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70)
170. 로건 호크
상영관을 나온 수아는 동료 기사들과 잠시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분명 행복한 엔딩이었는데, 어쩐지 마음이 먹먹했다.
일행의 맏언니인 김민지 6단이 수아에게 물었다.
“다음 편은 진짜 없어? 완전히 끝이야? 이제 쟤네 다신 못 봐?”
수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외전이나 이런 것도 없어?”
네 아이들의 케미가 끝났다는 사실이 아쉬워 김민지 6단은 재차 물었다.
이민정 4단이 말했다.
“소설로는 외전이 있긴 한데, 그건 호랑이 맥카이 교수가 학교에서 쫓겨난 뒤에 개고생하는 내용이라…… 애들이랑은 상관없어. 와, 마지막에 시우 연기 그거 뭐야? 난 빌 죽은 줄 알고 울었어~!”
원작 소설을 봤지만 영화 내용이 원작과 다른 부분들이 꽤 많아 순간 너무 놀랐다.
시우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모든 관객들이 깜빡 속아 넘어갔다.
그 대사는 시우가 직접 ‘에반이라면 이런 장난을 칠 수도 있어요~’라고 감독에게 제안해 만들어진 장면이었다.
“뭐라도 마시면서 갈까?”
김민지 6단이 동생들을 위해 영화관 내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했다.
그녀들이 자리에 앉아 음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앞으로 관객들이 지나가며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인터넷 댓글처럼 이번 편은 윤시우가 주인공이네~”
“맞아맞아. 할리와트 학생들한테 막 남쪽, 동쪽으로 가라고 지시 내리면서 다 같이 날아오를 때 겁나 멋있어서 소오름.”
“윤시우가 대단한 게 뭐냐면 그렇게 멋있을 땐 멋있고, 안쓰럽게 울 때는 또 막 가슴 찡하게 만들고, 그러다 분위기 무거워지면 짓궂은 장난도 쳐 주고~ 다 돼.”
“그런 남자친구 있으면 난 일주일 뒤에 죽어도 돼. 진심.”
여대생들의 이야기를 들은 수아는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우가 이렇게 인정받고 칭찬받는 게 너무 기뻤다.
이민정 4단이 음료를 가져와 일행들에게 나눠 주었다.
복숭아 아이스티를 받아 든 수아가 빨대로 음료를 젓는 모습을 보며 이민정 4단은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얘는 참 뭘 해도 단아하고 예쁘구나. 귀엽다, 귀여워.’
그녀는 수아의 볼을 한번 꼬집어 볼까 고민하다 문득 드는 생각에 말을 꺼냈다.
“귀여운 카푸는 어떻게 된 거야? 엔딩에 안 나왔지?”
다른 프로 기사 한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나도 그게 약간 아쉬웠어. 카푸도 열심히 싸웠는데 졸업식 때 안 보여서…….”
수아도 카푸가 안 나온 게 조금 아쉬웠다.
그녀들은 카푸 인형을 사기 위해 옆에 있는 큰 규모의 팬시점으로 향했다.
그때, 안쪽에서 나오던 한 커플이 말했다.
“엔딩 크레딧 끝나고 카푸 나와서 깜짝 놀랐잖아.”
“응응, 애들 태우고 할리와트 하늘 비행하는 거 너무 귀엽더라~ 마음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커플이 지나갔다.
다섯 명의 기사들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말을 잇지 못했다.
뒤늦게 이민정 4단이 입을 열었다.
“……괜찮아. 또 보면 돼.”
“맞아. 2회차 보지 뭐.”
“다음 주에 볼까? 수아 시간 어때?”
수아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언니들을 향해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좋아!”
* * *
– 마이크 그레이 감독, 그리고 네 명의 배우들 모두 그동안 고마웠어! 앞으로 또 다른 멋진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길 바랄게! 런던 사인회에서 만난 너희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 배우의 힘일지도 모르지만 시리즈가 뒤로 갈수록 에반의 캐릭터가 돋보였어. 모든 학생들의 중심에는 항상 에반이 있었지. 시우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서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항상 널 그리워하며 기다릴 거야!
– 미국에서 찍는다고 했잖아. SF 영화였나? 시우는 곧 돌아온다고~
– 정이 너무 많이 들어서 계속 눈물이 났어. 귀엽고 작은 아이들이었는데 이 애들이 커서 졸업하는 것처럼, 나도 10년이나 나이가 들어 버렸어. 이 영화가 끝나는 게 꼭 내 청춘이 끝나는 기분이야…… 슬프고 아쉬워.
– 굿바이 프렌즈 ㅠㅠㅠㅠㅠㅠㅠ 통곡하고 있다…… 현실에서도 네 분이 친하다던데 뭔가 작품이든 콘텐츠든 또 만들어 줘요 ㅠㅠㅠㅠ
– 원작에서 숨겨진 주인공이라던 에반이 시우라는 배우를 만나니, 그냥 진짜 주인공이 됐네. 얘 연기 왜 이렇게 잘해?
– 이 영화의 한 가지 오류는 할리와트 최고 꽃미남인 빌보다 장난꾸러기 에반이 더 잘생겼다는 부분이지. 우리 학교 여자애들이 케이팝 스타들 보고 섹시하다고 할 때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지금은 이해해.
– 맞아. 나도 요즘 아시아 남자에게 빠졌어. 요즘은 한국 가수와 한국 배우에 대해 공부하고 있어.
– 오 나도! 최근에 알게 된 건데 승현 류와 준영 송이라는 배우가 있거든! 시우와 친하다고 해서 좋아하게 됐어! 요즘 VR에서 아기가 된 모습으로 매우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
오랜 세월, 관객들과 같이 성장한 네 명의 배우들에 대한 찬사가 세계 각국에서 쏟아졌다.
할리와트와 마녀의 아이는 완결편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영화답게, 전편의 흥행 페이스를 뛰어넘어 많은 기록들을 새롭게 만들어 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졸업식인 것처럼,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는 기분을 느꼈다.
아쉽고, 그립다는 말들이 시우와 루시, 헨리, 니콜라스의 SNS를 가득 채웠다.
영화가 한국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날.
시우와 친구들이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달하기 위해 오랜만에 다시 뭉쳤다.
시우는 한국에, 헨리와 니콜라스는 미국에, 루시는 프랑스에 있었기 때문에 직접 만나진 못했지만 이제 그들에겐 VR이 있었다.
뚝딱뚝딱-!
오늘도 평화로운 VR나라에는 망치질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20개월쯤 되어 보이는 아기, 시우는 뒷짐을 지고 공사 현장을 둘러봤다.
최근 예능 신세계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원래 이효은 PD와 김정수 PD가 짠 포맷은 송준영, 류승현, 윤시우 삼덕구를 중심으로 게스트들이 등장해 일정 기간씩 컴패니언으로 활약하는 그림이었다.
첫 컴패니언인 월드 스타 니콜라스와 그의 친구라는 밤톨이에 이어, 두 번째 게스트가 도착해 한창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오늘의 오전 일과는 여기까지! 이유식 먹고 하세요!”
시우는 일꾼들을 불렀다.
“우부부~ 맘마!”
“배고파!”
“시우표 이유식!”
일꾼들이 촐싹거리며 뛰어왔다.
영어 밖에 못 쓰지만 AI 번역 시스템을 이용해 준영과 어느새 친해진 밤톨이-
니콜라스, 준영, 승현-
그리고 헨리와 루시였다.
한 외모 하는 아기들이 아장아장 시우에게 몰려왔다.
타고난 게임 피지컬로 요리 스킬도 빠르게 점령해 가고 있는 시우는, 자신이 만든 이유식을 아기들 앞에 꺼내 놓았다.
아기들은 마을 광장 잔디밭에 앉아 유아용 숟가락을 들고 전투 태세를 갖췄다.
“너희는 분유.”
오늘 처음 온 헨리와 루시는 젖병이었다.
아기가 된 루시는 분유를 건네며 해맑게 웃는 시우를 보고 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너, 너무 귀여워!’
“후웅…… 쭈웁-! 쭈웁-!”
루시는 시우를 곁눈질하며 젖병을 들고 분유를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시우는 일꾼들의 업무 성과를 확인했다.
시우의 머리 위로 준영이 재미로 써 준 상태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세계 건설회사 대표 윤시우>“보상 한 번 챙기고 갈게~”
시우가 대표로 미션 창을 띄우자, 달성된 미션 목록이 뜨고 옆에 보상 버튼이 나왔다.
시우는 조그만 손가락으로 버튼을 콕콕콕 눌렀다.
짤랑짤랑짤랑-!
돈이 들어오는 효과음이 크리스마스 종소리처럼 행복하게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예쁜 조리실 완성!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1000폰드 획득!] [보상 아이템 : 에어프라이기 획득!] [벽돌을 얻어라!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500폰드 획득!] [보상 아이템 : 주먹도끼(레어) 획득!] [풀벌레 20마리 수집! (클리어)] [축하드립니다! 200폰드 획득!] [보상 아이템 : 풀벌레 소리 오르골 획득!]10개 정도의 미션 클리어 창에서, 보상이 우수수 아기들의 발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준영은 주먹도끼를, 승현은 오르골을, 시우는 민트색 에어프라이기를 챙겼다.
준영이 말했다.
“나랑 밤톨이랑 승현이는 요 앞에 사냥 다녀올게. 너희는 이제 영상 찍어~!”
“알았어요. 안 가 본 지역 함부로 들어가지 말고~”
“시우야, 형이 애냐? 애구나.”
준영은 정체불명의 아기 밤톨이와 승현이를 데리고 어깨에 장난감 물총을 맨 채 사냥을 떠났다.
남겨진 할리와트 멤버들은 스태프 캐릭터들의 도움을 받아, 촬영 장소를 정한 다음 아이템 창을 열었다.
게임 회사에서 이벤트로 특별히 지급해 준 변신 아이템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기술이 마법보다 신기할지도.’
시우는 현대의 기술력에 새삼 감탄하며, 아이템을 사용했다.
파아앗!
시우와 친구들의 몸이 빛에 휩싸였다.
잠시 후-
마을 광장 분수대 앞에 네 명의 아이들이 서 있었다.
할리와트 1편, 할리와트와 드래곤의 알에 등장했던 그 모습 그대로-
아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한국식으로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아이템에 의해 잠시 여덟 살이 된 시우가 먼저 말했다.
“할리와트와 마녀의 아이 천만 관객 돌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8-9세의 나이로 돌아간 루시, 헨리, 니콜라스가 한국 팬들을 향해 입을 모아 외쳤다.
네 명의 아이들은 입학식 때처럼 할리와트 교복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마도, 어쩌면 이것이 할리와트의 마지막 팬 서비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더 밝게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찰칵! 찰칵! 찰칵!
스태프들은 매스컴에 나갈 사진을 위해 계속 캡처를 했다.
“언젠가…… 또 만나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루시가 마지막 인사말을 입에 담다 훌쩍이기 시작했다.
헨리와 니콜라스도 자신이 열심히 연기해 온 10년의 세월을 되새기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시우는…….
아쉽고 슬프긴 했지만 눈물이 나진 않았다.
너무 오래 살아왔기 때문일까-
드래곤의 알 때로 돌아간 친구들이 함께 손을 잡고 우는 모습이 뭉클했다.
“훌쩍…… 훌쩍…….”
헨리는 울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시우와 눈이 마주쳤다.
시우는 따뜻한 손길로 헨리를 안아 주었다.
그러자 헨리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흐윽…… 후으으…….”
헨리가 더욱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루시, 니콜라스도 감정이 북받쳤다.
네 명의 친구들은 서로를 붙잡고 원없이 울었다.
진짜 어린아이라도 된 것처럼-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던 유저들도, 후에 이 영상을 보게 된 전 세계의 팬들도 모두 울었다.
할리와트가 끝났다.
세계는 눈물바다가 되었다.
* * *
남자는 자신의 갈색 머리를 쓸어넘겼다.
와일드한 눈매와 반듯한 코, 고집스럽게 꾹 다문 입술-
서른 전후로 보이는 반항적인 외모의 미남자였다.
그는 자신의 손목에 찬 명품 시계에 묻은 먼지를 살짝 닦아 내고, 앞에 앉은 크리스 맥과이어 감독에게 시선을 주었다.
맥과이어 감독은 오늘도 여전히 수염이 덥수룩했다.
남자는 잔에 담긴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넣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테이플스 센터를 중심으로 한 LA의 야경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다.
맥과이어 감독이 말했다.
“시우는 아마 곧 도착할 거야. 시우가 미국에 온 김에 이렇게 인사라도 해 두면 좋을 거 같아서.”
“그렇겠죠. 아무래도 호흡이 중요하니까. 서로 알아 두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 시우가 나이는 어려도 막상 만나 보면 아주…….”
“만나 봤어요.”
남자의 말에 맥과이어 감독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응? 시우는 처음 본다고 했는데?’
“만났다고? 언제?”
“어제도 봤는데요.”
“……응?”
“하하하.”
농담이나 거짓말과는 거리가 먼 남자였기에 맥과이어 감독은 더욱 의아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레스토랑 입구 쪽에서 시우와 케빈이 들어오는 광경이 보였다.
맥과이어 감독이 손을 들었다.
시우는 맥과이어 감독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앞쪽에 앉은 남자를 바라봤다.
‘우와~’
로건 호크-
할리우드의 젊은 배우들 중 손꼽히는 연기파 배우이자, 완벽주의자로 명성 높은 그가 시우의 눈앞에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시우가 인사를 건네자 남자는 와인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자는 웃는 얼굴로 시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시우가 손을 맞잡은 순간,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반갑다. 내가 네 주인이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