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197)
197. 귀국
“자동차?”
“응, 정확한 건 아니고~ 아까 배급사 임원분들이 마튜 홍보 영상 대결 우승 상품에 대해 얘기 나누시는 거 얼핏 들었어.”
에이미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들만 정확히 골라 접시에 담으면서 시우에게 말했다.
시우는 에이미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이 역시 마카롱과 에클레어, 케이크 등을 접시에 산처럼 쌓아 올린 뒤 입을 열었다.
“난 면허도 없는데.”
“면허야 따면 되지. 나중에 여자친구랑 드라이브 가~”
“여자친구도 없어.”
자리로 돌아가던 에이미는 조금 짓궂은 미소를 띠고 물었다.
“진짜 없어? 비밀 지켜 줄 테니까 솔직히 털어놔 봐.”
“응. 없어.”
“음~ 혹시 연애해 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
“글쎄.”
현생은 아니지만, 전생에는 해 봤거든.
시우는 에이미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싱긋 웃어 주곤, 에클레어를 입안에 집어넣었다.
자신의 이름을 닮은 슈 페이스트리에 크림을 집어넣고 구운 후, 초콜릿을 덧입힌 디저트였다.
시우는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달콤한 맛을 음미했다.
‘바삭하게 잘 구워졌군. 속의 크림도 겉돌지 않고.’
다음은 음료-
‘이건 천연 바닐라빈 수제 시럽인가? 음, 맛은 쏘쏘하네.’
다시 빵-
‘음료보다는 빵이 맛있네. 자연 발효시킨 숙성 빵을 전통 오븐 방식으로 구워 냈군. 좋아. 오늘 파티의 목표는 빵을 초토화시…….’
상큼한 레몬 에클레어를 먹기 위해 입을 벌리는 시우와 그런 시우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 에이미의 눈이 마주쳤다.
“……왜?”
“아니. 진짜 맛있게 먹는 거 같아서.”
“난 맛있는 것만 맛있게 먹어. 음료는 별로야.”
“그, 그래?”
그녀는 시우가 행복한 얼굴로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고 시우가 추천하는 빵을 한입 깨물었다.
‘너무 맛있다아~!’
시우와 에이미가 디저트 앞에서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때, 케빈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너 밥은 먹고 디저트 먹는 거냐?”
시우는 입술에 초콜릿을 묻힌 채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응. 먹었어.”
“뭐 먹었는데?”
“피자.”
맥과이어 감독의 친구라는 영화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온 케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몸이 그렇게 좋은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
집에서 샤워하고 나올 때마다 보는 잔근육이 가득한 시우의 몸을 떠올리며 케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운동도 별로 안 하는 거 같은데…….
혹시 방에서 혼자 춤으로 운동하나?
‘그 복근하며…… 흠, 뭐 어쨌든…….’
“시우야. 내가 저쪽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나 들었거든. 지금 얘기할까? 아니면, 사람 많으니까 이따 집에 가서 얘기할까.”
시우는 먹던 타르트를 테이블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은 채로 말했다.
“형도 앉아. 내가 형 먹을 것도 챙겨 놨거든. 먹으면서 얘기하자.”
케빈이 시우의 옆에 앉으려는 찰나, 파티장 인파가 쫙 갈라지며 시우 일행의 앞쪽에 길이 만들어졌다.
명품 정장을 입은 중년 남자가 자신의 직원들과 함께 시우 쪽으로 걸어왔다.
이번 영화의 배급사인 코스모스 픽처스의 대표 러셀 녹스였다.
“시우!”
시우와 케빈, 에이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러셀은 시우에게 악수를 청했다.
“연기를 너무 잘했다고 아주 칭찬이 자자하던데. 빨리 완성된 영상으로 감상하고 싶네요.”
“주위 분들께 도움받아 가면서 열심히 했어요.”
시우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맥과이어 감독을 완전히 팬으로 만들어 버렸던데요. 그리고 마튜 홍보 영상의 파급력도 정말 굉장했고…… 시우, 앞으로도 또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들이 죽어라 마케팅 전략을 짜고 돈을 퍼부은 것보다, 시우가 마튜에서 도미노 쓰러뜨리고 피아노 한 번 친 게 효과가 훨씬 컸다.
시우의 영향력을 직접 겪은 러셀은 [아역 시절 할리와트로 정점 찍고, 이제는 내려올 일만 남은 아시아의 배우>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아마 이번 영화의 개봉과 동시에 그 평가는 극적으로 뒤집힐 거야.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이 아이는 계속 올라간다.’
러셀이 시우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시우의 맞은편에 앉을 때.
시우를 찾아온 또 다른 손님이 나타났다.
“오, 먼저 와 계셨네요?”
제작사 뉴 노멀 시네마의 대표 트래비스였다.
북적북적-
잠시 후, 시우를 중심으로 맥과이어 감독, 주연 배우들, 그리고 제작사와 배급사의 대표들까지 한데 모여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시우랑 디저트를 먹다가 엉겁결에 중심에 서 있게 된 에이미는 정말 신기하다는 듯이 옆에 있는 시우의 얼굴을 흘끗흘끗 쳐다봤다.
‘촬영 현장에서도 그렇고…… 시우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어. 어린데도 대단하다.’
* * *
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시우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서 냄비를 꺼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케빈은 파티에서 그렇게 먹고, 또 요리할 준비를 하고 있는 시우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물었다.
“뭐 해?”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시우는 약간 지쳤는지 힘없이 대답했다.
“……김치찌개 끓여.”
케빈은 시우가 굉장히 똑똑한 거 같으면서도 가끔 굉장히 허당이라는 생각을 하며 혀를 찼다.
“단 거 계속 먹더라니. 너 그렇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아.”
“괜찮아. 몸에 안 좋은 건 다 배출하면 되니까.”
“……뭔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시우는 김치를 꺼내 냄비에 집어넣고, 김치 국물을 쪼르르 냄비에 부었다.
케빈은 그 사이 손을 씻고, 방에서 대본 몇 권을 들고 나왔다.
“아까 파티에서 못한 얘기를 좀 나눠 볼까?”
“뭔데?”
“차기작 얘기야.”
시우는 짐짓 입을 한껏 벌리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며칠 전에 영화 촬영 끝났는데, 바로 차기작 얘기를 하자고?”
“누가 지금 찍으래. 어차피 촬영은 쉬다 들어갈 거고. 그전에 괜찮은 작품 있는지 놓치지 않게 체크는 해야 할 거 아냐.”
시우는 김치 한 조각을 입에 쏙 집어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예전에 이모부가 가져다준 대본들 중에 로코 괜찮은 거 있었잖아.”
“그래. 일단 그것도 있지. 그런데 대본이 앞부분밖에 안 나온 데다 작가가 전작이 없어서…….”
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약간 위험하네.”
드라마 작가가 전작이 없다는 건, 굉장히 큰 불안 요소였다.
요즘은 OTT 등의 영향으로 방송 트렌드가 바뀌어 짧은 드라마도 곧잘 나오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최소한 10부작이었다.
작가가 집필하다 멘붕이 오면 배우들이 아무리 열연을 펼쳐도 드라마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케빈은 앞에 놓인 대본의 겉표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그곳에는 [극본 : 윤태희>라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스무 살 되고 첫 작품이야. 신중하게 잘 골라야 돼.”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케빈에게 시우가 부담 갖지 말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나도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 볼 테니까 너무 혼자 고민하지 마. 형.”
“그래. 아, 시우야. 혹시 댄스 영화는 관심 없어?”
“댄스 영화?”
“오늘 파티에 초대받아 오신 감독님이 계셨는데, 뉴 노멀 시네마에서 제작 진행한다고 하더라. 일단 내가 정보를 얻어왔는데 현재 영상 오디션을 수시로 보고 계시다고 하니까…… 혹시 네가 할 마음 있으면 춤 촬영해서 보내면 될 거 같거든.”
최근 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하나같이 부진한 성적들을 거둔 채 쓸쓸히 퇴장했다.
마튜 등의 영향으로 화려한 댄스 영상들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춤꾼 스트리머들이 컨셉이나 간단한 스토리까지 짜서 합동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도 잦아 사실상 댄스 영화가 흥행을 거두기 녹록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고 말았다.
케빈도 흥행 면에서는 썩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함께 지내면서 자신을 수도 없이 놀라게 만든 시우의 다재다능함을 살려,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다양한 장르의 필모그래피를 쌓아, 다른 배우들이 쉽사리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시우를 올려놓고픈 마음이 존재했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배우의 가치 역시, 다른 배우로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갈린다고 케빈은 생각했다.
윤시우라는 배우를, 세계의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시우라면 가능해.’
케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는 시우를 바라보며 눈을 이글이글 불태웠다.
‘……심지어 시우는 김치찌개까지 잘 끓인다고. 우리 엄마보다 더.’
케빈은 피식 웃고, 시우에게 말했다.
“형은 최대한 많은 길을 네 앞에 보여 주기 위해 노력할 거야. 그게 내 일이니까. 어느 길로 갈지는 네가 결정하면 돼. 댄스 영화도 좋고. 로코도 좋지. 내가 괜찮은 작품 목록 새롭게 다시 업데이트해서 보내 줄 테니까 천천히 살펴봐.”
시우는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가득한 케빈을 보며, 왠지 친형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입을 열어 물었다.
“알았어. 고마워. 형도 김치찌개 먹을래?”
“돼지고기야, 스팸이야?”
“스팸.”
“먹을게.”
……이 형이 나한테 먹을 걸로 잔소리할 입장인가 하고 시우는 미소를 지었다.
* * *
12월-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우는 소속사에서 준비해 준 차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집 앞에서 시우는 케빈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형. 미국에서 고생 많았어. 집에 가서 푹 쉬어.”
“그래. 너도. 조심해서 올라가라.”
시우는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깜짝 놀라게 해 주기 위해 가족들에게는 3일 후에 온다고 이야기를 해 둔 상태였다.
반가워할 엄마의 얼굴을 상상하며 시우는 현관 도어록을 열었다.
조용-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이상하게도 마중을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기척을 살핀 시우는, 이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들 외출을 했는지 집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복실이와 네로뿐이었다.
‘……내 방에 있네? 으휴, 이 녀석들. 내가 없어도 내 방에서 노나 보네. 근데 왜 안 달려오지? 자나?’
시우는 웃는 얼굴로 살금살금 자신의 방으로 갔다.
열려 있는 문 사이로 얼굴을 쓱 밀어 넣자, 자신의 방 한 가운데서 사이좋게 머리를 맞대고 있는 복실이, 네로, 플렉스가 보였다.
‘……뭐 하는 거야?’
복실이와 네로는 뭔가에 홀린 듯이 한 곳을 응시하며, 고개를 좌우로 정신없이 흔들고 있었다.
밑에는 시윤이의 태블릿이 놓여 있었고-
태블릿 화면 속에서는 두더지들이 미친 듯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팟-! 파팟-! 파파파파팟!
복실이와 네로는 이성을 잃은 채, 앞발로 두더지를 터치하는 중이었다.
“…….”
시우가 온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 플렉스는 슥 얼굴을 돌려 시우를 한 차례 본 뒤, 꼬리를 마구 흔들며 복실이와 네로에게 외쳤다.
[멍멍! 냐아아아! 빨간 모자 쓴 두더지 등장!! 세 번 때려!!]0.1초를 다투는 급박한 상황-
네로의 앞발이 전광석화처럼 날아갔다.
파파팍!
[오케이! 세계 랭킹 10위 진입 페이스! 왈왈! 왼쪽 아래!!]네로가 커버하지 못하는 태블릿 하단 화면을 향해 복실이는 양 앞발을 넙죽 절을 하듯 뻗었다.
꾸욱!
[모어 앤 모어~! 두더지가 버틴다!]꾸우우우욱!
복실이는 헥헥 혓바닥을 내밀고 두더지의 머리를 더 세게 눌렀다.
파아앗!
두더지가 사라지고, 점수가 쭈욱 올라가는 걸 본 플렉스는 잠깐의 여유를 틈타 시우에게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매우 중요한 순간- 복실이와 네로가 자신들의 한계에 도전 중-]……시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답장을 보냈다.
[두더지 잡기 게임이? 애들 눈 나빠지면 어쩌려고 그래?] [시력 검사 정기적으로 행한 결과, 최상위 0.01%임.] [열심히 해라…….]시우는 게임에 몰입해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있는 애들을 뒤로 하고, 한숨과 함께 방을 떠났다.
현관 앞에 놓아둔 캐리어를 가지러 간 그 순간-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현관 바깥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삑-!
덜컥!
문이 열리고 시윤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 와.”
함께 온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앞으로 고개를 돌린 시윤의 눈에, 조용히 서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미국에 있어야 할 형의 모습이 보였다.
“으아악!!”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소스라치게 놀라는 시윤의 등 뒤에서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시윤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