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92)
192. 선명했다
양 대표와 민교의 눈이 조금 커졌다.
왜 윤시우가 여기 있지?
미국에서 영화 찍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호 대신 나타난 시우를 보고 두 사람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시우는 터벅터벅 걸어와 태우의 옆에 앉았다.
양 대표는 잠시 주춤거리다 친근하게 먼저 입을 열었다.
“어~ 한국이 낳은 우리 월드 스타 윤 배우님을 여기서 다 보네. 우리 와이프가 정말 팬이에요.”
“네. 감사합니다.”
시우는 형식적으로 고개를 숙여 양 대표와 민교에게 인사를 했다.
태우가 말했다.
“시우가 마침 한국에 일이 있어 잠깐 들어왔다가, 오늘 일 듣고 자기도 민교 형이랑 얘기 좀 나눠 보고 싶다고 해서 불렀어요.”
“민교랑? 음…….”
지호랑 같은 나이지만 연습생 신분인 지호와 월드 스타인 시우는 존재감이 차원이 달랐다.
양 대표는 빠르게 득실 계산을 했다.
‘슈 엔터가 윤시우 회사라 아무래도 저 아이 입김이 상당할 거야. 이번 기회에 잘 구슬려서 오해도 풀고, 윤시우랑 인맥도 터 놓으면 익스트림처럼 우리 애들한테도 도움이 될지도…….’
잔뜩 꼬인 현 상황을 생각하면 쉽지 않겠지만, 연예계가 언제 쉬운 적이 있었나.
싸웠다 풀고, 또 풀었다 싸우고 그렇게 굴러가는 바닥이다.
태우와 양 대표가 몇 마디 인사치레를 주고받으며 본론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시우가 불쑥 두 대표들을 향해 물었다.
“저…… 비즈니스 부분은 저도 잘 모르니까…… 대표님들께서 진지하게 대화 나누시고, 저는 민교 형이랑 나가서 같이 차라도 마시면서 따로 얘기 나누면 안 될까요?”
시우가 눈꺼풀을 깜빡이며 묻는 모습이 양 대표의 눈에는 어린아이처럼 귀여워 보였으나, 태우에게는 왠지 모르게 섬뜩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태우는 시우가 아까 자신과 약속한 절대 싸우면 안 된다는 말을 지켜 줄 거라고 믿으면서 짧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양 대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라. 민교야. 시우가 지호 친구로서 형한테 하고 싶은 말도 있고 그런가 본데…… 잠깐 나가서 대화 나누고 와.”
민교가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 지호도 아니고…… 윤시우랑요?”
앞에서 시우의 높낮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이름을 막 부르시네요.”
“네?”
민교가 멍한 얼굴로 반사적으로 대꾸했다.
시우는 그런 민교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아니구나. 선배 아니네요. 아직 데뷔 못하셨죠?”
움찔!
아직…… 데뷔를 못했다.
그리고 할 수 있을지, 어떨지도…….
아픈 곳을 찔린 민교는 멋쩍게 억지웃음을 짓고. 당황한 얼굴로 양 대표를 봤다.
양 대표는 한두 마디로 민교를 찍어 누르는 시우를 보고, 보통 아이가 아니구나 싶었다.
‘민교가 납작 엎드려야겠는데?’
양 대표가 손으로 민교의 허벅지를 탁탁 친 뒤, 태우와 시우 몰래 민교의 허벅지를 강하게 꾹 누르면서 잘 들으라는 투로 말했다.
“그래. 민교야. 데뷔해야지~ 미래의 선배님께 깍듯이 인사 잘 드리고, 가서 연예계 조언도 좀 듣고~ 그러고 와라. 응? 알았지?”
‘만약 일 틀어지면 너는 손절이다.’라는 양 대표의 눈빛을 본 민교는 이를 악물고, 분한 마음을 참은 채 필사적으로 미소를 유지했다.
“저는 그럼…… 시우 선배님과 밖에서 차라도 마시고 돌아오겠습니다. 대표님들 말씀 나누세요~”
시우는 비어 있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안쪽에 있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아, 옥수수 차 두 잔을 완성해 뒤를 돌아보자 타원형 테이블 앞에 어색하게 서 있는 민교가 보였다.
민교에게 다가간 시우는 테이블에 옥수수 차가 찰랑이는 종이컵을 내려놓고,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드세요. 뜨거우니까 조심하시고.”
“아…… 감사합니다.”
시우는 조금 떨어져 종이컵을 만지작거리는 민교를 가만히 응시하다 툭 내던지듯이 물었다.
“형, 나이가 스물넷이라고 하셨죠~?”
“네. 이제 좀 있으면 스물다섯…… 되는데요.”
“저랑 지호는 열아홉이에요.”
“아, 네. 알죠.”
“말 편하게 하세요. 한참 어린 동생이잖아요.”
시우의 말에 민교의 얼굴에 살짝 화색이 돌았다.
친해질 수 있을지도?
“그럴까? 와, 나도 진짜 그…… 아까 분위기가 그래서 많이 불편했는데 네가 그렇게 말해 주니까 좀 마음이 놓인다.”
“응. 나도 말 편하게 할게. 형.”
“그래. 야, 시우야. 내가 너 진짜 팬이야. 그때 그 뭐였지?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에서 연기한 거…….”
시우는 옥수수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조용히 민교의 말을 끊었다.
“한참 어린 동생한테 왜 그랬어.”
“어?”
“애가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어디다 말도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을 거 아냐. 아~ 세상이 이렇게 더러운 거구나…… 하면서 말이야. 다행히 지금은 어느 정도 극복한 거 같지만.”
넉살 좋게 말을 이으려던 민교는 시우의 살얼음 같은 목소리에 차츰차츰, 몸과 마음이 쭈그러드는 기분을 느꼈다.
회의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민교는 뒤늦게 변명하듯 입을 뗐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거든? 영상만 보면 내가 되게 나빠 보일 수 있어. 그런데…… 앞뒤를 살펴보면 지호가 실수를 한 건 팩트고…….”
뭔 소리를 하는지-
‘그렇지. 진짜 진심으로 반성할 애들은, 애초에 그런 짓을 안 하지. 내가 한두 번 살아 보냐. 너 같은 애들 많이 봤다.’
변명.
거짓말.
남 탓.
“지호가 무슨 실수를 했는데? 네가 지호한테 동선 바꾸자고 말했다며.”
그래놓고 지호랑 교차하는 장면에서 약속을 안 지킨 건 분명 민교였다.
민교는 약간 얼굴이 빨개진 채 입을 열었다.
“형한테 네가 뭐냐~ 에이~ 하하. 아니 뭐…… 지호한테 내가 진짜 진지하게 동선 바꾸자고 한 게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하면 더 멋있겠다~ 한번 해 볼까? 하고 재미 삼아 몇 번 연습한 것뿐인데…… 걔가 너무 진지 빨고 들은 거지 뭐…….”
“…….”
“그러고는 내 탓으로 뒤집어 씌우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말이 험하게 나온 거지. 나도 물론! 말을 심하게 한 건 잘못이야! 근데…… 걔 땜에 내가 무대 망치고 피해 본 건 맞으니까. 욱해서 그만.”
“개소리를 참 길게도 하네.”
“뭐?”
시우의 말처럼 한참 어린 동생인 시우가 말을 함부로 하자 민교는 슬슬 자존심이 올라오는지 간헐적으로 표정관리가 흐트러지고 있었다.
‘어린놈의 새끼가…… 이름값만 아니었으면 그냥…… 아오…….’
민교는 회의실 바닥을 내려다보며 잠시 화를 삭였다.
그때, 시우의 냉정한 음성이 마치 사형 선고처럼 민교의 귀를 때렸다.
“됐고. 그래도 인생이 불쌍해서 마지막 기회를 줄까 하고 부른 건데, 역시 반성보다는 억울함이 앞서는 모양이네.”
“뭐, 뭐?”
“다른 일 찾아봐라. 일 좋게 해결할 마음 없고. 네 이미지 살려 주려고 말 맞춰 줄 생각도 없어. 그냥 네 행실 그대로 사람들한테 욕먹다 연예계에서 꺼지면 돼.”
“…….”
“혹시 좀 더 화려하게 사라지고 싶으면, 오늘 찾아와서 핑계만 죽어라 댔다는 말도 기사화해 줄게. 그럼 잘 가.”
시우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단호한 태도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당혹과 절망으로 이성이 날아간 민교가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야! 내가……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난 그냥 살아남으려고 열심히 한 잘못밖에 없어! 유지호, 걔가…… 그냥 뒀으면 합격했을 거 같아? 웃기지 말라 그래.”
“…….”
“그리고 연예인 돼 봤자 걔는 어차피 우리 뒤에서 노래 셔틀이나 하다 사라졌을 운명이야. 숫기도 없고, 끼도 없는 게 누나랑 친구 보고 바람 들어서 지도 연예인 되겠다고 설치는…….”
말을 잇던 민교는 왠지 모르게 다리가 덜덜 떨리는 것을 느끼고 당황한 얼굴로 시우를 쳐다봤다.
“……어?”
기이하게도 시우의 눈동자가 빨갛게 느껴졌다.
민교는 손으로 눈을 비볐다.
끔뻑끔뻑-
“눈이…….”
계속 빨간데?
한때 저승의 어린 염라였던 시우의 침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할 말 다 했냐?”
* * *
양 대표는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권태우.
갓 엔터 신영민 밑에서 일을 배웠고, 윤시우의 매니저를 하다 슈 엔터의 대표가 된 인물.
원칙대로 일을 진행하는 FM 스타일이지만, 가끔은 직원들이 놀랄 정도로 융통성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그 융통성이란 것이 이번 경우에는 해당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왜 이래, 권 대표.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오늘 처음 본 민교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젊은 애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내 말대로 하자고. 쟤 연습생 생활 되게 오래 했어. 이렇게 꿈 포기하면 불쌍하잖아~”
태우는 차갑게 식은 커피잔을 손을 댄 채, 씁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남의 꿈 짓밟아 놓고, 본인 꿈은 소중한가요?”
“에이, 그러지 말고. 내가 섭섭지 않게 해 줄 테니까…….”
“저희 회사는 일단 시우 개인 회사로 출발했고, 그래서 저 역시 초심대로 시우를 잘 키우는 데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 시우 잘 됐잖아. 월드 스타 아냐. 지금도 할리우드에서 영화 찍고 있고.”
태우는 짧게 대답했다.
“시우가 보고 배워요. 이런 거 가르치고 싶지 않습니다.”
“……거참, 사람이 왜 이래? 쓰읍…… 진짜 이럴 거야? 어? 이런 식으로 일하면 이 바닥에서 적 늘어나는 거 몰라? 후우…… 알았어. 알았다고. 우리가 뭐 어떻게 하길 원해. 허심탄회하게 말해 봐.”
“별거 없습니다. 민교가 진심으로 잘못 뉘우치고, 지호가 충분하다고 말할 때까지 사과를 해야겠죠. 상식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참…… 세상이 언제 상식대로 돌아갔다고…… 그래. 그렇게 하면 되잖아. 민교가 진짜 반성 많이 했어.”
“반성을 많이 했는지는 시우가 지금 대화 나눠 보고…….”
두 대표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그 순간,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대표님.”
시우 목소리였다.
“그래. 들어와.”
문이 열렸다.
문틈 사이로 시우가 얼굴을 내밀었다.
시우는 곤란해하는 얼굴로 양 대표에게 말했다.
“민교 형이 바지에 오줌을 싸서…….”
침묵.
침묵.
침묵.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는 가운데, 양 대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슨 소리야? 민교가 뭘 어쨌다고?”
시우를 따라 양 대표는 뚜벅뚜벅 빠른 걸음으로 걸어 작은 회의실 문을 열어젖혔다.
민교는 얼이 빠진 채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민교의 바지로 향했다.
선명했다.
양 대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이 새끼가…… 왜 남의 기획사 와서 오줌을 싸고 난리야!”
* * *
–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 가슴속엔 무우우우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 이제부터 시작이다 개고생이여
– 안녕…… 민교야…… 건강하고…… 다신 보지 말자…….
– 정의구현.
– 군대 가기 전에 머리에 잔디 바짝 깎고 가라. 가서는 성질 고치고.
– 팬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장렬히 떠나네.
– 지호도 K4 합류했으면 좋았을 텐데.
– BSR이랑 민교랑 다 그놈이 그놈인데요? 지호는 슈 엔터에서 익스트림처럼 인성 바른 아이돌로 커야죠 ㅠㅠㅠㅠㅠ
– 슈 엔터에서 다음 아이돌 나올 때 시우도 같이 멤버로 나오면 좋을 텐데~ 노래도 잘하고 피아노도 잘 치고~ 그냥 시우 하고 싶은 거 다 해 ㅋㅋㅋ♡
민교는 많은 축하를 받으며 연예계를 떠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