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39)
139. 다시 미국으로
김 이사는 지금까지 인기를 믿고 설치는 젊은 연예인들을 많이 봤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도 자신보다 못하다 싶은 사람에게 고개를 뻣뻣이 들 뿐이지 이렇게 문 대표 앞에서 당당하게 행동하진 못했다.
‘멍청한 녀석이로군. 어린 녀석이 혼자 MGS로 찾아와 회장님께 시비를 걸다니.’
곧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다.
문 대표의 손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디 감히 건방지게!”
타앙!
김 이사는 깜짝 놀랐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시우의 낯빛을 살폈다.
나이가 어린 만큼 자신보다 더 놀랐을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시우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문경수 대표의 무서운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김 이사는 시우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이게 지금 가능한 일인가 하고 자신의 상식을 의심했다.
‘열일곱 살짜리가 격노한 문 회장님과 눈을 맞추고 있어?’
문경수 대표와 시우의 눈이 허공에서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보다 배짱이 더 대단한 친구였다.
김 이사는 몸을 뒤로 살짝 빼고, 그 눈싸움의 결과를 주시했다.
기에 눌리지 않겠다는 시우의 마음가짐은 훌륭했으나,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10초? 15초?
“이, 이…….”
응?
이상하게도 문경수 대표의 얼굴이 먼저 일그러졌다.
성난 불독처럼 생긴 문경수 대표의 두 볼이 푸들푸들 떨려 왔다.
반면 시우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으응? 으으응?’
김 이사의 머릿속에서 의아함이 깊어지는 그때-
바들바들.
김 이사는 봤다.
방금 전, 테이블을 내리친 문경수 대표의 오른손이 한순간 바들바들 떨리는 광경을.
“……!!”
‘너, 너무 화가 나서 그러시는 건가?’
갑자기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는 문 대표의 낯선 모습을 바라보던 김 이사는 왠지 모르게 문 대표가 어린 시우에게 기에서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그럴 리가…… 하하…… 나도 참…….’
김 이사가 황당한 생각이라며 눈앞에서 전해지는 감각을 이성으로 부정할 때.
문 대표가.
눈을 깔았다.
시우는 적당히 했다.
전력으로 기운을 방출하는 것은 격투기 선수가 일반인을 붙잡고 때리는 것처럼 염치없는 행동이다.
문경수 대표의 마음속에 공포감을 심어 준 시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과 문 대표를 번갈아 보고 있는 김 이사에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밝게 웃어 주었다.
김 이사의 얼굴에 떠오른 의문이 더욱 짙어졌다.
당황한 김 이사가 문경수 대표에게 물었다.
“회장님, 혹시 몸이 어디 안 좋으신…….”
“시끄러!”
“……아, 네.”
문경수 대표는 손수건을 꺼내 비 오듯이 흐르고 있는 땀을 닦아 내고, 다시 시우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어떤 물리적인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의 본능이, 시우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수많은 생을 절대자의 위치에서 살아온 시우의 아우라가 문 대표의 오만불손함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몸이 꼭 자신의 몸이 아닌 듯한 기분을 느끼며, 문 대표는 자꾸만 떨려 오는 팔다리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시우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연예계에 좀 못된 대표님들도 많다고 들었는데, 문경수 대표님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분이신 거 같아요.”
“……그, 그래.”
문 대표는 가까스로 입을 열어 대꾸를 했다.
시우는 버티려고 애쓰는 문 대표를 향해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대표님께서 어떻게 말씀하시고, 행동하시는지 항상 지켜보고 잘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
왜 입이 안 떨어지는 걸까.
문경수 대표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두려움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무의미했다.
자신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겠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시우에게 평소처럼 고함을 내지를 수가 없었다.
시우가 고등학생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며 쐐기를 박듯 말했다.
“저희 익스트림 형들, 잘 부탁드립니다.”
시우는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 꾸벅 인사를 하고 회장실을 떠났다.
황망하게 남겨진 문경수 대표는 땀이 흥건한 자신의 손을 쥐락펴락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익스트림 건들지 말라고 경고하러 온 거로군. 어린놈이 눈빛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자신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어 준 감각들이 끊임없이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다.
* * *
익스트림 음원 사재기 기사들이 차츰차츰 뜸해지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당초 의도와 다르게 방해보다는 홍보만 해 준 꼴이라, 문 대표는 그렇잖아도 기자들에게 그만하라고 지시할 생각이었다.
당장의 사재기 루머는 차치하더라도, 자신이 미국에 간 사이 익스트림 멤버들에게 혹시 부당한 일이 생길까 봐 잠시 문 대표와 면담을 하고 온 시우는 사재기 기사들이 내려가는 걸 확인하고 만족했다.
“으휴, 속에 능구렁이가 100마리 있으면 뭐 해. 그래봤자 60년밖에 못 산 꼬꼬마지.”
문 대표가 나중에 또 슬금슬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 한동안은 조용할 것이다.
자신으로부터 느낀 공포가 도저히 잊히지 않을 테니까.
시우는 정기적으로 한 번씩 MGS에 놀러 가기로 했다.
“오빠~ 짐 싸?”
“응.”
네로의 어깨를 꼭 감싸 안은 채, 시아가 다가왔다.
네로는 상체만 시아에게 안긴 터라 본의 아니게 하체가 바닥에 질질 끌리고 있었다.
“우리 네로가 고생이 많네.”
– 냐아아…….
투덜투덜 대면서도 시아와 잘 놀아 주는 네로였다.
“안 힘드냐?”
– 냐아아아아…….
10분 뒤에 복실이와 교대한다고 한다.
2교대로 근무 중인 모양이었다.
“가면 몇 밤 자고 와~?”
“음……. 오빠가 오는 건 아니고, 시아가 엄마랑 같이 미국으로 놀러 와. 시윤이 오빠랑 다 같이 놀이동산 가자.”
“노~ 리~ 동~ 산~?!”
시아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시우는 문득 어린이 시절 할리와트 친구들과 갔던 테마파크 엔젤스 베리 팜이 떠올랐다.
유령 미로 하우스에서 니콜라스와 헨리가 비명을 마구 질러 댔고, 루시는 자신의 뒤에 꼭 붙어 졸졸 따라왔었다.
‘나중에 시윤이랑 시아 데리고 놀러 가야겠다.’
네로를 데리고 가서 좀비를 보여 주면 리액션이 어떨까 상상하며 시우는 짐을 마저 쌌다.
“나 배고파~ 맛있는 거 만드러 줘!”
시우가 나갈 채비를 마치자 시아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시아야. 오빠 지금 나가야 해. 엄마가 만들어 줄게.”
시우의 다리에 매달려 떼를 쓰는 시아를 현주가 안아들었다.
그러나 시아는 막무가내였다.
“시러! 오빠가 만드러 주는 게 마시써~ 나 달콤 꼬기 줘! 꼬기 줘~!”
시아가 몸을 뻗대기 시작하자 현주의 힘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떼쓰지 마~ 나쁜 거야.”
시윤이가 얼른 달려와 시아가 떨어지지 않도록 밑에서 받쳐 주었다.
바닥으로 내려온 시아는 한달음에 시우에게 달려가 시우의 다리를 잡고 매달렸다.
“시아 배가~ 마니 고파~ 꼬기 줘!”
주차장에서 태우가 기다리고 있었다.
캐리어를 가지고 신발장 중문 앞에 서 있던 시우는 웃는 얼굴로 시아를 달랬다.
“시아야. 오빠. 나가야 되거든. 나중에 미국에서…….”
시아가 울먹이는 얼굴로 두 손을 시우에게 내밀고 말했다.
“주세요…….”
존댓말을 안 써서 안 해 주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시아가 필살기 ‘주세요.’를 펼쳤다.
시우는 시아의 간절한 목소리에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시아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시아야. 배가 너무 고파? 지금 불고기는 못 만들어. 오빠가 대신…… 고구마 빵 빨리 만들어 줄까?”
시아가 좋아하는 간식이었다.
달걀흰자로 머랭을 만들고, 노른자는 고구마와 섞어서 우유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금방 만들 수 있었다.
시아는 얼굴을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 빨리 말고…… 오~ 래~ 오래~~~ 만드러 줘…….”
“오래?”
“응.”
시아의 마음을 눈치챈 시우는 팔을 들어 시아를 꼬옥 안아 주었다.
“시아야. 솔직하게 말해 봐. 거짓말하면 코 길어진다. 정말 배가 많이 고파?”
“……아니.”
“오빠 가는 게 싫어서 그래?”
“……응.”
시아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시우는 시아를 안고 부드럽게 달래 주었다.
시아가 납득할 때까지 한참을 안고, 이야기를 조곤조곤 해 주자 시아가 빨개진 눈으로 시우에게 먼저 손을 흔들었다.
“큰오빠…… 안녕…… 빠이빠이…….”
시우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어렵사리 떼었다.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여는데 시윤이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형~ 가서 말썽 부리지 말고~ 이모부 말 잘 들어~!”
“…….”
시우는 황당한 얼굴로 시윤이를 쳐다보다 피식 웃고는 말했다.
“으응~ 그래~ 너도 엄마 말 잘 들어라.”
“난 걱정 하지 마. 내가~ 엄마랑 시아 잘 지키고 있을게~”
“알았다.”
문을 나가려던 시우는 발길을 돌려 귀엽게 웃고 있는 시윤이의 이마에 뽀뽀를 한번 해 주고, 얼른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 *
10월-
미국 LA 집에 도착한 시우는 태우와 같이 짐을 풀었다.
태우는 이제 회사 대표 신분이었기에 전처럼 미국에서 시우와 24시간 붙어 지낼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계속 오갈 예정이었다.
그래서, 시우에게는 새로운 담당 매니저가 생겼다.
이미 윤시우 팀에서 오래 일했기에 시우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케빈 형, 우리 내일 몇 시에 나가?”
“브런치 먹고 11시.”
케빈 오.
LA에서 활동할 당시에 알게 된 갓 엔터 직원으로, 현재는 시우와 스테이플스 센터가 내려다보이는 LA의 한 레지던스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건장한 체구에 안경을 쓴, 약간 무미건조한 성격의 남자였다.
외국어 능력자라 몇 개 국어를 구사한다던데, 아직 영어와 한국어 말고는 들어 보지 못했다.
“내일 브런치는 형이 만드는 거야?”
“……아니, 네가.”
같이 살기로 결정이 났을 때, 자신이 요리도 꽤 잘하니 음식은 걱정 말라고 시우와 태우에게 당당히 말한 케빈이었으나, 시우의 살치살 스테이크와 트러플 & 루꼴라 오일 파스타를 맛본 뒤 설거지 담당으로 보직을 자진 변경한 케빈이었다.
다음날.
시우는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클럽 샌드위치를 만들어 브런치를 먹고, 따로 만들어 둔 샌드위치를 담아 촬영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할리와트와 마녀의 아이 포스터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의상실에서 할리와트 마법학교 교복을 갖춰 입으며, 시우는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10학년이야. 굉장하네. 첫 촬영한 지 벌써 9년이 흘렀어.”
니콜라스가 말했다.
“응. 우리 다 엄청 늙었다. 하하하!”
훌쩍 자란 니콜라스는 이제 거의 성인의 모습이었다.
역시 서양인의 성장은 무척 빠르다.
‘애들이 역변하지 않아 다행이야…….’
15세 전후를 기점으로 갑자기 아저씨가 되는 경우도 있는데, 니콜라스는 할리와트 최고 미소년 역할에 걸맞게 미청년으로 다행히 잘 자라 주었다.
물론 루시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 랭킹 1위를 독차지할 정도로 잘 컸고, 헨리도 꽤 훈훈한 청년으로 성장해 가고 있었다.
“자! 촬영 시작할게요!”
마법학교 CG를 배경으로 네 명의 친구들은 각자 포즈를 취했다.
시우는 아우라를 뿜어내며 멋지게 카메라 앞에서 촬영을 이어 갔다.
“헨리와 서로 대치하는 장면 찍을게요!”
시우는 헨리와 마주 섰다.
“자, 눈빛 연기해 주세요! 촬영 들어갑니다!”
찰칵! 찰칵! 찰칵!
시우와 헨리가 서로 무섭게 노려보는 장면을 카메라가 열심히 찍고 있을 때-
갑자기 어디선가 퍼억!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루시가 소리를 질렀다.
“니콜라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