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04)
204. 김씨네 닭갈비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 시상식이 열리기 하루 전-
시우와 익스트림 멤버들은 연습실에서 늦은 밤까지 편곡된 젠틀몬스터를 틀어 놓고 춤 연습을 했다.
강도 높은 연습은 새벽 1시 40분경에야 끝이 났다.
“우와, 겨울인데 땀 봐. 여기서 샤워하고 가야겠다. 숙소 가면 그냥 자고 싶어질 거 같아.”
막내 민호는 흠뻑 젖은 자신의 티셔츠를 벗어 어깨에 걸쳤다.
팀의 비공식 피트니스 트레이너인 요한만큼은 아니었으나, 민호도 몸이 꽤 좋았다.
제이슨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올~ 데뷔 때만 해도 우리 민호 중학생이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지?”
민호는 웃으며 대답했다.
“밥 잘 먹고 쑥쑥 컸어.”
제이슨은 민호와 연습실 바닥에 앉아 잡담을 나누다, 체력을 살짝 회복한 뒤 촐싹거리며 일어나 또 정체불명의 미국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호우~ 호우~ 엉덩이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이거 우리 내일 무대에서 하자! 분명히 반응 좋을 거야!”
연습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워 있던 리더 승우는 지치지 않는 제이슨의 에너지에 감탄하면서, 손을 내저었다.
“됐어. 여긴 한국이야. 그리고 그 춤 알아보는 분들도 별로 없을걸.”
“해외 팬분들은 알아보실 수도 있지~ 재밌어하실 텐데?”
“아니…… 저기…… 이슨아, 형은 하기가 싫어…… 얌전히 앉아서 좀 쉬면 안 될까?”
“하아, 그래. 이런 걸 한국어로 세대 차이라고 하는 거지?”
“두 살 차이 나면서 무슨…… 휴, 이 인간 알렉산더 같으니라고…….”
승우가 관심 없다는 듯이 돌아눕자 제이슨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만한 존재를 찾아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 지내다 온 시우가 휴대폰으로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시우야~ 그거 재밌어?”
시우는 휴대폰에 신경을 집중한 채 입을 열었다.
“재밌다기 보다…… 복실이랑 네로랑 대결하는 중이라…….”
“뭐라고?”
“응? 아, 아니야. 거의 끝났어.”
[YOU WIN>이라는 글자가 시우의 휴대폰 화면을 장식했다.인터넷 대결로 ‘복실&네로&플렉스’ 연합팀을 꺾어 준 시우는, 집에서 실망하고 있을 복실이와 네로를 떠올리며 혼자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귀여운 녀석들. 아직 멀었다.”
제이슨은 설마 시우가 복실&네로와 게임 대결을 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기에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 뒤 물었다.
“우리 이 춤 내일 추면 안 돼?”
시우는 뒤편에 있는 다른 멤버들의 표정을 봤다.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잡고 엉덩이를 좌우로 흔드는 제이슨의 몸짓을 본 멤버들은 썩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시우는 끈질기게 조르는 제이슨과 고통스러워하는 멤버들을 위해 절충안을 내놓았다.
“하아, 그럼…… 형들. 이런 건 어때? 춤은 젠틀몬스터에 어울리게 내가 좀 덜 민망한 방향으로 고쳐 줄게. 그리고…….”
시우의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스쳤다.
“벌칙 게임해 볼까? 우리 여섯 명 중에서 두 명은…… 내일 노래 끝날 때 최대한 귀엽게 이거 추는 걸로?”
누워 있던 승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명? 일단 제이슨은 무조건 넣고. 나머지 한 명만 뽑으면 되는 거야?”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이 춤을 못 추게 하는 게 제이슨 형한테는 벌칙이잖아. 얼마나 괴롭겠어.”
다른 멤버들이 신나게 무대에서 그 춤을 춘다.
정작 제이슨은 그 광경을 뒤에서 바라만 본다.
……승우는 허옇게 질린 제이슨의 얼굴을 발견하고, 씩 웃었다.
“우리 시우…… 가끔 악마 된다니까.”
멤버들은 모두 ‘나만 아니면 된다는’ 짧고 안일한 생각과 함께 일제히 초등학생 같은 미소를 지었다.
* * *
김씨네 닭갈비는 근처에 있는 기획사 연습생들에게 꽤 유명한 숨은 맛집이었다.
평소 MGS나 갓 엔터 연습생들이 자주 찾는 장소였고, 이곳에서 양대 기획사 연습생들은 은근히 자존심 싸움을 벌이거나 혹은 사이좋게 정보 교류를 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여하튼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냈다.
MGS와 갓 엔터가 배출한 스타보다, 김씨네 닭갈비를 거쳐 간 스타가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근의 연습생들이 한 번쯤은 꼭 거쳐 가는 닭갈비의 성지였다.
조금 이른 저녁 시간.
지호는 김씨네 닭갈비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지호 왔네?”
TV를 보고 있던 주인아저씨가 반갑게 지호를 맞아 주었다.
“네. 삼촌. 점심을 못 먹어서 다 같이 왔어요.”
지호의 뒤를 쫓아 슈 엔터 연습생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2월 월말 평가를 앞두고 자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연습을 거듭하고 있는 터라, 연습생들의 얼굴은 다들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매력이 넘치는 슈 엔터 연습생들을 보고, 주인아저씨는 속으로 껄껄 웃었다.
‘여러 회사 애들 오래 봤지만, 슈 엔터 연습생 애들이 확실히 매력이 있어. 다들 예의도 바르고.’
그런 아이들만 뽑는 건지, 아니면 회사 교육 방침이 그런 건지, 남자애들끼리 우르르 모여 편하게 밥을 먹을 때도 비속어 한 번 들리는 경우가 없었다.
그리고 밥 먹고 나면 또 얼마나 예쁘게 정리를 해 놓고 가는지…….
‘크으~ 이런 애들이 잘돼야지. 오늘도 푸짐하게 먹여야겠네.’
“얘들아, 뭐 먹을…… 어이쿠. 하, 하이~”
테이블에 앉는 슈 엔터 연습생들 속에서 외국인 소년을 발견한 주인아저씨는 어색한 손짓으로 인사를 건넸다.
“하이!”
셰인은 연습생 친구들이 존경의 의미를 담아 ‘닭갈비 마스터’라고 부르는 남자를 향해 한국식으로 머리를 꾸벅 숙였다.
“치킨 갈비…… 마스터~?”
“어, 그, 그래. 아임 치킨 갈비 마스터! 앤드 아임 스파이시 마스터! 알 유 옼케이?”
“……오케이!!”
결연한 얼굴로 외치는 갈색 머리 소년의 모습에 주인아저씨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귀엽네. 그럼 주문받겠습니다.”
지호가 대표로 주문을 했다.
“저쪽 테이블은 사천마라 닭갈비 3인분 주시고, 이쪽 테이블은…… 이 친구가 미국에서 왔는데 닭갈비 처음 먹거든요. 그래서 안 매운 걸로 허니간장 닭갈비 치즈 추가해서 3인분 부탁드릴게요~”
“그래. 맛있게 해 줄게. 5인분 같은 3인분 어떠니?”
슈 엔터 연습생들이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주문을 마친 연습생들은 가게 벽면에 설치된 대형 TV로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어?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네?”
“좀 있으면 윤시우 선배님하고 익스트림 선배님들 나오실 차례인데? 삼촌~ 이거 뒤로 좀 돌려도 돼요?”
조리를 하러 들어가던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대답했다.
“너희 보고 싶은 거 봐~ 시우 춤 진짜 잘 추더라. 와이프랑 영상을 몇 번 돌려 봤어. 우리 시우 보고 싶은데 요즘은 닭갈비 먹으러 안 오네.”
초등학생 때부터 단골인 시우가 맛에 대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준 덕분에, 자신은 닭갈비 마스터로 거듭날 수 있었다.
언제나 시우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현재는 욕심부리지 않고 맛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기획사 연습생들과 직원들을 주 고객으로 삼아 소소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그였다.
닭갈비 마스터가 주방으로 떠나고, 얼마 뒤 홀에는 익스트림의 젠틀몬스터가 울려 퍼졌다.
“와, 노래 정말 좋지 않냐?”
“나중에 데뷔해서 노래 받았는데 이런 퀄리티면 행복해서 기절할지도.”
“이것도 슈크림 작곡가님이 만드신 거지?”
“응. 진짜 대단한 거 같아. 만드는 곡들마다 이 세상 퀄리티가 아냐. 안 그래?”
연습생들의 대화가 지호에게 넘어왔다.
그렇지 않냐는 듯이 묻는 연습생에게 지호는 묘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슈크림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여전히 극소수였다.
나중에 때가 되면 알아서 오픈할 테니, 자신은 말을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고 지호는 생각했다.
연습생들은 슈크림이 윤시우라는 걸 꿈에도 모른 채, 계속 슈크림 찬양을 늘어놓고 있었다.
“예전에 익스트림 현수 선배님께서 방송 나오셨을 때 슈크림 작곡가님 잠깐 언급하셨는데, 그 작곡가님이 그러셨대. 독창성이란 건 정말 중요하지만 목적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고.”
“오~ 뭔가 되게 좋은 말 같다.”
“그치? 우리도 그렇잖아. 춤을 무조건 독창적으로만 추라고 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 댄스 다 할 수 있잖아. 근데 목적성을 잃으면 그건 이미 춤이 아니라 몸부림일 뿐이지.”
지호는 내심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시우가 일할 때는 진지하다니까.’
친구 자랑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입이 무거운 지호였다.
하지만…….
근질근질-
지호는 손가락으로 TV를 가리켰다.
“저, 저런 게 바로…… 목적성을 만족시키는 독창성 아닐까? 저 춤 봐.”
연습생들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TV에서는 시우의 독무가 시작되고 있었다.
연습생들은 감탄했다.
춤에 약점이 있는 셰인은 특히 더 놀란 얼굴로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체고……! 나, 나도 춤…… 연습…… 시우…….”
지호가 물었다.
“셰인도 춤 잘 추고 싶다고?”
셰인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호는 대견해하며 말했다.
“그래. 계속 연습하자.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도…….”
지호의 눈이 TV로 향했다.
자신의 친구가 너무 멋진 모습으로 무대 위를 자유롭게 누비고 있었다.
“……우리도 선배님들처럼 멋지게 데뷔하자.”
지호의 말에, 테이블 위에서 말소리가 뚝 끊겼다.
슈 엔터 연습생들은 각자 각오를 다지며, 반드시 슈 엔터에서 데뷔해 윤시우 선배님과 익스트림 선배님들처럼 팬들에게 소중하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간절하게 생각했다.
닭갈비를 들고 오던 주인아저씨는 홀린 듯이 TV만 보고 있는 여섯 아이들 앞에 음식을 놓아 주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손님이 없는 시간이라 아이들의 대화가 키친까지 다 들렸는데,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픈 마음이 드는 아이들이었다.
“많이 먹어라.”
“네! 감사합니다!”
연습생들은 닭갈비가 익길 기다리며, 계속 시우의 춤을 감상했다.
그리고 멋지게 무대가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젠틀몬스터의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객석에 있는 연예인들의 놀란 표정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소년과 소녀가 다시 만나 마음을 연다는 내용으로 끝나는 원곡 이야기에서, 좀 더 나아가 소년과 소녀가 함께 춤을 추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뽑기에서 걸린 시우가 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며 무대 앞으로 나섰고, 엉덩이춤이 너무 추고 싶었던 제이슨을 꺾고 영광의 자리를 차지한 막내 민호가 그 뒤를 이어 시뻘게진 얼굴로 걸어 나왔다.
시우와 민호는 눈을 맞춘 뒤, 음악에 몸을 싣고 같이 유치원생 아이들처럼 엉덩이춤을 추기 시작했다.
시우가 젠틀몬스터의 귀여운 느낌을 살리는 방향으로 안무를 손 본 덕인지, 객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소리를 지르는 여성 스타들이 화면에 계속해서 잡혔고, 몇몇 남자 아이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따라 추기도 했다.
다양한 매력으로 팬들을 기쁘게 만들고 있는 시우와 민호였다.
– 윤시우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
– 춤 너무 잘춘다!!! 노래도 잘하는데 춤도 잘추고 진짜 아이돌 겸업해야 하는 거 아님? 안하면 재능 낭비 ㅠㅠ
– 파란 머리 시우…… 심장 멈춰 죽을뻔…….
– 소화하기 쉽지 않은 머린데 시우한테는 다 찰떡이네 ㅜㅜ 너무 잘 어울려서 할 말을 잃었다…….
– 춤선 대체 무엇 ㅜㅜㅜㅜ
– 언니랑 같이 보고 있었는데 파란 눈으로 카메라 쳐다볼 때 저랑 언니랑 다 휴대폰 들었어요…… 119 부르려고 ㅋㅋㅋㅋ 지금도 심장이 아프다 우와…….
– 익스트림 여섯 번째 멤버로 가끔 이렇게 무대 해 주면 너무 좋겠다!!
– 시우 ㅠㅠ
–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 간 사람들 다 너무 부럽다 부러워부러워부러워
– 연기할 때랑 이미지가 또 다른 모습이네?!
– ㅇㅈ 영상 100번 돌려 보고 있어요 진심으루다가
* * *
미국 LA.
제작사 뉴 노멀 시네마 대표 트래비스는 캐스팅 디렉터와 감독 등을 포함한 영화 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영상은 다들 보셨겠죠? 시우 윤을 주연으로 캐스팅하는 것을, 정식으로 제의하는 바입니다.”
조용-
트래비스는 모두의 얼굴을 한차례 둘러본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반대하시는 분, 계십니까?”
그때, 누군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