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35)
235. 시카고
승현은 요즘 기분이 무척 좋았다.
이번에 들어가는 로코가 뻔하지 않은 스토리에 약간 독특하면서 엉뚱발랄한 캐릭터라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대본이 상당히 많이 나왔는데 짜임새도 좋아, 벌써부터 시청자 반응이 기대가 됐다.
차에서 내린 승현은 오랜만에 만날 시우와 시윤이, 시아 생각에 기분 좋게 공원으로 들어갔다.
멀리 아이들이 보였다.
좀 늦었나 싶어 승현은 얼른 뛰어갔다.
꽃미모 휘날리며 바람처럼 달려가는 승현을 발견한 몇몇 주민들이 놀란 표정으로 돌아봤다.
이 공원에 윤시우부터 송준영, 익스트림, 황은주, 유지연, 유지호 등등 수많은 연예인들이 출몰한다더니…….
“류, 류승현이다. 와.”
“아까 저쪽에서는 윤시우 봤는데!”
“이 공원 너무 좋다.”
눈이 마주친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도 건네면서 승현은 즐거운 얼굴로 시우가 있는 곳으로 왔다.
“왔어?”
“미안. 형이 늦었나 보다. 많이 기다렸어?”
시윤이 외발자전거를 손으로 슥슥 땅에 굴려 보다 말했다.
“우리도 방금 왔어. 승현이 형~!”
“응?”
중학생 시윤이가 어린 시절 시우처럼 귀엽게 자신을 부르자, 승현은 왠지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형 이번에 우리 이모랑 드라마 찍어?!”
“아~ 맞아. 그렇게 됐어. 작가님 정체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
시아의 머리에 안전 헬멧을 씌워 주던 시우가 조용히 말했다.
“나도 놀랐어. 이모도 참. 그렇게까지 비밀로 하다니.”
승현이 웃었다.
“이모님이 우리한테 부담 안 주려고 노력하신 거지. 거절하기 힘들까 봐.”
“응. 근데 대본 진짜 좋았어.”
“드라마 잘 되게끔 형이 한국에서 열심히 할 테니까, 너는 미국에서 춤 맘껏 추고 와.”
“넵.”
멋진 두 오빠 사이에서 커다란 헬멧을 쓰고 서 있던 시아가 활기차게 외쳤다.
“나 이제 자전거 탈래! 로운아~ 내가 먼저 탈 테니까~ 나 하는 거 잘 봐아!”
시아의 활짝 웃는 얼굴에 로운도 활짝 웃는 얼굴로 답했다.
“그랴~!”
시아는 외발자전거를 탈 엄두는 안 나고, 신기하긴 해서 질질 끌고 다니고만 있는 작은 오빠 시윤을 쫓아 한달음에 뛰어갔다.
그런 시아를 따라 로운도 짧은 두 다리를 바쁘게 움직였다.
우다다!
팍!
속도가 빠른 시아를 쫓으려다 로운이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로운의 몸이 땅에 부딪치기 직전, 시우가 뒤에서 로운의 몸을 덥석 잡아 들어 올렸다.
로운의 엄마는 안도했고 로운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시우에게 매달려 있었다.
“괜찮아?”
“괜, 괜찮아유~ 행님! 애들은 다 자빠지믄서 크니께…… 넘 걱정하지 마셔유~”
“……그래.”
놀라서 하얗게 뜬 얼굴로 그렇게 말해 봤자…….
시우는 자신의 팔에 들린 채로 애써 태연한 척을 하는 로운이가 꼭 귀여운 캐릭터 인형 같은 느낌이었다.
밑에 내려주자마자 로운은 쌩하고 다시 시아를 쫓아갔다.
‘옛날에 나도 아기 염라, 아기 인어로 이모티콘 출시되고 그랬는데…… 로운이도 나중에 그런 거 나오면 대박 나겠어.’
그러고 보니…….
당시 자신은 갓 엔터에서 그런 일을 맡아 해 줬다.
그런데 로운이는 아직 어려 소속사가 없었다.
‘흐음~ 영민 아저씨가 날 보살펴 준 것처럼 나도 로운이 데리고 와서 아역 생활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보살펴 줄까?’
이것이 바로 내리사랑!
나중에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겠다.
“우와! 우와! 우와!”
시아의 뒤를 이어 외발자전거에 오른 로운은 일반 자전거를 탈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에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댔다.
무섭기도 했지만, 양옆에서 승현과 시우가 꽉 잡아 주고 있었기에 너무 재미있었다.
놀이 기구를 탄 기분!
신이 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놀고 있는 로운을 멀리서 로운의 엄마가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류승현과 윤시우.
외모는 말할 것도 없고, 정말 너무 고맙고 마음이 따뜻한 좋은 형들이었다.
찰칵! 찰칵!
그녀는 두 배우가 아이들을 돌보는 그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로운이 자전거에서 내려오자, 시우가 시윤을 불렀다.
“자, 이제 네 차례다. 와 봐.”
혼자 시크하게 좀 떨어진 곳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던 시윤은 피식 웃었다.
“난 됐어~ 애들 놀라고 해~”
“너도 아직 애라니까. 자꾸 은근슬쩍 어른 카테고리에 들어오려고 그래.”
시우가 승현을 보며 말했다.
“형, 쟤가 중학생 되고 나서는 자기가 다 큰 어른인 것처럼 저렇게 말을 해. 웃겨 죽겠어 아주.”
승현이 크게 웃었다.
“시우야. 너도 그랬어.”
“…….”
아니…….
나랑 쟤는 다르지…….
예상치 못한 승현의 한마디에 시우가 말을 잃은 사이, 시윤은 건수를 잡았는지 대놓고 형을 비웃기 시작했다.
“푸하핫! 형도 그래 놓고 왜 나한테 뭐라고 그래?! 형도 중2병 시절 있었네~”
“……시윤아. 이 형은 말이야. 아기 때부터 철이 바짝 들어서 부모님을 공경하고 부양하던 그런 사람이야.”
“아 진짜? 그럼 아기 때부터 중2병이었던 거야?”
“…….”
이놈이.
시우는 한때 전장을 누비던 전광석화 같은 몸놀림으로 동생을 붙잡아 외발자전거 앞으로 끌고 온 다음, 시윤의 옆구리와 갈비뼈를 손으로 무자비하게 찔러 주었다.
승현은 비명 소리가 폭발하는 우애 좋은 형제를 부러운 눈길로 웃으면서 바라봤다.
* * *
[넥스트 익스트림> VS [넥스트 리빅 프로젝트>MGS 사옥에서 벌어진 배틀이 방송된 이후, 넥스트 익스트림은 케이팝 팬들에게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이 되었다.
MGS라는 이름 아래 거대한 팬덤을 보유한 MGS 엔터테인먼트와 다르게, 윤시우 팬과 익스트림 팬만이 존재하던 슈 엔터테인먼트도 ‘슈 엔터’의 이미지와 분위기와 실력에 반한 기획사 팬덤이란 것이 탄생했다.
그들은 윤시우를 중심으로, 익스트림과 소속 배우인 황은주를 비롯해 넥스트 익스트림에 출연한 슈 엔터 연습생들 한 명 한명에게 정을 붙이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 경쟁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넥스트 리빅 프로젝트를 따돌리는 데 성공한 넥스트 익스트림은 마지막까지 많은 화제를 만들며 성공적으로 종영되었다.
그리고 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데뷔 멤버.
22살의 맏형 메인 래퍼 박진구.
21살, 날카로운 인상의 메인 댄서 서우재.
한국어 발음 연습에 목숨 건 메인 보컬 셰인 헤일리.
끝으로 팀의 리더를 맡게 된 뭐든 다 잘하는 유지호.
시우가 인천 국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날.
네 명의 멤버들은 슈 엔터 사무실 한편에 앉아 팀 이름 짓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아무거나 하자~ 솔직히 어떤 이름이냐가 중요한 게 아냐! 어떤 이름이든 우리가 가치 있게 만들면 되는 거야.”
찐구가 가라앉은 분위기를 풀어 주기 위해 손뼉을 맞부딪치며 말했다.
우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찐구에게 한마디 해주려다 입을 다물었다.
이 형은 랩만 잘한다.
나머지는 동생들이 도와줘야 한다.
어쩌면 셰인보다 손이 많이 가는 멤버일지도.
그래도 착한 형이었기 때문에 우재는 싫지 않았다.
‘찐구 형은 찐구인 게 좋지. 나랑은 진짜 안 맞지만.’
우재는 조용히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진짜 아무거나 할 수는 없잖아. ‘찐구와 동생들’ 이런 거?”
“아니, 그건 쫌…… 익스트림 선배님들처럼 익슈프림~ 어때. 하하하. 진지하게 듣진 마. 나도 아닌 거 알아. 농담한 거야. 지호야. 좋은 생각 없어?”
찐구가 물었다.
지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팀장과 매니저 형들이 도착했다.
“얘들아! 팀 이름 정했어? 너희가 정하고 싶다고 해서 대표님께서 큰맘 먹고 허락해 주신 거잖아. 이제는 정해야 돼. 기사 배포도 해야 되고. 이따 대표님 오시면 말씀드려야 된다!”
조용히 앉아있는 멤버들을 본 팀장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머리를 탁 쳤다.
못 정했군.
그럴 거면 그냥 회사에 정해 달라고 하지.
“으휴, 얘들아. 그냥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느낌 좋은 이름 생각나는 거 막 던져 봐.”
20살로 동생 라인이지만 리더의 중책을 맡게 된 지호가 고민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막 던져요?”
팀장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렵게 생각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거야. 일단 막 던져. 나도 던져 볼까?”
멤버들의 귀가 쫑긋해졌다.
팀장은 유치원생들이 선생님 쳐다보는 눈빛 같다고 여기며,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오래전, 아이돌 역사에 획을 그은 레전드 보이그룹이 있었잖아. 그런 선배님들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비슷하게~ VTS~!”
“…….”
“슈크림 작곡가님이 주신 타이틀곡도 아직 제목 없지? 팀 이름이랑 비슷하게 짓겠다고 하셨으니까…… 불타 버렸네! 어때. 세계적으로 뻗어 나갈 것 같은 제목!”
우재는 잠깐 기대했던 자신을 탓하며 짧게 말했다.
“……진짜 저희가 불타는 거 보고 싶으세요?”
“아, 아니 뭐…… 그냥 던져 보라고 이렇게 이것저것. 입 다물고 있으면 결과물이 안 나오잖아.”
지호가 말했다.
“슈 엔터테인먼트니까 팀 이름에 슈라는 글자가 들어가도 좋을 거 같은데…….”
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는 약칸 달콤해. 달콤 이미지 아이돌.”
네 명의 멤버들은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어렵다.
팀 이름.
지호는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지금쯤 시우는 저 하늘 너머, 미국에 도착했을 것이다.
시우가 영화 촬영에 잘 집중할 수 있도록, 자신들은 한국에서 열심히…… 진짜 열심히 데뷔를 준비할 작정이었다.
슈라는 글자와 월드 스타 시우의 얼굴을 떠올리던 지호가 조심스럽게 형들과 셰인을 향해 입술을 뗐다.
“……슈팅스타?”
우재의 얼굴이 순식간에 허옇게 뜨는 것을 보고 지호는 마치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처럼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 * *
시카고 컵스.
시카고 불스.
그리고 시카고 피자.
윈디 시티라고 불리는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 온 시우는 제작진 & 배우들과 미팅을 마치고, 미시간 호수가 보이는 음식점에서 시카고식 피자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감독 바비 헨드릭스.
제작사 뉴 노멀 시네마 대표 트래비스 마이너.
딥 러닝의 성공을 경험한 뒤, 윤시우를 믿고 배급을 결정한 코스모스 픽처스의 대표 러셀 녹스가 모두 참석하고 있었다.
“솔직히 댄스 영화 배급은 정말 안 끌렸는데 진짜…… 윤시우 댄스 영상이랑 인터넷 반응 보고 이건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휴~ 지금도 우리가 옳은 결정을 내린 건지 확신이 없어. 제발 멋지게 만들어 줘.”
러셀의 앓는 소리에 트래비스는 자신의 야구 모자를 거꾸로 돌려 쓰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러셀! 딥 러닝 때처럼 우리 다 같이 성공하자고요!”
“……진심으로 그러길 바라고 있어. 시우! 힘내라고!”
러셀은 맞은편에 있는 시우를 향해 탄산수가 담긴 잔을 들어 보였다.
평범한 댄스 영화를 특별하게 탈바꿈시키는 데 있어 윤시우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절실했다.
시우는 오랜만에 바다아이 때처럼 하드캐리를 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콜라 캔을 마주 들어 주었다.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을 앞두고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이 생겼다.
시우도 음식을 먹은 자리를 정리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집에 가서 케빈과 댄스 게임이라도 하면서 가볍게 몸이나 풀어야지~’
작별 인사를 하던 시우의 앞에 이번 영화의 여주인공 역을 맡은 짙은 갈색 머리의 젊은 여배우가 나타났다.
“가려고요?”
“네. 집에서 할 일도 있고. 촬영장에서 만나요.”
“아…… 네. 잘 가요~ 오늘 이야기 나눠서 즐거웠어요!”
“저도요.”
시우는 그녀에게도 인사를 하고 케빈과 같이 음식점을 나섰다.
시우가 문을 열고 떠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그녀는 근처에 있던 바비 헨드릭스 감독의 옆자리로 향했다.
“오, 식사는 입에 맞았어?”
헨드릭스 감독이 웃는 얼굴르 그녀를 맞았다.
“네. 그런데 감독님.”
“응?”
“영화에서 시우랑 애정씬 말인데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