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28)
228. 연장전
첫 번째 대결, 슈 엔터 1조의 음 이탈 실수로 MGS 엔터테인먼트의 승리.
두 번째 대결, 찐구와 우재의 활약으로 슈 엔터테인먼트의 승리.
그리고 지호와 셰인이 나선 마지막 세 번째 대결-
화장실 근처 복도에서 문 대표가 로이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해 봐. 이번 3조 배틀. 쟤네가 잘한 거 같냐. 우리가 잘한 거 같냐.”
“…….”
로이는 당황한 얼굴로 멋쩍게 웃으며 김 이사를 봤다.
문 대표가 다시 말했다.
“김 이사는 뭐 하러 봐. 괜찮으니까 있는 그대로 말해 봐.”
문 대표는 담배 생각이 나는지 습관처럼 입에 껌을 하나 집어넣고 천천히 씹었다.
로이는 문 대표의 말에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있는 그대로요. 아하하. 저는 솔직히 슈 엔터 쪽이 더 완성도 있었던 거 같아요. 그 미국 친구 음색이 뇌리에 딱 박혀서 지금도 맴돌아요. 그리고 BSR31에 나왔던 유지호 걔는…… 그때보다 훨씬 발전했더라고요. 굉장히 다재다능한 올라운더 느낌이 확 났고…….”
“……걔넨 잘하고, 우리 애들은 못했다?”
“아뇨아뇨. 우리 애들도 잘했죠. MGS 연습생 마지막 주자로 나간 애들답게 진짜 잘했어요. 단지…….”
“단지?”
“뭐랄까 임팩트가 슈 엔터 애들보다 기억에 남질 않아요.”
MGS 3조도 4명의 멤버가 모두 잘했다.
다만 서로 튀고 싶어하는 친구들을 모아 놔서인지 슈 엔터와 다르게 각자 따로따로 잘한 느낌이었다.
팀으로서의 호흡이 부족했다.
‘슈 엔터 애들은 서로 시선 교환도 많았고, 서로 친한 게 보였지.’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아지는 무대였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는 가운데 곰곰이 머리를 굴리던 문 대표가 짜증스럽게 얼굴 근육을 찡그리며 말했다.
“……시청자들 눈에는 우리 애들이 더 멋있어 보일 수도 있어.”
로이의 고개가 자기도 모르게 갸우뚱 움직였다.
남자인 자기가 봐도 슈 엔터 3조 센터인 지호가 겁나게 멋있었는데…….
문 대표는 합리화에 들어갔다.
“야, 로이야. 김 이사. 전문가적인 관점과 대중의 관점은 엄연히 달라.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하는 영화와 대중이 사랑하는 영화가 다른 것처럼 말이야. 시청자들은 우리 애들 무대를 더 멋지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어.”
“……그, 그럴까요?”
아닐 거 같은데…….
의심스러워하는 로이를 똑바로 보며, 문 대표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당연히 그렇지. 우리는 MGS 아니냐. 전 세계의 수많은 MGS 팬덤은 MGS라는 이름만으로도 우리 애들 무대가 더 멋지다고 받아들일 게 틀림없어.”
“…….”
“그게 바로 브랜드야. 명품이 왜 명품이냐. 우리 애들 무대 앞에 MGS Ent 딱 붙여 놓으면 그게 바로 명품 무대인 거야. 쟤네는 아무리 날고 기고 땀흘려봤자 촐싹맞아 보일 뿐이야.”
문 대표의 말을 가만히 듣던 로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럼 MGS 에이스 타이틀 단 우리 팀이 왜 익스트림한테 밀리고 있는 건데요.’
차마 입밖으로는 내뱉을 수 없었다.
문 대표는 두툼한 왼손으로 로이의 한쪽 어깨를 주물렀다.
“심사위원 4명이잖아. 2 대 2로 연장전 가자. 그리고, 네가 윤시우 그놈의 콧대를 부러뜨려 놓는 거야. 멋진 그림이지?”
“…….”
“그리고 마지막은 승리한 네가 패배자이자 동생인 윤시우를 따뜻하게 안아 주면서 훈훈하게, 방송을 마무리 지으면 돼.”
“…….”
로이는 말이 없었다.
연습실에서 여동생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 앞에서 최선을 다해 배틀한 연습생들을 두고, 판정으로 장난질을 하는…… 그런 오빠가 되라고?
솔직히 루아만 없었다면 못 이기는 척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지만…….
내키지 않아 하는 로이의 눈빛을 본 문 대표는 조금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우리 MGS 창피당하면 안 되잖아. 그것도 안방에서. 안 그래?”
꾸욱.
문 대표는 어릴 때부터 말을 참 잘 들었던, 로이의 어깨를 힘껏 주물러 주고 몸을 돌렸다.
“먼저 들어가 있어. 난 볼일 보고 들어갈 테니까.”
문 대표와 김 이사가 화장실 안으로 사라졌다.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던 로이는 압박감으로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며, 연습실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연습실로 가는 복도 코너를 돌자 바로 앞에 윤시우가 있었다.
“……!”
놀라 허둥대는 로이를 시우는 말없이 쳐다봤다.
속내를 읽을 수 없는 시우의 눈빛이 로이의 양심을 콕콕 찔렀다.
‘들, 들었나? 아무 말도 안 하는 거 보면 못 들은 거 같기도 하고…….’
도둑이 제발 저리듯 얼굴이 빨개진 로이는 머리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시우를 스쳐 갔다.
시우는 도망치는 로이의 뒷모습을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아나 보네.”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기에 시우는 그러려니 했다.
“연장전도 좋지.”
시우는 대수롭지 않게 혼잣말을 뱉고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진행자 태하가 외쳤다.
“판정 부탁드리겠습니다!”
슈 엔터 연습생들은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심사위원석을 봤다.
연습실 분위기는 누가 봐도 슈 엔터의 승리로 기울어진 모양새였다.
그리고 결과는-
시우와 태우는 당연히 슈 엔터 3조의 손을 들어 줬다.
뒤이어 문 대표가 MGS 3조를 선택했을 때, 약간 공기가 술렁였다.
“스타일의 차이인 거 같아요. 슈 3조도 정말 최고의 무대를 보여 줬지만, 저는 사실…… 좀 더 멤버 한 명, 한 명이 개성적으로 뛰어노는 느낌의 무대를 좋아하다 보니 너무 정돈된 느낌보다는 MGS 3조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런 표현이 좋았던 거 같습니다.”
문 대표의 심사평이었다.
잠깐의 침묵 끝에, MGS 연습생 몇몇이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이제 모두의 시선이 로이에게 향했다.
로이는 아직까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사람처럼 괴로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향해 웃고 있었다.
“와…… 진짜 너무 어려워서…….”
여동생 루아는 그런 오빠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가 어렵다는 거지? 슈 3조가 확실히 더 잘했는데? 스타일의 차이가 아니라 완성도의 차이 아닌가? 내가 어려서 잘 모르는 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빠의 결정을 기다리던 루아는, 자신의 오빠가 결정을 내리기 직전 문경수 대표의 눈치를 흘끗 보는 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빠가 거짓말을 할 때, 민망함을 덜기 위해 어릴 때부터 버릇처럼 하던 행동.
목을 양옆으로 살짝 꺾는 행동과 함께 MGS 3조에게 표를 주는 모습까지.
“…….”
16살의 루아는 아주 짧은 그 순간, 뭔가 많은 것들이 마음 속에서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
연습실의 웅성거림이 높아졌다.
로이는 일부러 동생 쪽을 보지 않으려 애쓰며, 진행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 딱히 심사평 그런 거 없고요. 문 대표님께서 다 말씀해 주셨으니까. 저는 그냥…… 두 팀 다 너무 잘한 거 같아요.”
로이는 애써 웃는 얼굴로 짧게 말을 마쳤다.
태하는 자신들의 리더인 로이의 표정을 통해, 형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말을 돌렸다.
“2 대 2! 무승부입니다! 이렇게 해서~ MGS 엔터테인먼트 대 슈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 배틀! 최종 스코어는 1승 1무 1패로, 연장전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들도 굉장히 기대가 크실 거 같아요. 사실 저도~ 로이 형의 솔로 무대는 오랜만이라 꼭 보고 싶었거든요. 하하하.”
진행자답게 태하는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다.
MGS 연습생들이 박수로 호응했고, 슈 엔터 연습생들은 억울한 감정을 삭이며 표정 관리를 했다.
시우는 그런 연습생들을 향해 조용히 위로를 보냈다.
‘억울해할 거 없어. 이 자리에서의 판정은 이벤트일 뿐이니까. 진짜 판정은 나중에 시청자분들이 해 주실 거야.’
아주 정확하고.
날카롭고.
혹독하게.
연습생들의 실력뿐 아니라, 심사위원의 판정에 대해서도 말이다.
시우는 씩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장전 무대를 꾸미기에 앞서 워밍업 타임이 주어졌는데, 언제나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시우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시간이었으나 의자에 앉아만 있던 로이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 * *
– 연장전에 들어가게 됐을 때 기분은?
질문 자막과 함께 카메라가 시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했다.
시우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대답했다.
– 혹시 마지막 판정에 대해 억울한 점은 없는지?
시우의 얼굴에 걸린 미소가 조금 짙어졌다.
[우리 팀이 더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MGS 분들 생각이 다르다면 그것도 존중해야죠.]– 연장전에서 보여 줄 무대는?
[약간 퍼포먼스 위주로 준비해봤어요. 연장전 안 했으면 아쉬웠을 정도로 연습 많이 했거든요~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입을 꾹 다물고 귀엽게 파이팅을 외치는 시우의 얼굴이 사라지고, 다시 연습실 영상이 떠올랐다.
전혀 웃지 않는 로이의 긴장한 눈빛과 오묘한 분위기가 담긴 시우의 눈빛이 분할된 화면을 통해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시우의 무대와 로이의 무대를 기대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두 기획사 간의 승패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시청자들은 숨을 죽이고 승부욕 가득한 두 남자의 눈을 지켜봤다.
이윽고 리빅의 에이스 이로이의 무대가 시작됐다.
원래 기획대로 리빅 VS 익스트림의 대결이 성사됐다면, 그 대결 컨셉은 노래 바꿔 부르기가 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로이가 준비해 온 곡은 바로 시우가 만든 익스트림의 버닝.
어른스러운 매력이 가득한 섹시한 곡을, 로이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재해석했다.
화려한 음들이 연습실을 수놓았다.
로이는 복잡한 마음을 다 떨쳐 버리지 못한 채, 그동안 갈고 닦아온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실력을 있는 힘껏 발휘했다.
시우는 로이의 퍼포먼스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해석하다니, 신선하네.’
그런데…….
춤을 추던 로이의 시선이 자꾸만 시우에게로 향한다.
연습생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뛰어난 실력이었지만, 어딘가 집중을 100% 하지 못하는 것이 시우에게는 느껴졌다.
‘문 대표 눈치 보랴 지금은 내 눈치 보랴. 안쓰럽네.’
자신의 뜻과 다른 판정을 내린 게 퍼포먼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래도 멋지네.’
로이의 무대가 끝나자, 방금 전의 어색한 분위기를 잊고 연습생들이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슈 엔터 연습생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커다란 환호에도 불구하고 로이는 어두운 표정으로 헉헉대며 터덜터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진행자인 리빅의 멤버 태하가 다가와 로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형, 진짜 잘했어! 완전 멋있어!”
로이는 마치 듣지 못한 것처럼 태하의 손길을 거부하고, 힘없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심사위원석의 문 대표가 눈치 없이 박수를 쳐 댔다.
“역시, 이로이! 잘해쓰!”
로이는 문 대표의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린 뒤, 한숨을 푹 쉬었다.
이제 자신의 할 일은 다했다.
판정도 거지같이 했고, 무대도 어떻게든 다 마쳤고.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다만…….
윤시우의 무대가 관건이었다.
로이는 얼굴을 들었다.
월드 스타 윤시우가 자신의 무대를 본 후에도, 주눅 든 기색이라곤 전혀 없이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동생의 얼굴까지 한차례 확인한 로이는 괴로워하며 생각했다.
‘윤시우…… 차라리 그냥 네가 이겼으면 좋겠다…….’
시우는 카메라 앞에 편안한 자세로 서 있었다.
댄스 영화 촬영이 결정된 이후, 춤에 재미가 들린 시우는 최근 여러 장르의 댄스들을 섭렵하고 있었다.
‘자, 잇츠 쇼 타임~’
시우가 자세를 취했다.
현대무용과 비보잉을 결합한, 독창적인 안무를 준비해온 시우였다.
음악은 수많은 커버 영상들을 만들어 낸 리빅의 명곡, 블랙!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