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02)
202.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우의 첫 번째 일정은, 가족 여행이었다.
시윤의 봄 방학을 맞아 외가가 있는 제주도를 방문한 시우는 외할머니가 구워 주신 제주 흑돼지로 배를 채운 후, 외할아버지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시우야! 이리 오렴! 이제부터 이 할아버지가 너에게 운전을 가르쳐 줄 거야. 네 엄마한테 들었는데 면허 땄다면서?”
“……네. 이벤트 상품으로 어쩌다 차를 받게 돼서 일찍 땄어요.”
“그래. 그럼 이제 도로 주행 배워야지. 한번 나가 보자. 꼼꼼하게 가르쳐 줄게. 이 할아버지가 드라이버야. 드라이버.”
시우의 외할아버지 준식은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오랜만에 손주들 얼굴을 봐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얼마 전 아내에게 유라시아 바이크 횡단을 허락받은 일이 컸다.
작년 가을에 출발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이후 준식이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보다 못한 시우의 외할머니 여정이 철저한 안전 수칙들을 내세우며 조건부로 동의를 해 준 것이다.
준식은 생애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유롭게 바이크를 실컷 탄 뒤, 돌아와서는 바이크를 팔고 죽는 날까지 아내만 챙기며 살 생각이었다.
“네. 할아버지 운전 잘하시잖아요.”
시우의 말에 어깨가 으쓱해진 준식은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처럼 말을 더 늘어놓았다.
“그럼~ 할아버지 요즘도 동호회에서 가끔 차 몰고 그래. 여기 제주도 젊은 애들이 코너링 배우러 온다고. 한때는 이 할아버지가 다운힐 스페셜리스트였는데…….”
“……하하하.”
진짜인지 허세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시우는 그냥 믿어 드리기로 했다.
“저쪽에 가면 한적한 해안 도로 있어. 그쪽으로 가자. 할아버지 차가 수동 기어라 운전하기 쉽지 않겠지만…… 후훗. 운전대 잡고 시동 한번 걸어 봐. 시우야.”
시우는 할아버지 차에 몸을 싣고, 시동을 걸었다.
얼마 후-
차는 스무스하게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준식은 예상 외로 뛰어난 시우의 드라이빙 스킬에 약간 당황해, 말을 더듬었다.
“잘, 잘하네.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긴 한데…… 이 정도면 초보치고 굉장히 잘하는 편이야. 우리 시우가 이 할아버지를 닮아서 운전에 소질이 있는 모양인데?”
부우웅-!
시우는 다운힐 스페셜리스트라는 할아버지에게 장난을 치기 위해, 속도를 조금씩 끌어올렸다.
“……!”
눈이 동그랗게 커진 준식은 입을 꾹 다물고 슬그머니 팔걸이를 붙잡았다.
‘분명 초보 운전일 텐데 어떻게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달리지?’
시우는 왼발로 클러치를 밟고, 오른손으로 스틱을 현란하게 조작했다.
타타탓!
스틱을 쥐고 있는 시우의 팔 위로 파란 힘줄이 돋아났다.
부우웅-!
시우의 손놀림에 놀란 준식은 애써 웃는 얼굴로 물었다.
“우, 우리 시우. 초보의 실력이 아닌데? 이, 이건 운전 백 년쯤은 해 본 실력인데? 하, 하하!”
시우는 외할아버지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VR 게임으로 배웠어요. 운전은 역시 수동이죠.”
“그, 그래? 네가 뭘 좀 아는구나…… 으헉!”
슈웅-!
시우는 코너링에 자신이 있다는 준식조차도 놀랄 만큼 마치 레이서처럼 와인딩을 했다.
시우의 어마무시한 드라이빙 실력을 완전히 깨달은 준식은, 잠시 시우의 옆얼굴을 흘끗 바라보다 너무 잘난 손주를 놀라게 만들기 위해 눈을 감고 머리를 옆으로 축 늘어뜨렸다.
시우는 드라이빙을 즐기는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 드리기 위해 실력을 뽐내다, 조수석에서 축 늘어져 있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진심 소스라치게 놀랐다.
“할, 할아버지? 할아버지-!!”
시우는 당황한 나머지 회복 마법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그 순간, 할아버지가 눈을 번쩍 뜨고 시우에게 소리를 질렀다.
“와악! 하하하!”
“…….”
“시우야, 놀랐지? 아…… 아니, 할아버지가 그냥 장난 친 건데…….”
준식은 울상을 짓고 잇는 시우의 볼을 거친 손으로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시우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 외쳤다.
“놀랐잖아요!”
준식은 크게 웃고는, 앞으로 차 생기면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하라며 시우의 뺨을 꼬집었다.
자신은 속도를 즐기지만 손주는 무조건 안전하기를 바라는 할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시우는 할아버지의 말대로 속도를 조금 늦추고 느긋하게 할아버지와 드라이빙을 즐겼다.
제주도의 겨울 햇살이 기분 좋게 차창을 통해 시우의 얼굴을 비춰 주고 있었다.
* * *
뉴 노멀 시네마 대표 트래비스는 멍한 눈빛으로 댄스 영상들을 계속 돌려 보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돈도 안 되는 댄스 영화를 괜히 맡겠다고 해서. 후우. 아니야. 아니야. 이러면 안 돼. 뻔한 상업 영화만 만들 거면 우리가 왜 뉴 노멀이겠어! 새로운 시도를…… 와, 얘는 춤 진짜 잘 추네. 연기가 엉망이라 문제지.”
트래비스는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러자 책상 위로 몇 가닥의 머리카락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트래비스는 아차 싶어 떨리는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
“쉿트…… 아까운 내 머리…… 아…….”
기분 탓인지 한결 가벼워진 머리를 손으로 정성스럽게 정돈한 트래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배회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흥행이 쉽지 않은 장르라고 해서, 손해를 감수하고 영화를 제작할 수는 없었다.
무슨 재벌도 아니고…….
비주류인 장르를 제작할 경우에는 시장에 통하게 만들기 위해, 배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세운 뉴 노멀 시네마의 철학이었다.
그래서 직원들도 정말 영화에 미친 영화광들만 뽑았는데…….
노력해도 답이 안 나오는 경우에는 정말로 곤란했다.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것과, 다 같이 망하자~ 는 분명히 다르지. 댄스 영화를 성공시키려면 정말 큰 화제를 모아 줄 킬러 콘텐츠가 필요해. 스토리나 연출은 본 사람들을 얼마나 만족시키느냐지, 영화를 안 볼 사람들을 보게 만들어 줄 수는 없어.”
스타, 스타가 필요하다.
스타가 되어 줄 주인공이 필요하다.
간절히.
아니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아는 사람들만 인정하는 비주류 웰메이드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럼 회사에 타격이 올 테고…….
계속해서 이런저런 영화들을 도전적으로 제작해 나갈 동력을 잃고 만다.
“울고 싶네. 배급사도 못 구하겠고. 진짜 엎어야 하나.”
트래비스는 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넥타이를 거칠게 한차례 더 뒤집어엎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하겠다고 했으면 해야지!
……하지만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하는 것도 대표로서의 책임 아닐까.
“으으, 얼어 죽을 무슨 댄스 영화야! 이건 아니야.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인 영화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어. 이래서 언제 메이저 제작사 되겠어. 그래. 다 그런 거지 뭐. 돈 되는 거나 만들자.”
잠시 큰소리로 웃어 젖힌 트래비스는, 자신의 사무실 의자에 앉더니 방금 내뱉은 말과 다르게 다시 자세를 고치고 댄스 오디션 영상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오기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트래비스는 문득 한 소년의 이름을 떠올리고 전화를 집어 들었다.
“난데. 시우 윤, 댄스 영상 아직도 안 왔어? ……안 왔다고? 그때 분명히 매니저가 되게 관심 보였는데 영상 보낼 주소까지 받아 가 놓고 왜 그 후로 소식이 없지?”
[다른 작품 하기로 한 거 아닐까요?]“그런가. 시우가 외모랑 이미지랑 연기력은 꿈에 그린 듯이 완벽한데, 혹시 감독한테 시우를 쓰고 춤만 대역 쓰는 건…… 알아. 나도 말이 안 된다는 거. 댄스 영화에 춤을 대역 쓰는 게 말이 돼? 내가 얼마나 힘들면 이런 말을 다 하겠어. 어쨌거나 시우 춤 영상 오면…… 바로 검토할 수 있게 보내 줘…… 하아…….”
빰빰빠빰 빰빠빠-!
“후우~! 뿌우~! 요즘 유행하는 미국 춤! 아메리칸 스톼일~ 후웁! 후웁!”
“이슨아. 그만해라. 보기 흉하다.”
익스트림 연습실은 오늘도 제이슨의 재롱으로 시끌벅적했다.
연습실 거울 앞에서 자신의 승모근을 감상하던 요한은 뒤편에서 엉덩이를 내밀고 쉐킷쉐킷 하고 있는 제이슨에게 좋게 경고를 날렸다.
“형, 왜? 이거 진짜 요즘 미국 SNS에서 유행이라니까.”
“누가 뭐랬냐? 그냥 하지 말라고. 보기가 안 좋다고.”
“쳇, 시우는 재밌어하던데.”
“시우가 착해서 그런 거지, 속으로는 네 엉덩이를 발로 차고 싶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발로 차면 내가 이렇게 놀란 듯이~ 입을 O 모양으로 벌리고 호우! 호우! 발끝은 마이클 잭슨처럼…….”
멤버들이 제이슨을 냉정하게 외면할 때, 연습실 문이 열리고 시우가 등장했다.
“형들~ 나 왔어.”
멤버들은 제이슨을 통제할 수 있는 시우의 등장에 격하게 환영 인사를 건넸다.
“왔어? 언제 오나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이슨이 형 좀 때려 주라. 자꾸 이상한 안무 우리한테 강요해.”
“시우~ 오늘 첫 연습이네. 속성으로 배워야 하니까 안 봐주고 스파르타로 가르칠 거야. 형 원망하지 마~”
리더 승우의 말에 시우는 일부러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승우는 시우의 표정에 마음이 약해져 헛기침과 함께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뭐, 엄청 엄하게 할 건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진 말고. 형이 동작 천천히 나노 단위로 알려줄게.”
“고마워, 형!”
“그래. 넌 머리도 좋고 운동 신경도 좋으니까 금방 될 거야. 우선 내가 간단하게 만들어 온 안무를 배우고, 네 실력에 따라 동작을 추가하든지 하자.”
“응.”
“중간에 너 혼자 솔로로 추는 부분은 네가 한번 짜 오겠다고 했잖아. 해 왔어?”
숙제 검사하는 과외 선생님처럼 묻는 승우에게 시우는 약간의 엄살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많이 부족하긴 한데 만들어 오긴 했어.”
“그래. 잘했어. 만들어 온 게 어디야.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준비해 온 거 보여 줘 봐. 형이 수정할 거 있으면 말해 줄게. 지금 바로 해 볼까?”
“응.”
“오케이. 이슨아.”
승우가 부르자 제이슨은 한달음에 달려가 음악을 틀었다.
곧이어 키치한 사운드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 무대에서 시우가 익스트림과 함께 부르기로 한 곡은, 익스트림의 역대 타이틀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귀에 잘 들어오는 밝은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이었다.
작년 하반기에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러 시상식에서 상을 휩쓴 곡으로, 작곡은 시우가 작사는 익스트림 막내 라인인 현수와 민호가 했다.
시우는 연습실 가운데 서서 몸을 풀었다.
음악은 계속 흐르고 흘러, 마침내 시우가 혼자 춤을 추기로 한 부분에 이르렀다.
얼굴을 든 시우는 익스트림 형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서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
익스트림 멤버들은 연습실 바닥에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뭐지 이건?
우리가 지금 뭘 본 거지?
리더답게 먼저 정신을 차린 승우가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 지금부터 시우 선생님께 춤을 배워 보도록 하자.”
다른 멤버들도 뒤늦게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럴까?”
“우리가 배워야 되는 거였네~”
“시우야, 뭐든 가르쳐 줘! 열심히 배울 테니까!”
시우의 진짜 실력을 본 멤버들은 놀람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시우에게 말했다.
시우는 놀란 형들을 좀 진정시켜 줄까 하고, 장난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럴까? 내가 가르쳐야 하나? 그럼~ 맞다.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 있는데 되게 웃겨. 엉덩이를 내밀고…….”
“아니, 그건 하지 마.”
승우와 요한은 시우의 어깨를 붙잡고, 단호하게 말렸다.
* * *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작년 한 해를 빛낸 가수와 배우들을 초대해 상을 주는 대중 연예 시상식이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유명 스타들도 종종 참석할 정도로 꽤 규모가 컸다.
시우는 아시아 전역으로 생중계되는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를 앞두고 대기실에서 익스트림 멤버들과 함께 메이크업과 의상을 체크하고 있었다.
“우리는 뒤 순서야. 와, 시상식에서 뒤 순서에 무대 하는 게 난 지금도 정말 실감이 안 나.”
현수는 제자리에서 몸을 풀며 기쁜 듯이 말했다.
제이슨은 그런 현수의 어깨 위에 팔을 두르고 웃었다.
“전부 시우 덕분이지. 그래서 난 오늘 무대가 너무 좋아. 시우랑 같이 무대할 일이 언제 또 있겠어. 안 그래?”
시우와 익스트림 멤버들은 서로 둥글게 모여 서서 으쌰으쌰 소리를 지른 뒤, 대기실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생방송을 지켜보며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렸다.
“이제 올라가 주세요!”
스태프가 들어와 외치자, 시우와 익스트림은 팬들의 환호가 가득한 무대로 향했다.
통로를 걸어가는 시우의 맞은편에서, 막 무대를 마치고 들어오는 MGS의 보이그룹 리빅 멤버들의 모습이 보였다.
익스트림이 선배였으나, 리빅 멤버들은 강렬한 경쟁의식이 서린 눈으로 슬쩍 고개만 까딱이며 익스트림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중, 그 속에 섞여 있는 시우를 발견한 리빅 멤버들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갸웃거렸다.
“배우가 무슨 춤까지…….”
그 소리가 긴장하고 있던 익스트림 멤버들의 귀에 들어가자, 다혈질인 요한이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그 순간, 시우의 손이 요한을 다시 앞으로 돌려세웠다.
“가자. 형. 가서 무대 뿌셔야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