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20)
120. 시우가 능력을 들킴
루시의 목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작고 예쁜 비늘이 달린 목걸이가 있었다.
작년에 시우가 선물로 준 바다아이 굿즈 키링을 드라마 속에서처럼 목걸이로 바꾼 것이었다.
목걸이 끝에 달린 비늘이 은은한 빛과 함께 루시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음을 시우에게 알렸고, 시우는 이것저것 계산할 겨를 없이 비늘이 알려 온 좌표로 고속 텔레포트를 했다.
파앗!
계단 밑으로 떨어지고 있는 루시가 보였다.
계단의 높이가 아찔했다.
시우는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루시가 수많은 계단 모서리 위로 떨어지기 직전, 시우의 팔이 루시의 허리를 감아 올렸다.
고속 텔레포트의 여파로 주변의 마나가 요동쳤다.
회오리치는 마나의 파동에 시우와 루시의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화아아!
불어오는 바람들이 잠잠해질 때쯤, 루시는 몸을 떨며 꼭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꿈?
내가 죽었나?
왜 시우가 보이는 거지?
죽기 전에 보고 싶은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그런 현상인가?
깜빡깜빡-
루시는 가만히 눈꺼풀을 움직여 보았다.
시우의 얼굴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자꾸 넘어지고 그래. 하긴 어릴 때부터 그랬지.”
틀림없는 시우 목소리였다.
“시우?”
시우는 루시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루시는 추락 때문인지 시우의 등장 때문인지 놀란 얼굴로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다리가 풀려 풀썩 주저앉으려는 루시를 시우가 다시 붙잡았다.
시우는 루시를 안아 들고 계단을 마저 올라갔다.
“네 방 어디야?”
시우에게 안긴 루시는 손가락으로 복도 한쪽을 가리켰다.
시우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 루시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침대에 앉은 루시는 시우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이제야 상황이 머릿속에 들어왔다.
진짜 시우였다.
토론토에 있어야 할 시우가 어떻게 이곳에?
내가 위험한 걸 어떻게 안 거지?
여러 가지 의문들이 떠올랐지만, 왠지 소스라치게 놀랍다거나 하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시우는 늘 신기한 존재였다.
다른 아이들과는 달랐다.
마음속으로 막연히 느끼던 것들이 뚜렷하게 다가온 기분이었다.
– 끼잉~ 끄응~
시우와 루시의 발밑에서 어린 강아지가 머리를 푹 숙이고 앓는 소리를 냈다.
시우가 말했다.
“괜찮아. 앞으로 조심하면 돼.”
많이 놀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시우는 불안해하는 강아지를 들어 루시에게 건넸다.
“네가 걱정된대. 안아 줘.”
“응.”
루시의 품에 안긴 강아지는 차차 안정을 되찾았다.
루시는 손을 강아지의 등에 올리고, 시우를 조용히 올려다보다 입을 뗐다.
“어쩐지…… 많이 아플 때도 너만 만나면 안 아프더라…… 너는 마법사야?”
“비슷해.”
“마법 학교 같은 게 진짜 있어?”
루시의 귀여운 질문에 시우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여전히 아이 같았다.
시우는 장난기 많은 소년처럼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글쎄, 비밀이라서 알려 줄 수 없어.”
시우와 루시는 잠시 말없이 서로를 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뭔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인 것 같았지만 루시는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 * *
“시우가 늦네요. 아무래도 선곡하는 데 고민이 많겠죠. 제 생각에는 시우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곡으로 폴 잭슨의 뷰리풀~ 아, 그렇죠. kk9374 님께서 말씀해 주신 그 곡도 어울리네요. 많이 추천해 주세요.”
루카스는 3분만 더 기다려 보고 안 오면 직원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노래를 만들어서 오나?
아니면 혹시.
‘노노노.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미소년이 방송 도중에 그럴 리가. 우리 같은 소년들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절대 그래선 안 돼.’
3분. 2분. 1분. 땡.
루카스는 직원을 불렀다.
“가서 상황을 보고 오는 척해요. 그리고 노래 부르는 게 너무 긴장돼서 요 앞에서 계속 못 들어오고 있었다고 방송에 들리게 말을 하는 거예요.”
“알겠습니다.”
“오케이. 출발.”
직원이 시우를 찾아 파티룸을 나가려는 그때, 문이 열리고 시우가 나타났다.
“와우! 시우!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오, 역시 표정이 좋지 않네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제가 가서 긴장을 풀어 줘야 할 거 같아요.”
루카스는 두 팔을 벌리고 시우에게 뛰어갔다.
시우는 문 옆에 있는 의자를 잡고, 길게 심호흡을 하는 중이었다.
‘진짜 몸이 안 좋아 보이네? 그냥 노래 한 곡 하는 것뿐인데 왜 저렇게 힘들어하지?’
“시우, 괜찮아?”
루카스에 이어 준영과 승현도 다가왔다.
시우는 자신을 걱정하는 형들을 향해 말했다.
“괜찮아요. 그냥 오랜만에 멀미가 좀 나서…….”
“멀미?”
루카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아니. 시차 때문에 피곤해서…… 하하.”
“물이라도 줄까?”
루카스는 미네랄워터 한 잔을 컵에 따라 시우에게 건넸다.
시우는 목을 축이며 마나를 다스렸다.
“휴우~”
“좀 어때? 노래할 수 있겠어? 몸이 정말 안 좋으면…….”
“아냐. 노래 한 곡 정도 가지고.”
시우는 루카스를 지나쳐 무대로 올라갔다.
“와아아~!”
잠깐 함께 놀았다고 제법 안면이 트인 셀럽 친구들이 함성을 질렀다.
돌아오지 않는 시우로 인해 잠잠해졌던 채팅 창도 다시 활발해졌다.
– 너무 오래 기다렸다……
–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 줄은 미처 몰랐는데
– 엄청 잘하거나 엄청 웃기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해!
– ? 방금 루시 라일리 아이디가 입장한 거 같았는데?
– 진짜야 목록에 루시 아이디가 있어!
– 시우 노래 들으러 왔나 본데?
– 니콜라스랑 헨리도 등장하는 거 아냐?
“오, 루시! 정말 루시가 들어온 거야? 내 방송에?”
루카스가 외쳤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지만 루카스의 개인 방송을 시청해 온 팬이라면 다들 알고 있었다.
루카스는 루시의 열렬한 팬이었다.
사실 10대 소년들 중 루시의 팬이 아닌 소년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와, 오늘 방송을 잊지 못할 거야. 루시? 정말 루시야? 만약 그렇다면…….”
– 제발 시우 노래 좀 듣자……
– 시우 노래 끝나고 대화 시도해라
– 그냥 나갈까?
– 조금 화가 나려고 한다
“……죄송합니다. 시우, 준비됐어?”
시우가 손으로 OK를 알리자 루카스는 후다닥 카메라 뒤로 빠졌다.
셀럽들과 시청자들은 마치 학교 축제에서 노래하는 동생을 보러 온, 형과 누나들처럼 얼굴에 미소를 띠고 시우에게 주목했다.
시우는 밴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마이크 앞에 섰다.
작년 한 해,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에서 일 년 내내 알박기를 한-
영국 록밴드 폴링 스완의 감미롭고 리드미컬한 메가 히트곡 On My Way.
어쿠스틱 기타가 나지막이 깔렸다.
시우는 그 선율 위로 자신의 목소리를 살포시 얹었다.
* * *
제국력 871년.
황도 브란티아 부근에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 기이한 악단이 등장해, 황도의 민심을 흉흉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했다.
물론 그 ‘흉흉하다’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황제와 귀족들의 입장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그 촌스러운 악단이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사람들은 웃고 울며 그들에게 많은 돈을 바쳤다.
그 소식을 들은 제국의 공주는 호기심에 변장을 한 채 궁을 나와 음악을 들으러 갔다가 그만-
돌아오지 못할 덕질의 강을 건너고 말았다.
행방불명된 공주가 자의에 의해 궁으로 돌아오지 않고, 시리온 악단을 쫓아 올콘을 뛰고 있다는 걸 안 황제는 분노했다.
시리온 악단의 모든 무대를 관람하러 다니던 공주는 결국 병사들에게 붙잡혀 눈물의 강제 귀환을 당했고, 황제는 시리온 악단을 사람의 정신을 지배하는 사악한 무리로 규정.
전부 잡아들일 것을 명했다.
공을 세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시리온 악단을 쫓은 브레실 남작은 악단의 수장인 시리온이 잠시 고향에 내려간 사이 악단 단원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너희는 이제 끝났어. 시리온. 놈의 행방을 부는 자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
“우리는 그저 음악을 했을 뿐이오!”
악단 단원 한 명이 용감하게 외쳤다.
“닥쳐라! 어찌 사람들이 하찮은 음악 따위를 듣고 눈물을 흘린단 말이냐! 말도 안 되는…….”
그 순간-
브레실 남작과 병사들, 그리고 큰 소란에 모여든 수많은 시민들의 머리 위로 커다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음악 따위라고?”
브레실 남작이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어디냐! 당장 찾아! 시리온! 그놈이 왔다!”
병사들은 사방을 경계했다.
그러나 굳이 찾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검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눈부신 외모의 남자, 시리온은 맥주잔을 한 손에 든 채 광장 입구에서 유유히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군중들 사이에서 비명이 터졌다.
브레실 남작이 경악해 외쳤다.
“보아라! 놈이 무고한 시민들을 놀라게…… 아니…… 저, 저…….”
시민들은 눈에서 하트를 뿜어 대며 시리온을 향해 열렬히 환호를 보냈다.
“놈이 정신 마법을 펼친다! 어서 황궁마법사님께서 내리신 보호 투구를 착용하라!”
브레실 남작과 병사들은 허리춤에 매달고 있던 값비싼 마법 투구를 머리에 썼다.
모든 종류의 정신 마법으로부터 착용자를 보호하는 대흑마법용 방어구였다.
투구를 쓴 브레실 남작이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 때, 시리온의 입에서 높고 맑은 신비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감히 레벨을 측정할 수조차 없는 막강한 마나가 소리에 실려 광장 곳곳으로 퍼졌다.
“엄마~ 세상에 나와~ 당신을 만난 그날~ 난 작은 아이였죠~”
시리온의 입가에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와 맥주 거품이 머물러 있었다.
짧고 강렬하게 한 소절 내질러 준 시리온은 노래를 계속 이어 부르면서 병사들 사이를 걸어 지나갔다.
마법 투구를 쓰고 있던 병사들은 무슨 일인지 시리온을 막지 못하고, 오히려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더니 오히려 길을 터 주고 말았다.
브레실 남작과 마주 선 시리온이 말했다.
“음악의 힘을 깔보지 마시게. 친구.”
꿀꺽꿀꺽.
“카아~”
맥주를 끝까지 마신 시리온은 브레실 남작의 손에 빈 맥주잔을 건네주고, 그를 지나쳐 갔다.
시리온이 손짓 한 번으로 단원들을 묶고 있는 밧줄을 전부 풀어 버리는 그 순간.
브레실 남작은 마법 투구를 벗고, 땅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물을 펑펑 흘리며 외쳤다.
“엄므아……! 으흐흑!”
* * *
오랜만에 선 무대에 잠시 과거를 회상하던 시우는 입 밖으로 첫 소절을 흘려보냈다.
관객들과 시청자들이 숨을 멈췄다.
소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리듬을 타고 퍼져 나갔다.
I see you-
널 볼 때-
단 한마디에 실린 풍부한 감성을 시우는 차분히 표현해 내고 있었다.
루카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허억! 뭐야! 음색이……!’
There goes my mind racing-
내 마음이 조급해져-
사랑스럽게 조르듯이, 시우의 목소리가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좀 더 낮고 어른스러운 폴링 스완의 원곡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었다.
호소력 짙은 사랑 노래가 시우에 의해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 노래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관객들과 시청자들은 이 노래가 이런 식으로 불릴 수도 있구나 감탄하며 신선한 설렘을 느꼈다.
시우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달려 나갈 때마다 심장의 박동이 함께 올라가는 기분이었다.
All I need is your love-
내게 필요한 건 네 사랑뿐이야-
Can you come through-
나에게 와주지 않을래-
뒤이어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고음 파트가 터져 나왔다.
무척 높은 음이었지만 시우의 소년다운 맑은 목소리가 간절함과 그리움을 싣고 사람들의 마음을 온통 뒤흔들고 있었다.
연애 세포가 깨어난 여성 관객들은 상기된 얼굴로 주변 친구의 어깨를 때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마치 시우가 자신에게 와 달라고 이야기하는 기분이었다.
방송을 통해 시우의 노래를 듣던 시청자들도 잠시 넋을 잃고 화면을 지켜보다 경쟁적으로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널리고 널린 게 사랑 노랜데 마음이 이렇게 떨린다고? ㅜㅜ
– 나 얼굴 빨개졌어~~~
– 집에서 소리 지르다 엄마한테 혼났다 ㅠㅠㅠ
– 우리 집 개랑 고양이도 노트북 앞에서 멈춰서 듣고 있음 ㅋㅋㅋㅋ
– 노래 너무 잘한다 어떻게 이럴 수가!
– 그동안 왜 이 노래 실력을 감추고 있었던 거야!
그 시각-
미국 LA.
루시는 노트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거의 빨려 들어갈 듯한 모습으로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동화 속 마법 쓰는 왕자님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