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08)
208. 윤시우 찬스
시우의 연기에 첫눈에 반하듯이 마음을 빼앗겨 버린 밥 감독은, 미팅 내내 매우 열정적이었다.
미국에서 회의를 할 때와는 전혀 달랐다.
시우 윤 섭외 임무를 받고 온 뉴 노멀 시네마 직원들은 자신들을 대신해 시우를 열심히 설득하는 밥 감독을 보며, 조용히 옆에서 응원을 보냈다.
“……그러니까 꼭 함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밥 감독과 3시간 가까이 긴 대화를 나눈 태우와 시우는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태우가 대표로 말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바비 헨드릭스 일행이 숙소로 돌아간 뒤, 태우는 긴장이 풀렸는지 사무실 소파에 등을 묻었다.
“이런 미팅이 몸으로 하는 일보다 더 지쳐. 시우야, 직접 대화 나눠 보니까 어때?”
시우는 속으로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상태였으나, 그래도 태우에게 한차례 되물었다.
“이모부 생각은 어떠세요?”
태우는 말없이 사무실 천장을 바라보다 이내 소파에 파묻고 있던 몸을 바로 세우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사실 이모부는…… 이번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중립을 지키고 싶거든…….”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말을 하자면, 내 생각에는 촬영 기간도 짧고 타이트하게 가져갈 예정이라고 하니까…… 경험을 위해서라도 도전해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이모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이라는 걸 확인한 시우가 옅은 미소를 띠고 말했다.
“이모부는 은근히 로코 쪽을 추천하시는 느낌이었는데…….”
“로코는…… 다음에 해도 돼. 아직 스무 살이니까 시간 많잖아. 대본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배우가 혼자 모든 작품을 안고 갈 수는 없어. 선택을 해야지. 그리고 결정을 내렸다면,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쿨하게 보내 줄 줄도 알아야 하는 거고.”
“네. 그래도 아쉽긴 해요. 그 로코 대본 정말 좋았는데.”
“그래. 나도 아쉽다. 그렇지만 앞으로 이런 경우들이 수도 없이 많을 거야. 아쉬움은 접어 두고, 우리가 해야 할 작품에 집중하자.”
“네. 그런데…….”
“응?”
“그 로코, 승현이 형 이미지랑도 꽤 잘 어울리지 않아요?”
“승현이?”
“요즘 형네 회사에서 괜찮은 로코 찾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 대본 아마 승현이 형한테도 갔을 테니까, 어쩌면 형이 저보다 훨씬 잘 어울리는 주인공이 될지도 모르죠. 대본 보면 분명히 끌릴 거예요.”
‘……아니야. 시우야. 그 대본은 아직까지 너한테만 왔어.’
태우는 비밀이었기에 속으로만 말을 뱉었다.
‘음, 잠깐만…… 그런데 승현이네 회사에서 로코 찾고 있다고? 하긴 승현이가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로 연기 변신한 이후로 계속 강한 역할만 맡고 있으니까…… 음, 으음, 으으음?’
태우는 생각했다.
그래. 배우가 작품을 보내 줄 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작품도 배우를 보내 줄 줄 알아야 한다.
‘작품은 좋아. 퀄리티를 믿고 다른 배우들에게 대본 보내자. 선택해 주는 배우가 있을 거야.’
시우도, 아내 희주도 모두 잘되길 진심으로 바라면서 태우는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았다.
“시우야, 오늘 고생했다. 이모부가 코코아 타 줄까?”
“네~”
“케빈은?”
케빈은 코코아에 넣을 마시멜로를 들고, 이미 태우의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시우는 그런 케빈을 보고 놀리듯이 입을 열었다.
“형, 단 거 너무 좋아하는 거 아냐?”
“너랑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거잖아.”
“그랬나?”
“댄스 영화 찍으려면 몸 좀 더 만들어야겠다. 시윤이 다니는 체육관 체계적이고 좋던데, 거기서 운동해. 아뇨, 대표님. 좀 더.”
태우는 닫으려던 마시멜로 봉지를 다시 열고, 케빈의 코코아에 마시멜로를 더 쏟아 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흔들며 케빈에게 말했다.
“단 거 적당히 먹고 너도 시우랑 같이 운동해라.”
* * *
4월.
추위가 사라지고 꽃이 피기 시작하는 따뜻한 봄이 왔다.
길에서 사고로 엄마를 잃고, 하늘로 떠난 엄마 품에서 낑낑대던 꼬물이 3형제가 익스트림과 가족이 된 지도 벌써 2년이었다.
애니멀 클럽 담당 PD는 오늘도 즐거운 얼굴로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주말 예능의 최강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게다가…….
오늘은 윤시우 찬스를 쓰는 날!
여러 연예인들이 다양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었지만, 화제의 중심은 언제나 익스트림 편이었다.
진짜 비글보다 더 비글미가 넘치는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
도미노 발차기로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른 알렉산더.
가끔 등장하지만 확실한 씬스틸러인 복실이와 네로, 시윤과 시아.
그리고 슈 엔터 패밀리인 시우와 은주.
익스트림이 컴백 활동을 하느라 촬영 시간이 부족할 때도, 수많은 강력한 캐릭터들이 프로그램의 텐션을 계속 끌어올려 주었다.
그중에서도 출연만 하면 시청률이 수직 상승하는 화제성 압도적 1위의 주인공은 단연 윤시우였다.
시우느님 오시는 날은 별 이벤트 없이 가만히 쉬기만 해도, 예능은 영화가 된다.
카메라에 시우느님 얼굴을 잡기만 해도 예능 영상에 예술성을 입힐 수가 있다.
담당 PD는 스태프들과 함께 기대하는 눈빛으로 시우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시우는 청바지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하얀색 티셔츠 차림으로, 익스트림 숙소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담당 PD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시우는 스태프들과 인사를 나누고, 숙소로 들어갔다.
“하아…….”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거실은 강아지 장난감들로 난장판이었다.
‘……강아지들 집에 익스트림이 세 들어 사는 느낌이네.’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시우는 능숙한 손길로 장난감들을 정리했다.
그때, 수건을 머리에 두른 현수가 욕실에서 나왔다.
현수의 이마 위로 붉은 핏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시우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현수가 수건으로 얼굴을 슥 닦으며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어제 머리 빨갛게 염색해서 그래. 놀라지 마.”
“아…….”
“시우야, 형은 지금 늦어 가지고 이대로 빨리 나가 봐야 되거든? 민호랑 같이 꼬물이들 산책 부탁할게.”
“알았어. 노래 프로그램?”
“응, 익스트림 메인 보컬의 실력을 보여주고 오겠쓰~”
“잘하고 와.”
“애들 장난감 치우지 마. 놔둬. 놔둬. 어차피 또 이렇게 될 텐데 뭐 하러 치워.”
“……시윤이가 방 치우는 엄마한테 하는 말이랑 똑같네.”
“하하. 시윤이 보고 싶다. 시아도. 으악! 시간이…… 형 갈게!”
현수는 옷을 대충 걸치고, 불그스름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싼 채 그대로 집을 뛰쳐나갔다.
뒤이어 주방에서 설거지를 마친 막내 민호가 나타났다.
“왔어? 오늘은 너랑 나랑 둘만 있네.”
“그러게.”
“다들 개인 활동하러 나가고~ 외롭다. 외로워. 우리 오늘 뭐 할까?”
“…….”
조용-
시우는 오늘 방송 망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시윤이라도 데리고 올 걸 그랬나.
“현수 형이 산책 부탁한다고 했으니까 산책이나 가자.”
“그래.”
조용-
역시, 오늘 방송은 위험할지도.
담당 PD는 시우가 느끼는 위기감과는 별개로, 얼마 전에 숙소 근처에 생긴 멋진 공원에서 시우와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장면을 촬영할 생각에 들떠 있었다.
‘오늘은 느긋하게 힐링 분위기로 찍자~ 자연과 동물, 그리고 윤시우. 충분해.’
– 멍멍~
– 왈!
– 끼잉~ 끼잉~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는 오랜만에 만난 시우의 다리에 몸을 비비면서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이 녀석들, 여전히 아기라니까.’
크림색의 귀여운 강아지들은 많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우 앞에서 어리광을 있는 힘껏 부리고 있었다.
시우는 이식이와 삼식이의 리드줄을 잡고 공원으로 들어섰다.
민호도 일식이를 데리고 시우를 쫓았다.
작은 숲에 가까운 규모가 큰 공원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는데, 공간이 너무 넓다 보니 의외로 한적한 느낌이 들었다.
“시우야, 여기 처음 와 보지?”
“응. 좋다. 도시 속에 이런 공간이 있네. 잠깐 뛰어 볼까?”
시우가 달리기 시작하자 이식이와 삼식이도 신이 나서 짧은 다리를 마구 움직였다.
– 끼잉~!
일식이도 달리고 싶은지 민호의 다리 밑에서 폴짝폴짝 뛰며 민호를 졸랐다.
“알았어. 우리도 갈까?”
시우와 민호는 강아지들과 같이 달리기도 하고, 공 던지기도 하면서 모처럼 한가롭게 시간을 보냈다.
어느 순간부터는 촬영이라는 것도 잠시 잊었다.
담당 PD와 스태프들은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강아지들과 즐겁게 뛰어노는 시우와 민호의 모습에, 저절로 삼촌 미소와 이모 미소가 지어졌다.
솔직히 촬영장을 다니다 보면 인성이 별로인 스타들도 많이 만나게 되고, 또 일이 너무 힘들어 도저히 표정이 펴지지 않는 날들도 많은데, 이 친구들을 찍을 때는 정말 편안하게 웃을 수가 있었다.
고마운 일이었다.
강아지들과 한참을 놀아 준 시우와 민호가 잠깐 쉬기 위해 공원 벤치로 향했다.
“애들 체력이…….”
민호가 말했다.
“강아지나 사람이나 애들은 지치지 않아.”
시우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던져 주고, 메고 온 가방에서 물을 꺼내려는 찰나.
벤치 쪽에서 강아지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 깨갱!! 깨개갱!!
멈칫.
시우와 민호의 발이 멈췄다.
일식이, 이식이, 삼식이도 깜짝 놀랐는지, 그 작은 몸으로 시우와 민호를 보호하겠다는 듯이 급하게 경계 태세를 갖췄다.
머리를 위로 쭉 빼고 시우와 민호 앞을 막고 선 꼬물이 3형제의 모습이 무척 귀여웠다.
시우와 민호는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확인했다.
“헉……!”
민호의 입에서 헛바람이 터졌다.
포메라니안 네 마리가 한데 뒤엉켜 격렬하게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 크르르르르!!
– 왈왈왈왈-!!!
– 깨갱!!
그런데 자세히 보니 세 마리가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물어뜯고 있었다.
그 광경이 몹시 살벌해, 시우와 민호는 물론이고 스태프들조차도 놀라 당황할 정도였다.
“안 돼! 안 돼! 하지 마! 안 돼!”
포메들의 주인으로 보이는 모녀는 개들을 떼어 놓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썼다.
그러나 개들의 기세가 거의 거품을 무는 수준이라 쉽지가 않았다.
세 마리에게 몸과 다리를 물린 한 마리 포메라니안이 바닥에서 발버둥 치며 비명을 내질렀다.
선뜻 도우러 가기엔 개들의 성질이 너무 무서워 보여 사람들이 머뭇거리는 그때, 시우가 달려 나갔다.
담당 PD는 혹시라도 시우가 다칠까 봐 놀라 외쳤다.
“어, 어어어! 위험해!”
개들 사이로 뛰어든 시우는 재빠르게 공격당하고 있는 포메라니안의 앞을 다리로 살짝 가로막았다.
상처 입은 개를 자신의 뒤쪽에 두고, 으르렁 거리고 있는 세 마리의 개들과 마주 선 시우는 손바닥을 내보이며 단호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
“안 돼. 진정해.”
개들을 진정시킬 때는 목소리를 높여선 안 된다.
세 마리 개들은 시우의 다리 뒤에 숨은 개를 계속 노려보며, 달려들 틈을 살폈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윤시우잖아.”
“윤시우야?”
“윤시우 맞아. 저기 방송 카메라 있어.”
“시우가 여기서 왜 나와?”
시우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가만히 서서 굳은 표정으로 세 마리의 개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수군대던 사람들도 상황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말을 멈췄다.
– 크르르……!
– 으르르!!
– 왈왈-!!
개들이 계속 짖어 댔으나, 시우는 알고 있었다.
‘이 녀석들, 당황했군. 내가 무섭기도 할 테고.’
시우가 계속 미동도 없이 자신들을 내려다보자, 마침내 흰색 포메라니안이 한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다른 갈색 포메 두 마리도 따라 뒷걸음질을 쳤다.
‘하얀 녀석이 리더로군.’
상황이 조금 진정된 듯 보였는지 주인아주머니가 얼른 뛰어와, 공격당한 포메라니안을 서둘러 안아 들었다.
딸은 당황해 놓치고 만 세 마리 포메의 리드줄을 다시 잡았다.
세 마리의 포메들은 끌려가면서도 계속해서 엄마에게 안겨 있는 작은 포메를 죽일 듯이 쏘아보고 있었다.
흥분해 흰자가 보이는 세 마리 포메들의 눈과, 그와 반대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딸의 표정을 본 시우는 리더로 보이는 흰색 포메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말을 걸어 보았다.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분노 조절 좀 하고. 너 세 마리가 그렇게 한 마리 공격하면 되겠냐?’
– 왈왈왈!!
흰색 포메가 미친 듯이 짖었다.
‘제3자는 빠지라고? 하, 이 녀석 말하는 본새 보게. 교육이 필요하겠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