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36)
136. 올킬
첫 댓글이 올라온 순간, 새로고침을 한 번 더 누르자 갑자기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이 댓글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댓글이 100개를 넘어섰다.
시우는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반응을 살폈다.
– 1
– 내가 첫 번째인가?
– 첫타@@!
– 현재 시청 중! 화질 좋은데? 폰으로만 찍었다고?
– 할리와트에서 다른 작품 못하게 한다고 했는데 완결편 찍을 때 되니까 규제 다 풀어 주네 어쨌든 감사 ㅠㅠ 우리 시우 많이 컸다
– 시우 귀여워어~~~ 근데 여주 누구? 진짜 그냥 예고 학생임??
– 피아노 OST 좋다! 시우가 직접 연주한 건가요? 이 정도면 거의 1인 제작사? ㅎㅎㅎ
– 시우는 평점과 SNS 세계에 집착하는 까칠 남주 역할. 여주는 평범하게 생겼는데 은근 묘하게 매력 있음. 웬만한 배우들보다 잘하는 듯?
“연출 얘기는 별로 없네. 아직 초반 부분 보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너무 평범하게 연출했나?”
좋게 말하면, 기본에 충실하게.
시우는 재희, 은주 등 친구들과 톡을 주고받으면서 계속 댓글 분위기를 확인했다.
* * *
반짝반짝 빛이 나는 대리석 바닥 위로 새하얀 발이 슥 나타났다.
터벅터벅.
두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수진은 비빔밥이 담긴 볼을 소중하게 안고 한 손에는 맥주 캔을 든 채, 화려한 샹들리에 밑을 가로질러 가죽 소파 위로 올라갔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었으나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인해 열 살 이상 어려 보이는 수진은,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풀 메이크업에 반사판 효과까지 주면 30대 초반에 찍은 ‘내겐 너무 무서운 아내’ 때와도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일 정도였다.
수진은 비빔밥을 한 입 먹고, 맥주 캔을 땄다.
그리고 TV를 향해 외쳤다.
“우리 아가, 아니. 윤시우 웹 드라마 틀어 줘.”
TV는 알아서 인터넷에 접속한 후, 웹 드라마 누군가 내게 1점을 줬다를 찾아냈다.
수진은 숟가락을 입에 물고 휴대폰을 집었다.
휴대폰 잠금 화면에는 시우의 막내 동생인 시아가 네로와 꼭 붙어 자고 있는 예쁜 사진이 담겨 있었다.
아이가 싫어 결혼도 안 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이상하게 시우와 시윤이, 시아는 예뻤다.
휴대폰에서 시우의 아기 때 사진을 찾아 잠시 감상하고 있는데, TV에서 교복을 입은 시우가 등장했다.
아기 버전 시우와 교복 버전 시우를 비교해 본 수진은 웃음을 터트렸다.
수진의 눈에는 둘 다 똑같은 아기였다.
예고 입학 작품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서일까,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타깃으로 했는지 순정 만화 같은 데서 나올 법한 연출이 많았다.
시우와 재희가 대본을 쓰면서 학원 로맨스 웹툰을 많이 본 탓이었다.
왠지 수진은 시우의 이런 발상과 연출도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시우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이 학교 건물 뒤편에서 시우와 최근 자꾸 붙어 있는 은주를 괴롭히는 씬이었다.
우선 여기까지는 클래식했다.
“야, 황은주! 이게 주제도 모르고 시우 옆에서…….”
같은 반 여학생 셋이 은주를 세워 두고 무섭게 협박질을 하고 있었다.
은주는 주눅이 든 척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여학생들의 말이 끝나자 얼굴을 들었다.
외모는 평범했으나 눈빛이 살아 있었다.
수진은 꾸며 놓고 카메라 샤워 좀 받으면 꽤 유니크하게 예뻐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고추장 비빔밥을 입에 집어넣었다.
“말 다 했어? 그럼 난 이만 갈게.”
은주는 아무렇지 않게 여학생들 사이를 뚫고 떠났다.
여학생 한 명이 은주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야! 말 안 끝났어! 거기 안 서?”
머리채를 붙잡힌 채 은주가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은주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손을 당장 놓지 않으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이야. 감당할 수 있겠냐?”
“뭐? 무서운 일? 흥! 웃기고 있…….”
타악!
누군가의 손이 은주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여학생의 팔을 붙잡았다.
시우였다.
“스토옵~! 날 좋아하는 거야 너희 자유지만, 그렇다고 남을 괴롭히면 안 되지.”
햇빛 아래서 싱그럽게 웃고 있는 시우의 모습이 꼭 백마 탄 왕자님 같았다.
놀란 여학생은 표정을 싹 바꾸고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야. 시우야. 괴롭히긴 누가 괴롭혀. 그냥 은주랑 장난치고 있었던 거야.”
“머리채 잡은 손이나 놓고 거짓말을 해라.”
시우의 차가운 목소리에 여학생은 흠칫 놀랐다.
여학생이 손을 놓자 잠깐 사이 머리가 산발이 된 은주가 얼굴을 쳐들었다.
시우와 은주의 눈이 마주친 순간, 시우의 내레이션이 들렸다.
[나는 그때, 사극 드라마에서 본 망나니를 떠올렸다.]시우가 물었다.
“괘, 괜찮아?”
은주가 대답했다.
“꼴 보면 모르냐? 야!! 너 이리 와!!”
시우가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은주의 손이 번개처럼 뻗어 나가더니 여학생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꺄악!”
상황이 역전됐다.
“난 딱 받은 대로 돌려준다!”
“이, 이게! 시우 앞이라고 내가 봐주…… 꺄아악! 놔! 안 놔!”
“내가 너 오늘 머머리로 만들어 줄게! 다 덤벼!”
은주와 여학생 셋의 전투가 시작됐다.
시우는 그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끼여 당황한 얼굴로 이리저리 휘청대며 싸움을 말렸다.
시우의 내레이션이 한 번 더 들려왔다.
[나는 그때…… 여학생들의 싸움이 이렇게까지 무섭다는 것을…… 처음으로 배웠다…….]“그만해~!!”
시우의 고함 소리가 메아리쳐 울렸다.
싸움이 끝난 뒤, 은주는 폭탄 맞은 머리를 하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시우는 멋쩍게 다가와 음료수를 하나 건넸다.
은주는 흥 코웃음을 쳤지만, 음료수는 받아들었다.
“뭐 하러 왔냐?”
“아니, 애들이 너 끌려갔다고 그래서…… 나 때문이면 미안하잖아.”
“네가 미안한 게 뭔지는 알아? 초등학교 때 날 그렇게 괴롭혀 놓고. 너나 쟤네나 똑같거든?”
“아니, 그건 좋…… 좋지 않은 일이었다고 내가 인정했잖아.”
시우는 우물쭈물 서 있다 조심스럽게 은주 옆에 앉았다.
초등학생 때 좋아하던 남자애에게 괴롭힘 당한 여자애와-
좋아하는 여자애가 반응 보이는 게 즐거워 자꾸 쫓아다니며 괴롭힌 철없는 남자애가, 벚꽃 나무 밑 벤치에 함께 앉아 있었다.
시우는 음료수를 마시다 물었다.
“……나한테 왜 아침마다 1점 주는 거야? 어릴 때 일은 사과했잖아. 내가 그렇게 싫어?”
“나 아니라고. 난 인사탕 그딴 거 안 한다니까. 평점 같은 게 뭐가 중요하다고 넌 거기 목숨을 거냐?”
시우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당연히 중요하지. 평점은 인간의 가치라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인사탕 없을 때도 사람들 잘 살았거든?”
“그땐 다른 평점이 있었겠지. 성적이나 연봉 같은 거.”
“휴, 됐어. 뭐가 옳고 그르고 그게 뭐가 중요하냐. 너랑 이런 얘기 할 이유도 없고. 그냥 너랑 나는 서로 다른 사람인 거야.”
“너 진짜 인사탕 안 해?”
“안 해.”
“나한테 1점 준 거 너 아냐?”
“아냐.”
“너 나 좋아하지?”
“응. 아니?”
이어지는 질문에 무심코 대답하던 은주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을 부정했다.
시우는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 마구 웃고 있었다.
그 웃는 얼굴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은주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살짝 붉혔다.
“뭐, 뭐가 웃겨! 말실수한 거 가지고…….”
“알았어. 아무래도 비공개3876은 다른 녀석인가 보다.”
“그래. 내가 몇 번을 말해.”
열불이 난다는 듯이 말을 뱉은 은주는 음료수를 마지막까지 단숨에 들이켰다.
은주의 입가로 음료수가 조금 흘러내리자, 시우가 바지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 은주의 턱밑을 닦아 주었다.
“칠칠맞게. 손 되게 많이 가네.”
은주의 심장이 순간 두근두근 뛰었다.
은주는 부끄러운 나머지 시우의 손길을 피하려다, 문득 눈앞에 보이는 휴지를 보고 물었다.
“……이거 무슨 휴지냐?”
“응? 몰라. 주머니에 계속 있던 건데.”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시우의 얼굴을 보던 은주는 벌떡 일어나 시우에게 외쳤다.
“휴지 내놔 봐. 빨리.”
시우는 휴지에 먼지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휴지를 숨기고 도망을 쳤다.
“야! 안 서? 안 때릴게. 그냥 확인만…… 잡히면 죽는다!”
은주는 무서운 속도로 시우를 쫓아 뛰어갔고, 시우도 열심히 도망을 쳤다.
장난을 치면서 쫓고 쫓는 두 사람의 눈가에는 어느 순간부터 웃음기가 가득 매달려 있었다.
수진은 무의식중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다가, 드라마가 끝나자 현실로 돌아왔다.
뒤로도 몇몇 이야기들이 펼쳐졌는데 시우와 은주의 치고받는 귀여운 케미가 마지막까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즐겁고 흐뭇하게 만들어줬다.
복잡한 생각 없이 재밌게 보고 있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비공개3876은 누구야?”
텅 비어 버린 비빔밥 볼을 들고 TV 앞을 떠나려는데, 에필로그가 흘러나왔다.
은주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나가려던 시우는 자전거 체인이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엄마에게 외쳤다.
“엄마, 내 거 체인 나갔어! 나 시안이 자전거 좀 타고 가면 안 돼?”
“어~ 그래라!”
“이거 자전거 비밀번호 뭐야?”
“뭐더라? 아, 3876!”
수진은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범인은 여동생이었다.
“귀엽네. 귀여워. 현실 남매구나.”
맥주 캔과 비빔밥 볼을 정리한 수진은 휴대폰을 들고 웹 드라마 채널에 접속해 댓글 한 줄을 남겨 줬다.
– 재밌어요! 시우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봤네요~
그리고 시우에게도 잘 봤다고 메시지를 남겨 주기 위해 톡을 보냈다.
– 웹드 잘 봤어. 연출 풋풋하게 잘했네. 빨리 내년 돼서 같이 영화하면 좋겠다. 우리 시우 많이 사랑해~
“어우, 내가 이런 성격이 아닌데 시우는 전생에 진짜 내 아들이었을지도 모르겠어.”
시우에게 답장이 날아왔다.
– 네! 감사해요~ 오늘 찍은 시윤이랑 시아 사진 보내 드릴게요!
수진은 어색하게 손가락 V를 그리고 있는 시윤이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입으로 이~ 를 크게 하고 있는 시아의 사진을 보며 소파에 앉아 행복하게 웃음을 지었다.
* * *
웹 드라마의 반응은 뜨거웠다.
연출이나 음악도 좋은 평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시우가 로코 남주 연기를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약간 맹하면서 도도한 로맨틱 코미디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펼친 시우였다.
제작 환경이나 스케일 면에서는 학생 작품이라 부족한 면이 있었으나, 월드 스타가 웹 드라마에 등장했다는 게 충격적일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라 ‘누군가 내게 1점을 줬다’는 온갖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웹드계의 레전드가 되었다.
그리고 여주 황은주는 순식간에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주목을 받으며 슈 엔터와 계약.
슈 엔터의 또 다른 전력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은주가 덕구 아부지 황동식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자기 힘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부탁에 따라 시우는 언론에 그 일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어쩐지 처음 봤을 때 아부지 생각이 났다니까~ 약간 닮았어.”
“…….”
시우의 말에 은주는 대답하지 않았다.
실은 자기 힘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닮았다는 말이 듣고 싶지 않아 언론에 비공개 요청을 한 부분도 있었다.
이것은 시우도 모르는 일이었다.
커리어에 소소하게 웹드 하나를 추가한 시우는 이제 할리와트 완결편 준비와 익스트림 컴백에 신경을 집중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왔다.
9월.
데뷔곡의 반짝 성공 이후 오랫동안 부진했던 익스트림의 곁을 끝까지 지키다, 슬픈 엔딩을 맞이했던 익스트림의 팬들은 설레는 맘으로 신곡 공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성공적인 컴백이나, 화려한 부활은 바라지도 않았다.
슈 엔터라는 작은 회사에서 서포트를 얼마나 해 줄 수 있었겠는가.
그저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했고, 그 기회를 준 시우가 고마웠다.
째깍째깍.
저녁 6시.
음원 사이트에 익스트림의 신곡이 별다른 이벤트 없이 조용히 공개되었다.
홍보는 시우의 SNS를 통해 이뤄졌다.
MGS 문경수 대표는 오늘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작년에 회사를 대표하던 보이그룹 한 팀을 통째로 군 입대 시켰더니 최근 들어 매출이 상당히 떨어지고 말았다.
빈자리를 메워 줘야 할 신생 보이그룹이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느렸다.
똑똑똑.
“들어와!”
김 이사가 태블릿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곡은?”
“받았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별로야?”
“애매합니다.”
“애매하면 별로란 얘기지.”
잠시 문경수 대표와 대화를 나눈 김 이사가 돌아서려다 문경수 대표에게 물었다.
“아, 회장님. 좀 전에 익스트림 신곡 공개됐던데 혹시 들어보셨습니까?”
“내가 그런 쭉정이들 노래를 뭐 하러 들어?”
“음…… 그게…… 한번 들어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문경수 대표는 의아한 눈초리로 김 이사를 쳐다보다 틀어 보라고 손짓을 했다.
김 이사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곧이어 김 이사의 휴대폰에서 익스트림의 신곡이 흘러나왔다.
문경수 대표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 이거 지금 몇 위야?”
“차트 올킬입니다.”
“허극…….”
“슈크림이라는 작곡가가 단독 작곡했는데, 이 작곡가가 예전에 유지연의 그 겨울…….”
타앙!
문경수 대표의 손이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됐고!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까, 이 작곡가 당장 우리 회사로 빼 와! 당장!”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