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46)
146. 미안해 복실아
일주일 뒤-
시우는 복실이와 함께 익스트림 숙소로 향하는 중이었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그런지 복실이는 신이 나서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복실이는 시우의 얼굴도 한 번 봤다가 차창 밖도 구경하다 하면서 입꼬리를 귀에 걸고 있었다.
물론, 복실이의 기분이 날아가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복실, 그렇게 좋아? 어제 말해 줬지? 오늘 가서 강아지들 잘 돌봐 줘야 해. 네가 대부야 대부.”
시우의 말에 해맑게 혀를 내밀고 좋아라 창밖을 보던 복실이가 시우를 홱 돌아봤다.
‘깜짝이야.’
복실이의 눈빛에는 울망울망 기대와 각오가 서려 있었다.
– 머엉!
“하하, 뭐야. 대부라는 말에 그러는 거야? 그렇게 기대 돼?”
– 헥헥! 멍!
‘역시~ 과하게 좋아한다 했었는데…… 강아지들 대부가 된다고 하니 들떴네, 짜식.’
제자리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돌면서 신나 하는 복실을 보고 있자니 시우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시우와 복실은 화음을 맞춰 노래를 흥얼거렸다.
익스트림 숙소에 다다를 때까지 열린 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둘은 함께 즐거워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시우와 복실이가 탄 차가 숙소 앞에 도착했다.
강아지들의 간식과 각종 장난감, 그리고 익스트림 멤버들의 간식까지 챙겨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시우는 잠시 넋을 잃었다.
현관 신발장부터 물건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고 곳곳에는 휴지들이 처참히 찢겨져 나뒹굴고 있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어선 복실이도 한껏 올라간 입꼬리를 슬그머니 내리더니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지?”
사태파악을 위해 거실을 두리번거리던 시우의 눈에 저 멀리서 배를 까뒤집고 미동도 없이 누워 있는 알렉산더가 보였다.
깜짝 놀란 시우는 사 온 물건들을 내려놓고 서둘러 알렉산더를 향해 달려갔다.
코오-
‘하아…… 자는 거였냐?’
세상에 어떤 앵무새가 저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누워 자고 있겠는가.
육아에 지쳐 잠든 엄마의 얼굴로, 알렉산더는 세상 모르게 완전히 곯아떨어져 있었다.
시우는 눈가까지 파르르 떨며 자고 있는 알렉산더를 조심히 들고 작은 방으로 옮겼다.
예쁘게 꾸며진 알렉산더의 잠자리에 알렉산더를 살포시 눕히고 조용히 나오자,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엉망진창인 거실이 휑하니 시우를 반겼다.
익스트림 멤버들과 강아지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스태프들도 없었다.
‘오늘…… 분명히 촬영 날인데? 도대체 집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다들 어딜 간 거야?’
미리 전화라도 해 보고 올걸 그랬다.
나름 깜짝 이벤트랍시고 복실이를 데리고 왔는데 집이 텅 비어 있을 줄은 몰랐다.
집 상태가 이럴 줄은 더더욱 몰랐고.
한숨을 몰아쉬며 시우는 쪼그려 앉아 주섬주섬 휴지를 주웠다.
집에 설치된 카메라들만 쓸쓸하게 돌아가고 있는 와중에, 시우 곁으로 다가온 복실이가 머리와 입으로 각종 물건들은 데굴데굴 옮기며 시우를 도왔다.
“역시 우리 복실이는 살림 만렙이야~ 시윤이랑 시아 보살핀 내공이 어디 안 가네.”
시우가 웃는 얼굴로 복실이에게 엄지 척을 날려 주자, 더욱 신이 난 복실이는 의기양양하게 턱을 들고 더욱 빠른 몸놀림으로 집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시우와 복실이가 환상의 팀웍을 발휘하며 집안을 순식간에 정리하고 있을 때, 현관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 윤시우 배우님.”
담당PD가 시우를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PD님.”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프로 살림꾼의 내공을 과시하던 시우는 무릎으로 거실을 기어 다니며 청소를 하다,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하, 청소하고 있었어요? 와, 정말 대박…… 집에 깨끗해졌네요?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아뇨, 카메라 돌고 있어서 마법은 참았습니다. 마법 썼으면 진짜 금방인데…….’
시우는 자신의 무릎을 탁탁 털며 방긋 웃었다.
PD가 한숨과 함께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말도 마세요. 저희가 왔을 때만 해도 집이 멀쩡했거든요? 그런데 애들이 잠에서 깨니까…… 정말 순식간이었습니다…….”
담당 PD의 목소리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많이 시달린 모양이었다.
시우가 물었다.
“이게…… 며칠 전에 낯가리던 그 녀석들이 한 짓이 맞는 거죠?”
이때, 다시 한번 현관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강아지들이 바닥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다다다-
우다다다-
눈 깜짝할 새 현관에서부터 달려 온 세 마리의 강아지들은 시우를 발견하자마자 반가운 얼굴로 시우에게 덤벼들었다.
바닥에 쪼그려 앉아 청소를 하고 있던 시우를 넘어뜨린 강아지들은 시우의 얼굴과 손을 핥아 대며, 이러다 엉덩이가 날아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댔다.
자신들이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따뜻함과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 시우를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나도 반가워. 앗 간지러워~”
강아지들의 뒤를 쫓아 우르르 거실로 들어온 익스트림 멤버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시우야, 언제 왔어? 우리 애들 산책시키고 왔는데~”
막내 민호가 핼쑥해진 얼굴로 말했다.
안무 연습을 한 열 시간 하고 온 모습이었다.
현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얘네 무슨 에너지가…… 와, 얘네가 진짜 짐승돌이야. 쉬질 않아.”
시우 품에서 격하게 반가움을 표현하던 강아지들 중 한 마리가 시우 곁에 근엄한 얼굴로 앉아 있는 복실을 발견했다.
움찔-
강아지와 눈이 마주친 복실이는 찰나지간 움찔했으나, 근엄함을 잃지 않은 채 아이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왈!
짧고 굵게, 오늘 자신이 너희들의 배변 훈련을 돕기 위해 초빙되어 온 귀한 몸이라는 것을 알려 준 복실이는 자신의 카리스마를 자랑하듯 시우를 봤다.
복실이와 눈이 마주친 시우는 애잔한 눈빛으로 사과를 했다.
‘미안해. 복실아.’
– ……?
미안하다는 말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복실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복실이의 목소리를 들은 모든 강아지들의 얼굴이 일제히 돌아갔다.
– 멍머엉~!!!
– 와아알!!!
– 멍멍! 헥헥!
흠칫!
귀여운 꼬마 아이들이라고 들었다.
세상에 발을 내디딘 지 얼마 안 된,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하고 얌전한 꼬물이들이라고…….
분명히 그렇게 들었는데…….
강아지들에게 파묻혀 눈앞에서 사라져 가는 복실이를 보며 시우는 미안함에 웃음을 지었다.
‘네가 아가들 보고 싶다고 했잖아…….’
* * *
[강아지들을 엄마처럼 돌보는 앵무새, 알렉산더 인기 폭발> [윤시우와 익스트림, 알렉산더와 꼬물이 3형제의 끊이지 않는 애교 대잔치> [꼬물이들의 대부 뉴페이스 복실 등장> [‘애니멀 클럽’ 시청률 급상승!>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캠페인 연예인들 해시태그 릴레이>…….
[복실이와 알렉산더 육아 방식 차이로 충돌> [알렉산더, 복실이와 말다툼 도중 ‘너는 개야~’ 폭언으로 촬영 중단 위기?!>주말 저녁, 시윤이와 시아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딸기를 먹으며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TV에서는 횃대 위에 앉은 알렉산더가 복실이를 내려다보며 빽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깨애액! 브라더~ 브라더~ 깨애액!
제이슨으로부터 배운 브라더를 외치며 화를 내는 알렉산더의 모습이 매우 웃겼다.
서슬 퍼렇게 올라간 머리 깃을 보니 브라더를 욕인 줄 알고 내뱉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요한의 부모님 집 사정으로 잠깐 출연하게 된 알렉산더가 예상치 못하게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고정으로 출연 중이었다.
복실이도 천재 연기견에서 천재 육아견으로 캐릭터를 잡아 자주 얼굴을 비치고 있었다.
원래는 익스트림을 중심으로 예능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꼬물이 3형제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를 중심으로 알렉산더와 복실이까지-
동물 대가족이 형성되어 특별한 연출 없이도 자연스럽게 동물들끼리 주말드라마를 찍듯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 너는 개야~ 입니다~ 개~ 물어~
– 왈왈왈!
시우에게 배운 말들을 적극 응용하는 천재 앵무새와 시우와 평생을 같이 살면서 교육을 받은 천재 푸들 복실이가 격렬하게 부부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 크르릉…….
말을 못하는 복실이는 대신 눈으로 험한 마음을 담아 전하며 알렉산더와 팽팽히 대치를 했다.
시우가 복실이를 말렸고, 제이슨이 알렉산더를 말렸다.
TV를 보던 시윤이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시아야~ 큰 오빠 나온다! 오빠 나오니까 반가…….”
시윤이와 시아의 가운데 놓인 딸기 그릇이 텅 비어 있었다.
“어? 딸기 어디 갔어? 방금 전까지 많았는데?”
시윤이의 눈이 천천히 시아에게 향했다.
“…….”
“…….”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시아의 얼굴이 보였다.
시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고 있었다.
작은 오빠와 눈이 마주친 시아는 턱밑으로 딸기물을 주르륵 흘리며 입을 헤 벌리고 웃어 보였다.
시아의 윗옷이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시윤이는 가만히 동생을 쳐다보다 외쳤다.
“엄마~! 얘가 딸기 다 먹었어!!”
놀란 시아는 양 볼에 가득한 딸기를 급하기 씹기 시작했다.
시윤이는 기가 막혀 말했다.
“네가…… 네가 햄스터냐?”
“우물우물…… 옵하가…… 너우…… 빠이 머거서…….”
“내가 딸기를 빨리 먹었다고? 난 한 번에 하나씩 먹었는데?”
“……미아내.”
시무룩하게 사과하는 시아를 보며 화를 내지도 못하고, 답답하다는 듯이 소파에 등을 퍽퍽 부딪친 시윤이는 별 수 없다는 듯이 티슈를 꺼내와 시아의 턱과 윗옷을 닦아 주었다.
그런 오빠를 가만히 바라보던 시아는 입안에서 딸기 하나를 꺼내면서 물었다.
“오빠…… 하나 머글래? 우물우물…….”
“아니…… 됐거든…… 너 많이 먹어…….”
이때, 현주가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옷 다 버렸지? 이리 와. 엄마가 옷 갈아입혀 줄게. 그리고 시윤이는 냉장고 가서 딸기 더 꺼내 먹어.”
시윤이는 시아를 흘끗 본 뒤, 엄마에게 말했다.
“……이따 먹을게.”
지금 꺼내 오면 분명 다 뺏기겠지?
시윤이가 현명한 선택을 내리고 있을 때, TV에서 복실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 왈왈왈!!!
현주도 깜짝 놀라 TV를 봤다.
“복실이가 평소랑 다르게 엄청 짖네. 진짜 화났나?”
– 오늘도 꼬물이 형제들 너무 귀여웠어요~
– 복실이 애들한테 소변 누는 거 가르치려고 계속 배변패드 가서 쉬 싸는 흉내 내는 거 너무 웃겨 ㅋㅋㅋㅋ
– 너는 개야~ 그래 복실이 개 맞아 ㅋㅋㅋ
– 익스트림 애들 고생해서 어떡해 ㅎㅎ 처음 왔을 때 눈치만 보던 꼬물이들이 이렇게 밝게 뛰어노는 거 보면 익스트림 애들이 진짜 사랑 많이 주는 듯 ㅎㅎㅎ 아이돌 관심 없었는데 극호감됨
– 시우 부부 싸움 중재 능력 오짐 ㅋㅋㅋㅋ 그리고 알렉산덜 옛날에 욕 때문에 파양됐었단 얘기 듣고 마음 아팠는데 앵무새가 무슨 죄임 욕 가르친 전 주인이 나쁜 거지 ㅠㅠㅠㅠ
– 시우가 알렉산덜한테 좋은 말 많이 가르쳐 주고 교육시키는 거 보기 좋다 화났을 때 빼고는 말투 부드러워지는 게 실시간으로 보임 ㅎㅎㅎ
– 익스트림 완전 대박 났네 알렉산더랑 복실이 부부 싸움하는데 그 와중에 일식이 제이슨 발에 쉬 싸고 있는 거 현웃했다
* * *
봄의 끝 무렵-
시우는 영화 첫 리딩을 위해 제작사로 향했다.
익스트림이 출연하는 예능이 큰 화제를 모으며, 너무 잘되고 있었기 때문에 시우는 걱정을 한시름 덜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영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따뜻한 봄의 하늘을 구경하며 시우는 매니저와 함께 건물로 들어갔다.
이름표가 붙은 의자들과 영화 스태프들이 시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우는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대본을 들여다보면서 조용히 혼자 대사를 읊어 보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사람 그림자가 느껴졌다.
“시우야, 안녕.”
고개를 들자 이수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앗~ 오셨어요?”
“응. 일찍 왔네.”
수진의 품에 안겨서 엄마를 부르던, 겉싸개에 싸인 작은 아기가 어느덧 수진보다 키가 커져 있었다.
수진은 감개무량한 얼굴로 시우의 볼을 한 차례 꼬집고 옆자리에 앉았다.
“엄마랑 연기하는 거 진짜 오랜만이네요.”
“너는 기억도 안 날 텐데? 처음이나 마찬가지지 뭐.”
시우와 수진이 반갑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조감독이 딱딱하게 표정을 굳힌 채 리딩실로 들어왔다.
조감독이 배우들을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리딩이 조금 늦어질 거 같아요.”
수진이 배우들을 대표해서 물었다.
“왜요? 무슨 일인데요?”
조감독은 수진과 시우를 한 번씩 본 뒤,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이상훈 씨가 하차하게 생겼어요.”
이게 뭔 소리야?
이상훈은 시우의 아빠 역할을 맡은 영화의 주연 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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