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81)
181. 평론가
[폴트 – 생존자들, 뒷심 발휘하며 드디어 1,500만 달성> [마지막 작품까지 통했다. 하승석, 이수진, 윤시우 세 배우에게 공 돌리고 아름답게 떠난 흥행의 신 최민철 감독> [‘폴트’ 젊은 팬들 넘어 중장년층의 n회차 재관람 이끌어> [국민 아들내미 윤시우, 할리와트와 폴트로 집관 트렌드 거슬러 영화관 직관 문화를 다시 불러왔다.> [이번 주말부터 폴트 집관 가능해진다. 세계 최대 안방 극장 넷브레스에 공급> [넷브레스 측, ‘폴트’ 세계 36개국 안방에서 동시 개봉 예정>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영화를 보는 대OTT시대-
업계의 양대 산맥인 넷브레스와 마이튜브가 물밑 전쟁을 벌인 끝에 폴트의 넷브레스 독점 상영이 결정되었다.
원래라면 비영어권 영화였기에 아시아 영화 카테고리에서만 소개가 되었을 테지만, 시우 윤의 주연작이라는 점 때문에 세계 어디서나 넷브레스 메인 화면에서 폴트의 광고를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상영이 시작된 주말.
폴트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넷브레스 월드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적을 일으켰다.
– 기다리느라 힘들었다! 보고 싶었어! 시우!
– 난 여전히 할리와트 졸업식 현장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어…… 빨리 새로운 영화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나고 싶어. 공개까지 3시간 23분 남았어.
– 이건 한국 지진 영화야. 한국 영화 중에서도 역대급 제작비가 들어갔고, 덕분에 CG가 무척 훌륭해. 할리우드 메이저 재난 영화와 비교해도 부족함을 느낄 수 없어.
– 난 한국 인천 송도에서 근무하는 미국인이야. 그래서 한국에서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영화에서 내가 근무하는 건물이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졌다…… :O
– 와우.
– 걱정 마. 시우와 할리와트 마법사들이 복원 마법으로 너희 회사를 되돌려 놓을 거야. 넌 다시 출근을 해야 할 테고.
– 40분만 기다리면 돼!
– 17분 남았다.
– 1분 20초!
– 올라왔어! 다들 안녕, 영화 다 본 뒤 내 점수를 알리러 돌아올게!
공개 전부터 달아오른 넷브레스 커뮤니티가 폴트 공개 후, 주말 내내 활화산처럼 폭발했다.
전 세계 영화 평론가들과 관계자들은 세계로 나온 한국 영화 폴트가 뜨거운 반응을 얻는 광경을 커뮤니티를 통해 유심히 체크하고 있었다.
– 영화 시작부터 엄청 긴장했어!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어!
– 한국 영화는 가족적이라서 좋아. 단순히 사건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시우와 부모님이 서로 결여된 부분을 채워 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어.
– 사이비 단체에서 아빠가 시우를 끌어안고 대신 얻어맞는 씬은 너무 슬펐지. 한국 배우들은 다들 감정 표현이 훌륭해서 보고 있다 보면 정신없이 빠져든다.
– 맞아. 난 특히 엔딩에서 붕괴된 도시를 배경으로 아빠랑 캐치볼할 때의 시우 표정이 좋았어. 코끝이 빨개진 채 우는 얼굴은 너무 소년 같은데, 눈빛은 아무리 절망적이라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영화의 주제를 제대로 표현하는 눈이었다고 생각해.
– 시우는 입의 움직임이나 눈동자의 위치만으로도 연기를 해내. 할리와트 때도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한 중요한 씬은 감독이 전부 시우한테 맡겼잖아.
– 원작의 에반은 숨겨진 주인공. 영화의 에반은 그냥 주인공.
– 분량과 상관없이 카메라에 잡히기만 하면 사람들의 시선을 가져가는 타입.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연기력이 느껴진다. 지금 촬영하는 SF 영화에서는 조연이라던데, 어떨지 기대되네. 방금 시우 영화 봤는데 바로 다음 작품이 또 보고 싶어.
[‘한국 영화에는 사람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이상한 힘이 있다.’지난 주말 넷브레스에 공개된 한국 재난 영화 폴트 – 생존자들은 아마 최근 일주일 동안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미국의 유명 영화 평론가 앨런 스페이더는 자신의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다 문득 웃음을 흘렸다.
‘세계 여러 나라의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비영어권 영화에 공식적으로 평론을 쓰는 건 처음 아닌가?’
잠시 손을 멈춘 스페이더는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다시 글을 써 내려갔다.
종종 비판을 위한 비평을 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날카로운 지적을 즐기는 그였으나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그 이유는 첫째로 주연 배우들이 연기력이 놀랍도록 뛰어났다는 점.
특히 재난 씬에서는 연기라는 것을 깜빡 잊을 정도로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수많은 영화로 단련된 자신의 손에 땀을 선물해 주었다.
[승석 하, 수진 리, 시우 윤의 연기는…….>그리고 두 번째는 연출의 신선함.
[한국 팬들의 말에 의하면 극장 상영 버전과 가정용 버전의 연출이 다르다. 한국 상업영화의 거장 최민철 감독은 은퇴작에서 젊은 감독들도 하기 힘든 새로운 시도를…….>그래서 결론은-
[‘폴트 – 생존자들’은 대중적인 클리셰가 가득한 평범한 재난 영화의 길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서 시우 윤과 같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감독의 생명력 넘치는 연출로 ‘차이’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을 거둔 영화라고 볼 수 있다.자막을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의 시청자들에게 어느 정도 받아들여질지 미지수지만, 최근 액션 영화에 가까워지고 있는 할리우드 재난 영화에 질린 영화 팬들이라면 주목해야 할 영화임이 분명하다.>
* * *
“앨런 스페이더가 시우 영화에 평론을?”
맥과이어 감독은 조감독의 말에 놀란 목소리로 대꾸했다.
“네. 본인 SNS에 좀 전에 올렸더라고요.”
감독과 같이 식사를 하던 시우와 로건도 귀를 쫑긋 세웠다.
앨런 스페이더는 영화인들 사이에서 매우 악명이 높은 영화 평론가였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영화를 비판하는 모두까기 인형 스타일.
그런데 그 비판들이 감정적이라기보다는, 냉정하고 논리적인데다 수긍이 가는 경우들이 많아…… 더 열이 받는 그런 평론가였다.
그가 자신의 SNS에 남기는 영화 점수들은 대체적으로 매우 낮았다.
그러나, 팬들에게는 웬만한 영화 전문 채널보다 100배 정확하다는 평을 듣고 있었다.
단지 그냥 점수가 낮을 뿐이라고.
‘……할리와트 때도 시리즈 내내 뭐라고 하다가 완결 났을 때만 이례적으로 사과의 말과 함께 축하를 해 주더니. 뭐. 또. 왜. 폴트에 비평을 한 건가? 한국 영화인데?’
시우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입을 열려는 순간 로건이 먼저 물었다.
“난 누가 그 사람 입 좀 막아 줬으면 좋겠어. 대체 무슨 말을 했습니까? 만약 시우 연기에 대해 지적을 한 거라면 이번에야말로 내가 진짜 그 사람을 만나러 날아갈 거야.”
조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 사람이 가끔 칭찬만 할 때도 있잖아요. 시우의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고 썼어요. 영화도 추천한다고. 이건 꽤 파급력이 있을 거 같아요. 앨런 스페이더의 평론이 공개되자마자 넷브레스 차트에서 다시 폴트가 1위로 올라왔습니다.”
“오오오~!!!”
맥과이어 감독과 로건은 웬일이냐는 듯 입을 동그랗게 벌렸고, 스태프들은 식사를 하고 있는 시우에게 일제히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시우는 얼떨떨하게 일어나 스태프들의 축하를 받았다.
‘폴트가 다시 역주행을 했다고? 장난 아니네. 한국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적은 있어도 미국 시장에서 흥행한 적은 없는데, 이건 꽤 유의미한 성과 아닌가?’
조감독이 아예 자신의 휴대폰을 들고 그의 평론 일부를 읽어 주었다.
“이런 말도 했네요.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감을 가질 필요 없다. 배우의 연기와 우리의 감정은 만국 공용이다. 지역이나, 언어, 피부색에 구애받지 않는다. 영화 폴트에 출연한 한국 배우들이 내게 그것을 깨닫게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비영어권 영화들도 때때로 평론을…… 하겠대요. 와아. 지금 한국 영화들을 보고 있대. 굉장하다. 시우.”
로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면 폴트를 시작으로 케이팝에 이어 케이무비가 인기를 끌지도 모르겠군.”
듣고 있던 시우는 왠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럼 한국에 있는 영화계 분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
어릴 때부터 열심히 할리와트를 촬영하며 얻은 인지도로, 시우는 할리우드와 한국 영화계를 연결하는 문을 조금씩 열고 있었다.
한국 영화팬들이 기대하던 선구자의 역할을 자기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느리지만 천천히 해 나가고 있는 시우였다.
그 깐깐한 앨런 스페이더에게 인정받은 시우를 스태프들은 감탄한 눈길로 쳐다봤고, 시우는 그 속에서 조용히 새우튀김을 입에 반쯤 물고 오물오물 입을 움직였다.
그런 시우를 보며 웃던 조감독이 때마침 생각이 났는지 맥과이어 감독에게 말했다.
“아, 감독님. 스페이더가 시우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대요. 연기파 배우인 로건도 나오니까. 반드시 평론을 쓰겠대요. 기대하라고…… 팬들에게 선언을…….”
“……푸억!”
닭고기를 뱉어 낸 맥과이어 감독은 닭고기가 땅에 떨어지기 전, 멋진 손놀림으로 닭고기를 걷어 올렸다.
타악!
날아간 닭고기는 시우의 옆에서 진지한 얼굴로 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던 냉미남 로건의 얼굴을 때렸다.
로건은 자신의 얼굴에 기름을 묻히고 앞접시 위로 낙하한 먹다 만 닭고기를 바라봤다.
모두가 조용한 가운데 로건이 맥과이어 감독이 아니라 시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이런 뜯어 먹힌 닭고기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연기를 잘해 내야 돼. 시우. 앞으로도 열심히 해 보자.”
“…….”
시우는 가만히 물티슈를 꺼내 연기 바보 로건에게 건넸다.
* * *
“안녕하세요! 시우!”
시우는 자신의 앞에서 푸른빛이 도는 눈동자를 똘망똘망 빛내고 있는 어린아이를 봤다.
극중 윌의 열 살 무렵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 노아였다.
긴 갈색 단발머리에 앞머리가 눈썹을 덮는 위치까지 부드럽게 흘러내려 있었다.
“안녕. 잘해 보자.”
“네!”
어린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할리와트의 굉장한 팬인 노아에게 시우는 영화 속 히어로나 다름없었다.
동경하는 표정으로 시우를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소년 노아는 어느 순간 로건에게 붙잡혀 갔다.
“자, 촬영 때까지 잠깐 시간 있지? 다시 한번 수업을 해 주마.”
“아, 네. 가, 감사합니다.”
로건은 자신의 아역 노아를 붙잡고 열성적으로 강의를 했고, 시우는 멀리서 그 상황을 웃음을 꾹 참고 구경하다 혼자 이미지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오늘부터는 과거 회상 씬 촬영이었다.
현재로 이어지는 감정의 토대를 쌓는 작업이기에, 어느 때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다.
‘연기라는 게 이상하게 갈수록 어려워지네.’
연기를 오래할수록 표현해야 할 것들, 잡아야할 감정선이 머릿속에 더 세세하게 그려진다.
어렵고, 어렵다.
시우는 마지막 생이라는 이유로 꿀을 빨다 떠나려 했는데, 자신이 왜 이렇게 매번 스스로를 쥐어짜내며 연기를 하는 걸까 잠시 생각을 해 봤다.
‘……좋으니까? 뭐 그것밖에 없나.’
시우는 피식 웃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표정과 몸짓을 체크한 뒤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갔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노아가 보였다.
그리고 끝까지 노아의 뒤에서 마치 아빠처럼 잔소리를 하는 로건의 모습도-
노아의 준비가 끝나자 맥과이어 감독이 사인을 보냈다.
시우의 눈빛이 프로답게 순식간에 변화했다.
그러나 노아는 몰입이 늦었다.
“죄, 죄송합니다. 다시 할게요.”
몇 차례 NG를 내고 계속 미안해하는 노아에게 시우는 부담 갖지 말라며 조언을 해줬다.
“마음 편하게 상황에 몰입해. 넌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시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노아는 왠지 용기가 났다.
심호흡을 길게 한 노아는 입을 앙다문 채, 고개를 들었다.
“테이크 7. 레디 액션!”
낡은 2층 집이었다.
시우의 도움으로 감정을 잡은 노아는 카메라를 향해 동요한 눈빛을 한 차례 보여 준 뒤, 자신의 방으로 달려갔다.
“윌!!”
엄마 역의 배우가 노아를 불렀다.
그녀는 이마를 감싸 쥐고 괴로운 듯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시우를 향해 손짓했다.
“다니엘. 가서 윌을 데리고 와.”
시우는 슥 몸을 돌려 뚜벅뚜벅 예의 그 일정한 걸음걸이로 윌의 방을 찾아갔다.
방에는 침대 밑에 쪼그려 앉아있는 윌과 미리 기다리고 있던 촬영 카메라들이 있었다.
“……나가.”
노아가 외쳤다.
시우는 걸음을 멈췄다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어머니가 찾습니다. 나가서 대화를 나눠 보시죠. 윌.”
“싫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방금 전, 아버지가 사망한 소식을 들은 열 살 소년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다 거짓말이야…… 전부 거짓말이야…….”
시우는 무감정 속의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며, 천천히 자신의 어린 주인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뒤-
조용히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 창밖에서 노을이 들어오기 시작할 쯤.
소년의 입이 열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