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38)
138. 사재기
– 음원 사재기였어? 어쩐지…….
– 한 번 망했던 듣보 그룹이 컴백하자마자 차트 올킬이라니 말이 되냐?
– 내 주변에 익스트림 물어보면 다 게임 이름인 줄 알던데
– 그냥 대부분의 사람들이 얘네가 누군지를 모름 근데 차트 올킬 ㅎㅎㅎ 웃고 간다
– 같은 날 컴백한 재밌스 오빠들이 10위권 겨우 들어갔는데 익스트림이 차트 올킬? 제발 상식적으로 살자
– 요즘처럼 예민한 시기에 이렇게 대놓고 사재기라니…… 근데 슈 엔터면 윤시우 회사 아니에요? 시우는 어리니까 관계없겠죠? ㅠㅠ
MGS 측에서 살짝 흘려 본 떡밥을, 재밌스 슈퍼V의 팬들이 열심히 퍼 나르고 있었다.
그렇다.
사재기인 것이다.
아무리 노래가 좋다 해도, 사재기가 아니라면 재밌스가 익스트림에게 밀릴 이유가 없다.
이것은 사재기가 분명했고, 반드시 사재기여야만 했다.
한편 익스트림의 팬들도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 무슨 증거를 가지고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시우가 SNS로 컴백 홍보 엄청 많이 해 줬고, 유지연이랑 송준영 배우님도 우리 오빠들 응원한다고 글 남겨 주고 그랬거든요??
– 월드 스타 루카스가 나중에 같이 공연하고 싶다고 말한 익스트림을 게임 이름인 줄 알았다고?
– 인간적으로 시우는 건들지 말자 너네 감당할 수 있겠냐
– 사재기로 모든 사이트 올킬이 가능해요? 새벽 시간대도 아닌데?
– 그냥 노래가 대박 난 거 같은데…… 무대 퍼포먼스도 역대급이고, 원래 실력파였던 그룹이 올드함 벗고 포텐 터진 거 아닌가…… 참고로 저는 익스트림 팬도 아니고 재밌스 팬도 아닙니다.
– 시우 팔로워들이 한두 번씩만 스밍 돌렸어도 충분히 1위 가능할 거 같고, 노래 좋으니까 계속 들을 테고 말 다한 거 아닌가? 월드 스타 SNS 파워를 우습게 보지 마세요. 사재기는 무슨…….
의견이 분분했다.
다만 누군가 공개적으로 익스트림을 저격한 것도 아니었고, 직접 노래를 소비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1위 할 만하던데?’라는 반응들도 쏟아져 나왔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래. 뭐 재밌스 팬들 입장에서는 의혹 제기할 수도 있지. 이런 루머에 흔들리지 말아야 할 텐데.”
시우는 익스트림에게 밀린 재밌스 팬들이 퍼뜨린 단순 루머라고 치부하고 태우와 상의 끝에 우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사실 상황이 조금 묘했다.
본의 아니게 노이즈 마케팅이 되면서, 아이돌 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조차도 익스트림 곡을 한 번씩 들어보고 하나둘 팬이 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사재기 의혹은 아직 진행 중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대이변이 일어났다.
“이번 주 1위 후보는 재밌스 슈퍼 파이브의 ‘우린 용산구 아이돌’, 그리고 익스트림의 ‘Lose Myself’. 과연 영광의 1위는!”
꾸울꺼억!
재밌스 멤버 5명과 익스트림 멤버 5명이 함께 마른침을 삼키며 결과를 기다렸다.
“축하드립니다! 익스트림!”
익스트림의 팬들이 울었다.
익스트림 멤버들도 울었다.
“소감 부탁드릴게요~”
멤버들은 승우에게 마이크를 넘기려 했으나 너무 울고 있어서 말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다들 목이 멘 탓에 서로 소감을 미루다 마침내 제이슨이 눈물범벅인 채로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가 해체됐을 때도 계속 기다려 준 팬들 너무 고맙고!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권태우 대표님! 그리고 우리 컴백곡 완전 멋있게 만들어 준 시우…….”
퍼억!
막내 민호가 제이슨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뭐, 뭐야? 왜? 형을 왜 때리는 거야?”
“아니…… 저기…… 1위 한 게 너무 기뻐서…….”
슈크림의 정체는, 비밀이었던 거 같은데…….
자기도 모르게 형에게 등짝 스매싱을 날린 민호는 ‘난 그런 거 몰라요~’라는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제이슨의 순수한 표정에 이 형이 지금 머리에 아무 생각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민호는 제이슨에게 귓속말을 했다.
“슈크림…… 슈크림…….”
1위를 하고 패닉에 빠져 있던 제이슨의 정신이 돌아왔다.
“우리…… 시유크림~ 작곡가님 너무 감사드리고! 언제나 옆에서 우리를 응원해 준 시우! 고마워! 형이 소고기 사 줄게!”
죽어라 노력해도 멀게만 느껴지던, 음방 첫 1위였다.
* * *
컴백 환영 인사차 가볍게 견제 모션을 취해 본 문경수 대표는 오히려 자신이 익스트림의 인지도를 올려 주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경수 대표는 자신의 이마를 치며 한바탕 웃고는 김 이사에게 말했다.
“익스트림은 별거 아닌데 뒤에 윤시우 팬덤이 있네.”
“네. 실드가 상당합니다.”
“문제는 곡이 잘 빠졌다는 거야. 그러니까 사재기 의혹도 정면으로 돌파가 되잖아.”
들어보고 ‘이게 1위라고?’ 이런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오, 좋은데?’ 이런 반응이 나온다.
“윤시우가 SNS를 이용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얘네 음원 1위 만들어 줬다면, 우리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얘네 음방 1위를 만들어 줬네. 참 나. 이 작곡가는 반드시 데려와야 해. 어떻게 됐어?”
“알아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정체가 오리무중입니다. 일부러 작곡가 활동 안 하고 싶다는 듯이 꼭꼭 숨어 있어서…….”
“작곡가가 작곡 활동을 안 해? 익스트림 같은 애들한테도 곡을 주는데, 우리 애들 맡기겠다고 하면 당연히 뛰어오겠지. 잘 찾아봐.”
“네. 같이 작업한 사람들 위주로 좀 더 알아보면 아마 곧 연락이 닿을 겁니다.”
회장실 전화기가 울어댔다.
“어, 왜.”
[회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손님? 약속 없는데?”
[네. 약속 없이 그냥 오셨다고…….]문경수 대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신과 친한 몇몇 사람들의 이름이 떠올랐으나, 굳이 연락도 없이 찾아올 인물은 없었다.
돌려보내라고 말하려던 문경수 대표는, 그냥 돌려보낼 수 있는 손님이라면 이렇게 자신에게 연락이 올 이유도 없다는 생각에 전화기에 대고 물었다.
“누군데?”
[아, 그게…….]갓 엔터와 MGS 엔터는 오랜 라이벌로 사옥 또한 가까운 거리에 붙어 있었다.
그리고 슈 엔터 사무실은 갓 엔터의 길 건너편 빌딩에 있었다.
한마디로 같은 동네라는 뜻.
음원 사재기 의혹이 일어난 부분에 대해 영민, 태우와 전화 통화를 마친 시우는 그대로 MGS 사옥으로 향했다.
해외 팬들에게 케이팝 순례길이라고 불리는 갓-MGS를 잇는 단풍나무 길을 따라 걸어가면서 시우는 MGS에 문경수 대표가 지금 자리에 있길 바랐다.
“다음 달이면 단풍 기가 막히겠다. 근데 나는 미국에 있을 테고. 한동안 못 돌아올 테고.”
자신이 없는 사이 익스트림과 슈 엔터에 뻘짓을 못하게 만들려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를 눌러 줄 필요가 있어 보였다.
“꺄아악!”
MGS 사옥 앞에 진영을 구축하고 있던 소녀팬들이 시우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시우는 양손으로 상큼하게 손하트를 만들어 주고 사옥 입구 앞에 섰다.
유리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안쪽에서 직원이 시우를 발견하고 문을 살짝 열고 물었다.
“어?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시우는 마치 약속이 있는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대표님 만나러 왔어요~”
“아, 그러세요? 들어오세요.”
가지 말라고 외치는 팬들에게 한차례 더 손을 흔들어주고 시우는 안으로 들어갔다.
갓 엔터에서 10년을 보낸 탓일까.
‘……왠지 적진에 위장 침투한 기분이네.’
안내 직원들의 반응을 보니 다행히 문경수 대표가 회사에 있는 듯했다.
시우는 잠시 기다렸다.
약속을 안 잡고 왔다고 내보낼 수도 있겠지만, 당장 바쁜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아마 들여보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갓 엔터를 대표하던 스타인 자신이 왜 MGS에 찾아왔는지, 되게 궁금할 테니까.
시우의 예상대로였다.
“회장님께서 만나시겠답니다. 저랑 같이 올라가시죠.”
시우는 속으로 ‘하~ 하~ 하~’ 웃으며 회장실로 올라갔다.
회장실 문이 열리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책장과 책들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책 냄새가 물씬 풍겼다.
책을 다 읽고 꽂아 둔 건지, 장식으로 꾸며 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수많은 연예인들을 관리하고 경험해 온 김 이사는 어지간해선 사람의 외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가을을 맞아 부드러운 갈색 톤으로 가볍게 머리 스타일을 바꾼 시우가 안으로 들어온 뒤, 자신을 향해 시선을 드는 순간 김 이사는 그저 헛웃음을 머금었다.
고도로 발전하고 있는 카메라 성능이 아직도 갈 길이 많이 남은 듯했다.
시우를 안내한 직원이 밖으로 나가고, 회장실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
문경수 대표가 시우에게 자리를 권했다.
“앉지. 우리 월드 스타 윤시우 군께서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직접 보니까 무척 반가워.”
시우가 소파에 앉자 문경수 대표와 김 이사도 함께 자리했다.
문경수 대표가 말을 이었다.
“내가 영민이랑도 무척 돈독한 사이야. 편하게 놀러 와서 밥도 먹고 가고 그래. 우리 식당도 갓 엔터 못지않게 맛이 아주 좋아.”
말은 친근했으나 문경수 대표의 몸에서는 위압감이 풍겼다.
평생을 남들 머리 위에서 지시를 내리며 살아온 이들이 자연스럽게 갖게 되는 아우라였다.
그리고-
‘이런 위압감은 나도 언제든지 풍길 수 있지.’
하지만 일단 참고.
시우는 우선 웃는 얼굴로 일상적인 안부 이야기를 늘어놓다, 문 대표와 김 이사가 ‘얘가 대체 왜 온 걸까’ 한참 궁금해질 무렵 기습적으로 말을 꺼냈다.
“아, 그런데…… 음원 사재기 소문은 왜 내신 거예요?”
“……!”
돌려 말하기도, 돌려 까기도 아닌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물어오는 시우의 돌직구 질문에 문 대표는 찰나지간 말문이 막혔다.
“……하하. 우리 시우가 어디서 이상한 소문을 듣고 왔나 보네. 익스트림 음원 사재기 의혹 말이냐?”
“네. 우리 형들이…… 마음에 안 드세요?”
“푸흡! 콜록!”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우엉차를 마시다 사레가 들린 문 대표가 기침을 하자, 김 이사가 벌떡 일어나 외쳤다.
“아, 괜찮아. 크흠! 마음에 안 들고 말고 할 게 뭐 있나. 한때는 내 밑에 있던 애들이…….”
“밑에 있던 애들이 MGS를 박차고 나가서 잘될까 봐, 뒤에서 되게 많이 훼방을 놓으신다고…….”
“…….”
어린놈이 버르장머리 없기가 신영민보다 더하다.
문 대표가 입을 다물었다.
열일곱밖에 안 된 녀석이 알량한 인기를 믿고, 한국 최대 기획사인 MGS로 쳐들어와 말을 그냥 막 내던지고 있었다.
‘쯧쯧, 철딱서니 없기는. 지금 인기 어차피 할리와트 끝나면 금방 꺼질 텐데, 영원히 월드 스타일 줄 아는군. 하긴 수많은 어린 녀석들이 그렇게 까불다 사라지곤 하지.’
연예계가 원래 그렇다.
“시우야. 이 아저씨가 우리 시우를 아끼는 마음으로 충고 하나만 할까?”
“아뇨. 괜찮아요.”
“인기가 너희의 행동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너희의 행동이 인기를 결정하는…….”
시우는 그 말이 너무 웃겼다.
첫 음방을 마치고 자신을 안고 눈물을 흘리던 익스트림 멤버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대표님, 사재기 의혹 MGS에서 일부러 흘리신 거 알고 있어요.”
“…….”
문 대표는 말이 없었다.
연예계에서 문 대표는 하늘 같은 권위를 가진 존재였다.
그런 문 대표의 말을 이따위로 가로막는 연예인은 사적으로 친분이 있는 원로 배우라면 모를까, 존재하지 않았다.
기분이 매우 불쾌해진 문 대표의 눈빛이 점점 싸늘하게 바뀌었다.
역시 애들은 따뜻하게 대해 주면 기어오른다.
“어디서 뭔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다만…… 얘야, 만약 그렇다면…… 네가 어쩔 테냐. 그리고 당연히 의혹 제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디서 망한 그룹 하나가 돌아와서 갑자기 차트 올킬을 하면…….”
“망한 것도 문 대표님이 뒤에서 유도하신 거잖아요.”
타앙!
문 대표의 손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디 감히 건방지게!”
문 대표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시우를 난도질할 듯이 노려봤다.
시우는 조용히 기운을 개방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