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27)
127. 그 녀석
올해도 어느덧 크리스마스였다.
점심 무렵, 시우는 지호네 집을 찾았다.
“메리 크리스마스.”
“응. 메리 크리스마스.”
지호와 인사를 나눈 뒤, 시우는 지호의 어깨에 팔을 올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거실에 놓인 선물 상자들이 보였다.
“뭐가 이렇게 많아?”
“이모부 선물. 이모 선물. 네 거. 시윤이 거. 시아 거. 그리고~ 이건 복실이랑 네로 거.”
“와. 다들 좋아하겠다.”
시우와 지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양쪽 집을 오가면서 선물들을 옮겼다.
시우가 준비한 선물들은 지호네 집으로-
지연이 준비한 선물들은 시우네 집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선물 배달을 마친 두 마리의 일꾼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작별했다.
“특별 입시는 뭐 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지호가 물었다.
현재 기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는 지호는 11월쯤 혜성예고 일반 입시에 먼저 합격을 한 상태였다.
“실기는 없고. 그냥 면접이랑 필모그래피 제출하고. 뭐 그런 거.”
극세사 잠옷 바지 차림의 시우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대답했다.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필모가 실기지.”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지호가 툭 농담을 던졌다.
“너 면접에서 떨어지면 진짜 웃길 텐데.”
시우는 지호와 같이 한참 웃다가 입을 열었다.
“부모님이랑 영화관 잘 다녀오고. 나중에 김치 떨어지면 받으러 와. 내가 보쌈김치 맛있게 만들어 놨으니까.”
“보쌈 고기도 있어? 네가 삶으면 진짜 냄새 하나도 안 나고…….”
“시아가 다 먹었어. 김치밖에 없어.”
지호는 세상이 끝난 듯한 얼굴로 벽에 이마를 콩콩 찍었다.
“다음 세상엔 시아로 태어날 거야.”
띵-!
시우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윤이와 시아는 부모님과 함께 선물 상자를 뜯고 있었다.
도진이 말했다.
“지연이가 착해. 어릴 때도 못 받아 본 크리스마스 선물을 마흔 넘고서 지연이한테 매년 받네.”
“그러게.”
현주가 선물 속에서 몇 장의 카드를 꺼냈다.
지연이 시우 가족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였다.
“시우야. 네 거.”
시우는 자신의 선물과 카드를 챙겨 소파로 갔다.
[시우야. 올해도 너무 고마웠어. 시간 날 때마다 우리 부모님 잘 챙겨줘서 누나가 정말정말 고마워. 누나도 항상 너랑 시윤이, 시아. 그리고 이모랑 이모부한테 잘할 거야. 요즘 날이 너무 추우니까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고 이불 잘 덮고 자. 알았지?]정성껏 적힌 카드를 다 읽은 시우는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지연 누나는 아직도 내가 유치원생인 줄 알아. 이불 잘 덮고 자래.”
* * *
“얘들아, 오늘은 아빠가 놀아 주는 날이야. 엄마는 자유 시간. 그러니까 이쪽으로…….”
“꺄아아아~!”
우다다다다!
“엄마!! 시아가 내 태블릿 들고 도망가! 그거 떨어뜨리면 깨져어~!”
우다다다다!
시아에게 옷을 입히기 위해 서있던 도진은 거실에서 종횡무진 뛰는 두 아이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시아야~ 옷 입어야지. 옷 입어야 나갈 거야. 태블릿 작은 오빠 주고.”
“꺄하하!”
“거기 서어!”
“아니…… 얘들아…… 아빠 말 좀 들어주지 않을래……?”
도진이 곤란해하고 있을 때, 외출 준비를 한 시우가 시아의 앞을 투우사처럼 가로막았다.
파앗!
달려드는 시아의 몸을 한 팔로 감아올린 시우는 허공에서 시아의 몸을 빙그르르 돌려 능숙하게 품에 딱 안아들었다.
“우리 시아. 이렇게 뛰면 위험…….”
묘기를 방불케 하는 움직임으로 시아를 안아 든 시우가 웃으며 말을 꺼내는 순간.
따악!!
빙그르르 몸이 돌아가는 힘에 의해 시아의 손에 들린 태블릿이 시우의 머리를 강타했다.
큰 소리가 났다.
도진과 시윤이 깜짝 놀랐고, 시아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자기가 오빠를 때린 줄 알고 바짝 얼어붙었다.
“아…… 하하.”
시아의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해지는 것을 본 시우가 괜찮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시아야. 오빠 안 아파. 괜찮아.”
시아가 입을 우물거리며 사과를 했다.
“잘모해쪄요…….”
“응, 그래. 위험하게 그렇게 뛰면 안 돼.”
“네에…… 호오~”
풀 죽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시아는 시우를 향해 아프지 말라는 듯이 귀엽게 호오~ 바람을 불었다.
시우는 태블릿을 받아 시윤이에게 넘겨주고, 도진 대신 시아에게 옷과 패딩을 입혔다.
도진이 물었다.
“시우야. 너도 같이 가려고? 왜,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지.”
“아빠 혼자 시윤이랑 시아 돌보는 거 힘들잖아요.”
“그…… 아니야~ 할 수 있어.”
“솔직하게 말씀하세요. 정말 안 도와드려도 괜찮아요?”
“……도와줘.”
오랜만에 현주에게 휴가를 주고, 도진과 시우는 아이들과 함께 실내 놀이터를 방문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색의 자동차 캐릭터들이 가득한 테마형 키즈카페였는데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폭넓게 이용이 가능해 현주가 아이들을 데리고 종종 찾는 곳이었다.
“안녕~ 시윤이랑 시아 왔네. 오늘은 엄마랑 안 왔어?”
“오늘은 아빠랑 형이랑 왔어요!”
시윤이가 씩씩하게 대답했다.
주인아주머니는 도진과 시우를 봤다.
시우는 괜한 혼란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로 정체를 숨기고 있었다.
“혹시…… 감기? 감기면 못 들어오시는데…….”
“아뇨. 그냥 패션이에요. 건강해요.”
“아, 네. 그러면 다행이네요.”
분명 눈만 보이는데…….
눈만 봐도 범상치 않은 외모가 느껴졌다.
주인아주머니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다 시우 가족에게 열쇠를 건넸다.
열쇠를 받아든 시우는 가족들의 신발과 겉옷, 가방을 화장실 옆에 있는 사물함 안에 넣고 열쇠로 잘 잠갔다.
그사이 동생들은 이미 안으로 들어가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도진은 허둥대며 종종걸음으로 시아의 뒤를 쫓아다녔다.
시우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가족들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그때.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고 나오던 키즈카페 직원과 시우의 동선이 겹쳤다.
“아, 죄송합니다.”
직원이 머리를 숙여 사과를 하자 시우도 같이 머리를 살짝 숙이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먼저 가세요.”
“아뇨…… 저는 사물함 닦으려고요…….”
“네에. 그럼.”
시우는 한 번 더 인사를 하고 키즈카페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문득 뒤를 다시 돌아보니, 체구가 꽤 작은 남자 직원은 사물함에 묻어있는 얼룩들을 깨끗이 닦고 있는 중이었다.
‘어려 보이는데? 중학생?’
설마 진짜 중학생일 리는 없을 테고, 어른이라면 굉장한 동안이었다.
시우가 몸을 돌려 동생들에게 가려는 찰나, 뒤에서 주인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희야~ 아래쪽에 안 보이는 곳도 잘 닦아야 돼.”
“알았어. 엄마. 나 배고파.”
“새우볶음밥 해 줄 테니까 닦고 나서 먹어.”
“응…….”
일이 힘든지, 아니면 그냥 기분이 안 좋은지, 기운 빠진 얼굴로 대답한 재희는 한숨과 함께 사물함을 계속 닦았다.
‘진짜 중학생이었군. 엄마 일도 도와주고 착하네.’
친구들과 한창 놀고 싶은 나이일 것이다.
시우는 손가락을 움직여 재희의 체력을 살짝 회복시켜주었다.
‘열심히 해라. 아가야.’
이후, 시우는 아빠와 20분마다 배턴 터치를 해 가며 릴레이 육아에 나섰다.
휴대폰으로 기사를 읽던 시우는 시간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대 타임이었다.
시아는 멀리 편백나무 큐브 풀장에서 놀고 있었다.
“아빠~ 쉬세요.”
시우가 말하자 시아 옆에서 두 손으로 편백나무 큐브를 끊임없이 트럭에 퍼 담고 쏟기를 반복하던 도진은 감춰지지 않는 미소와 함께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시아야, 시우 오빠 왔다. 오빠랑 잠깐 놀아. 아빠 이따 올게.”
“으응~!”
“시우야, 아빠 저기 터널 올라가서 몸 구기고 다섯 바퀴 돌았다. 와. 시아는 힘들지도 않나 봐.”
“원래 애들은 잠이 들지언정, 지치지 않아요.”
“그래. 시윤이는 친구들 만나서 볼풀장에서 놀던데. 아빠 그쪽에서 잠깐 쉬고 있을게.”
시우와 도진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초등학교 1, 2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이 너무 많아 자리가 비좁은 탓에 시우와 도진이 몸을 조금 비켜 주었다.
아이들은 들어오자마자 편백나무 큐브를 두 손 가득 쥐고 사방에 뿌려 대며 거칠게 놀기 시작했다.
시아에게 날아오는 큐브 조각들을 시우가 손으로 막았다.
“하아…….”
그런데-
타악.
잠시 두리번거리던 남자아이들이 시아에게 다가와 삽과 트럭을 빼앗아 갔다.
장난감을 뺏긴 시아가 앞으로 기우뚱하더니 편백나무 큐브 위로 철퍼덕 넘어지고 말았다.
동글동글한 작은 큐브 조각들이 사방에 깔려 있어 아프진 않았지만 시아는 당황한 눈치였다.
“우웅? 시아 건데……? 다른 거 해애~ 내가 하고 있어써.”
시아가 달라고 손을 뻗었다.
“가치 하자아~ 제바알~”
남자아이들은 도진과 시우를 힐끗 보더니, 그대로 시아한테서 등을 돌렸다.
시아가 도진과 시우를 쳐다봤다.
도진이 나섰다.
“얘들아, 동생이랑 같이 놀자.”
“싫어요.”
“뭐? 아니…… 얘들아?”
아이들은 도진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흘렸다.
시아가 울먹이는 것을 보다 못한 시우가 입을 열었다.
“동생한테 그러면 안 되지. 아가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잖아. 돌려줘. 얼른.”
아이들에게는 시우의 말도 통하지 않았다.
멀뚱히 시우를 보던 아이들은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놀기 시작했다.
‘……어우, 이 초딩들 진짜. 애들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동생 거 뺏고 그러면 되겠어? 둘 다 오빠잖아. 같이 놀아야지.”
시우가 다시 한번 강하게 말을 했다.
아이들은 삽과 트럭을 뺏기지 않겠다는 것처럼 오히려 자신들 앞으로 더 끌어당겼다.
그 모습을 본 시아는 허공에 손을 뻗은 채, 작은 손가락을 안쓰럽게 꼬물거리고 있었다.
도진과 시우가 곤란해하고 있는 동안, 11살 시윤이가 볼 풀장에서 놀다가 가족들에게로 돌아왔다.
뒤에서 상황을 잠시 지켜본 시윤이가 도진과 시우의 틈새를 비집고 앞으로 나왔다.
형처럼 미모를 개화시키며 쑥쑥 자라고 있는 시윤이가 그 귀여운 얼굴로 짐짓 눈을 부라리며 남자아이들에게 짧게 말했다.
“야. 너네 내 동생 장난감 뺏었어? 혼날래?”
흠칫!
어른은 무섭지 않았지만, 초등학생 형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남자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슬쩍 삽과 트럭을 내려놓고 후다닥 도망쳤다.
시윤이가 장난감을 챙겨 시아에게 건넸다.
“가지고 놀아~ 시아야! 다른 오빠들이 괴롭히면~ 작은 오빠가 혼내 줄게!”
“우응~ 고마어~”
“같이 놀까?”
“응!”
함께 쪼그려 앉아 편백나무 큐브를 트럭에 퍼 담는 시윤이와 시아를 보면서, 도진과 시우는 마주 보고 크게 웃고 말았다.
* * *
3월이라 아직 날이 쌀쌀했다.
시우는 혜성예고 교복을 갖춰 입고, 교복 위에 엄마가 사준 바람막이 옷을 걸친 후 집을 나섰다.
“잘 다녀와.”
“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지호가 시우를 불렀다.
“오~ 멋있는데? 빨리 와.”
“난 늘 멋있지. 보아라. 모델과의 워킹이다.”
시우는 런웨이의 모델처럼 걸음을 옮겼다.
“모델과도 아니면서…… 얼른 타.”
“알았어. 이모. 안녕하세요.”
“그래~ 시우 안녕.”
지호 엄마는 시우와 지호를 차에 태우고, 학교로 출발했다.
한참을 달린 차는 혜성예고 근처에 멈춰 섰다.
“엄마. 다녀올게요.”
“이모. 조심히 가세요.”
차에서 내린 시우와 지호는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꺄아악~!”
여학생들의 비명 소리는 시우와 지호에게 이제 일상적인 것이었다.
지호도 누나를 닮은 데다 아이돌 연습생을 할 만큼 외모가 빼어났기에 두 소년은 순식간에 모든 학생들의 동경과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가방을 메고 계단을 올라간 시우와 지호는 계단 앞에서 서로에게 인사를 했다.
“잘 가라. 슈슈. 난 음악과로 사라진다. 안녕.”
“그래. 사라져라. 이따 보자.”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 순간, 계단에서 한 남학생이 급히 뛰어내려오다 지호와 어깨를 부딪쳤다.
지호의 몸이 휘청이는 것을 시우가 손으로 붙잡아 주었다.
“뭐, 뭐야?”
지호가 당황한 얼굴로 상대를 보자, 상대도 역시 당황한 얼굴로 지호를 쳐다봤다.
“아…… 미, 미안.”
상대는 사과를 하고, 정신없이 다시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시우가 그 남학생의 등을 눈으로 쫓다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응? 쟤…… 그 녀석이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