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66)
166. 쪽쪽이부터 찾자!
두두둥-!
이효은 PD와 김정수 PD는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베이비 오브 레전드’는 유럽에서 크게 화제를 불러일으키다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도 정식 서비스가 시작된 게임이었다.
어떤 콘텐츠를 골라야 할지 한참 고민하다, 삼덕구의 캐릭터성을 살릴 수 있는 게임을 한번 골라 봤는데…….
성공이었다.
이미 스태프들조차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두둥-!
촬영장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 위로 세 아기의 사랑스러운 얼굴이 떠올랐다.
송준영, 류승현, 윤시우.
한국을 대표하는 세 비주얼 배우들의 돌사진을 기반으로, AI가 실제인지 CG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아기 때 모습을 VR 세상 속에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드넓은 초원에 기저귀 차림으로 등장한 아기들은 셋이 한데 모여 뭔가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부부부-! 뿌아~!]이효은 PD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촌하루 때처럼, 아니 늘 그렇듯이 삼덕구의 베이비 보스인 시우가 짧은 두 팔을 휘두르며 준영과 승현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준영과 승현은 풀밭에 앉아 멍하니 시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금 서로 말 안 통하는 거 맞아?”
이효은 PD가 김정수 PD에게 물었다.
“네. 공갈 젖꼭지 물기 전까지는 대화 못 해요.”
“……그걸 물면 오히려 말을 못하는 거 아니고? 그거 문 채로 어떻게 말해?”
“설정상 그 쪽쪽이가 스피커 역할을 해요. 문 채로 웅얼웅얼하면 그 옹알이를 언어로 번역해서…… 이제 쪽쪽이 스피커를 통해 목소리가 나오는 구조라고…….”
“음, 그런데 시우는 왜 저렇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어?”
“글쎄요.”
레벨 1이라, 돌쟁이 아기 모습인 시우는 스크린 속에서 혼자 손뼉도 짝짝 쳐 가며 준영과 승현을 격려하고 있었다.
[우아아~ 뽀오~ 뿌우우!]“우아아~ 뽀오~ 뿌우우!”
크게 외친 시우는 멍한 두 아기들의 표정을 보고 배시시 웃었다.
‘……못 알아듣네.’
현실에서는 옹알이로 의사 전달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 감각 그대로 약간의 의미를 담아 말을 붙여봤는데, 두 형들은 동그란 눈으로 멀뚱멀뚱 자신을 올려다볼 뿐이었다.
“츄웁…….”
시우의 옹알이에 귀를 기울이던 승현은 자꾸만 입 밖으로 흘러내리는 침 때문에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이게 분명 다 찍히고 있을 테고, 전국…… 아니 어쩌면 전 세계로 방송이 될지도 모르는데 왜 이렇게 침을 흘리…….
‘헉!’
승현은 방송 작가와 사전 인터뷰 때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하나라도 더 자세히 알려 달라는 작가님에게 아기 때 침을 그렇게 흘렸다는 엄마의 말을 그대로 전달하고 말았다.
‘그래서 그런 거야?!’
“아부우…….”
승현은 보송보송한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문질렀다.
닦으려던 건데, 손의 움직임이 묘하게 자신의 의지와는 조금 달라 오히려 입가가 침 범벅이 되었다.
“까르륵-!”
옆에서 아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침을 입가에 바르고 있는 승현을 보고, 준영이 좋다고 까르륵 웃어 대고 있었다.
“부아~ 부아~ 쪽쪽쪽-”
준영은 사랑하는 동생들과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게 마냥 즐거웠다.
한참 웃던 준영이 자기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쪽쪽 빨기 시작했다.
무심코 넋 놓고 있으면 캐릭터 나이에 맞는 행동들을 하게 되는 게임 설정 탓이었다.
팟!
준영은 화들짝 놀라 손가락을 입에서 뺐다.
순간, 준영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문어 소환의 1단계 조건 클리어!] [엄지손가락을 10,000번 빨면 손가락이 부풀어 올라 무서운 문어가 소환됩니다.] [조심하세요!]“……무~ 어~?”
준영은 고개를 갸우뚱 움직이곤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엄지손가락 관절 부분에 한순간 문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꺄아아-!”
‘하하하’ 웃고 싶은데 ‘꺄아아’ 비명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준영은 고사리 같은 손을 입가로 가져가, 손가락을 열심히 빨아 젖혔다.
‘손에서 문어가 소환된다고? 오, 꼭 봐야…….’
시우와 승현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페! 페에! 에페!”
아기 몸에 동화돼 한껏 들떠 있던 준영이 정신을 차렸다.
“아부부부~! 푸푸우!”
게임이 너무 현실적이라 잠깐 장난쳐 봤다고 변명을 하고 싶었지만 역시 말은 나오지 않았다.
세 아기들은 무거운 머리를 가만히 밑으로 숙이고 있다가 이내 눈빛으로 합의를 봤다.
‘쪽쪽이부터 찾자!’
기저귀를 찬 세 아기들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아장아장 초원을 가로질렀다.
* * *
새해가 밝았다.
월드 투어로 연말을 바쁘게 보낸 지연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지연은 이 휴가 기간을 통해 가족과 함께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생각 중이었다.
“이모랑 이모부도 모시고 갈까.”
노트북 앞에 앉아 여행 관련 블로그를 둘러보던 그녀는 시우의 부모님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부터 늘 물심양면 자신과 지호를 챙겨 주신 고마운 분들이었다.
“애들도 같이…… 아, 시우는 할리와트 프로모션 돌고 있지. 바쁘겠네.”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할리와트 완결편 마녀의 아이는,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완결편이라는 특수성 덕분인지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심지어 그동안 상업 영화의 전형이라며 깔아 보던 일부 평론가들과 팬들조차도 네 명의 아이들이 겪은 오랜 여정에 박수를 보내 주는 분위기였다.
“이번 편은 시우가 주인공 같았어. 역시 숨은 주인공.”
지연은 자신의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시우 생각에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시우가 함께 못 가더라도 이모랑 이모부랑 시윤이 시아는 꼭 같이 가야지~ 시아 에펠탑 보여 주면 좋아할까?’
안 봐도 예상이 됐다.
신나게 뛰어다니면서 소리를 지르겠지?
‘누굴 닮아 그렇게 귀여운가 몰라.’
지연은 파리의 숙소를 알아보기 위해 포털 메인 화면으로 빠져나왔다.
마우스로 검색창을 누르고, 키보드를 치는데 검색창 바로 밑에 처음 보는 광고가 떠있었다.
[VR 예능! 신세계! 송준영, 류승현, 윤시우가 아기가 됐다?! 첫 방송 D-15]멋지게 눈을 부릅뜨고 있는 세 아기들의 얼굴과, 클릭하면 예고편을 볼 수 있다는 광고문이 보였다.
“앗, 시우 아기 때 얼굴이랑 진짜 똑같네?!”
시우와 지호한테 얼핏 듣긴 했다.
요즘 기술이 장난이 아니라든가.
New VR, AR, AI…….
어쿠스틱을 좋아하는 지연은 기술이나 게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잘 와닿지 않았다.
지연은 광고를 클릭했다.
광고가 자라나듯 커지더니, 노트북 모니터를 통해 생생하게 영상이 펼쳐졌다.
파아앗-!
중세 유럽의 광장 축제가 연상되는 화려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기 대축제!
시장 거리를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튜토리얼 지역의 수많은 저렙 아기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고사리 같은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세 아기-
준영, 승현, 시우가 눈에 띄었다.
시우는 다른 두 아기들을 이끌고 앞에서 짧은 다리를 총총 움직이고 있었다.
“……아, 귀여워어!”
지연은 이성을 잃고 꺅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기 시우를 다시 보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을 못했는데…….
“준영 선배님과, 승현 선배님도 귀엽잖아!”
지연의 얼굴 가득 웃음꽃이 피어났다.
도저히 입꼬리를 내릴 수가 없었다.
저절로 발이 동동 움직였다.
두 아기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바쁘게 간 시우는 한 상점 앞에 섰다.
뭐지? 옷 가게?
아기 셋이 끙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연의 짐작대로 옷 가게였다.
파파팟!
시우, 승현, 준영의 기저귀가 마치 돌아가는 룰렛처럼 빠르게 바뀌었다.
밑에 자막이 떴다.
[월드 클래스 패셔니스타!]갑자기 시우가 카메라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그리고 까르륵 까르륵 웃어 댔다.
[‘윤시우’ 님께서 ‘뽀송뽀송 천기저귀(레어)’를 획득!] [방어력 +5] [자주 세탁해야 합니다. 내구도가 낮습니다.]하얀 천기저귀 엉덩이 부분에 펭귄 무늬와 꽃무늬 등이 떠올랐다.
시우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자, 무늬는 계속 바뀌었다.
마침내 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우의 기저귀 위에는 웰시코기의 엉덩이 그림이 잔뜩 그려져 있었다.
[이거 어때?]시우가 물고 있는 쪽쪽이에 불이 반짝 켜지면서 앙증맞은 아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연은 쪽쪽이를 문 시우의 얼굴을 정면에서 확인하고, 숨이 넘어갈 듯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우리 시우~ 어떡해!! 꺅! 나 이거, 이 게임 할래……!”
준영과 승현은 부러운 눈으로 시우를 보며 힘껏 손뼉을 치고 있었다.
짝짝짝-!
시우는 홀로 레어템 천기저귀를 차고 의기양양하게 밖으로 나갔다.
거리를 오가던 튜토리얼 지역의 아기들이 모두 신기한 눈으로 시우를 쳐다봤다.
한 아기가 슬그머니 다가와 시우의 기저귀를 만져 보는 장면도 나왔다.
마을 곳곳에 숨어 있는 갖가지 보물 장난감들을 열심히 모아, 그걸로 새로운 기저귀를 구입해 입은 세 아기는 다른 상점으로 떠났다.
셋이 같이 모은 보물 장난감은 아직 남아 있었다.
화면에 다시 자막이 떴다.
[다음 목표는 스페어 기저귀를 넣을 기저귀 가방!] [야외에서 분유를 타 먹을 수 있는 보온병과 분유 케이스!] [GO! GO! GO!]세 아기들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다.
아기들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휘날렸다.
아장아장-!
웅장한 음악을 배경 삼아 아기들이 비장하게 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
[빵빵!]클랙슨이 울렸다.
시우가 준영과 승현의 손을 덥썩 잡고 길가로 몸을 피했다.
부우웅-
번쩍번쩍 튜닝이 된 휘황찬란한 기계식 전동 유모차가 삼덕구의 앞으로 슈웅- 지나가고 있었다.
[헉!]준영의 쪽쪽이에서 놀란 목소리가 터졌다.
셋의 입이 떡 벌어졌다.
목걸이형 쪽쪽이가 툭 떨어져 세 아기들의 가슴께에서 대롱거렸다.
방송 촬영 중인 걸 당시에는 몰랐던 그 유모차 주인은, 촌뜨기처럼 서 있는 삼덕구를 향해 선글라스를 벗고 자신의 황금색 쪽쪽이를 오물거리며 거만하게 한마디 던졌다.
[함 태워 주까?]유모차 주인도 세 살쯤 되어 보이는 아기였다.
멍하게 서 있다 세 쌍둥이처럼 동시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는 베이비 삼덕구의 얼굴을 끝으로 1차 예고편이 끝났다.
지연은 당황했다.
너무 귀여웠다.
세 아기들의 미모가 치명적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절부절못하던 지연은 휴대폰을 들고, 자신과 친한 모든 이들에게 전체 톡을 날렸다.
수진은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기는 중이었다.
영화 촬영도 끝났고, 이곳저곳 불려 다닌 바쁜 연말도 끝났고, 새해에는 천천히 쉬면서 차기작을 고를 생각이었다.
“영화에 시우랑 케미가 잘 살아서 나올지 모르겠네~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수진은 TV 앞에 앉았다.
시우가 대활약했다는 할리와트 완결편을 보러 가기에 앞서, 전편들을 복습하고 갈 생각이었다.
그때, 수진의 휴대폰이 위잉- 울었다.
“지연이네?”
시우를 계기로 알게 된 지연은 자신과 꽤 가깝게 지내는 후배 중 한 명이었다.
“……예능 예고편? 시우 나온다는 그건가?”
예능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자신은 잘 웃는 성격도 아니고, 솔직히 예능을 봐도 그닥 웃기지도 않고.
하지만 시우가 나온다면…….
수진은 티비로 포털에 접속해 지연이 알려준 신세계 예고편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잠시 후-
TV 앞에 선 수진은 자신의 찻잔에서 차가 밑으로 계속 줄줄 흐르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너무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대박.”
수진은 얼른 휴대폰을 들고 역시 자신과 친한 모든 이들에게 전체 톡을 날렸다.
* * *
VR 예능 신세계 1차 예고편이 공개되자마자 반응이 폭발했다.
뒤이어 2차, 3차 예고편도 공개가 되었다.
준영과 승현의 귀여운 아기 모습도 크게 이슈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든 것은 시우의 아기 모습이었다.
추억이 소환됐다.
남녀노소를 떠나 모든 이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열광했다.
수많은 사이트와 댓글 창이 시우와 새로운 예능 이야기로 마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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