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95)
195. 셰인
“안뇨하쎄요~ 셰인 헤일리입니다!”
슈 엔터의 연습생들 앞에서 셰인은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디션 때도 그랬지만 소심한 성격과 다르게 인사만큼은 늘 우렁찼다.
인사 다음이 문제일뿐.
“…….”
어떻게 슈 엔터에 오게 되었는지, 미국에서 온 연습생인지 타 기획사에서 온 연습생인지 등등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연습생들 앞에서 셰인은 입만 몇 차례 달싹이다 댄스 트레이너를 쳐다봤다.
마치 전학 온 학생이 우물쭈물거리다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는 모습 같았다.
LA 오디션에서 시우와 함께 심사를 봤던 문영수 안무가 겸 트레이너가 대신 입을 열었다.
“셰인은 얼마 전에 열린 LA 2차 오디션에서 합격을 해서, 일단 견학차 잠시 한국에 왔다. 일주일 정도 머무르고 돌아간 다음에 연말쯤 서울로 아예 건너올 예정이야. 한국어가 서투니까 도와주도록 해라. 알겠지?”
“네~”
데뷔조 자리를 두고 다툴 경쟁자가 추가되는 것이니 무작정 반가워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인성을 중요시하는 슈 엔터의 연습생들답게, 일단은 셰인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큰 모양이었다.
“20분 뒤에 연습 시작한다. 그때까지 인사 나눠.”
문영수 트레이너가 나가자 영어를 할 줄 아는 한 연습생이 셰인에게 다가와 물었다.
“반가워. 한국어는 어느 정도 할 줄 알아? 배운 적 있어?”
“케이팝 노래 들으면서 혼자 조금씩…… 잘은 못해.”
“괜찮아. 앞으로 연습하면 되지. 오디션 때 뭘로 합격했어? 춤? 노래?”
셰인이 대답하려는 순간, 셰인의 눈에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연습생들이 멀뚱히 어색하게 서 있는 광경이 보였다.
고민하던 셰인은 용기를 내 말했다.
“한국어…… 공부. 마니. 할래. 한국어로 무러보세요.”
느릿느릿 한 마디씩 열심히 뱉는 셰인.
미국에서 온 연습생이라는 말에 제이슨 같은 활발하기 그지 없는 캐릭터를 상상한 연습생들은, 얼굴을 붉힌 채 눈을 잘 못 마주치는 셰인의 모습에 묘하게 생소한 매력을 느꼈다.
‘얘 만약 데뷔하면 팬들이 귀엽다고 난리겠는데?’
연습생들은 셰인의 부탁대로 너도나도 한국어로 질문을 던져 댔다.
셰인은 긴장 가득한 얼굴로 한국어를 알아듣기 위해 애쓰면서, 손짓을 동원해 어설프게 대답을 해 나갔다.
그리고 무슨 말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싶을 때는, 그냥 연습생들과 같이 한 번 웃고 말았다.
오기 전에 인터넷으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한국의 연습생 시스템이 무척 힘들고 외로운, 몹시 냉정한 경쟁 사회라고 들었는데 이곳의 첫인상은 무척 따뜻한 느낌이라 셰인은 어쩐지 마음이 설렜다.
‘한국 연습생들 다…… 좋은 사람들 같아……! 열심히 해야지!’
봄바람 같은 분위기는 20분 뒤 트레이너가 들어오면서 거짓말처럼 싹 걷히고 말았다.
셰인은 갑자기 진지해진 연습생들의 눈빛을 보고 당황한 채 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어, 어디 서 있어야 하지? 내 자리는…….’
지호는 우왕좌왕하고 있는 셰인을 발견하고 손짓을 했다.
‘이쪽으로 와.’
‘쥐, 쥐오~!’
셰인은 감동한 얼굴로 재빨리 지호의 옆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슬그머니 지호의 몸을 위아래로 살펴본 다음, 늘어뜨리고 있는 손의 위치와 서 있는 발의 간격 등을 그대로 보고 따라하려 애썼다.
지호는 자기랑 똑같은 자세로 서서 잘했냐는 듯한 눈빛으로 자기를 보는 셰인 때문에 웃음이 터질 뻔했다.
‘난 그냥 편하게 서 있는 것뿐인데…….’
편하게 있어도 된다고 셰인에게 말해 주려는 찰나, 앞에서 문영수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 미션이다. 평소 하던 방식대로 하면 돼. 곡은…….”
두근두근-!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만 깜빡이고 있는 셰인을 제외한, 모든 연습생들이 숨을 죽였다.
“나랑 이름 겁나게 비슷한 문경수 대표님네 회사. MGS 아이돌 리빅의 블랙.”
“헉……!”
연습생들은 술렁였다.
안무가 상당히 격하기로 유명한 리빅의 대표곡 중 하나였다.
슈 엔터 연습생들은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트레이너의 말이 이어졌다.
“원래는 3일 주려고 했는데…….”
“헉!”
“아, 쌤~! 진짜 너무한 거 같습니다!”
“다른 노래라면 몰라도 블랙을 어떻게 3일만에 맞춰요. 쫌만 늘려 주세요.”
연습생들을 향해 영수는 손을 들어 올렸다.
“워워~ 한국말 끝까지 들어야지. 내가 분명 ‘했는데…….’ 라고 했잖아! 이번 주는 너희가 보컬 쪽도 여러모로 바쁘다고 하니까. 통 크게 4일 준다.”
지호는 입을 헤 벌린 채, 생각했다.
‘통 크게라는 말을 쓰시려면 7일은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연습생들의 어더운 낯빛을 바라보던 영수는 씩 웃고는 한숨과 함께 손가락을 하나 더 폈다.
“좋아! 좋아! 5일! 됐지?”
“와아아! 감사합니다! 영수 쌤 최고!”
환호하는 연습생들을 보며 영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런 귀여운 녀석들. 원래 5일 주려고 했다. 크크.’
꽤 까다로운 보컬 미션도 있다고 들었고, 무엇보다…….
“셰인도 함께하는 거야. 셰인이 들어간 팀은 앞으로 5일 동안…….”
5일 동안?
뭐지, 추가 미션?
아니…… 그보다 셰인의 춤 실력은?
춤 잘 추냐는 질문에 본인은 손사래를 쳤지만, 저래 놓고 막상 음악 틀면 신들리는 애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었다.
만약 잘 춘다면 서로 데려가려고 난리가 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서로 피하려고 난리가 날 것이다.
꿀꺽.
모두가 긴장한 가운데 영수가 모두의 궁금증을 한마디로 풀어주었다.
“좀 더 열심히 해야 할 거야.”
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셰인은 지호의 옆에서 열심히 웃다가 조심스럽게 지호에게 말을 걸어 보았다.
다른 의도는 없었고, 그저 뭔가 말을 걸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쥐오~ 리빅 노래 블랙~”
“어? 으응. 그, 그 노래 알아?”
“응. 마니. 연습 마니 해써~”
노래를.
춤 말고.
지호는 별 뜻 없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 내뱉은 셰인의 한마디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말았다.
‘뭐지? 뭐야? 나랑 같이 하자는 건가? 용, 용기 내서 말한 건가?’
혹시 아무도 자기랑 안 하겠다고 할까 봐?
지호는…….
극한의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같이 할래?”
셰인은 정확히 뭘 같이 하자는 줄도 모른 채, 이따 같이 연습하자는 소린 줄 알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그렇게…….
지호의 육아 일기가 시작되었다.
* * *
“지금 나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던 케빈이 시우에게 물었다.
시우는 명문 대학교 학생처럼, 깔끔한 베이지색 니트와 청바지를 갖춰 입고 외출을 하려는 참이었다.
“응. 요 앞에서 애들이랑 밥만 먹고 올게.”
“그래. 조심하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 알지?”
“알았어.”
문을 열고 나선 시우는 불빛들이 반짝이는 환한 밤거리를 걸어 한 레스토랑 앞에 도착했다.
정말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할리와트 네 명의 친구들은 함께 모여 밥을 먹기로 했다.
어차피 다들 바빠 그리 오래 앉아 있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얼굴을 본다는 생각에 시우는 무척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종업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쪽에서 은밀하게 접근하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발걸음이 니콜라스네.’
살금살금 걸어오는 발소리가 너무 익숙했다.
시우는 계산대 위에 놓인 유리잔에 비친 니콜라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확인하고, 니콜라스가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다가온 니콜라스가 시우를 향해 갈고리처럼 두 손을 들어 올리는 순간-
시우는 눈앞의 종업원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동시에 시우의 몸이 풀썩 레스토랑 입구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놀란 종업원은 달려가려다, 방금 전 시우의 사인을 기억하고 걸음을 멈췄다.
연기력이 너무 훌륭해 장난인 걸 알면서도 속고 말았다.
시우에게 사인을 받은 자신이 속을 정도라면…… 종업원은 니콜라스를 봤다.
니콜라스는 당황한 얼굴로 밑에 쓰러져 있는 시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왜, 왜, 왜 그래?!”
어쩔 줄을 몰라 하던 니콜라스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쓰러져 배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시우의 어깨를 흔들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사색이 된 니콜라스가 고개를 들고 외치자, 니콜라스 몰래 시우와 눈빛을 주고받은 종업원이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제가 911을 부르겠습니다.”
“빨리요!! 제 친구가 이상해요!! 배가…… 배가 아픈가 봐요! 맹장이 터졌을 수도 있어요! 시우! 괜찮아?!”
시우는 숨쉬기가 힘든지 계산대 밑에 머리를 대고 가쁘게 호흡하다, 흐릿한 눈으로 니콜라스를 봤다.
“닉…… 도와줘…… 배가…… 배가…….”
“배가!! 배가 어떤데?! 많이 아파?!”
“고파…….”
“그래!! 배가 많이 고파?! 고프다고?”
“안심 스테이크…… 으윽…… 하나만…… 주문해 줘…….”
“…….”
정신없이 외치던 니콜라스는 시우의 얼굴에 떠오른 악마 같은 미소를 발견하고, 쪼그려 앉아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이런 @#$#@$#$-!!!”
시우는 여전히 배를 움켜쥔 채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니콜라스에게 음료도 한 잔 부탁한다는 말을 하려는 그때.
레스토랑 문이 열리고, 루시가 들어왔다.
들어온 루시는 오랜만에 만난 시우를 보고 반갑게 미소를 짓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욕설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니콜라스가 시우에게 입에 담지 못할 험한 욕을 마구 쏘아 대고 있었다.
짝!
루시의 손이 매섭게 니콜라스의 등을 후려쳤다.
시우만 보고 있다 뒤쪽에서 등을 맞은 니콜라스는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루시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 왜 욕을 하고 있어?!”
“뭐? 아, 아니…… 시우 이 자식이 어떻게 했는지 알아?!”
니콜라스는 억울해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루시에게 사정 설명을 했다.
어느새 들어온 헨리도 뒤편에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니콜라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한참 이어지는 이야기를 듣다 헨리가 입을 열었다.
“뭐야. 니콜라스 네가 우리한테 자주 하던 장난이잖아.”
“그렇지? 내 말 맞지? 시우가 잘못했……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어떻게 내 장난이랑 얘 장난이랑 같냐?!”
“뭐가 다른데?”
“시우는 나랑 다르게 연기를 잘하잖아!! 진짜 같았다고!!”
묘하게 짠내 나는 니콜라스의 뜬금없는 고백에 루시와 헨리는 니콜라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예약한 자리를 찾아 떠났다.
니콜라스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억울한 눈빛으로 시우를 돌아봤다.
시우는 가만히 서 있다 니콜라스가 듣고 싶어할 한 마디를 입밖으로 꺼냈다.
“너도 진짜 같았어.”
“그, 그래?”
금세 기분이 풀린 니콜라스는 시우와 어깨동무를 하고 친구들과 합석을 했다.
“나중에 오지에 가는 프로그램을 찍자고 자꾸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너희도 데려가기로 했어!”
니콜라스는 식전빵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서, 당당하게 웃었다.
그 말에 에이드를 마시던 루시는 사레가 들려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기침을 계속 해 댔다.
시우는 조용히 루시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마침내 기침을 멈춘 루시가 니콜라스에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누, 누구 맘대로?”
“왜~ 우리 추억도 남기고 좋잖아! 자세한 스케줄은 나중에 차차 조정하면 돼! 기다려 준대! 혹시 뭐…… 진~ 짜~ 싫으면 안 가도 되지만…… 너희랑 같이 가면 너무 좋을 거 같아서! 다들 한번 생각해 봐!”
헨리가 물었다.
“무슨 오진데?”
“극지방이나 정글 뭐 그런 데겠지.”
시우는 니콜라스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오지라…… 이 세계에서는 탐험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는데…… 재밌을지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