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89)
189. 홍보 이벤트
영화 제작사 [뉴 노멀 시네마>의 LA 본사 3층에서는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뉴 노멀 시네마는 투자가 출신의 CEO 트래비스 마이너가 수년 전 설립한 회사였다.
아직 굵직한 히트작은 없었지만 제작한 몇 편의 영화들이 모두 좋은 평가를 얻었고, 젊은 인재들을 보유한 실력 있는 제작사로 서서히 이름을 알리는 중이었다.
월스트리트 출신의 영화광 트래비스는 배급사에서 온 마케팅 담당자들을 앞에 두고 열변을 토했다.
“시대가 변하지 않았습니까! 스토리가 공개되지 않는 선에서 영화 촬영 현장을 넷브레스나 마이튜브를 통해 생중계하기도 하는 마당에, 굳이 시우 영상을 피아노만 자르고 올리겠다고요? 피아노가 하이라이튼데?”
배급사 직원들은 약간 당황했다.
‘아니…… 이렇게까지 흥분할 일인가?’
처음으로 규모가 큰 영화를 제작하게 된 뉴 노멀 시네마가 이번 영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것은 그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자신들의 회사인 [코스모스 픽처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중소 배급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메이저 배급사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성실히 배급해 왔으나 코스모스 픽처스의 로고를 전 세계 영화팬들에게 각인시킬, 뚜렷한 대표작이 없었다.
그런 이유로 그들 또한 이번 영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코스모스 픽처스 직원은 안경을 고쳐 쓰고 트래비스와 대비되는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트래비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우리의 입장은 그저, 시우의 곡이 메인 테마곡으로 결정될 경우 미리 유출되면 안 되니까 영상에서 피아노 부분만 삭제하겠다는 얘기잖아요. 도미노로 퀸시 글자를 완성하는 장면만 내보내도 홍보로는 충분해요.”
트래비스는 답답하다는 듯이 의자 위에서 몸부림을 쳤다.
이해를 못하고 있다.
이 영상의 예술성을-!!
“시우가 막판에 그렇게 다급하게 도미노를 쌓고. 정말 간발의 차이로 마지막 도미노를 세우는데. 그 도미노가 딱 쓰러지는 순간, 피아노가 강렬하게 타앙! 울리는 그 감동을…… 자르자고요? 진심이에요?”
“…….”
“이, 이, 이 영상의 가치는 그 연결성에서 오는 건데요? 이 절박함 때문에 앵무새의 발차기와 시우 매니저의 발뒤꿈치도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건데요? 그 모든 고난을 극복하고 심장이 옥죄는 긴장감 속에 터져 나오는 이 피아노는…….”
시우의 피아노에 꽂힌 트래비스는 조용한 회의실에서 혼자 떠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헛기침을 했다.
“크흠, 여하튼. 저는 원본 그대로 공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끝부분, 도미노 쓰러지는 장면과 피아노 영상은 오히려 강조해서 따로 클립을 하나 더 만들면 만들었지 자르는 건 절대 안 됩니다.”
“그럼 영화에 메인 테마곡으로 쓰일지도 모르는 곡을 이렇게 빨리 공개하자는 말씀이세요?”
배급사 직원들의 걱정 어린 물음에 트래비스는 세상 쿨하게 대답했다.
“뭐, 어때요? 한참 전에 발표된 기존의 유명 팝송을 영화에 메인 테마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마이튜브 이벤트 일정을 미룰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어설프게 시우 영상을 반 토막 내서 내보내기보다는 차라리 화제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하는 게 어떨까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어떻게든 이 영화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열망이 트래비스의 눈 속에서 이글거렸다.
잠시 토론이 이어진 끝에, 코스모스 픽처스 직원이 말했다.
“저희 배급사는 코스모스라는 회사명처럼 대표님께서도 좀 질서정연한 일처리를 추구하시거든요. 약간 정석대로 가는 걸 좋아하시는데…… 한번 설득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트래비스는 그 말에 자신의 양손을 짝 부딪쳤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저희 제작사는 반대로 뉴 노멀 시네마라는 이름처럼, 새로운 시도들이 평범한 것이 되는 날을 만들기 위해 그런 작품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혼돈을 뜻하는 카오스와 질서를 뜻하는 코스모스를 섞어, 카오스모스라는 새로운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 유행하고 있지 않습니까. 함께 서로 도와 가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습니다.”
“네. 저희도 같은 마음입니다. 뉴 노멀 시네마의 역량을 충분히 믿기 때문에, 비단 이번 영화만이 아니라 오래도록 좋은 인연을 이어 가길 저희 대표님께서도 진심으로 바라고 계십니다.”
“하하하.”
“하하하.”
시우의 영상 문제로 잠깐 불타올랐던 회의실에서는 그 후로도 3시간 가까이 기나긴 회의가 이어졌다.
영화 한 편의 성공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 * *
얼마 후, 영화 독점 계약을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마이튜브를 통해 첫 번째 영화 홍보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AI의 활약으로 CG 처리나 영화 촬영, 개봉 일정 등 모든 과정들이 단축되고 있었기에 요즘은 촬영 도중부터 조금씩 광고로 분위기를 예열해 가는 추세였다.
전 세계의 마튜 이용자들은 어느 날, 메인 화면 상단에 뜬 할리우드 스타 로건 호크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뭐지?
광고를 찍었나?
대부분은 X를 눌러 광고를 껐지만, 냉미남 로건 호크의 유혹하는 눈빛에 영상을 재생하는 이용자들도 많았다.
[안녕하세요. 전 세계의 영화 팬 여러분. 오늘 제가 이 영상을 촬영하는 이유는, 바로- 안드로이드도 반할 만한 속성 와인 만들기를 보여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갑자기 웬 안드로이드 타령이냐고요?]완벽주의를 추구하는 로건은 능숙하게 자신이 미리 써놓은 대사들을 술술 풀어놓았다.
스타의 일상을 보여 주듯, 집에서 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촬영 중인 영화 이야기를 조금씩 섞는 솜씨가 매우 매끄러웠다.
사람들은 마치 로건의 집에 초대받아 그곳에서 매일 와인 만들기 강의를 듣는 수강생이 된 기분이었다.
모두가 로건과 와인 이야기, 그리고 사적인 대화처럼 다가오는 영화 이야기에 빠져든 그때-
마침내 완성된 와인이 모두의 앞에 멋진 자태를 드러냈다.
조회 수가 끊임없이 올라가는 가운데, 로건이 준비해 둔 이름을 자신이 만든 와인에 붙였다.
“이 와인은 저와 이 영상을 보고 계시는 여러분이 함께 만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이 없다면 제가 이 영상을 만들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자, 그럼 우리가 만든 이 와인의 이름을 공개해 볼까요.”
로건이 와인 중앙을 가리고 있던 손을 치우자, 자필로 쓴 와인 이름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었다.
[쁘띠 슈 다니엘>“쁘띠는 프랑스어로 어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뭐 그런 뜻이죠? 그리고 다니엘은 이번 영화에서 저와 붙어 다니는 안드로이드 친구예요. 중간에 슈라고 있는데, 이건 뭘까요?”
로건은 카메라를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맞춰보세요. 이거 맞추면 최소 멘사 회원입니다.”
약간 과장되게 “트라이 잇~!”이라는 말을 남기고 로건은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며칠 뒤, 본의 아니게 시우에게 쁘띠 슈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이후 에이미의 안드로이드 워킹 패션쇼 영상, 다니엘을 쏜 허드슨 역 중년 배우의 쩔쩔매면서 진행되는 총기 분해 조립 영상 등등 몇 개의 영상들이 더 업로드되었고.
마지막으로 시우의 영상이 올라갔다.
– 오늘이 끝이야?
– 그렇다던데. 아마 시우 영상 올라올 듯? 지금까지 시우만 안 나왔잖아.
– 쁘띠 슈~!
– 우리 동네 슈크림 빵 이름이 어제 쁘띠 슈로 바뀌었어. 주인이 아마 시우의 팬인 모양이야. 빵 맛있더라. 앞으로 자주 가려고.
– 시우는 뭐 했을까? 할리와트에 안드로이드 마법사가 입학했다거나 그런 컨셉도 좋은데~
– 할리와트 얘기는 이제 그만. 한국 영화 폴트 안 봤어? 시우는 계속 새로운 연기에 도전하고 있어. 항상 에반 같은 모습만 바라면, 시우가 마음껏 연기를 할 수 없게 될 거야.
– 쁘띠쁘띠쁘띠쁘띠쁘띠쁘띠쁘띠~~~ 난 시우가 먹방 하면 좋겠다.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시우가 아기 때 닭백숙인가 먹방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대! 그래서 내가 영상을 찾았찌. 가서 봐. 레전드~
– 와, 너무 귀엽다!! 시우는 아기 때부터 그냥 평생 사랑스러울 거 같아 ㅠㅠ
– 올라왔다!! 도미노다!!
– 솔직히 피부색이나 나이를 떠나서 너무 잘생긴 거 같은데…….
– 방금 전에 본 백숙 먹방하는 아기랑 오버랩된다. 귀여워~ 실제로 만나고 싶어~
– 앵무새가 있어…….
– 이 앵무새 굉장한 한류 스타야. 익스트림 앨범 재킷에도 나왔고. 다른 케이팝 스타인 유지연의 MV에도 등장했어. 짧게 노래도 불렀어. 천재조류임.
[알렉산더의 발길질 후>– 으아아아악!!
– 흐억!!!
– 끝났다. 영화 폴트처럼 도미노 붕괴.
– 천재조류 인정.
– 시우 ㅠㅠㅠㅠ
– 앵무새들 중에 반짝이는 거에 눈 돌아가는 애들 있음. 액세서리 같은 거 엄청 물어뜯음. 도미노를 반짝이는 걸로 선택한 게…… 헉! 멈췄어!! 도미노가 멈췄다고!!!
– 이 영상 뭐야…… 미친 거 같은데…… 도미노가 쓰러지다 저렇게 멈췄다고?!
– 잘 봐! 이 바보들아! 시우의 손을 보라고! 에반이 마법을 쓴 거라고!
– 대박…… 이게 멈추다니!!
– 와우, 진짜 시우가 손 뻗으니까 도미노가 멈춘 거 같아. 굉장한데??
– 내가 실시간으로 시우가 마법 쓰는 움짤을 만들어 왔다. 다들 보고 느껴라~ 에반의 위대함을~
[완성 직전, 케빈의 발뒤꿈치 사태>촤르르르르르르륵-!
– 아…….
– …….
오픈된 영상에 문제가 없는지 실시간으로 이용자 댓글을 체크하던 마튜 담당자는, 마구 쏟아져 올라오던 댓글들이 갑자기 뚝 끊기자 영상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도, 잠시 일을 손에서 놓았다.
그 어떤 댓글도 차마 올리지 못하고 있는 이용자들처럼, 그의 얼굴에도 숙연함이 떠올랐다.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침묵 후, 짧은 댓글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 매니저…….
– 괜찮아…… 그를 비난해선 안 돼…… 함께 만들었잖아…….
– 최근 들어 가장 비극적인 영상…… 응?! 시우가 계속 도미노를 세우고 있어!!!
– 이럴 수가!! 멘탈이 완전히 박살 났을 텐데??
– 굉장한 정신력이야! 손이 움직이고 있어!
– 엄청 빨라! 도미노를 정확하게 놓고 있어! 카메라 클로즈업 훌륭하다!!
– 꺅! 도미노가 쓰나미처럼 다가오고 있어! ㅠㅠ
– 잘하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젠장. 마튜 영상 보면서 이렇게 손에 땀이 난 적은…… 으아악!! 좀만 더 빨리해라!!
– 완성!!!
– 완성~~~~~
– 됐어!!!!!
– 시우가 해냈어!!!
–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영상이…… ㅠㅠㅠㅠㅠㅠ
–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극한의 집중력을 봤어. 심지어 지금 피아노 소리도 너무 좋고. 이 영화 무조건 봐야겠다. 근데 이 영화 제목이 뭐야? 왜 제목은 안 알려줘?
– 잠깐만. 이거 피아노 무슨 곡이야??
– 지금 내 폰으로 검색하고 있는데 없는 곡이래.
도미노의 충격과 감동이 지나가고, 사람들이 음악에 빠져들어 곡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을 때-
곡이 절정으로 치닫기 전, 몽환적인 음들이 은은하게 귀를 간지럽힐 때-
영상 하단에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부드러운 필체로 자막이 떴다.
– ……시우 윤이 만든 영화 OST 곡이라고?
– 나 방금 도미노 때보다 더 놀랐다.
– 피아노 치는 모습 너무 멋있다. 심장이 막 두근거려. ㅠㅠ
– 시우는 한국에서 예전에 웹드라마를 발표하면서 혼자 연출부터 음악까지 다 맡은 적이 있어.
– 퀄리티가 너무 높은데?
– 영화는 제목도 모르는데, 음악 들으니까 벌써 영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지금 시우 피아노 장면만 5번째 재생 중.
– 뒤의 야경도 그렇고 시우가 있는 공간만 다른 세상 같아. 이 영상만으로도 나중에 이 영화 꼭 보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 주지 않은 새로운 매력으로, 전 세계 마튜 이용자들에게 영화 홍보를 제대로 해내고 있는 쁘띠 슈 시우였다.
영상이 공개된 후.
피아노 장면을 자르고 도미노 부분만 올리자고 했던 코스모스 픽처스의 대표 러셀 녹스는, 시우와 케빈, 뉴 노멀 시네마의 트래비스를 자택으로 초대해 성대한 식사를 대접했다.
그날 시우와 케빈은 배가 터지도록 만찬을 즐겼다.
* * *
“사인해 주세요!”
“시우! 꺄악! 영상 봤어요!”
“피아노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 쳤어요?”
영화 촬영을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찾아간 레스토랑 앞에서 시우는 몇몇 팬들의 사인 요청을 받았다.
“엄마가 피아노를 잘 치셔서, 어릴 때부터 자주 피아노랑 놀았어요.”
시우는 웃는 얼굴로 사인을 요청하는 모든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었다.
옆에서 경호하듯 그 모습을 지켜보던 케빈은 참 특이한 스타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전부 사인해 주면 안 힘들어?”
시우는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대답했다.
“뭐 어때. 난 체력이 남아돌아서 괜찮아. 다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 가끔 못해 드리는 게 죄송한 거지.”
“어휴. 참.”
“내가 999번 사인해 드리고, 1번 거절을 해도. 그 거절당한 팬분에게는 평생 TV에서 내 얼굴만 보면 떠오를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
“흠, 그러고 보니까 나도 어릴 때 좋아하던 야구 선수를 식당 화장실에서 만났거든. 급한 마음에 옷에 사인해 달라고 했는데. 그 선수가 많이 귀찮았는지…….”
“안 된대?”
“아니, 꺼지라고 욕하더라. 그 후로 내 성격이 지금처럼 쿨해졌지.”
진실과 농담이 반반 섞인 케빈의 말에 시우가 웃어야 할지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케빈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네. 알겠습니다. 밥 먹으면서 얘기 나눠 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케빈은 메뉴판을 테이블에 펼쳐 놓고, 시우에게 태우와 통화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두 가지 소식. 이번에 LA에서 제2의 제이슨이 될 연습생을 뽑는 우리 회사 오디션 열리잖아. 그날 스케줄 없으니까 혹시 심사하러 와 줄 수 있는지.”
“심사?”
“응. 그리고 두 번째는, 서울 오디션에 지호가 지원했다는 소식.”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