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68)
168. 오프닝
시우의 뿅망치와 나무가 부딪치는 순간,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한 강렬한 타격음이 터졌다.
빠악!!
준영처럼 뜀박질을 하다 때린 것도 아니었고, 승현처럼 온 신경을 집중해 때린 것도 아니었다.
그저 편안한 자세로 서서 가볍게 뿅망치를 휘둘렀을 뿐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퍼펙트!]“……!!!”
유저들은 경악했다.
몇몇 아기들의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져 내렸다.
퍼펙트 판정이었다.
웅성웅성.
유저들이 소란스러워졌다.
아기들이 입에 문 쪽쪽이에서도 분주하게 불이 들어왔다.
“방금 뭐야? 우리가 뭘 본 거야?”
“레벨 15밖에 안 된 아기가 뿅망치로 퍼펙트 판정을 받았어!!”
“헐…… 대박…… 게임 피지컬이 도대체 얼마나 좋길래……!”
눈앞에서 시우의 캐릭터 컨트롤을 직접 본 VR 세상의 유저들은 물론이고, VR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돌리던 스태프들도 난리가 났다.
“저 레벨에는 나무 못 팬다며? 어떻게 된 거야?”
김정수 PD가 베이비 오브 레전드 고수인 조연출에게 물었다.
조연출은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못, 못 패는데…… 글쎄요…… 뭘까요, 우연 아닐까요?”
제작진이 의도했던 상황은 베이비 덕구들이 우선 안쓰럽게 흙집을 짓고 옹기종기 모여 자다가, 이후에는 나무 패기 숙련도 올리느라 셋이 같이 나무 지옥을 겪는 장면이었다.
그런데…… 퍼펙트가 뜬다고?
베이비 오브 레전드의 타격 판정은 쉽게 말해 다섯 가지였다.
미스 -> 배드 -> 굿 -> 그레이트 -> 퍼펙트
‘아무리 운이라도 그레이트라면 모를까, 퍼펙트 판정은 고수들도 쉽게 못 받는 건데…….’
우연에 우연에 우연이 희박한 확률로 겹쳤나?
조연출은 어리둥절한 나머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세요! 시우 또 해요!”
한 여성 스태프의 외침에 김정수 PD와 조연출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시우가 뿅망치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웰시코기의 엉덩이가 그려진 천기저귀가 왠지 모르게 위압적이었다.
슈웅~
빠악!! 빠악!! 빠악!! 빠악!! 빠악!!
시우의 뿅망치가 허공을 가를 때마다 작은 나무가 뿌리째 휘청였다.
대형 스크린 위로 메시지가 빠르게 떠올랐다.
[퍼펙트!] [퍼펙트!] [퍼펙트!] [퍼펙트!] [슈퍼 퍼펙트!]“……!!!”
우연은 무슨…….
김정수 PD는 놀라 굳어 있다가 재빨리 지시했다.
“아기 유저들 놀란 표정 담아! 저기 승현이 침 흘리고 있는 것도 클로즈업해서 찍고!”
직업 정신을 발휘해 영상을 챙긴 김정수 PD는 옆에서 멍하니 서 있던 조연출에게 물었다.
“슈퍼 퍼펙트는 뭐야?”
“피지컬이…… 무슨 피지컬이…… 허억…….”
“저기, 슈퍼 퍼펙트는 뭐냐고.”
조연출은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피지컬 초고수들에게만 허락된…… 신의 영역입니다…….”
“뭐, 뭔 영역?”
김정수 PD는 조연출과 대형 스크린을 번갈아 쳐다봤다.
시우는 VR 세상의 유저들에게 둘러싸여 엄청난 환호를 받고 있었다.
* * *
시우는 나무를 팼다.
준영과 승현은 자재를 옮겼다.
재료가 갖춰지자 준영의 설계에 따라 세 아기들은 꽁냥대며 집을 짓기 시작했다.
준영의 취향이 들어간 초원에 지어진 3층 나무집은 어린이들의 숲속 아지트 같은 생김새였다.
시우는 꽤 봐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초원의 나무집 3층 창문에서 세 아기들이 신나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 집에 놀러 와~!”
찰칵! 찰칵! 찰칵!
영상과 사진이 박제되어 그대로 게임 & 예능 광고로 만들어졌다.
광고는 아시아 전역에 방송되었고, 곧바로 베이비 붐이 일어났다.
너도나도 아기로 변해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파급 효과였다.
아시아에 뉴 VR 열풍을 몰고 온 시우는 집에서 크리스 맥과이어 감독이 보내 준 새로 고쳐 쓴 시나리오를 읽다, 니콜라스의 전화를 받았다.
[시우~! 요즘 뭐 하고 있어?]“뭐 늘 똑같지. 광고 촬영하느라 죽을 거 같아.”
모든 연예인들이 꿈꾸는 일상을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VR에서 말이야~ 마을 다 만들었어?]“마을 적당히 완성하고, 상점 지어서 오픈 준비하고 있는데? 왜?”
[너 그 게임 촬영할 때만 접속하지?]“그렇지. PD님께서 그렇게 해 달라고 하셨거든.”
시우는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와 내용이 상당히 많이 바뀐 SF 영화 시나리오를 덮고, 책상에 놓인 디지털 캘린더를 확인했다.
“PD님께 이야기해 볼게. 아마 가능할 거야.”
격하게 환영할 김정수 PD의 얼굴이 눈에 선했다.
[오케이! 그럼 촬영 날짜랑 시간 알려줘. 그날 친구랑 같이 접속할게!]“그래. 알았어. 일정 보내 줄게.”
시우가 전화를 끊으려 하자, 니콜라스가 다급하게 물었다.
[뭐야~ 같이 접속하는 친구 누군지 안 물어봐?]“응?”
친구를…… 꼭 물어봐야 하나?
니콜라스 친구가 한둘도 아닐 테고…….
시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친구 누군데?”
니콜라스는 걸렸다는 듯이 활기찬 목소리로 대꾸했다.
[비밀이야! 하하하!]“…….”
니콜라스는 여전했다.
‘……루시나 헨리인가? 아니, 그럼 굳이 비밀로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시우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한없이 이어지던 니콜라스의 웃음소리가 뚝 잘렸다.
시우의 가족들이 지연네 가족과 함께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기에 시우는 혼자 먹고, 자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일이 바빠 외로울 시간은 전혀 없었다.
아직 한겨울이었으나 이르게 봄 시즌 의류 화보 촬영을 마친 시우는 다음날 TVM 스튜디오로 향했다.
사전 인터뷰로 일주일간의 근황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준 시우는 VR을 장착하고 일을 시작했다.
파앗!
익숙한 나무 집 천장이 보였다.
편백나무 향이 느껴지는 듯했다.
시우는 아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바둥-
다리를 쭉쭉 뻗은 뒤, 반동을 이용해 스프링처럼 일어나 앉았다.
업무 시간이었다.
옆을 보니 준영이 짧은 팔다리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준영의 표정이 조금 그늘져 보였다.
아까 접속하기 전만 해도 기운이 넘쳤는데?
시우가 물었다.
“아붑~ 뿌우?”
시우는 쪽쪽이를 찾으려 했으나, 보이지 않았다.
‘아, 내구도 떨어져서 부서졌지. 오늘 가서 형들 것까지 구해 와야겠다.’
준영도 쪽쪽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눈빛만 봐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소울 메이트 베이비들이었다.
준영이 조막만 한 손을 자신의 눈가에 올리고 우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두 팔을 혼자 끌어안더니 품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시우에게 알렸다.
“아부부부…… 후우웅…….”
‘전에 VR 끌 때, 애착 인형 안고 자는 걸 까먹었어.’
“아붑~? 하아-”
아기 시우가 한숨을 폭 쉬었다.
애착 인형을 까먹고 잤다고?
오늘 준영의 캐릭터 컨디션이 매우 저조할 테니, 일은 자신과 승현이 열심히 해야…….
‘아, 오늘 일꾼이 오지?’
시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승현과 준영에게 상점 오픈 준비를 일단 맡겨 놓고, 시우는 마을 공터에서 탈것을 소환했다.
파아앗!
[탈것 : 초코송이 세발자전거!] [대근육 발달 시기! 18레벨부터!] [이동속도 + 10]시우는 세발자전거를 타고 끙차 페달을 밟았다.
탈것 숙련도가 점점 오르는 것을 보며 시우는 니콜라스를 마중하러 떠났다.
아시아 지역 베이비애플 서버에 계정을 만들고 접속한 니콜라스는 아기의 모습으로 초원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부아부아~ 꺄아아아!”
까르륵까르륵 웃어 대면서 굴러다니는 니콜라스의 뒤로 또 다른 아기가 보였다.
짙은 밤색 머리를 가진 그 아기는 뉴 VR이 처음인지 눈앞 풍경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다 콩 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압도적인 사실감-!
분명히 자신의 몸은 LA 펜트하우스에 있을 텐데, 이곳은 대체 뭐란 말인가!
“우아아…… 뿌뿌뿌~ 꾸아!”
자기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는 아기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 끄악 소리를 쳤다.
그마저도 “꾸아!”라는 귀여운 음성으로 변환이 됐다.
“아부아부아부~”
다른 서버에 본캐가 있는 니콜라스는 익숙하게 풀밭을 뛰어다녔고.
“꾸아~ 꾸아~”
정체불명의 밤색 머리 아기는 우는 소리를 내며 허둥지둥 바닥을 기었다.
게임 컨트롤 능력이 부족한지 걸음마를 떼지 못하는 그였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 배고프다~ 이렇게 말하니까 더 배고프다~
– 분유를 먹고 있어도~ 배고프다~
– 여긴 온통 아기 뿐이야~ 하늘에서 아기가 와~
초코송이를 등 뒤에 얹은 작은 미니 세발자전거가 다가오고 있었다.
니콜라스와 밤색 머리 아기가 고개를 들었다.
자전거에 앉은 시우는 뽀얀 얼굴로 방긋 웃으며 자전거 앞에 달린 스피커의 볼륨을 조절했다.
음악이 잦아들었다.
“쪽쪽쪽-”
오는 길에 쪽쪽이를 몇 개 구해 온 시우는 입을 오물거리면서 자전거에서 내렸다.
그리고 멋지게 아장아장 걸어와…….
쏙!
니콜라스의 입에 노란 쪽쪽이를 물려 주고.
‘응? 쟤는 머리가 군밤색이네. 밤톨이구나.’
다음에는 걸음마도 못 떼는 어린 아기 밤톨이에게 가서, 18레벨 형아답게 몸을 안아 일으켜 주었다.
“우부부!”
밤톨이는 진짜 아기가 된 기분을 느끼며 시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시우는 씩 웃고는 구름 모양 쪽쪽이를 밤톨이의 입에 쏙 넣어 주었다.
시우 품에 안겨 걸음마를 배우면서 밤톨이는 곁눈질로 시우의 얼굴을 흘끗 봤다.
‘이 아기가 시우 윤인가? 너무 귀여운데? 연기력은 검증됐지만 과연 나랑 호흡이 잘 맞을…… 흐억!’
철퍼덕-
뒤뚱뒤뚱 걷던 밤톨이가 자기 발에 걸려 앞으로 고꾸라졌다.
시우는 밤톨이의 앞으로 가서 군대 조교처럼 손뼉을 쳤다.
짝짝-
시우의 쪽쪽이에 불이 들어왔다.
“직접 일어나야 숙련도가 늘어~ 울지 말고 얼른 일어나자!”
“후응후응~ 후아앙~”
게임 설정상 넋 놓고 있다 보면 아기 행동이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울먹이는 밤톨이의 머리를 시우가 쓰다듬어 주었다.
“으휴~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손잡아 줄게.”
밤톨이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시우의 손을 잡고 다시 걸음마를 뗐다.
* * *
[제20회 천룡사배 세계 여자바둑 단체전 한국 우승!> [바둑여신 최수아 일본 에이스 우에노 리나에게 불계승!> [최수아 7단 ‘윤시우 4단 격려로 부담 덜어’> [바둑 아이돌 최수아, 한국 돌아와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중국 장쑤성에서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 여자바둑 대표 5인은 한국기원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최수아 7단 기풍이 많이 여유로워졌어요. 비결이 뭔가요?”
“윤시우 4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기 때문에…… 또 연습 대국도 인터넷으로 같이 많이 하고…….”
“윤시우 4단이 꽤 오랜 공백기를 갖고 있는데 현재 실력은 어떤가요?”
“인공지능이랑 많이 둬서, 녹슬지 않았고요. 오히려 더 늘었어요.”
우승 축하 행사에 참석한 바둑 기사들과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역시 윤시우가 한국 바둑의 희망인가-!
기자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최수아 7단 대회 잘 마쳤는데, 지금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음~ 다른 선수들이랑 같이 할리와트와 마녀의 아이 보러 가려고요. 다들 재밌다고 하는데 대회 중이라 못 봐서…….”
수아는 다른 동료 여자 선수들과 함께 웃었다.
며칠 후-
정말 오랜만에 예쁘게 차려입은 수아는 광화문으로 나가 언니들과 만났다.
다시 뭉친 5인의 여성 국가대표 프로 기사들은 서로 꾸민 모습을 구경하며, 어색한지 한참 웃고는 영화관으로 향했다.
“1,000만 넘었지?”
수아보다 조금 언니인 이민정 4단이 물었다.
“응. 얼마 전에.”
“와, 대단하다. 역시 윤시우 파워. 할리와트 시리즈 전부 다 1,000만 찍었네. 아직 스무 살도 안 됐는데 신의 이름으로부터 해서 천만 영화를 몇 편을 만든 거야?”
유일한 30대 기사인 김민지 6단이 “캬아~”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전드지, 레전드. 우리 시우는 존재 자체가 레전드야. 그나저나 수아 너, 시우랑 진짜 아무 사이 아냐?”
“무, 무슨 사이?”
“흠~ 아님 말고. 들어가자!”
슬쩍 찔러 본 김민지 6단은 동생들의 팔짱을 끼고 상영관으로 입장했다.
할리와트 친구들의 마지막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두근두근.
상영관이 어두워졌다.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아는 메이저 배급사의 로고가 그녀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다시 까맣게 변한 화면을 바라보며 잠시 기다리자…….
쿵쿵쿵!
왠지 마음이 요동치는 무거운 음악이 귀를 때렸다.
거대한 스크린 가득 시우의 얼굴이 보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는 숲의 한가운데 서서, 눈시울이 붉어진 시우가 입술을 꽉 깨문 채 파리한 얼굴로 눈물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새벽녘의 서늘한 색감-
서리가 낀 듯한 냉랭한 공기 속에-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표정이 오히려 더 슬퍼 보였다.
시우의 연기에 관객들은 영화의 오프닝부터 갑자기 마음이 울컥 치밀어 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