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96)
196. 파티
슈 엔터 연습실.
두둥-! 두둥-!
무대를 부술 듯한 군무로 3분 20초 내내 멋지게 춤을 춰야 하는 리빅의 명곡 ‘블랙’의 도입부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후-
듣는 이들의 심장을 두드리는 강렬한 음악 소리에 맞춰, 셰인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타앗!
한 박자 늦은 점프-
휙휙휙!
주유소 앞 풍선 인형과 같은 현란한 몸놀림-
얼굴을 빨갛게 붉힌 채 팔과 다리를 허우적거리는 셰인의 춤사위는 뭇 연습생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지호의 뒤쪽에 서 있던 두 명의 연습생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지호 믿고 이 팀에 왔는데, 설마 셰인의 실력이 이 정도일 줄이야…….
한 연습생이 지호에게 조그맣게 물었다.
“어떡하려고? 너무 못하는데? 춤을 전혀 안 춰 본 실력이잖아.”
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눈으로 보면서도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 실력이었다.
‘큰일 났네.’
춤을 멈춘 셰인은 자신을 보며 넋을 잃고 있는 연습생들을 발견하고, 창피함에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혼자 케이팝 영상을 보며 나름대로 연습을 하긴 했으나, 스스로도 형편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역시…….
아이돌은 무리인가.
뮤직비디오 속에서 화려한 군무와 함께, 춤과 노래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믿을 수 없는 존재들-
그런 멋진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몸치인 자신에게는 너무 먼 이야기였다.
‘하긴…… 학교에서도 겉도는 내가…… 그런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리가…… 응?’
씁쓸하게 입술을 꽉 깨무는 셰인의 눈에, 지호가 자신을 향해 와 보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보였다.
‘뭐, 뭐지. 혹시 화내려고…….’
셰인은 등허리를 구부정하게 굽힌 채로, 종종 걸음으로 지호에게 갔다.
지호는 애써 웃는 얼굴로 셰인에게 말했다.
“괜, 괜찮아. 춤 제대로 배운 적 없지?”
“으응. 업써…….”
“그래. 그러면 잘 못하는 게 당연한 거야. 창피해하지 마. 지금부터 5일 동안 속성으로 연습하자. 연습. 연습. 프랙티스~”
“응. 연스읍!”
“내가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가르쳐 줄게. 대신 진짜 열심히 해야 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춤은 엉망이었어도, 그래도 동작은 많이 틀리지 않았다.
안무를 외우는 능력은 있다는 얘기.
‘춤이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친구를 시우가 뽑아서 한국으로 보냈을 리 없어. 시우 믿고 한번 가르쳐 보자.’
연습 1일차.
“자, 나 보고. 다리. 다리. 왼쪽 다리 먼저 앞으로~ 이렇게!”
“응! 다리이~”
연습 2일차.
“허리 펴고! 시선 앞으로! 눈! 눈!”
“누운~! 응! 아라써!”
연습 3일차.
“아니야! 셰인! 혼자 너무 떨어졌어. 여기!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어디……? 나 어디?”
“요기! 이쪽에서~ 영규 형이 올 때 뒤로 돌아! 턴! 오케이?”
“욘규? 욘규…… 쟤?”
“……형이라고 불러 줘. 우리보다 나이 훨씬 많거든.”
“아…… 형. 나보다 늘근 사람.”
지호의 지시에 따라 동선을 맞추고 있던 늙은 사람 영규는 지호에게 말했다.
“……얘 한국어 일부러 못하는 척하고 있는 거 아냐?”
연습 4일차.
“오! 좋아! 셰인! 한 번도 안 틀렸어! 잘했어!”
지호는 연습 시작 이후 처음으로 아주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같은 팀의 다른 연습생들도 셰인에게 가서 함께 축하를 해 주었다.
“와~ 진짜 안 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제 어느 정도 올라왔어!”
“맞아. 나도 지호가 가르치자고 했을 때 솔직히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야, 우리 진짜 열심히 했다!”
셰인은 왠지 마음이 벅찼다.
자신이 폐만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생들은 진심으로 기뻐해 주고 있었다.
“지오~ 그리고…… 형들…… 캄사합니다.”
지호는 감사 인사를 하는 셰인을 향해 두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
셰인은 4일 동안 쌓인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며, 지호와 하이파이브를 하기 위해 손을 들었다.
그러자 양옆에 있던 다른 연습생들이 셰인의 옆구리를 손끝으로 푹푹-! 찔렀다.
장난에 당한 셰인은 힘든 연습을 잠시 잊고 동료들과 같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조의 리더인 지호가 말했다.
“셰인! 형들! 이제 디테일 들어가자~ 선 살리고 강약 조절해야지!”
마침내 평가 날.
연습실 문을 열고 트레이너 영수가 들어섰다.
“다들 준비 됐나? 오늘은 특별히 익스트림 선배님들께서 심사를 도와주시기로 하셨다.”
익스트림의 리더 승우와 센터 제이슨이 뒤따라 들어왔다.
“와아~”
연습생들은 자신들의 롤 모델이자 동경하는 선배인 익스트림의 등장에 한껏 고무되었다.
큰형 리더십으로 멤버들을 잘 이끌고 있는 승우.
그리고 걸어오는 모습만으로도 후광이 비치는 듯한 제이슨.
귀여운 후배 연습생들을 향해 씩 웃어 주던 제이슨의 몸이 갑자기 덜컥하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퍼억!
풀린 운동화 끈을 밟고 넘어진 제이슨은 연습생에게 큰절하는 자세로 엎어지고 말았다.
조용-
웃기긴 했는데…….
선배님이라 웃을 수가 없었다.
혹시 선배님께서 민망하실까 봐, 연습생들이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동안 승우가 엎드려 있는 제이슨의 운동화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안 터졌어. 일어나. 내가 그거 하지 말라 그랬지?”
제이슨은 슬그머니 얼굴을 들고, 긴장한 후배들을 위해 준비한 자신의 슬랩스틱이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감이…… 떨어진 걸까…….
시무룩-
팬들이 제이슨무룩이라 부르는 표정이 나오는 것을 보고, 승우는 ‘얘는 대체 언제 철이 들까.’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너무 한결같다.
뭐, 그 점이 매력이긴 하지만.
승우는 준비된 의자에 앉아 연습생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정말 잘생긴 연습생들이 수두룩했는데, 그중에서도 BSR31을 통해 낯이 익은 유지호가 한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에는…….
‘……외국인이 있네? 아, 시우가 뽑았다는 그 친구구나. 좋아. 시우 눈에 들 정도면 어디 얼마나 잘하는지 기대해 볼까?’
잠시 후-
한 팀씩 앞으로 나와 준비한 군무를 펼쳤다.
실력 중심의 슈 엔터답게 나오는 팀들마다 퀄리티가 놀라울 정도였다.
제이슨이 놀란 표정을 감추며 승우에게 귓속말을 했다.
“새로 만들 보이그룹은 시우가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맡아서 제작한다고 했지?”
“응. 슈크림 말고 윤시우 본명으로 그냥 전면에 나서서 만든다고 했잖아.”
“연습생 애들 실력도 좋고, 거기다 시우의 프로듀싱까지 더해지면…… 대박 나겠네. 우리 슈 엔터 진짜 엄청 커질지도~”
“응. 우리도 열심히 해야겠다. 애들 너무 잘하네.”
드디어 마지막 조였다.
지호와 셰인은 긴장한 얼굴로 앞으로 나섰다.
“준비됐어?”
“네. 음악 주세요!”
리더 지호의 말과 동시에, 커다란 음악 소리가 연습실에 퍼졌다.
두둥-! 두둥-!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두 손을 가지런히 앞에 모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네 명의 연습생들이 천천히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어깨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석에 앉은 다른 연습생들은 지호가 얼마나 잘해 낼지와 셰인이 얼마나 트레이닝이 됐을지를 궁금해하며 관심 어린 눈으로 이번 조를 지켜보고 있었다.
비트가 빨라지는 그 순간-
뒤쪽에 있던 셰인, 영규, 현기가 각이 잡힌 멋진 스텝으로 미끄러지듯 앞으로 튀어나와 마치 행위 예술을 하듯 손과 팔로 지호를 가로막는 기이한 장벽을 만들었다.
지호는 세 사람이 만든 벽을 뚫고 몸을 날렸다.
그리고 익스트림 멤버들과 트레이너를 앞에 두고 거칠게 변하는 음악에 맞춰 며칠 동안 잠을 줄여 가며 연습한 독무를 펼쳐 보였다.
간절함-
절박함-
BSR31의 상처로 한 단계 성장한 지호는 그때의 아쉬움을 다 토해 내듯, 완성도 높은 춤을 보여 주고 있었다.
‘애들은 며칠만 안 봐도 확 바뀐다더니, BSR31 때보다 많이 성장했네.’
승우는 실패를 딛고 다시 노력하고 있는 지호의 모습이 꼭 자신들의 예전 모습과 겹쳐 보여, 자기도 모르게 흐뭇하게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승우의 눈이 지호의 뒤쪽으로 향했다.
파파팟!
빠르게 뒤바뀌는 동선을 쫓으며, 열심히 춤을 추고 있는 미국인 소년이 보였다.
팔다리를 어색하게 휘두르고 있었지만, 용케도 안무는 틀리지 않고 있었다.
‘춤을 정직하게 추네. 어설프지만 박자 딱딱 맞춰 따라가는 거 보면 나중에는 꽤 괜찮아질지도.’
신기하게도 눈이 가는 연습생이었다.
‘소년미가 있네. 유지호랑 눈짓 주고받는 것도 귀엽고. 둘이 케미가 잘 사는데?’
* * *
“이번 평가 영상 왔더라.”
“벌써 날짜가 그렇게 됐나?”
“대표님이 벌써부터 눈에 들어오는 애들이 몇 있다고 하시네. 일단 명단 문자로 보냈으니까 영상 볼 때 체크해 봐.”
“응.”
시우는 소파에 등을 묻은 채, 영상을 재생했다.
슈 엔터 연습실에서 연습생들이 치열하게 춤 대결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시우는 연습생들의 능력치를 머릿속에 입력했다.
발전이 너무 더딘 연습생도 있었고, 평소 스타일과 전혀 다른 춤인데 의외로 잘 소화하는 연습생도 있었고, 연습량이 부족해 보이는 실망스러운 연습생도 있었다.
그리고-
“지호는 BSR31 떨어지고 칼을 갈았네. 진짜 열심히 하는데? 셰인도 엉망일 줄 알았는데 실수 없이 끝냈어. 와~ 지호가 어미새처럼 옆에 딱 붙어 가르쳤다더니. 잘 가르쳤네.”
“시우야.”
시우가 영상에 빠져 있을 때, 커피를 내리던 케빈이 시우를 불렀다.
“왜?”
“넌 아이돌에 관심 없어?”
시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소리지?’
“관심 있으니까 지금 열심히 보고 있는 거잖아.”
“아니. 제작 말고 직접 하는 거.”
“…….”
의외의 말에 멀뚱멀뚱 눈을 뜨고 있던 시우는 이내 빵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내가? 아이돌을?”
“그래. 너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잖아. 작곡 능력도 뛰어나고.”
시우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무대 위에서 멤버들과 같이 춤추고 노래하는 아이돌 시우?
…….
“재밌긴 할 거 같은데 아이돌은 몇 년씩 해야 하잖아. 그리고 한 멤버가 연기 활동이라도 하러 가면 다른 멤버들은 스케줄 강제 스톱되는 경우도 많고. 난 그냥 연기하다 가끔 제의 오면 OST나 한 번씩 부를래.”
이번 평가 곡인 리빅의 블랙-
예전에 시우와 집에서 TV로 마튜를 시청하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가 광고로 흘러나온 일이 있었다.
그때, 자신과 저 안무를 외울 수 있느냐 없느냐로 내기를 한 시우는 순식간에 안무를 외워 원곡 초월 수준의 댄스를 보여 주었다.
그 당시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하는 케빈은, 그 충격을 혼자만 느끼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댄스 영화라도 잡아와야 하나. 아니, 그렇게 따지면 피아노 영화나 액션 영화도…… 맡은 배우가 너무 다재다능해서 오히려 고민이네.’
“그래. 네 말도 맞지. 그나저나 이제 영화도 다음 주면 마지막 촬영이네. 길었다. 마무리 잘하고 한국 돌아가자.”
“응. 아쉬워. 빨리 개봉해서 완성된 거 보고 싶다. 그 완성품 보는 맛으로 연기하는 거니까~”
시우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대하는 아이처럼 미소를 지었다.
* * *
“오케이! 컷! ……모두, 모두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맥과이어 감독은 시우의 연기에 그만 참지 못하고 흘러 버린 눈물을 몰래 훔쳤다.
이 나이 먹고, 이런 수염 덥수룩한 감독이 스태프들 앞에서 눈물샘을 폭발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잠시 뒤돌아서서 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힌 맥과이어 감독은 시우를 안아 주기 위해 몸을 돌렸다.
마지막 연기를 마치고 로건과 같이 걸어온 시우는 맥과이어 감독과 힘차게 포옹을 했다.
“널 캐스팅한 건 정말 멋진 행운이었어. 시우. 다음에도 또 함께 하자고.”
“네. 감독님.”
시우는 로건과도 포옹을 했다.
“시우. 넌 정말 대단해. 한국 가서도 꼭 연락하라고.”
“로건 따라가려면 멀었죠.”
맥과이어 감독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는 로건과 시우를 떨어뜨려 놓았다.
“워워~ 작별 인사는 잠시 넣어 두라고. 토요일에 다 같이 마지막 파티를 하기로 한 거 잊었어? 둘 다 올 거지?”
“당연히 가야죠. 시우, 혹시 빠지는 건 아니겠지?”
“술은 못 마시지만 그래도 파티는 즐길 수 있어요~”
며칠 후-
일요일.
시우를 따라 파티에 참석한 케빈은 초코 과자를 입에 넣고 씹으며, 시우의 위치를 살피고 있었다.
시우는 접시를 들고 에이미와 함께 음식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러던 때-
케빈의 뒤쪽에서 한 남자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겠어. 크리스. 영화 한 편 무사히 끝냈네. 나는 캐스팅부터가 힘들다.”
“왜. 맘에 드는 배우가 없어?”
“춤 잘 추면서 연기까지 잘하는 배우가 없어.”
“엄살은. 잘 찾아보면 있을 텐데?”
“아니 아니. 그냥 잘하는 애들은 있는데…… 끝내주게 잘 추고, 연기도 끝내주게 잘하는 내 맘에 쏙 들어오는 애들이 없다고.”
케빈은 초코 과자를 꿀꺽 삼키고, 무알콜 샴페인을 한 손에 든 채로 스스슥 맥과이어 감독과 다른 한 감독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소로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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