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03)
103. 카푸~?
“카푸~?”
에반과 조엘, 그리고 너무 당황스러운 소식에 규칙을 어기고 남학생들 방까지 들어오고 만 앨리스는 눈앞에서 움직이고 있는 파란 생명체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알에서 갓 태어난 귀여운 아기 드래곤이 투명한 눈망울을 빛내고 있었다.
깜빡깜빡-
빛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던 파란 아기 드래곤은 자신의 앞발을 핥다가 기지개를 켜듯 목을 위로 쭉 뺐다.
“카푸우~!”
의미 불명의 말을 내뱉는 아기 드래곤의 모습을 본 조엘은 정신을 차리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카, 카푸가 뭐야?”
조엘이 물었다.
“몰라. 배고프다는 얘긴가? 설마…… 어린아이를 잡아먹진 않겠지?”
에반과 조엘은 동시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얘들아. 잠깐 기다려 봐. 내가 몬스터랑 대화하는 마법을 조금 할 줄 알아.”
여자아이 앨리스가 나섰다.
몬스터 연구 학자인 엄마 덕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몬스터에 대한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앨리스였다.
“와, 그건 꽤 고급 마법이라고 들었는데?”
조엘이 감탄하자, 에반이 말했다.
“응. 굉장하다. 난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랑 고양이랑만 말이 통하는데.”
에반과 조엘의 기대에 찬 시선을 등 뒤로 받으며 앨리스는 주문을 외웠다.
“아니모 빌라스!”
앨리스의 손이 빛났다.
파란 아기 드래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앨리스의 손을 쳐다봤다.
“카푸~ 꾸우?”
할짝-
“꺄악!”
아기 드래곤은 반짝반짝 빛나는 앨리스의 손에 얼굴을 갖다 대는가 싶더니 혀를 내밀어 앨리스의 손을 핥았다.
놀란 앨리스가 우당탕 뒤로 넘어졌다.
에반이 물었다.
“……뭐래? 우리를 먹으려고 맛본 거야?”
앨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야. 자기 이름이 카푸- 래. 우리는 누구냐고 묻는데?”
“난 에반.”
“조엘.”
“나는 앨리스야.”
아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자 카푸도 외쳤다.
“카푸!”
에반은 멍한 표정으로 조엘의 책상 위로 기어 올라가고 있는 아기 드래곤 카푸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빌에게도 말해 줘야겠어.”
“쿠아아~”
알에서 막 깨어난 카푸는 조엘의 기초 마법학 책을 깔고 누워 하품을 늘어지게 하고 있었다.
조엘이 말했다.
“먼저…… 교수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을까? 이거 우리가 잘못한 거야? 많이 혼날까?”
에반은 어깨를 으쓱했다.
“마법에 걸린 물감이 잘못된 거 아냐? 우리는 설명서에 적힌 대로만 놀았는데?”
“내가 바하리야 교수님을 불러올게.”
조엘이 에반과 앨리스를 두고 기숙사 방문을 열었다.
바하리야 교수를 찾기 위해 방을 뛰쳐나가려는 순간, 발밑에서 얄팍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곳인가. 바하리야 교수에게 차라도 얻어 마실까 하고 놀러 왔다가 마법의 기운이 느껴져서 말이다.”
“으악!”
조엘의 몸이 펄쩍 옆으로 뛰어올랐다.
복도 바닥에 작은 쥐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에반과 앨리스가 동시에 외쳤다.
“데이비스 교수님?!”
“쿠와아~!”
카푸가 입으로 소리를 지르자 바로 앞에 있는 데이비스 교수의 조그만 옷이 팔락팔락 뒤로 흔들렸다.
“차가운 숨결. 시원하군. 여름에 에어컨 대신 쓰기 참 좋겠어.”
데이비스 교수가 카푸의 얼굴과 몸을 이모저모 살펴보았다.
카푸는 겁을 먹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낑낑대며 물러나 조엘의 책가방 뒤에 숨으려 했다.
“얘들아, 우선 이 일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야 한단다. 특히 바하리야 교수에겐 절대 말해선 안 돼. 자칫 너희가 퇴학을 당할 수도 있는 큰일이야.”
데이비스 교수의 말에 에반의 두 눈이 커졌다.
“저, 저희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마법에 걸린 물감은…… 다른 아이들도 많이 가지고 노는데…… 왜 그림 속에서 카푸가 나왔는지 저희는 전혀 몰라요!”
“그래. 맞아. 아직 열 살도 안 된 어린 너희들에게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어른들이 정한 규칙이라는 게 있거든. 이 일이 알려지면 너희는 물론이고, 너희 부모님들까지도 꽤 곤란해진단다.”
“……!”
앨리스는 괜히 방에 들어왔다가 규칙을 어기게 됐다는 생각에 경솔하게 행동한 것이 후회가 됐다.
그러나 앞에 있는 파란 아기 드래곤 카푸를 직접 볼 기회를 놓쳤다면 그것 또한 무척 아쉬웠을 것이다.
앨리스와 조엘, 에반은 퇴학이라는 무서운 단어에 놀라 서로 눈치만 보며 조용히 서서 울상을 짓고 있었다.
데이비스 교수가 자상한 말투로 말했다.
“휴우,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가 마침 이곳에 온 것이 천만다행이구나. 우선…… 내가 이 아이, 카푸를 조사하는 동안 방해가 되지 않게끔 식당에 가서 밥이라도 먹고 오지 않겠니?”
데이비스 교수는 아이들을 방에서 내보냈다.
아이들은 카푸를 두고 나가고 싶지 않은지 계속 뒤를 돌아보다, 수업을 마치고 식당으로 바로 떠났을 빌을 찾아 달려갔다.
아이들이 떠나자 데이비스 교수는 책상에 놓인 기차 모양 연필깎이 위로 올라가 짧은 다리를 꼬고 앉았다.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는 창밖을 잠시 내다보던 데이비스 교수의 빨간 눈이 카푸에게로 향했다.
흠칫-
카푸는 아기임에도 불구하고 드래곤답게 생쥐인 데이비스 교수보다 훨씬 몸집이 컸으나, 데이비스 교수와 눈이 마주치자 마치 타조처럼 조엘의 책가방 뒤로 자신의 머리를 숨겼다.
데이비스 교수가 카푸의 짧게 돋아난 파란 날개를 응시하다 말했다.
“아기 드래곤이라니, 아이들의 상상력이란 참. 빌이란 아이가 그렸던가? 아니야, 이건 분명히 에반이 그린 그림일 거야. 엉뚱한 녀석 같으니라고.”
연필깎이 밑으로 내려온 데이비스 교수는 여전히 조엘의 책가방 뒤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카푸의 몸 뒤로 다가갔다.
그는 카푸의 목덜미 아래쪽에 손을 대고, 빨간 눈을 빛내며 주문을 외웠다.
“카푸우우! 캬우우…….”
카푸는 자신의 몸으로 스며드는 기분 나쁜 마력에 저항하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잠시 후, 카푸의 몸부림이 잦아들자 데이비스 교수가 카푸의 무의식에 대고 말을 걸었다.
“카푸라고 했니? 넌 그저 그림일 뿐이란다. 내가 아이들의 물감에 장난을 쳐놓은 탓에 현실로 튀어나와 제법 오래 머물게 된 신기루일 뿐이야. 이 교수님이 네게 명령을 내리도록 하마.”
“뿌우…… 쿠우…….”
카푸는 괴로운지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한동안 이곳에서 아이들과 재밌게 놀도록 하렴. 그러다 이 교수님이 네 머릿속에 신호를 보내면…….”
“쿠우우-”
“조엘을 죽이는 거야.”
“…….”
카푸의 투명한 눈이 순간 데이비스 교수의 눈처럼 빨갛게 빛을 뿜었다.
빛은 짧게 나타났다 사라졌고, 다시 투명한 눈으로 돌아온 카푸가 얼굴을 들고 데이비스 교수를 쳐다봤다.
카푸의 맑은 눈을 본 데이비스 교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래. 나도 알아. 어린아이를 죽이다니, 내키지 않는 일이지. 별 수 없어. 사실 왜 죽여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웨스트우드 교장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교수직을 내려놔야 하거든. 난 할리와트를 대표하는 기숙사 담당 교수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단다.”
데이비스 교수는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난, 맥카이 교수와 바하리야 교수를 떠올렸다.
자신은 왜 아이들에게 인기가 없을까 물었더니-
“쥐니까.”라고 대답한 바하리야.
친한 사이에 오갈 수 있는 농담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데이비스 교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에반과 빌, 그 두 아이는 되도록 건드리지 말거라. 에반에게는 죄를 뒤집어씌워야 하고, 빌은 소중한 증인이 되어 줘야 하니까.”
데이비스 교수는 카푸가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마법으로 벽을 만들고, 바하리야 교수를 포함한 관리인들이 카푸의 기운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속임수 마법을 사용한 뒤 침대에 누워 아이들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아이들이 밥을 먹고 돌아오면, 이렇게 말해 줄 생각이었다.
“내가 그림 속으로 돌려보낼 방법을 찾을 테니, 당분간 카푸를 너희가 비밀스럽게…… 돌봐 주지 않겠니?”
아이들은 당연히 신이 나서 그러겠다고 할 것이다.
그 나이의 어린 아이들은 동물 키우기와 어른 몰래 비밀스러운 일 하기를 무척 사랑하니까.
그러다…….
누군가에게 들키는 순간이 오면, 그때가 바로 조엘이 사고사로 생명을 잃는 날이 될 것이다.
“조엘이 웨스트우드 교장의 사생아라도 되나? 이렇게 번거로운 일까지 만들어 가며 아이를 죽이려 하다니, 교장 자격이 없군. 하긴 뭐, 교수 자격이 있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큭큭. 아주 교육적인 세상이야.”
* * *
3월-
할리와트와 드래곤의 알 영화 촬영도 막바지였다.
“레디, 액션!”
할리와트 마법학교 세트장에 마이크 그레이 감독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시우는 조엘 역의 소년 헨리와, 앨리스 역의 소녀 루시와 함께 교실들이 늘어선 건물 복도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컷! NG! 시우!”
“네?”
“……너무 빨라! 애들이랑 같이 뛰어야지.”
의외의 난관이었다.
빠르게 전력 질주를 하되, 속도는 느리게.
시우는 속도감을 조절해 가까스로 아이들과 속도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
다다다다다-!
시우, 루시, 헨리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열심히 복도를 달렸다.
복도 뒤편 저 멀리서 웨스트우드 교장 역을 맡은 인자한 외모의 할머니 배우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엘~ 이만 서지 않으련? 카푸랑 친하게 잘 지냈잖니. 카푸가 고통 없이 보내 줄 거야.”
“아아악!”
겁을 먹은 조엘 역의 소년 헨리는 자신의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질렀다.
시우가 뒤를 돌아보고 대사를 쳤다.
“웨스트우드 교수님! 더, 더 이상 쫓아오지 마세요! 제가 혼, 혼내 줄 거예요!”
“어머, 에반. 네 마법 실력으로? 호호호, 어림없지. 그보다 빌이 걱정되지 않니?”
교장 역의 배우가 팔을 붙잡고 거칠게 끌고 오던 빌 역의 소년 니콜라스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녀가 말했다.
“너희들 둘도 없는 친구잖아. 빌을 혼자 두고 도망가는 주제에, 과연 친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적에게 붙잡힌 니콜라스가 소리를 빽 질렀다.
“에반! 조엘! 도망가! 바하리야 교수님이랑 맥카이 교수님이 오실 때까지 절대 붙잡히면 안 돼!”
“쳇!”
교장 역의 배우는 코웃음을 치고, 아이들을 쫓아 걸음을 옮겼다.
좀 전, 다른 교수의 마법에 당한 터라 발걸음이 느려진 상태였다.
“카푸! 놓치지 마!”
그녀가 복도 허공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아이들은 다시 비명을 지르며, 속도를 높였다.
“카푸우~! 너 이러면~ 헥헥…… 배신이야!! 정신 차려어!! 내가 매일 맘마도 줬자나아!!”
약간 울음기가 느껴지는 시우의 슬픈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다.
바로 그때-
탁!
둔탁한 소리가 시우의 귀에 한차례 들리더니, 루시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광경이 보였다.
뒤를 자꾸 돌아보며 정신없이 달리다 자기 다리에 걸리고 만 것이었다.
촬영하던 스태프들과 감독을 포함한 현장의 모든 이들의 눈이 커졌다.
전력으로 달리던 상황이라 차가운 복도 바닥에 루시의 얼굴이 제일 먼저 떨어지고 있었다.
곧이어 벌어질 상황을 상상한 모든 이들이 눈을 질끈 감는 그 순간-
루시의 뒤편에 조금 떨어져 있던 시우가 다급히 손을 뻗었다.
‘안 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