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1)
21. 언빌리버블-!
세트장의 카메라들이 일제히 불을 켜고,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필름에 담고 있었다.
“아부부! 에오에오~”
카메라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시우가 귀여운 소리를 냈다.
그러자, 참치 옷을 입고 거실로 들어온 네로가 시우와 눈짓을 한 번 주고받은 뒤.
느닷없이 복실이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네로는 참치에게 물린 채 복실이를 향해 돌진했고, 복실이는 기겁해서 발에 땀이 나도록 참치를 피해 도망쳤다.
‘……이거는 참치가 아니라 죠스인데?’
“꺄아아~!”
시우는 까르륵 웃더니 자기도 상어, 아니 참치를 피해 도망을 다니기 시작했다.
– 냐아아아앙~!
네로는 방금 전까지 무척 의기소침했었다.
자신의 옷이 복실이 옷과 너무 비교가 됐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달리기 시작했더니 기분이 바뀌었다.
– 끼잉! 끼이잉!
“꺄아아! 안대애~!”
자신을 피해 모두가 달아나고 있었다.
복실이와 시우를 쫓아 있는 힘껏 뛰던 네로는, 잠들어 있던 사냥 본능이 깨어났다.
아까 찝찝하게 하다 만 레이저 포인트 사냥 놀이보다 백만 배 더 재미가 있었다.
– 냐아아아-!
‘신났네. 좀 더 놀아 볼까?’
시우는 복실이와 네로가 자신의 옆을 스쳐 갈 때를 노려 주문을 외웠다.
‘헤이스트-!’
[가속 마법 – 레벨 1] [대상의 속도를 일시적으로 10% 상승시킵니다.]우다다다다다-!
시우와 함께 내셔널 지오그래픽스에서 봤던 사자나 호랑이가 된 기분을 느끼며, 네로는 빨라진 속도에 정신줄을 놓고 폭풍 같은 질주를 했다.
“으아악! 이쪽으로 오면 안 돼!”
자신의 접근에 우르르 뒤로 물러나는 스태프들을 본 네로는 마치 지구상 최강 생명체가 된 기분이었다.
실상은 카메라에 잡히지 않기 위해 스태프들이 뒤로 물러난 것뿐이었다.
– 냐아앙~!
– 낑낑!
“우아아! 까르르!”
네로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거실을 누비면서 스트레스를 마음껏 발산했다.
“에오~ 그만~!”
충분히 찍혔다는 판단이 들자 시우가 네로에게 이제 멈추라고 외쳤다.
하지만 참치를 몸에 끼고 상어 놀이를 하던 네로는 현재 자신이 서열 1위라는 착각에 빠져 시우의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 냐아앙! 냐아아아앙-!
네로가 포효했다.
“빠뿌야아아-!”
‘적당히 해-!’
시우도 포효했다.
우웅-
머리에 강하게 전달된 시우의 목소리에 네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네로와 시우의 눈이 허공에서 전기를 일으키며 맞부딪쳤다.
– ……
“…….”
– ……야옹.
자신은 사자도 아니었고, 상어도 아니었다.
고양이였다.
네로의 흥분이 진정되자 복실이가 달려와 마구 짖어 댔다.
– 멍멍멍! 크르르!
각본대로 하지 않고 자신의 꼬리를 진짜 문 네로에게 진심으로 화가 난 복실이였다.
“안대애~!”
아기 과학자 시우는 흰 가운을 휘날리며 얼른 가서 두 아이들을 말렸다.
그리고 거실 바닥에 앉아 복실이와 네로를 동시에 꼬옥 끌어안았다.
“부우우.”
‘싸우지 말랬지. 네로 너도 복실이 꼬리 물면 된 댔어, 안 된 댔어.’
복실이와 네로에게 헤드락을 건 시우는 사이좋게 놀겠다는 약속을 받고 아이들을 풀어 주었다.
풀려난 네로는 시우의 눈치를 보며 낮게 울었다.
– 냐앙…….
꼬리 안 물 테니까 방금 그 상어 놀이 한 번 더 하고 싶단다.
‘아니, 좀 전만 해도 참치 옷 싫다고 죽상을 쓰고 있었으면서…….’
* * *
“언빌리버블!”
짝짝짝-!
별 감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사실 참치 옷 때문에 네로의 활동성이 떨어질까 우려를 했던 별 감독이었다.
그런데 웬걸.
네로는 한 마리의 검은 치타였다.
미친 속도감이었다.
거기다 그런 흑치타 네로에게 잡히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마지막까지 도망을 친 복실이.
별 감독은 푸들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다는 걸 태어나 처음 알았다.
좌로 우로 자유자재로 방향을 틀어 가며 쏜살같이 네로의 추격을 피하는 복실이의 모습은 그야말로 한 줄기 번개였다.
영화에 나오는 그 어떤 추격 신보다도 스릴이 넘쳤다.
스태프들도 탄성을 내질렀다.
“와, 진짜 엄청나다! 애들 움직임이…… 우와!”
“뛰는 게 아니라 아주 그냥 반쯤 날던데?!”
“난 무슨 동물 히어로 영화 보는 줄 알았어!”
스태프들의 놀란 목소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별 감독의 귀에 들려온 하나의 단어가 있었다.
“히어로……?”
별 감독이 혼자 중얼거렸다.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쓸어 올린 별 감독은 씨익 웃었다.
옆에 서 있다 우연히 별 감독의 표정을 본 마케팅 팀장은 갑자기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가끔 표정에…… 광기가 있어…….’
별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한번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이번에는 느린 박수였다.
“자유롭게 놀도록 두고 몇 시간 동안 찍으려던 모습들을 불과 20분 만에 뽑아냈어요. 훌륭합니다.”
네로가 참치 옷 입고 뛰는 장면 하나라도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최악의 경우 네로가 바닥에 엎드려 끝까지 꼼짝도 안 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아니면 발버둥을 치면서 혼자 옷을 벗어 버리거나.
그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없이 어렵게 구해 온 참치 옷을 포기해야만 했다.
별 감독은 거실 한가운데서 복실이와 네로를 앉혀 두고 뭐라고 계속 옹알이를 하고 있는 시우를 유심히 지켜봤다.
별 감독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방금 추격전 때도 그렇고, 우리 시우 배우님은…… 동물들과 호흡이 굉장히 좋은데? 꼭 옹알이로 대화라도 주고받는 것처럼…… 아니,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
정확히 설명을 할 수는 없었지만, 별 감독의 날카로운 눈에는 세 아이들의 종족을 초월한 강력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합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그렇다면?
별 감독이 모두를 향해 외쳤다.
“좋은 소식 알려 드립니다! 여러분! 제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러니 좀 더 욕심을 내 보도록 하죠! 하하하!”
아이들의 높은 포텐셜을 깨달은 별 감독이었다.
‘포텐은, 터트리라고 있는 거야.’
* * *
별 감독은 스타일리스트를 불렀다.
“시우 배우님 얼굴 더 잘 나오게 안경 벗기세요. 스쳐 가는 표정 하나라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네로 배우님 참치 옷도 벗기세요. 찍을 거 다 찍었으니까. 나비넥타이랑 검은색 사자 갈기 모자 가져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스타일리스트가 떠나려 할 때, 별 감독이 그녀를 다시 불렀다.
“잠깐! 한 가지 더! 시우 배우님 신발도 가져오세요. 뾱뾱 소리 나던 거. 신발 신고 촬영하겠습니다.”
“거실인데 신발을요? 아, 알겠습니다.”
촬영장이 갑자기 바빠졌다.
잠시 중단됐던 촬영이 재개됐다.
시우는 안경을 벗고, 신발을 신었다.
네로는 나비넥타이를 맨, 동화에 나올 법한 멋진 검은 고양이로 변신했다.
사자 갈기는 나중에 쓸 모양인지, 일단은 착용하지 않았다.
네로는 빨리 쓰고 싶은지 구석에 놓인 갈기 모자를 계속 흘끔거렸다.
“레디, 액션!”
별 감독이 진지한 목소리로 외쳤다.
카메라가 복실이의 얼굴을 크게 클로즈업했다.
그리고……
“복실아~ 누워 봐. 여기 누운 채로 잠깐만 사진 찍자.”
도진은 복실이 앞에서 거실 바닥을 두드리며 말했다.
복실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도진을 빤히 바라봤다.
“누워, 복실아. 집에서는 잘하잖아. 누워 볼까? 복실아? 아니, 저…… 왜 안 눕지? 집에선 잘 눕는데.”
약간 얼굴이 붉어진 도진이 스태프들을 향해 멋쩍게 웃었다.
별 감독은 좀 더 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도진은 다시 복실이에게 부탁을 했다.
“복실아~ 아빠가 여기 누워 하면 바로 눕고 그랬잖아. 자, 누워 봐~ 누울까?”
– 헥헥.
수많은 스태프들이 자신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 도진은 애가 탔다.
복실이는 도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혀를 내밀고 꼬리만 흔들고 있었다.
“아, 안 눕네. 누울 기분이 아닌가?”
도진은 현주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현주와 함께 있던 시우가 아장아장 앞으로 걸어 나왔다.
뾱- 뾱- 뾱-
복실이는 아빠에게 간식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아빠가 알아듣질 못했다.
복실이에게 다가간 시우는 손을 들어 올리고 귀여운 목소리로 외쳤다.
“빵야~!”
‘간식은 이따 줄게.’
복실이가 바로 벌러덩 뒤로 엎드렸다.
“오오오-!”
“애기 똑똑한 거 봐라!”
“빵야를 했어야 했네!”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시우가 살렸네. 휴우.’
시우는 아기답게 여기저기 무작정 돌아다니는 척을 하며 옹알이를 했다.
“우부부부~ 푸푸~”
‘복실아, 누운 채로 표정 연기 들어가자. 음, 그러니까…… 너 아빠랑 등산 갔다 왔을 때를 떠올려 봐. 그때 너 집에서 어떻게 누워 있어? 바로 그 느낌, 그 표정. 액션!’
복실이가 슬금슬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으로 몸을 뻗은 복실이는 눈초리를 축 늘어뜨리고 혀를 살짝 내민 채, 영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몇 달 동안 집에서 시우에게 세밀하게 연기 지도를 받은 복실이는 이미 다른 강아지들과 비교를 불허하는 수준의 연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음은 네로와 현주 차례였다.
현주는 네로에게 부탁을 했다.
“네로야, 밖에 구경하자~! 네로 창밖 보는 거 좋아하잖아.”
현주는 창틀에 네로를 앉혀 주었다.
하지만 네로는 콧방귀를 뀌며 곧장 밑으로 내려왔다.
창밖이 벽으로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네, 네로야~ 잠깐만 앉아 있자. 볼 게 없어서 그래?”
별 감독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모양새만 창문일 뿐, 너머가 벽으로 막혀 있는 창가에 네로가 흥미를 보일 것 같지가 않았다.
그때였다.
뾱- 뾱- 뾱-
언젠가부터 촬영이 막힐 때마다 들려오는 소리였다.
어느샌가 창가로 걸어온 시우는 엄마가 네로에게 뭘 자꾸 보라고 하는 건지 궁금하다는 듯이 물끄러미 창문을 쳐다봤다.
“우와~”
시우가 창밖에 관심을 보이자, 사자 갈기 모자가 놓인 소파 쪽으로 걸어가던 네로의 발이 우뚝 멈췄다.
그러더니 거짓말처럼 몸을 돌려 창가로 달려왔다.
우다다!
파앗!
창틀 위로 가볍게 뛰어오른 네로는 시우를 따라 창밖을 쳐다봤다.
별 감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럴 수가! 됐어! 올라갔어! 하지만…….’
“아래 말고 위를 보면 좋겠는데…… 이것까진 욕심이겠지? 일단 이거라도 찍고…….”
별 감독의 혼잣말을 들은 시우가 네로에게 조그맣게 속삭였다.
‘네로야. 천장에 쥐 있다.’
순간 네로의 고개가 위로 휙 올라갔다.
별 감독은 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니?! 언빌리버블-!”
이번에는 시우의 단독 촬영 차례였다.
‘응?’
시우는 거실로 들어오는 초록색 쫄쫄이를 입은 아저씨를 보고 신기해하고 있었다.
‘뭐지? 말로만 듣던 CG 촬영인가?’
초록색 쫄쫄이 차림으로 투입된 스태프는 시우를 안아 들었다.
“시우야, 아저씨가 안아 줄게. 낯도 안 가리고 착하다~”
별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우 아버님, 혹시 슈퍼맨 놀이 같은 거 집에서 해 주십니까?”
도진이 대답했다.
“네, 가끔 합니다. 좋아해요. 공원에서도 하고.”
“OK. 알겠습니다. 자, 준비들 하세요! 시우 안고 창문에서부터 거실 중앙으로! 슈퍼맨 놀이 갑니다!”
“넵!”
녹색 아저씨가 시우를 안고 창가로 향했다.
감독의 의중을 눈치챈 시우는 녹색 아저씨의 품에서 발버둥을 쳤다.
“어어? 왜, 왜 그래, 시우야?”
녹색 아저씨가 시우를 내려놨다.
시우는 엄마를 향해 칭얼거렸다.
“엄마~ 쪼~ 쪼~ 히잉~”
현주가 별 감독에게 물었다.
“감독님, 시우가 공갈 젖꼭지 찾는데요. 일단 물려서 달래도록 할게요.”
별 감독은 자신의 턱을 만졌다.
“음…… 아닙니다. 물린 채로 슈퍼맨 놀이를 하도록 하죠. 그 편이 더 귀엽겠네요. 좋아. 좋은 아이디어야.”
시우의 의도에 따라 쪽쪽이가 소품으로 추가되었다.
녹색 아저씨가 쪽쪽이를 문 아기 과학자 시우를 창가에서부터 들고 슈웅~ 비행기를 태워 주었다.
“가자~! 시우야! 슈퍼매앤~!”
시우는 두 팔을 뻗고 슈퍼맨이 되어 거실을 신나게 날았다.
“자아, 착지!”
별 감독이 외쳤다.
녹색 아저씨는 비행기를 착륙시키듯 섬세하게 시우를 바닥에 내려놨다.
“음?!”
별 감독의 눈이 커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