를 했다.
“일단 맛있는 요리부터 시켜 먹고…….”
“이참에 세계 일주도 한 번…….”
신나게 떠들던 그들에게 유서준의 날벼락이 떨어졌다.
“잠깐.”
모두의 시선이 유서준에게 쏠렸다.
“거위가 알도 낳기 전에 배를 갈라버리면 안 돼.”
강재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말은 아직 투자금을 빼내면 안 된다는 뜻으로 들렸으니까.
강재민이 곧바로 손을 내저었다.
“아, 형. 나도 이제 인간답게 좀 삽시다.”
“언제는 동물처럼 살았냐?”
“그래도 그렇지.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돈을 제대로 쓰며 살아본 적이 없어요. 이제 겨우 그럴 기회를 잡았는데…….”
강재민이 투덜댔다.
임소현이 그를 달랬다.
“재민 씨, 대표님 말씀 들어요. 4백억을 4천억으로 만들어주실지 어떻게 알아요.”
“내가 늙은 뒤 사천억이 생기면 뭐해.”
불평을 뒤로 하고 신선영이 유서준에게 물었다.
“뭔가 계획이 있나 보구나?”
다시 시선이 유서준에게 쏠렸다.
유서준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년 2008년은 전 세계적으로 힘든 한 해가 될 겁니다. 전 주가가 내릴 거라고 봐요.”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주가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그런데 주가가 하락한다고 했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서하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뭔가 이상한 조짐이 있어?”
물론 그녀는 유서준의 예측이 다이어리에 기초한 것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보더라도 세계경기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녀는 다이어리를 상세히 살펴보지 않았어도 대략은 무엇이 적혀 있는지 본 적이 있었다. 국내를 벗어난 내용은 거의 없었다.
유서준이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지난 여름 산업은행 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자료 본 적 있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회사인 뉴센츄리 파이넨셜이 파산 신청했다는 거. 그 때문에 미국 가계소비의 위축이 예상되어 경기 침체가 올지도 모른다는 보고서 말이야.”
“그것 이미 해결 난 것 아니었어?”
신선영이 기억을 더듬으며 물었다.
유서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현재 미국 모기지 대출회사들이 난리도 아닌가 봐요. 몇 군데 파산신청이 의뢰되어 있다네요. 세계 3위 은행인 HSBC가 107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어요. 프랑스 파리바 은행도 관련되어 있고 미국 GM도 약 10억 달러의 손실이 진행 중이라네요.”
굵직한 이름이 나오긴 했으나 그것만으로 여러 사람을 이해시키기에는 많이 부족한 듯싶었다.
“그건 어떻게 알았는데?”
“친구요. 아니, 후배인가? 송예은이라고 현재 리먼 브러더스에 있는 친구가 있어요. 리먼도 거기 물려서 요즘 고생이 많다고 하더군요.”
유서준은 2008년의 주가 하락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고 그 진원지는 미국이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박강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다이어리를 연구하다 얻어낸 결과였다.
그는 미국 시장의 동향을 최근에 세밀히 주시했고 모기지 채권 관련 손실이 그 주범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송예은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잘 이해가 안 되는데? 10년 전 LTCM의 경우를 봐도 큰 문제 없이 넘어갔잖아?”
신선영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냈다.
유서준이 그녀의 말에 반대를 표시했다.
“그때는 한 금융기관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금융기관이죠. 미국 모기지 대출 관련 규모가 엄청나요. 또 그 부분은 부동산과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그 파급효과는 엄청나죠.”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부동산 시장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그래도…….”
부정하는 신선영에게 유서준이 추가로 설명했다.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문제를 잠재우려고 당국에서 노력하기 때문이죠. 아마 앞으로 이 문제는 점점 커지면서 표면에 드러날 겁니다.”
불가능한 전망은 아니었다.
모두가 약간 심각해진 표정을 하고 있을 때 강재민이 투덜거렸다.
“아, 그건 미국이고요. 그래서 주가가 내려갈 거니까 국내 주식도 투자하지 말자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투자 생각 말고 돈을 조금만 쓰자고요. 인간답게.”
“히히, 거기에 ‘인간답게’란 말이 붙으니 참 이상하다.”
임소현이 강재민을 꼬집으며 말했다.
유서준은 다시 본래의 내용으로 돌아갔다.
“지난 외환위기 때 국내 자본시장이 망가지자 외국 자본이 들어와 국내 기업을 무차별로 사들였잖아? 이제 우리가 할 때야. 미국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면 우리가 뛰어들어 미국 일류 투자은행을 사들이는 거지.”
“와아.”
신선영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고 시무룩해졌다.
“너무 구름 잡는 얘기야. 너 미국 대형은행 자산이 대충 얼마인지나 알고 하는 이야기니? 100조가 넘어.”
그렇긴 했다. 아직 그들에 비해 유서준 그의 힘은 너무 미약했다.
유서준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2년 전인 2006년 초, 제가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5년 이내에 미국 월가에 진출해보겠다고. 이제 3년 남았어요. 전 내년에 그 가능성을 확실히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해외 진출 기반으로 홍콩에 진출했고요, 이를 발판으로 미국으로 가야죠.”
“미국으로 간다니 환영은 한다만…….”
신선영이 미심쩍은 표정을 거두지 않았다.
유서준이 설명을 계속했다.
“우리 규모에서 미국 금융기관을 인수하겠다면 과연 금감원에서 승인해줄까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요? 정부의 묵인 없이 그 큰 투자금을 외국으로 들고 나갈 방법이 없어요.”
서하나는 금감원 이야기가 나오자 오도욱이 떠올라 떨치기 위해 머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미 외국에 있는 돈은 달라요. 우리는 홍콩에 현재 8000억을 쌓아두고 있어요. 이 돈은 아마 내년 중반쯤 되면 2배는 더 불어날 겁니다. 그래도 많이 부족하지만 괜찮은 미국 회사를 사들일 수 있는 자금은 된다고 생각해요.”
유서준의 주장에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이 터졌다.
“우와, 그럼 얼마예요? 지금 두 배면 저희 것은 800억이 되나요? 진짜 재벌 되겠네.”
임소현의 반응이었다.
반면 강재민은 투덜거렸다.
“흑흑, 그럼 우리 보금자리는 언제 사요? 아까 하나 누나가 집부터 사라고 했는데.”
유서준은 그들을 잠재우며 마무리를 지었다.
“내년은 우리가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부로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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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유서준은 다이어리에 일 년을 결산했다. 2007년의 지속적인 주식시장 상승으로 그의 국내 자산은 많이 불어났다. 해외자산 역시 KD 닷컴의 선전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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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31일, SJ 투자금융그룹 주식보유분 제외 개인 총자산 7조7000억 원.
해외 총자산 8000억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