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37)
137. 첫 음방
“아~ 해 보자.”
시우가 말했다.
잠옷을 입고 욕실로 들어간 시아는 시우의 눈치를 슬쩍 살피곤 입을 크게 벌렸다.
“아~”
시우는 시아의 입안으로 칫솔을 쏙 집어넣었다.
치카치카- 치카치…….
칫솔이 멈췄다.
시우가 조용히 어르는 투로 입을 열었다.
“칫솔 물지 말고. 아~ 해야지.”
“우으으……!”
부들부들부들-!
시우 오빠의 말을 들은 시아는 볼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칫솔을 꽉 물었다.
“……아~ 해야지.”
“아~”
“옳지. 얼른 양치하고 가서 코…….”
시우가 다시 손을 움직이는 순간, 시아가 또 칫솔을 앙 물더니 혼자 까르륵 웃었다.
시우는 작은 아기 공룡 같은 시아가 칫솔을 놔 줄 때까지 기다리기를 반복하면서 겨우겨우 양치질을 끝마쳤다.
‘에고…… 칫솔에 상처가 많이 났네.’
칫솔에 세균이 번식하지 않도록 정화 마법을 사용한 시우는 물이 담긴 양치컵을 시아의 입 앞에 댔다.
“시아야, 우물우물 페~”
“우물우물 페에~”
“아니, 말로 하지 말고. 입에 물 넣고…… 알면서 왜 그럴까? 오빠랑 장난치고 싶어?”
“응! 오빠랑 놀고 시퍼!”
기다렸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외치는 시아의 모습에 시우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
“양치질이랑 세수 얼른 하면, 자기 전에 잠깐 놀아 줄게.”
‘우물우물 페~’와 ‘어푸어푸 세수’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싫다고 발버둥 치는 시아를 쌀가마니처럼 반쯤 들다시피 해서 손과 발을 씻기자, 욕실에서의 전쟁이 일단락되었다.
“자, 이제 로션 바르러…….”
“시러어어~~!!”
곧바로 두 번째 전쟁이 시작됐다.
시우는 욕실을 나오자마자 후다닥 도망치는 시아를 추격전 끝에 붙잡아 엄마에게 보낸 다음, 한숨을 돌리며 욕실로 향했다.
‘아침저녁으로 힘드네. 우리 시아는 언제 커서 혼자 씻을까.’
시아의 양치컵과 칫솔을 정리해 나오는데 욕실 앞에 시윤이가 서 있었다.
“왜? 지금 씻으려고?”
또래보다 키가 작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시윤이가 입을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형~”
“응.”
“나도 가끔~ 시아처럼~ 엄마랑 형이 양치질해 주면 진짜~ 좋겠다.”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러냐.”
“그냥…… 시아가 부러워서…….”
시우는 가만히 시윤이 얼굴을 들여다보다 입을 열었다.
“가족의 사랑이 그리워서 그런 거야, 아님 양치하기 귀찮아서 그런 거야.”
“당연히~”
“솔직히 말해야 해 줄 거야.”
시우의 말에 시윤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귀찮아서.”
시우는 웃는 얼굴로 시윤이의 볼을 꼬집었다.
“으이구, 알았어. 오늘만이다.”
동생들을 씻긴 시우는 안방에서 장난감 낚싯대를 가지고 시아와 놀아 준 뒤, 자장가와 꿀잠 마법으로 시아를 곤히 재웠다.
“시우야. 고맙다.”
“엄마가 우리 시우 덕분에 살아.”
시아의 양옆에 누운 도진과 현주가 감동받은 눈빛으로 시우에게 말했다.
“오빠니까 당연한 거죠.”
부모님께 인사를 하고 시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복실이와 네로가 오늘은 시우와 자고 싶은지 미리 침대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었다.
– 냐앙~
네로가 시우의 얼굴을 보고 위로하듯 울었다.
시우는 피식 웃었다.
“힘들었냐고? 아니, 너 씻길 때가 더 힘들거든?”
고양이 목욕시키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 왈!
– 냐냥!
비웃는 복실이와 화내는 네로 옆으로 시우는 몸을 던졌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고 몇 시간 전에 받은 톡을 다시 한번 읽어 봤다.
“흐음~ 어떡하지.”
부모님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윤이의 의사인데, 분명히 신나서 하고 싶다고 할 게 틀림없었다.
“모르겠다. 시윤이 진로니까 시윤이더러 알아서 하라고 해야겠지? 막상 해 보고 재미없다고 싫어할 수도 있고.”
시우는 내일 저녁에 시윤이에게 직접 이야기를 꺼내 보기로 했다.
“내 아역이라…… 와, 나도 아역이 생길 나이가 됐구나. 신기하네.”
최민철 감독으로부터 혹시 내년 영화에서 시우의 아역으로 딱 한 장면, 시윤이를 불러다 촬영할 수 없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시우였다.
* * *
익스트림의 신곡 [Lose Myself> 음원이 공개되고, 문경수 대표가 깜짝 놀라 뒤집어지기 며칠 전-
익스트림 첫 음방 사전 녹화 날.
익스트림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사자 앞에 선 새끼 얼룩말처럼 덜덜 떨고 있었다.
어젯밤, 기자들과 소수의 팬들을 초청해 치른 쇼케이스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열기였다.
한데 그것이 자신들의 무대가 정말 좋아서인지 오랫동안 기다려 온 팬들이 반가운 마음에 뜨겁게 환호해 준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연습은 죽어라 했다.
시우가 준 노래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세상 밖으로 다시 나가려니 자꾸만 위축이 됐다.
“안무 틀리면 손목 한 대씩 맞기 할까?”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제이슨이 말했다.
승우는 앉아 있는 제이슨의 허벅지를 가볍게 주먹으로 때렸다.
“리허설 때 혼자 다 틀려 놓고. 손목 부러지고 싶어?”
“아니…… 승우 형, 날 벼랑 끝으로 몰아넣어 줘…… 이게 현실이 아닌 거 같아. 이 무대로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이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넷째 현수가 말했다.
“응. 꿈꾸고 있는 거 맞아. 꿈 깨면 형 다시 LA에서 고기 굽고 있을 거야.”
둘째 요한이 긴장을 풀기 위해 양손으로 악력기를 쥐락펴락하다 입을 열었다.
“이슨이네 갈비집 맛있었는데.”
“고마워. 우리 엄마한테 말해 줄게.”
요한이와 이슨이의 맥락 없는 대화에 승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얘들아, 집중 좀 하자. 오늘 다른 팀들도 많이 있고, 우리가 나름 선배인데 창피하게 실수하면…….”
똑똑똑!
누군가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화들~ 짝!
죄지은 것도 없는데 괜히 깜짝 놀라는 익스트림 멤버들이었다.
“네! 들어오세요~”
매니저가 말하자 문이 끼익 열리고, 밖에서 번쩍거리는 무대 의상을 갖춰 입은 보이그룹 한 팀이 빼꼼히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쎄요오~ 선배뉨들~”
현재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남돌 그룹 [재밌스 슈퍼V>의 귀요미 막내 라이언이었다.
금발로 염색한 머리를 한번 흔들어 턴 뒤, 라이언은 안으로 발을 들였다.
다른 재밌스 멤버 4명도 라이언을 쫓아 들어왔다.
재밌스의 막내 라이언이 익스트림의 막내 민호와 동갑인 것처럼, 재밌스의 리더 동현은 익스트림의 리더 승우와 동갑이었다.
귀에 여러 개의 피어싱과 왕별 귀걸이를 매단 동현이 승우에게 손을 뻗었다.
“컴백 축하한다. 이번에는 망하지 말고 잘 좀 해 봐. 너희 망했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마음 아팠는데.”
“어…… 그래.”
“지금은 우리 위치가 많이 달라졌지만, 데뷔 초에는 잠깐 라이벌일 때도 있었잖아. 경쟁은 원래 라이벌이 있어야 더 재밌는 거 아니겠어?”
한껏 폼을 잡고 말하는 동현을 보며, 익스트림 멤버들은 짙은 중2병의 향기를 느꼈다.
“알았다. 뭐, 너희도 힘내라. 어쩌다 보니까 같은 날 컴백하게 됐네.”
승우는 어른스럽게 대꾸했다.
“그러게. 미안하게 됐다.”
“뭐가?”
“아니, 같은 날 컴백해서 말이야. 너희 쇼케이스 기사도 우리 쇼케이스 때문에 완전히 묻혔잖아. 회사에서 정한 일정이라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
“저기…… 별로 신경 안 쓰니까 너희 무대 열심히 해.”
동현은 승우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 그런 자세로 우리 의식하지 말고 힘내. 너희는 음원차트 100위 안에만 들면 충분히 잘한 거야.”
MGS에서 함께 연습하던 시절부터 늘 승우와 비교를 당했던 동현은 데뷔 후 역전된 현재의 입장을 실컷 누리고 있었다.
MGS의 기대주이자 늘 데뷔조 근처까지 가던 승우는 망한 그룹의 리더였고, MGS에서 잘린 자신은 컨셉을 잘 만난 덕이긴 했으나 어쨌거나 대박 난 그룹의 리더였다.
동현은 승우에 대한 열등감과 정통파 아이돌에 대한 열등감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 열등감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만든 원동력…….
똑똑똑!
누군가 또 문을 두드렸다.
동현은 생각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문이 열리고, 한 소년이 안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우였다.
흠칫!
동현은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와…… 메이크업도 안 했는데 얼굴이 저 레벨이라고?!’
사진과 영상으로 시우의 얼굴을 많이 봤지만 실물은 수준이 달랐다.
자신들과 같은 종족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같은 학교인 라이언을 제외하고 시우를 처음 본 재밌스 슈퍼V 멤버들이 놀란 얼굴로 굳어 있을 때, 시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문밖에서 잠깐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익스트림을 견제하는 재밌스 멤버들의 모습이 귀여웠다.
시우는 얼어붙어 있는 재밌스 멤버들 사이를 지나 익스트림 형들 앞으로 간 다음, 재밌스 멤버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응? 선배 왔는데 인사 안 하세요?”
재밌스 멤버들은 시우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에 본능적으로 허리를 90도로 굽혔다.
“안,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시우의 뒤쪽에 앉아 있던 제이슨이 조용히 대답했다.
“오냐~”
익스트림이 5개월 선배였다.
익스트림의 무대가 시작됐다.
대기실에서 긴장해 떨고 있던 익스트림은 재밌스의 도발과 시우의 응원으로 정신을 차렸다.
“너무 멋진 두 팀이 함께 컴백을 합니다~! 재밌스 슈퍼파이브와~ 익스트림!”
“익스트림의 무대 먼저 만나 보시죠~!”
MC들이 컴백 스페셜 무대를 소개하자, 익스트림 멤버들은 무대 위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밝게 조명이 켜지고,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일렉트로 트랩 장르의 강렬한 비트가 팬들의 마음을 쿵쾅쿵쾅 두드렸다.
멋지게 한데 모여 서 있던 익스트림 멤버들이 한 폭의 그림처럼 춤을 추며 자신의 포지션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일사불란한 화려한 칼군무가 펼쳐졌다.
팬들 사이에서 높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이슨이 대기실에서 뱉은 한 마디가 모두의 머릿속을 스쳤다.
– 이 무대로 다시 돌아오게 될 줄이야.
시우와 권태우 대표님이 자신들의 개성 하나하나를 고려해 최선을 다해 만들어 준 무대였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팬들-
자신들의 움직임을 쫓는 카메라들까지-
마음이 벅찼다.
수많은 시간을 연습해 온 만큼, 복잡한 동선도 물 흐르듯이 연결하며 멤버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안무를 소화해 냈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무대를 오가면서도 신기하게도 다른 멤버들의 얼굴과 눈빛이 선명하게 마음으로 전해졌다.
휘몰아치는 랩과 춤 위로, 시우가 만든 감성적이고 중독성 있는 후렴이 무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쇼케이스 영상을 찾아본 익스트림의 팬들이 열광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는 끝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다.
메인 보컬인 현수가 앞으로 나서 깔끔하게 고음을 폭발시켰다.
역시 실력파 아이돌이었다.
시우의 눈은 틀리지 않았다.
현수가 팬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로 높은 고음을 내지른 뒤, 몸을 밑으로 숙였다.
다른 멤버들도 멋지게 한곳으로 다시 뭉치며 마지막 포즈를 취했다.
네 명의 멤버들이 몸을 숙인 가운데 그룹의 비주얼 제이슨이 홀로 가운데 서서 카메라를 향해 본토 발음으로 마지막 가사를 뱉었다.
Lose Myself-!
팬들의 뜨거운 환호에 익스트림 멤버들은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제이슨이 제일 먼저 눈물을 터트렸다.
뒤이어 동생들을 이끌며 마음고생을 많이 한 승우가 두 뺨에 눈물방울을 떨어뜨렸다.
멤버들은 기다려 준 팬들에게 진심을 담아 꾸벅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갔다.
멍하니 자신들을 쳐다보는 재밌스 슈퍼V 멤버들을 스쳐 지나간 익스트림은, 안쪽에서 자랑스럽게 자신들을 보고 있는 시우에게 달려가 시우의 몸을 꽉 부둥켜안고 참았던 눈물을 마음껏 흘렸다.
* * *
그리고 현재-
익스트림의 음원이 공개되었고, 며칠이 흘렀다.
문경수 대표를 놀라게 만든 차트 올킬의 업적을 달성한 익스트림은 화려하게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고 있는 중이었다.
시우는 형들의 노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구나 생각하며 매일 익스트림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다음 달이면 미국 가네. 가기 전에 형들 성공시켜서 다행이다.”
시우가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혼잣말을 뱉을 때-
못 보던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컴백한 익스트림 ‘음원 사재기’ 의혹 제기>시우의 눈가가 꿈틀 움직였다.
“……이게 뭔 소리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