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67)
167. 용감하고 무모한 삼형제
– 아기들 너무 예쁘잖아!! ㅠㅠㅠㅠㅠ 세상에…….
– 이거 게임이에요? 뭐죠? 저도 여기 들어가면 아기 될 수 있나요???
– 기술의 발전 보소…….
– 요즘 젊은 팬들은 시우가 쪽쪽이 물고 사료 광고 찍었던 거 알라나? ㅎㅎㅎ 더쿠 아부지 외친 거 알라나? ㅎㅎㅎ
– 시우 아기 때 모습 다시 보니까 너무 좋다~ 예쁘게 잘 커 줘서 고마워 아가야 ㅜㅜ
– 오늘부터 저도 베이비 오브 레전드 합니다! 옛날에도 잘생기고 지금도 잘생기고 앞으로도 잘생길 우리 덕구들 만나러 갈 거예요~♡
– VR TV 이제 슬슬 상용화되나? 될 듯 될 듯 평생 안 되는 줄 알았는데
– 그러면 기존 영화 드라마 촬영 방식도 바뀌나요?
– 그건 아직 모르죠. 아마 조금씩 새로운 시도들이 생기긴 할 테지만 그래도 급격하게 변하진 않을 듯. 기성 감독들의 스타일 문제도 있고 촬영 장비 문제도 있고.
– 남자친구랑 같이 아기 돼서 데이트하고 싶은데, 게임 시작부터 계속 같이 여행할 수 있어요?
– 덕구들 지금 어느 서버에서 촬영하고 있죠?? 만나서 아이템이랑 장비 선물 주려고요~!
댓글은 쉴 새 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아직 방송이 시작된 것도 아닌데, 분위기는 예열이 아니라 이미 화산 폭발 수준이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각지에서도 한류 스타인 준영과 승현, 시우의 아기 모습은 화제가 됐다.
아시아 전역에서 베이비 오브 레전드의 접속자 수가 갑작스럽게 늘어나, 몇몇 서버가 다운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굉장해! 반응이 엄청나!”
영국 런던에 위치한 게임 회사 아이스캡은 몹시 흥분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사실적인 VR 1인칭 슈팅 게임 돌풍에 밀려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는데, 아시아 쪽에서 대박이 터질 조짐이 보였다.
“할리와트도 그렇고, 얼마 전의 그 광고. 난 뭐든 될 수 있어 챌린지도 그렇고. 시우 윤이 하는 일은 전부 대박이야!”
“대표님. 시우 윤이 마침 할리와트 프로모션으로 런던을 방문한다고 하던데요. 우리가 미국 쪽에서 FPS 게임 때문에 이용자 수가 잘 늘지 않고 있잖습니까. 시우 윤에게 미국 시장 광고 모델을 맡기는 건 어떨까요?”
“오…… 좋은 생각이야. 우선 그 예능, 뉴 월드? 그 한국 방송국에 연락해서 같이 협력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논의를 해 보고. 시우 윤이 런던에 오면 한번 접촉해 보자!”
“알겠습니다.”
“첫 방송 언제야? 모든 직원들에게 반드시 모니터링하라고 말해.”
“네!”
그들은 신세계 본방 사수를 다짐했다.
* * *
시우와 승현, 준영의 활동 장소는 ‘베이비애플’ 서버였다.
예고편이 나간 이후, 정체가 드러난 세 아기들은 마치 스타 골프 선수처럼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며 아장아장 열심히 VR 세상을 누비는 중이었다.
시우는 등에 메고 있던 곰돌이 가방을 열고, 아이템을 용도에 따라 정리했다.
기저귀를 입은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아 꼬물대고 있는 뒷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팬들은 그 장면을 캡처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촬영 규정상 캡처를 못하게끔 막아 놨기 때문에 그저 아쉬운 눈빛으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시우와 승현, 준영은 이제 레벨 업을 해서 15개월 아기로 약간 성장한 상태였다.
‘게임이 은근히 재밌네. 어제 첫방 반응도 좋았고. 오늘도 열심히 해 볼까~’
가방 정리를 마친 시우가 몸을 돌리자 마을 한쪽에 몰린 수많은 유저들이 환호했다.
아기들이 물고 있는 쪽쪽이에서 일제히 불이 들어왔다.
“꺄악~ 힘내! 어제 방송 너무 재밌었어!”
“셋 다 너무 예쁘다! 다음 지역 어디로 갈 거예요? 바로 따라갈게요!”
“음료 아이템 주고 싶어~! 선물 주고 싶어~!”
아기들이 옹알옹알대며 바둥바둥 뛰니, 쪽쪽이에서 소란스러운 아기들 목소리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때, 베이비 덕구들과 여러 아기들 사이로 유치원생쯤 된 유아들이 세 명 등장했다.
스태프들이었다.
“선물 안 돼요~”
“촬영 중이라 도와주시면 안 돼요~”
“조금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
5-6세 아이들이 부탁했다.
아기들은 시무룩한 얼굴로 뒷걸음질 치거나 엉금엉금 기어서 먼저 게이트 쪽으로 이동했다.
준영은 레벨이 까마득히 높은 스태프들의 모습을 우러러보다 말했다.
“와, 우리는 언제 유치원생 되냐? 멋있다.”
승현이 대답했다.
“너무 걱정 마. 애들 의외로 금방 크잖아. 시우야. 준비 다 됐어. 가자~”
시우는 두 형들을 봤다.
‘으휴~’
꼭 하나씩 빼먹는다니까.
“형, 턱받이는?”
“아 맞다!”
가방을 내려놓은 승현은 턱받이를 꺼내기 위해 몸을 반쯤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
아기 승현의 엉덩이가 씰룩이는 걸 본 준영은 자기 엉덩이로 승현의 엉덩이를 밀쳤다.
파악!
승현이 가방 위로 철퍼덕 귀엽게 넘어졌다.
바둥바둥-
일어나기 위해 짧은 팔다리를 휘저으며 바둥대는 승현을 향해, 준영은 쪽쪽이를 뱉고 크게 웃었다.
“까르르! 아부부붑!”
시우의 손을 잡고 일어난 승현은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한마디 뱉으려다, 철없는 형이랑 자기들 아니면 누가 놀아 줄까 싶어 고개만 도리도리 흔들고 말았다.
튜토리얼을 마친 베이비 삼덕구가 스태프들을 따라 도착한 곳은, 예쁜 강이 졸졸 흐르고 있는 녹색 초원이었다.
한 스태프가 그곳에 서서 시스템 창을 잠시 조작했다.
그러자 땅 위에 파란색 커다란 원이 그려졌다.
“배우님들~ 여길 보시면 파란 원이 있죠? 우리가 구입한 땅입니다.”
응? 땅을 샀다고?
일부러 게임 정보를 알아보지 않고 촬영에 임하고 있는 시우는 부동산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다.
상당히 넓은 파란 원이 시우의 발밑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스태프의 설명이 이어졌다.
“40만 폰드입니다.”
폰드는 베이비 오브 레전드에서 쓰이는 돈이었다.
“앞으로 촬영에 계속 쓰일 장소기 때문에 세 분께만 짐을 안겨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래서…… 딱 반만 받겠습니다.”
“…….”
휘잉~
바람이 부는 것은…….
황당한 시우의 맘을 삭여 주기 위함일까.
시우는 가만히 유치원생 스태프를 쳐다보다 날카롭게 물었다.
“절반…… 20만 폰드 내라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쪽쪽쪽- 왜요?”
눈과 쪽쪽이에 불을 켜고 당돌하게 따져 묻는 15개월 아기에게, 6세쯤 돼 보이는 스태프가 웃으며 대답했다.
“왜냐고 물으시면, 이제…… 원래는 여러분이 돈을 벌어 구입해야 할 땅을~ 저희가 미리 지원해 드린 거라고 이해하시면 되지 않을까요?”
“쪽쪽쪽쪽쪽-! 촬영 장소라면서요? 촬영 장소를 출연자가 돈 내고 구해야 하는 거예요?”
게임 시작부터 20만 폰드의 빚을 등에 짊어지고 싶진 않았다.
당황한 만큼 쪽쪽이를 빠는 시우의 입술의 오물거림이 빨라졌다.
“여긴 이제 스튜디오가 아니고…… 게임 콘텐츠잖아요. 그러니까 사실 절반을 지원해 드린 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혜택이 아닌가 저희는 생각을 합니다.”
시우가 최소한 몇만 폰드라도 깎아 보기 위해 협상을 시작하려는 찰나, 맏형 준영이 시우의 어깨를 잡았다.
시우를 대신해 앞으로 나선 준영이 자신의 머리에 쓰고 있던 몬스터 이빨이 그려진 모자를 벗어 품에 꼭 안고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스태프에게 호소했다.
“……선물로 그냥 주시면 안 돼요?”
게임에서도 연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해 볼 타이밍만 노리던 준영이 기회를 포착한 모양이었다.
아기가 눈시울을 붉히고 사정하는 모습에 알맹이는 어른인 스태프는 마음이 약해졌으나,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자! 그, 그럼 이곳에 집을 짓고! 작은 상점과 마을을 만들어 주세요! 퀘스트 보상으로 돈은 잘 들어오니까요, 금방 갚을 수 있어요!”
눈물 연기를 펼치던 아기 준영이의 얼굴이 화난 얼굴로 스르륵 돌변했다.
“으으으……! 얘들아. 실패했어.”
“……후우~”
승현은 20만 폰드를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잠시 손에 끼우고, 하늘을 보며 한숨을 토했다.
세 아기들의 머리 위로 무심하게 미션 창이 떠올랐다.
[메인 미션 : 20만 폰드를 갚아라!] [서브 미션 : 여러분의 땅에 멋지고 예쁜 3층 집을 지어 주세요!] [여러분은 어떠한 준비도 없이 빚을 만들었습니다. 칭호 ‘용감하고 무모한 삼형제’를 획득했습니다.]* * *
삼덕구네 땅 근처 숲.
어린아이들이 우르르 모여서 시우 일행의 일거수일투족을 응원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서는 고렙인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양탄자나 호랑이, 전동 킥보드 등을 타고 날아다녔다.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준영의 손끝으로 쏠렸다.
준영은 심호흡을 한 뒤, 아장아장 걸어가 땅에 놓여 있는 뿅망치를 들어 올렸다.
쪽쪽쪽-
“에페!”
기합을 내지르는데 거추장스러운 쪽쪽이를 뱉어 버린 준영은 손에 힘을 주고 힘껏 소리를 내질렀다.
“아부우우우~!!!”
짧은 두 다리가 어설프게 뜀박질을 시작했다.
다다닷!
부웅!
뿅망치가 허공을 갈랐다.
모두가 숨을 죽인 그 순간-
삐끗!
준영의 일격이 나무를 스쳤다.
나무 앞쪽에 메시지가 떴다.
[미스!]미스 판정이었다.
유저들 사이에서 안타까워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준영은 나무를 끌어안고 잠시 부끄러움을 참았다.
그러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다시 뿅망치를 휘둘렀다.
파파파파팟!
[미스!] [미스!] [미스!] [배드!] [미스!]“뿌우우!! 아부부!!”
발을 동동대던 아기 준영이 쪽쪽이를 입에 물었다.
“아니, 애초에 뿅망치로 나무를 어떻게 베냐고! 나무는 도끼로 베야지!”
승현이 준영에게 뿅망치를 넘겨받으며 말했다.
“무기 종류는 레벨 제한 걸려 있어서 커야 쓸 수 있잖아.”
현재 시우 일행에게 필요한 것은 집을 짓기 위한 나무였다.
나무를 얻기 위해 숲을 찾은 시우 일행은 뿅망치로 나무 얻기에 도전하고 있었다.
다음은 승현의 차례였다.
“우아아~!!”
턱받이를 흔들며 달려간 승현이 힘차게 팔을 휘둘렀다.
파파파파팟!
[미스!] [배드!] [굿!] [미스!] [배드!]“오오오~!”
구경하던 유저들은 감탄했다.
그래도 몇 번 맞췄다.
게임 경험이 별로 없는 승현은 늘 일행에게 도움만 받다가, 준영보다 잘해 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승현은 솜털이 보송보송한 얼굴로 활짝 미소를 짓고, 칭찬해 달라는 듯이 뒤를 돌아봤다.
준영은 게임 문외한인 승현이 겜돌이인 자신보다 컨트롤을 잘했다는 데 충격을 받아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고, 시우는 다가와 승현의 어깨를 한차례 꼭 안아 주었다.
“잘해써~!”
“응!”
방송 시작하고 제일 신난 얼굴로 승현이 뒤로 뛰어갔다.
기분이 업된 승현은 일부러 장난치듯 시우에게 외쳤다.
“형이 힘들어하니까~ 나무는 너랑 나랑 둘이 모아야겠다.”
옆에 있던 준영이 투덜투덜했다.
“아니거든? 형은 새로운 게임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익숙해지면 이제 나의 내공을 보게 될 거라고!”
시우가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형, 아기 목소리 너무 귀여워요~”
시우의 칭찬에 준영은 긴 귀가 달린 토끼 모자를 머리에 꾹 눌러쓰며 짧게 말했다.
“내가 원래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지.”
준영의 너스레에 구경하던 유저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우리 이렇게 해서 언제 집 짓냐. 그냥 욕심부리지 말고 흙으로 만들까? 아까 어떤 유저분이 알려 주셨잖아. 우리 아직 뿅망치로 나무 벨 레벨이 아니라고.”
근데 또 흙집은 너무 없어 보인다.
작은 몬스터가 와서 건들기만 해도 허물어질 것이다.
준영이 고민하는 사이, 뿅망치를 들고 아장아장 나무로 걸어가던 시우가 말했다.
“저도 잘 안 되면 일단 흙집 지어요. 잠잘 곳은 있어야 되니까.”
“그래. 역시 그게 낫겠지?”
결국은 흙집인가…….
준영과 승현이 멋진 나무집의 꿈을 버리고, 토굴 같은 흙집을 상상할 때였다.
여러 유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우가 나무 앞에 섰다.
시우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작은 뿅망치를 들고 가볍게 내리쳤다.
슈웅~
빠악!!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