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78)
178. 미트 안마기
퍼억!!!
위로 붕 날아간 샌드백이 덜컹덜컹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시 밑으로 떨어졌다.
관장과 회원들이 보는 앞에서 샌드백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뒤로 그네처럼 끊임없이 흔들렸다.
조용-
다들 할 말을 잃고 샌드백과 시우를 쳐다봤다.
‘샌드백이 생각보다 가볍네…… 너무 세게 쳤나?’
시우는 주먹을 멋지게 뻗은 채, 그대로 멈춰 있었다.
너무 고요해진 분위기에 약간의 민망함이 몰려왔다.
팔을 거둬들인 시우는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남녀 회원들을 둘러보곤 머쓱하게 뒤로 물러났다.
시윤은 형의 굉장한 모습에 좋아 죽겠는지 입꼬리가 씰룩이는 걸 가까스로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놀란 가운데 벽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게스트327’ 님의 펀치력은 ‘S 클래스’ 입니다.]“오오오~!”
“우와!”
“세상에…….”
짝짝짝짝-!!
남녀 회원들이 힘차게 박수를 쳐줬다.
“엄청나다! 나 S 클래스 처음 봤어! 관장님, 이 마스크 쓴 분 누구예요?!”
“와, 나. 진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네. 몸이 헤비급도 아닌데 S클 펀치라니!”
“혹시 프로 선수세요?! 무슨 운동 하셨어요?! 격투기? 복싱?”
한 여성 회원의 적극적인 질문에 시우는 무심코 태권도라고 대답하려다 직전에 말을 바꿨다.
‘태권도는 아무래도 발차기가 유명하니까…….’
“아, 복싱을 좀…….”
시우의 대답을 들은 시윤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어? 형 언제 복싱 배웠어?”
“미국에서 지낼 때 잠깐잠깐 배웠어.”
관장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잠깐잠깐 배워서 이 정도 펀치력이라고?
그럼 제대로 배우면…….
절레절레.
관장은 정신을 차렸다.
‘이 친구는 배우야. 격투기 선수가 될…… 아니지, 예전에 어떤 여배우도 복싱 국가대표까지 겸했었잖아? 안 될 것도 없지 않나?’
관장은 심호흡을 했다.
침착해야 한다.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관장은 잔뜩 설레는 표정을 애써 감추며, 시우에게 말했다.
“등급은 총 8단계예요. S-A-B-C-D-E-F-G. 보통 일반인 분들의 경우 E나 F가 주로 나오고…… 선수들이 A나 B가 나와요. 아주 가끔 S 때리는 분들도 계시긴 한데…… 진짜 드문데…….”
격투기 해 볼 생각 없냐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것을, 꾹 참고 관장은 시우를 두 번째 측정기 앞으로 데리고 갔다.
이번에는 속도 측정이었다.
“두더지 게임 아시죠? 그거랑 같은 겁니다. 여기 원 안에 서서 정면과 좌우에서 올라오는 미트들을 주먹으로 치는 거예요. 빗맞거나 너무 살살 치면 타격 판정이 안 나니까 정확히 때려 주세요.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가끔 스펀지 공이 하나씩 머리로 날아올 거예요. 맞으면 감점. 피하면 가산점. OK?”
“네. 알겠습니다~”
두근두근-
관장과 구경하는 회원들의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누가 펀치에서 S를 때렸다는 소문이 퍼진 터라, 아까 펀치 테스트를 할 때보다 훨씬 많은 체육관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시우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 덩치 큰 사람일 줄 알았는데 모델처럼 몸이 호리호리하네? 그런데 S가 나왔다고?”
“못 봤으면 말을 말아. 샌드백이 공중부양 했다니까?”
“옷태 되게 좋다. 누구야?”
엄청난 근육을 가진 남자를 상상하고 온 그들은 측정기 앞에 서 있는 시우를 발견하고 다들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많은 이들의 주목 속에 시우는 관장이 말한 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옛날 목인장 같은 건가?’
과거에는 무술 수련을 할 때 나무로 만든 사람 모양의 인형을 썼다.
그러다 후에는 진짜 사람이 그 역할을 수행했고, 현대에는 이런 기기들이 도입되고 있었다.
‘재밌어 보이네.’
시우가 자세를 갖추자 시우의 움직임을 파악한 기계가 알아서 음성으로 시작을 알렸다.
[3. 2. 1. 스타트.]순식간에 회원들의 수군거림이 잦아들고, 트레이닝실이 고요해졌다.
시우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정면, 좌측, 우측이니까. 3 대 1이라고 치고. 스펀지 공은 암기가 날아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아, 이게 뭐라고 신나지? 역시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해.’
기기에 녹색불이 들어오자, 시우의 머릿속에는 대나무 숲이 펼쳐졌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눈이 쌓인 겨울의 대나무 숲.
한때 시우는 천하삼절이라 불리는 세 명의 고수들과 그곳에서 생사를 걸고 혈투를 벌였었다.
결과는 시우의 승리였지만, 당가 놈의 독이 발린 암기에 당해 꽤 오래 고생을 한 기억이 있었다.
‘자, 덤벼. 덤벼. 공력 안 쓰고 순수 신체 능력으로만 상대해 주지!’
“…….”
‘왜 안 올라와?’
시우가 어린아이처럼 들뜬 마음으로 조급해할 때, 드디어 미트 하나가 시우의 좌측에서 튀어나왔다.
파앗!
퍼억!
등장과 동시에 퇴장-
글러브를 낀 시우의 왼주먹이 번개처럼 미트를 후려쳤다.
“오오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시우의 첫 동작만 가지고도 관장과 회원들은 범상치 않은 아우라를 느꼈다.
파앗! 파앗! 파앗!
이용자의 움직임을 보고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기기답게, 기기도 시우에게서 뭔가를 느꼈는지 갑자기 세 개의 미트가 중앙과 우측에서 연달아 튀어 올라왔다.
시우의 몸이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빙글 돌아갔다.
퍽! 퍽! 퍽!
원, 투, 쓰리 완벽한 콤비네이션!
“와~!!”
가벼운 몸놀림으로 미트 세 개를 연달아 때린 시우는 슬슬 발끝에 힘을 주며, 리듬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우의 몸이 리드미컬하게 위아래로 춤을 추듯 출렁였다.
그리고…….
파앗! 파앗! 파앗! 파앗! 파앗! 파앗!
미트가 방향을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마구 튕겨져 올라왔다.
우진은 시간이 멈춘 기분이었다.
간간히 환호성을 내지르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세상의 시간이 정지한 그곳에서 오직 시우만이 빠르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우진은 화려하게 몸을 좌우로 돌리면서 오차 없이 미트를 때리는 시우의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멋지다는 마음을 넘어…… 뭔가 굉장히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치타를 눈앞에서 본 기분이랄까.
퍽! 퍽! 퍽! 퍽!
미트를 치는 소리가 듣는 사람들까지 속이 뚫릴 정도로 시원하게 트레이닝실에 울려 퍼졌다.
파앗!
“……!”
바로 그때, 시우의 오른쪽에서 공 하나가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왔다.
우진을 포함한 구경하던 모든 이들의 눈이 커졌다.
‘피할 수 있을까? 너무 빠른데?’
원래는 저 정도 스피드가 아닌데, 시우의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보니 공의 속도도 평소와 달랐다.
혹시 공에 맞아 지금까지 잘 이어오던 페이스가 흐트러질까 봐, 모두가 걱정하는 그 순간-
파앗!
시우가 움직였다.
오랜만에 하는 운동에 빠져 아주 리듬게임 하듯 미트를 때려 대던 시우는…….
공은 피하는 거라는 말을 아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뻗었다.
파악!!
시우는…….
날아오는 공을…….
주먹으로 때렸다.
스펀지 공이 천장으로 날아갔다.
지금까지 숨을 참고 구경하던 회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우와!! 미쳤는데?!”
“공을 때렸어!!”
“피하는 게 아니라 쳐냈다고?!”
공은 천장에 맞고 우진의 머리 위로 툭 떨어졌다.
우진은 멍하니 친구인 시윤을 향해 말했다.
“……너네 형, 진짜 멋있다!”
갑자기 커진 사람들의 환호 소리에 시우는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런, 기기의 페이스가 점점 빨라지다 보니까 나도 쫓아서 너무 레벨을 올렸어. 좀 살살 해야겠지?’
* * *
[우리동네 체육관에 S급 랭커가 등장했다>“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얼마 전에 체육관에서 촬영한 영상을 하나 보여 드리려고 해요.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운동 부족 때문에 동네 체육관을 끊었잖아요? 근데 거기서~ 굉장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영상 속에서 스트리머 삼순이는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멋지고 좋은 분이셨는데, 중요한 건 바로…… 이겁니다.”
삼순이가 직접 폰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었다.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남자가 등장해, 최근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인 미트 안마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미트 안마기라는 별명은, 호기심 삼아 들어간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트를 때리는 게 아니라 미트에 맞고 나온다는 점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팔과 등은 물론이고, 보통은 스펀지 공으로 머리와 얼굴까지 시원하게 맞고 나오곤 했다.
파앗!
퍽! 퍽! 퍽!
그러나 영상 속의 남자는 달랐다.
글러브로 미트를 제대로 두들겨 패고 있었다.
– 장난 아니네. 동작 보면 최소한 프로 복서다.
– 속도감 봐라. 영상 살짝 빨리 돌린 거 같은데?? 이게 리얼이라고??
– 삼순이님~ 굉장한 사람이라고 하셨는데 혹시 이분 레드FC 웰터급 챔피언인 강지성 선수 아닌가요?? 키가 비슷한 거 같아서…….
(삼순이) – 많은 댓글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ㅠㅠ 갑작스럽게 구독자 수가 폭발해서 너무 얼떨떨하네요. 이 분이 절대로 프로 격투기 선수는 아니세요~ 믿기지 않지만 순수 아마추어세요!
삼순이의 댓글 밑으로 또다시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 진짜 격투기 선수 아니에요??
– 격투기 선수는 아니라고?
– 그럼 빨리 격투기 선수 시켜.
– 아니, 저 재능으로 격투기 선수 안 하면 대체 무슨 일 함?
– 안녕하세요. 삼순이 님. 채널 XTV 방송국 PD 정호영이라고 합니다. 검은 마스크 쓰신 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쪽지로 연락을 드렸어요. 확인 부탁드릴게요~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마이튜브를 뒤집어 놓은 시우는 그 시각-
스트리머 삼순이가 예상보다 더 큰 반응에 당황하고 있을 무렵, 미국에서 미트 안마기 앞에 서있었다.
“……이걸 하는 거예요?”
시우가 맥과이어 감독에게 물었다.
주연 배우인 로건과 대화를 나누던 맥과이어 감독이 시우에게 껄껄 웃고는 말했다.
“맞아~ 내가 시나리오 앞부분 쓸 때만 해도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 젊은 친구들이 체육관에서 이걸 그렇게 많이 한다더라고. 그럼 당연히 최신 유행을 반영해야지.”
“아…….”
맥과이어 감독이 말을 이었다.
“이거 되게 멋있게 나와야 하는 장면이거든? 미리 말을 못해줘서 미안해. 체육관 직원분들께 듣고 갑작스럽게 바뀐 거라.”
“이 씬도 오늘 찍나요?”
“음~ 오늘 찍으면 좋겠지만 아무래도 네가 연습을 많이 한 후에 해야 할 거 같아. 며칠 뒤에 찍을 거니까. 일단 틈날 때마다 트레이너랑 같이 연습 좀 해 둬.”
가만히 서 있던 시우는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짓고, 맥과이어 감독에게 말했다.
“오늘 해도 될 거 같아요.”
“음?”
“한국에서 해 봤어요.”
“그래? 흠, 네 운동 능력은 알고 있지만…… 진짜 할 수 있겠어?”
“원하시는 수준에 맞춰 드립니다.”
“와우, 그럼…… 거의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 달라고 요구해 버릴지도? 하하하.”
“원하시면 맞춰 드립니다.”
“……응? 오, 방금 말투 진짜 안드로이드 같았어.”
시우와 로건, 맥과이어 감독은 함께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촬영이 시작됐다.
영화 초반,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운동 능력 차이를 간단명료하게 보여 주는 씬-
“레디, 액션!”
로건은 먼저 미트 안마기 앞에 섰다.
두 손을 풀고 목을 양옆으로 한 차례씩 꺾은 로건이 복싱 자세를 취했다.
파앗!
미트가 올라오기 시작하자, 로건은 진지한 표정으로 글러브를 뻗었다.
미리 운동을 통해 만들어둔 땀방울이 반항적인 미남자 로건의 이마에서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퍽! 퍽! 퍽!
멋진 얼굴로, 열심히 미트를 때리던 로건은 어느 순간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미트에 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
“어우, 이런! 댐잇! 그만! 적당히 하라고!”
멋짐이 무너져 내린다.
로건의 날카로운 눈에 스펀지 공이 날아와 맞는 장면을 몇 차례 반복 촬영한 뒤, 맥과이어 감독은 시우를 불렀다.
“자, 네 차례야. 준비되면 말해.”
“네.”
시우는 믿음직스럽게 대답했다.
로건이 와서 말했다.
“장난 아냐. 저 기계 성질이 안 좋아. 조심해. 시우.”
“오케이.”
시우는 글러브를 끼고 미트 안마기 앞에 섰다.
‘어디 보자. 안드로이드니까, 인간이랑은 좀 많이 달라야겠지?’
신기한 걸 보여 줘야겠다.
시우의 얼굴에 순간 장난기가 스쳤다가, 거짓말처럼 표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새롭게-
기계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