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25)
225. 슈 VS MGS
방송 출연은 꽤 오랜만이었다.
작년 연말에 플리마켓을 열었을 때도, MGS를 대표해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김 이사가 애들을 데리고 출연을 했었다.
문경수 대표는 이번 배틀 역시 굳이 자신이 나설 필요까지는 없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신은 아침부터 일어나 샵에서 머리를 하고, 새로 산 옷까지 깨끗하게 차려입은 걸까.
‘갓 엔터와의 배틀이라면 모를까. 고작 슈 엔터 따위와의 배틀에 내가 얼굴을 비칠 이유는…….’
윤시우.
그 건방진 녀석이 문제다.
자신이 자랑하는 MGS 아티스트들이 슈 엔터 놈들의 콧대를 꺾어 놓을 때, 윤시우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만끽하고 싶었다.
“후우…… 인성이 좋다 좋다 아주 다들 극찬 일색이지만, 놈의 진짜 얼굴을 내가 알지.”
놈의 눈빛은 살벌했다.
그것은 결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일만 하며 살아온 녀석의 눈이 아니었다.
“어디서 많이~ 놀아 본 놈이야. 뭐랄까. 그 남을 짓누르는 아우라는 절대 보통 놈들이 가질 수가 없어. 어린 놈이 시건방지게 감히 내게 겁을 줘? 훗- 오늘 그 곱상한 얼굴이 일그러지지는 꼴을…….”
똑똑똑-!
거울을 보며 자신의 애교머리 위치를 재정비하던 문경수 대표가 회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혼잣말을 멈췄다.
“회장님! 슈 엔터 연습생들 도착했습니다.”
문경수 대표는 들어온 김 이사를 흘끗 보고,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밑으로 내려가자 열 명 남짓한 슈 엔터 연습생들이 도시를 처음 방문한 시골쥐처럼 MGS 사옥 내부를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래. 뭐 이것저것 신기할 테지. 실컷 구경하거라. 이곳이 바로 케이팝의 성지 MGS 엔터테인먼트니까.’
문경수 대표는 올초에 리모델링한 최신식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를 자랑스럽게 툭툭 두드리며, 품위 있게 1층으로 내려갔다.
슈 엔터 연습생들이 입을 헤 벌리고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문경수 대표는 카메라가 촬영하고 있는 것을 깨닫고, 이웃집 아저씨처럼 손을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 녀석들이 감히 우리 MGS에 도전하는 애송이들이란 말이지? 흠, 그럭저럭…….’
다들 비주얼이 꽤 괜찮아 보여서 약간 비위가 상한다.
“안녕하십니까!”
“그래요. 반가워요. 하하. 회사가 이웃인데 이렇게 교류하긴 처음이네. 다들 너무 잘생겼다! 스타의 기운이 막 보이는데?”
“감사합니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예의 바른 젊은이들에게 문경수 대표는 케이팝의 대부라는 별명답게, 자상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버러지 같은 놈들. 수준 차이란 게 뭔지 똑똑히 보여주마.’
속으로는 이를 갈면서도, 문 대표의 표정은 여전히 부드럽기 짝이 없었다.
연예계에서 속내를 숨기는 거야 일도 아니었다.
연예계란 SNS 속 사진 같은 세상이었다.
현실이 아무리 거지 같아도 그중 가장 예쁘고 멋진 부분만 순간적으로 찍어, 남들에게 보여 주는 것처럼-
아니.
예쁘고 멋지게 보이도록 속여서라도 사진을 올리는 것처럼-
팔리는 이미지를 만들어 상품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문경수 대표의 셀링 포인트는, 연예계의 절대자이면서도 털털한 아빠 같은 느낌.
그간의 좋지 않은 루머들을 불식시키기 위해, 문 대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
슈 엔터 연습생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격려하듯 바라봐 주던 문 대표의 시선이 엉거주춤하게 서 있는 한 외국인 친구를 지날 때쯤.
문 대표의 뒤쪽에서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경수 아저씨~ 저 놀러 왔어요!”
너무나 반가워하는 들뜬 음성-
자신을 아저씨라 부르며 이렇게 살갑게 다가올 인물이 누가 있는지 문 대표는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 회사 애들도 나한테 이렇게 허물없이 다가오지 않는데…….’
문 대표가 돌아서는 그 찰나의 순간, 머리로 상대의 정체를 추리하기에 앞서 몸이 본능적으로 경고를 울렸다.
쭈뼛!
왜…… 왜 머리털이 곤두서는 걸까.
여름인데?
아, 회사에 에어컨을 너무 빵빵하게 튼 모양이다.
너무 추워서, 닭살이 돋네.
몸을 돌린 문 대표의 앞으로 대뜸 들이닥친 시우가 포옹이라도 하려는지 귀엽게 두 팔을 벌렸다.
“으아악!!”
품위 있게 등장해 멋지게 1층으로 내려왔다.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최신식 엘리베이터가 피처링도 해 줬다.
자신을 우러러보는 슈 엔터 연습생 녀석들이 자신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시청자들이 잘 알 수 있게끔 분위기도 만들어 줬다.
그런데 나는 왜 지금 놀란 고양이처럼 펄쩍 뛰어오르고 말았는가.
나의 몸은 왜 썩은 나무토막같이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가고 있는가.
퍼억!
단단한 바닥에 엉덩이를 처박은 문 대표는 두 팔을 허우적대며 볼썽사납게 슈 엔터 연습생들의 발밑을 굴렀다.
슈 엔터 연습생들의 휘둥그레진 눈과, 제작진의 당황한 얼굴이 현실감 없게 문 대표의 동공을 스쳤다.
“회장니임!!”
김 이사가 외침에 문 대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런 추태를……!’
문 대표가 황급히 몸을 일으키는 그때, 시우가 얼른 달려와 문 대표의 손을 잡아 주었다.
넘어져 있던 문 대표는 김 이사의 손인 줄 알고 덥석 잡고 일어나려다, 코앞에서 시우의 얼굴을 마주하고 다시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
시우의 손을 뿌리치기 위해 팔을 마구 휘두르는 문 대표와, 그런 문 대표의 손을 걱정스럽게 꼬오옥 붙잡고 있는 시우의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표정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었다.
* * *
왕년에 복고풍의 올드스쿨 힙합 아이돌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김 이사가 말했다.
“하하하. 회장님께서 우리 윤시우 군과 워낙 친하신 관계로…… 이 친구들 긴장도 풀어 줄 겸 약간의 몸 개그와 장난을 준비하셨어요. 그렇죠, 회장님?”
김 이사는 뒤쪽에 다소곳이 서 있는 문 대표를 봤다.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른 그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시우를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도와달라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여기서 정색하면…… MGS 직원들 사이에서 문 할배 정신 나간 사람 취급받겠지?’
시우는 얌전해진 문 대표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문 대표님이 평소에 이렇게 장난치고 그러는 분이 아니라고 들었는데, 저희들 긴장할까 봐 이렇게 몸소 몸 개그도 하시고…… 너무 웃겼어요! 하하하하하!”
문 대표는 시우의 웃음소리가 묘하게 기분 나빴지만 뭐라고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문 대표는 시우와 같이 웃었다.
“하하하하하!”
사이좋게 웃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의도된 거였구나 하고 그렇게 이해를 했다.
미심쩍은 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굳이 집요하게 파헤칠 이유는 없었다.
“하하하하하!”
다 같이 한바탕 웃음을 터트린 뒤, MGS의 현세대 대표 보이그룹인 리빅의 연습실로 올라갔다.
시우와 슈 엔터 연습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리빅 멤버들과 MGS 연습생들이 힘차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슈 엔터 연습생들도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고, 곧바로 정적이 이어졌다.
활기찬 인사와 다르게 연습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MGS의 연습생들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을 본 슈 엔터 연습생들은 저절로 몸이 위축되고 말았다.
마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다른 고양이를 보는 터줏대감 집고양이의 눈빛!
감히 네놈들이 이곳에 발을 들여?!
시우는 특히 리빅 멤버들의 눈빛에서 상당한 하악질의 기운을 느꼈다.
리빅 멤버들 중 예능에서 꽤 활약하고 있는 멤버 한 명이 진행을 위해 앞으로 나섰다.
시우의 눈이 반짝 빛났다.
골든 아티스트 어워즈 때, 대기실 통로에서 배우가 무슨 춤까지 추냐며 비아냥대고 지나간 녀석이었다.
시우와 눈이 마주친 그는 슬그머니 시선을 카메라로 돌리며 밝고 상쾌한 목소리로 잔망스럽게 입을 열었다.
“배틀 룰은 간단합니다! MGS 대 슈! 우선 심사위원을 소개하겠습니다.”
배틀 룰을 언급하려다 갑자기 심사위원 소개로 넘어가는 솜씨가, 메인 MC가 되기엔 몹시 어설펐다.
‘큐 카드 없으니까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하네.’
시우는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사위원은 총 4분이에요! 먼저 배우 윤시우 씨!”
시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카메라에 대고 인사를 했다.
너무 순한 친구들만 골라 뽑아 놓은 부작용인지, 바짝 쫄아 구석에 한데 뭉쳐 앉아 있던 슈 엔터 연습생들이 보호자를 발견한 강아지떼처럼 환호를 보냈다.
“와아아!”
시우는 한차례 웃어 주고 자리에 앉았다.
“두 번째 심사위원은 저희 리빅의 리더 겸 에이스! 로이! 그리고 슈 엔터테인먼트의 권태우 대표님! 저희 MGS의 아버지! 문경수 대표님께서 심사를 맡아 주시겠습니다!”
찍짝짝짝!
룰은 간단했다.
MGS 연습생 12명과 슈 연습생 12명이 4 대 4로 세 번을 겨뤄, 승패를 가린다.
심사위원이 4명이었기에 무승부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고, 만약 최종 스코어가 1승 1무 1패로 호각이라면…….
연장전 개념으로, 심사위원인 윤시우와 리빅의 리더 로이가 일 대 일로 배틀을 한다.
만약 익스트림의 스케줄이 가능했더라면 연장전의 주인공은 익스트림 VS 리빅이었겠지만, 익스트림은 도저히 올 수가 없었다.
심사위원 자리에 앉은 시우는 어깨를 풀며 배틀의 시작을 기다렸다.
‘이길 거라고 믿지만 지더라도 좋은 공부가 될 테고. 중요한 건 눈앞의 적이 아니라 이 긴장감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야.’
그러나 아직은 MGS라는 이름값과 눈앞에 보이는 상대 연습생들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슈 엔터 연습생들이었다.
진행을 맡은 리빅의 태하는 MGS의 유명 연습생 몇몇과 슈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알려진 연습생 지호에게 간단한 인터뷰를 시도한 뒤, 요란하게 배틀 스타트를 외쳤다.
MGS에는 직원들 사이에서 문경수 대표의 딸이라 불리는 소녀가 있었다.
물론 진짜 딸은 아니었고, 아직 어린데도 불구하고 비주얼과 재능이 너무너무 뛰어나 문경수 대표가 예뻐 죽는 아이였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인 루아는 연습실 소파에서 잠을 자다 화들짝 놀라 깼다.
“헉! 잠들어 버렸어! 왜 아무도 안 깨웠지!”
시계를 확인한 루아는 허겁지겁 소파에서 굴러 내려왔다.
루아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퍽!
팔꿈치와 무릎을 박았지만 별로 아프지 않았다.
“아악! 배틀 이미 끝난 거 아냐? 우리 시우 님, 영접해야 하는데……!”
루아는 연습실 문을 박차고 나가려다 허둥지둥 다시 소파 옆으로 돌아왔다.
시우님께 드릴 선물 상자를 소중히 안아 들고, 그녀는 다시 날렵하게 뛰었다.
복도를 우다다 달려 배틀 장소인 리빅의 연습실로 향했다.
“만약 비기면 우리 오빠랑 연장전 하신댔는데~ 어디 리빅의 로이 따위가 감히…….”
짜증나는 오빠의 얼굴을 떠올린 루아는 연장전이 무척 기대가 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슈 엔터 연습생이 MGS 연습생을 이길 리가 없어. 여긴 연습량이 미쳤으니까.’
완전 스파르타.
솔직히 연습 방식이나 회사 분위기가 자신과는 도저히 맞지가 않았다.
‘어휴, 이게 다 오빠 때문이야!’
루아는 긴 머리를 흩날리며 쏜살같이 달려 리빅 연습실 문앞에 도착했다.
먼저 온 여자 연습생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문경수 대표가 있었기에 차마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다들 비좁은 연습실 창에 다닥다닥 붙어 안쪽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루아가 등장하자 다른 여자 연습생들이 못마땅한 얼굴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 줬다.
창에 바짝 달라붙어 시우를 찾아 고개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그때, 여자 연습생들에게 너무 소란 떨지 말라고 주의를 주러 나온 김 이사가 루아를 발견하고 손짓을 보냈다.
“오, 루아야! 이리 와. 이리 와.”
“김 이사님!”
“오빠 응원하러 왔어?”
“아뇨, 윤…… 네에~ 오빠 응원하러 왔어요!”
루아는 해맑게 웃었다.
“들어와! 루아야. 문 대표님이 좋아하시겠다.”
김 이사에게 이끌려 안으로 들어가면서, 루아가 물었다.
“이사님~ 지금 상황 어때요? 누가 이기고 있어요?”
“아…… 그게…….”
김 이사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루아가 시선을 돌리자, 연습실 중앙에서 서로 꽉 부둥켜안고 있는 한 연습생 팀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