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31)
13. 익스트림 부활
MGS 엔터테인먼트의 문경수 대표는 익스트림 관련 기사를 읽다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어이구, 내 이럴 줄 알았지. 사람 구실하게 겨우 키워놨더니 우리 연습생 애들 빼가서 데뷔시키고 말이야.”
거기다 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알짜인 애들만 쏙쏙 골라 빼갔다.
“애들도 불쌍하네. 가만히 우리 회사에 있었으면 후속 보이그룹 런칭 때 뽑혔을지도 모르는데, 스스로 인생 망친 거지 뭐. 잘 됐네.”
연습생이든 뭐든 손아귀에서 뭔가가 빠져나가는 기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문경수 대표였다.
옆에 있던 수행원이 머리를 숙였다.
“축하드립니다. 회장님. 괘씸한 놈들이 알아서 나자빠졌네요.”
“알아서 나자빠지긴…… 옆에서 다 바람이 불어 줘야 배도 뒤집히는 거지. 하하하.”
익스트림 회사의 대표는 인재를 고르는 눈은 있었지만, 곡을 고르는 귀가 없는 놈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자기 취향이 너무 강해 대중성을 모른다고 할까.
자신이 데리고 있던 친구라 장단점을 다 파악하고 있었기에 상대하기가 쉬웠다.
“심심할 때 한 번씩 넘어뜨려 주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건 아쉽네. 다음에는 누굴 잡을까?”
수행원은 어린애처럼 이빨을 보이고 웃는 60세의 문경수 대표를 보고 몸을 살짝 떨었다.
열등감의 화신이었다.
젊은 시절, 신영민의 매니저로 활동하면서 영민과 인연을 맺은 문경수 대표는…….
천재 신영민의 괴팍한 기질에 시달리다, 결국 회사를 뛰쳐나와 신영민을 넘어서는 스타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MGS 엔터를 설립했다.
그런데 신영민도 이십 대 후반에 느닷없이 갓 엔터를 세우더니, 자신의 전문 분야인 매니지먼트 쪽에서 자신을 순식간에 추월했다.
신영민으로 인해 이 세상에서 천재를 가장 싫어하게 된 문경수 대표는 이후 이를 악물고 철저한 시스템 아래 굴러가는 아이돌 회사를 구축하는데 성공.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리더가 되었으나, ‘매출보다 행복이 우선~ 룰루랄라~’ 분위기인 갓 엔터를 보며 어쩐지 끊임없는 패배감을 느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진짜 불도저로 밀고 들어가서 다 때려 부숴 버리고 싶을 정도로 그는 갓 엔터가 싫었다.
‘윤시우만 아니었으면…… 그 어린애가 미국에서 그렇게 터질 줄이야. 뭐 됐어. 이번에 계약 만료로 떠났으니까. 이제 갓 엔터 주가 쭉쭉 빠지겠지. 하하하.’
갓 엔터테인먼트 회장실.
“대표님, MGS 문 회장님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 같습니다.”
직원의 말에 영민은 창문을 바라봤다.
“건물이 가까이 있긴 해도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뻥이 과하다.”
“장난치실 때입니까. 우리 시총이 너무 붕괴되는데요.”
“어쩔 수 없지. 시우 나갔잖아. 나는 늙었고. 월드 스타 둘이 사라졌는데 시총이 그대로면 그게 이상한 거지.”
분석 자료들을 체크하던 직원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역시 시우를 잡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영민은 쿨하게 손을 휘저었다.
“됐어. 내가 부모가 돼서 애를 키워 보니까 알겠더라고. 키울 줄만 알면 안 돼. 때가 되면 놔줄 줄도 알아야지. 나는 시우가 잘 커서 참 좋아.”
50대 중반이 된 영민이 자신의 사무실에 놓인 의자를 보며 추억에 젖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키가 요만할 때 와서는, 저 의자에 앉아 치즈 돈가스 먹고 그랬어. 영민 아저씨~ 감사합니다~ 하면서. 나는 진짜…….”
영민이 자신의 가슴을 탁탁 쳤다.
“여기가 먹먹할 정도로 기쁘다. 우리 경수 형처럼 늙지 말자. 그 형은…… 욕심이 너무 많아.”
직원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문 회장님께서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습니다.”
“……너 소머즈냐?”
“소머즈가 뭐죠?”
똑똑-!
영민이 직원에게 70년대 외화 시리즈 소머즈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시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응? 웬일이야? 놀러 왔어?”
영민이 물었다.
시우는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를 하고, 어릴 때부터 늘 앉던 자신의 지정석과 같은 의자에 앉았다.
“여쭤볼 게 있어서요. 그런데 영민 아저씨~ 저 배고파요. 치즈 돈가스 하나 시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말을 잇던 시우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직원 아저씨를 돌아봤다.
“크으~”
영민은 엄지와 검지로 자신의 콧등을 잡고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직원이 조용히 말했다.
“요즘 갱년기 겪고 계셔.”
* * *
벚꽃이 개화하는 화창한 봄이었다.
태우와 영민의 도움으로 익스트림 영입 준비를 마친 시우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여의도의 한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가로등이 켜진 저녁 벚꽃길이라…… 좋구나.’
시우는 바깥 풍경을 한 번 더 눈에 담은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예약된 방으로 향했다.
시우는 활짝 웃는 얼굴로 문을 열어젖혔다.
“형들~ 안녕! 오랜만…… 이야…….”
시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급격하게 사라졌다.
밖에서는 벚꽃이 아름답게 흩날리고 있는데, 안은 초상집이었다.
“어…… 왔어? 시우야, 앉아.”
막내 민호가 자신의 옆자리 의자를 빼 줬다.
시우는 주춤주춤 안쪽으로 걸어갔다.
‘……분위기가 많이 안 좋네.’
해체된 지 시간이 좀 지났기에 이제 어느 정도 추스르지 않았을까 기대해 봤는데, 터무니없는 기대였다.
시우는 앞에 앉아 있는 네 명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봤다.
빙 돌아오던 시우의 시선이 승우에게 멈췄다.
남승우 23세.
익스트림의 맏형이자 리더.
‘엄마같이 멤버들 살뜰히 잘 챙긴다던데…… 살쪘네.’
해체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마구 먹어 댔는지 자신이 알던 승우보다 볼이 많이 빵빵해진 모습이었다.
그 모습도 제법 귀엽긴 했지만 팬들 앞에 다시 멋진 리더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였다.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 중 절반 정도는 승우가 직접 안무를 짰다고 했으니까, 일단 댄스 트레이닝이랑 안무는 승우한테 맡기면 될 테고.’
“승우 형.”
시우가 승우를 불렀다.
시우와 인사를 한 뒤, 접시에 코를 박고 계속 젓가락을 움직이던 승우는 들려오는 목소리에 얼굴을 들었다.
물고 있던 잡채들이 호로록 승우의 입안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응, 시우야.”
승우 앞에 빈 반찬 그릇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지금 고기도 안 나왔는데…… 반찬을 다 먹은 거야?”
승우는 뭔가 해탈한 듯한 미소를 띠고 멍한 눈빛으로 말했다.
“됐어.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막 살 거야. 이게 행복이지. 관리 안 하니까 너무 편해. 나 요즘 밤새 게임하면서 컵라면 세 개씩 먹는다?”
“…….”
시우는 할 말이 없었다.
자리에 앉은 시우는 형들을 둘러보다 물었다.
“민호 형한테 다 불러 달라고 말했는데, 다른 형들은 진짜 안 온 거야?”
승우, 요한, 현수, 민호.
모인 멤버는 넷뿐이었다.
팀의 에이스 제이슨도 없었다.
팬들 사이에서 ‘제없현왕’, 즉 ‘제이슨 없으면 현수가 왕’이라고 불리는 여자처럼 얼굴이 고운 제2의 비주얼 멤버 겸 메인 보컬 현수가 말했다.
“모이기 싫대. 모여서 뭐 하냐고. 울기 밖에 더 하냐고.”
“우으…….”
울먹울먹-
현수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막내 민호가 또 눈물을 글썽였다.
시우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곳에 모인 멤버들에게라도 우선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
시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형들, 내가 얼마 전에 갓 엔터에서 슈 엔터로 독립을 했잖아. 혹시…… 우리 회사로 안 올래?”
딸그랑-
파채를 집어 들던 승우가 젓가락을 떨어뜨렸다.
쟁반에 고기를 담아 방으로 들어온 직원 아주머니가 그 광경을 보고 외쳤다.
“새 젓가락 갖다 줘요~?”
시우는 기가 팍 죽어 있는 네 명의 어린아이 같은 형아들에게 직접 고기를 구워 주며,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뭐 이런 이야기야. 자세한 건 다음에 회사 사무실로 와서 우리 회사 권태우 대표님한테 들으면 돼~ 형들, 먹어. 먹어. 많이 먹어.”
막내인 시우가 반쯤 몸을 일으킨 채, 익은 고기들을 형들 접시에 하나씩 옮겨 주었다.
자신의 앞에 쌓이는 고기들을 지켜보던 승우와 멤버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젓가락을 들었다.
우물우물-
다들 말없이 고기를 씹는데 열중했다.
시우는 시윤이와 시아에게 고기를 먹일 때처럼 뭔가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그때, 리더인 승우가 대표로 시우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를 데려가겠다고?”
“응.”
“왜?”
승우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망한 자신들을 왜 데려간다는 거지?
불쌍해서?
어린 마음에 도와주고 싶다는 뜻인가?
팀 하나 운영하는데 돈이 얼마나 깨지는지, 알고는 있는 걸까?
말은 너무 고마웠지만 승우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우가 고기를 먹으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잘하니까. 형들, 잘하잖아.”
…….
“흑흑-!”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우는 분명히 눈물 많은 막내 민호의 울음일 거라 짐작했다.
조금 따뜻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돌린 시우는 움찔 놀랐다.
익스트림에서 짐승을 맡고 있는 요한이 입을 파르르 떨며 울고 있었다.
잘하니까-
라는 말이 마음을 때렸다.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열심히 노력해 온 시간들이 어린 시우의 따뜻한 말 한마디로 위로받았다.
“지금 우리 회사에 갖춰진 게 하나도 없어서 형들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나도 열심히 할게~”
미국 LA의 한 고깃집.
한국에서 무대 위를 누비던 전직 익스트림의 비주얼 제이슨은 앞치마를 두르고 갈비가 담긴 쟁반을 든 채 고깃집을 누비고 있었다.
“불판 갈아 주세요~”
“넵! 갑니다~!”
다다다.
이곳은 제이슨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꽤 큰 규모의 고깃집이었다.
제이슨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손님들의 불판을 갈아주었다.
“휴우~”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우리 멤버들도 고기 좋아하는데…….”
잠깐 여유가 생긴 제이슨은 자리에 풀썩 앉아 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멤버들 생각이 났다.
찔끔 흘러나오는 눈물을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소매로 닦은 제이슨은 멤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찾기 위해 휴대폰을 뒤졌다.
그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 여보세요?”
[헬로~ 제이슨 빠악~]“시우?”
[옙! 베이비~ 형, LA에서 잘 지내고 있어?]“……어어. 아빠 가게에서 그냥 일 돕고 있는데.”
[한국으로 돌아와.]“왜?”
[익스트림을 부활시킬 거야.]제이슨은 귀를 의심했다.
“익스트림을 부활시킨다고? 누가?”
시우는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제이슨은 다시 한번 귀를 의심했다.
“……무슨 소리야 도대체?”
* * *
[해체된 익스트림 부활! 슈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연예계 뜻 없다는 준모, 재필 빠진 익스트림 5인조로 재편성!> [익스트림, 월드 스타 윤시우와 한솥밥!> [‘재데뷔한다는 각오로 열심히 하겠다’ 중고신인 익스트림 재기 가능성은?> [윤시우의 슈 엔터테인먼트. 실패한 익스트림과 계약한 이유는?>MGS 엔터테인먼트의 문경수 대표는 일본으로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소식을 접했다.
“정말 의외네요. 회장님. 슈 엔터는 윤시우 1인 기획사로 알고 있는데. 인프라도 없이 갑자기 왜 익스트림을 데려갔을까요?”
일본 출장길에 동행한 김 이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다, 흠칫 입을 다물었다.
문경수 대표의 표정이 썩 좋지가 못했다.
“됐어. 신경 쓰지 말자고. 이미 망한 쭉정이들 데려다가 그 작은 회사가 뭘 하겠어. 어린애가 월드 스타 됐다고 돈 아까운 줄 모르고 오지랖이나 부리는 거지.”
“네. 하하하. 그렇겠죠.”
“그 윤시우란 아이 말이야. 은근히 신영민하고 비슷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점이랄까. 그런 부분이 말이야.”
“그렇네요.”
“……마음에 안 들어.”
문경수 대표는 묘한 미소를 띠고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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