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37)
237. I don’t mind-
두근두근-
야라는 계속 심장이 뛰었다.
시우 윤과 니콜라스 넬슨-
그 엄청난 두 명의 스타들과 같이 앉아 있으려니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의 무명 연극 배우일 뿐이었는데! 내가 미국에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축제에서 삼바 댄스를 춘 게 계기가 되어 춤을 추는 즐거움을 알게 됐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을 통해 화려한 케이팝 아이돌도 접하게 됐고.
그냥…….
시간 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케이팝 댄스를 미친 듯이 췄더니…….
시우 윤과 할리우드 댄스 영화에 출연하게 된 상황이었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 마법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던데, 야라는 지금이 자신에게 바로 그런 순간일 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말이 별로 없는 편이에요? 아니면, 뭔가 불편한 부분이라도…….”
맞은편에 앉은 니콜라스가 안면 근육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는 야라에게 조심히 말을 걸어 보았다.
야라는 굳은 얼굴에 미소를 띠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아뇨, 불편한 거 없어요. 만나서 정말 기뻐요. 저도 할리와트 세대니까요. 다만 약간 긴장돼서 그래요.”
메뉴판에 완전히 정신을 빼앗긴 시우를 흘끗 본 니콜라스는 야라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 일부러 더 넉살 좋게 웃었다.
“긴장할 거 없어요. 편하게 친구 대하듯 해 줘요~”
“아…… 저도 그러고 싶긴 하지만, 여기 제가 있어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고. 친한 친구분들이 오랜만에 만나는 자리인데…… 괜히 제가 방해를 하는 거 같기도 하고…… 하하하!”
야성미가 넘치는 첫인상과 다르게, 대화를 나눠 보니 왠지 상냥한 느낌이었다.
니콜라스는 손을 내저었다.
“전혀~ 신경 안 써도 돼요. 우리는 어차피 평생 수도 없이 만날 사이라서~ 특별할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전화도 자주 하고. 솔직히 귀찮아서 만나고 싶지도 않은데, 시우가 보고 싶다고 하도 징징대니까~ 제가 보러 와 주는…….”
드륵-
의자를 밀고 일어난 시우가 한마디 던진 뒤 몸을 돌렸다.
“거짓말이 심하면 사기꾼 된다.”
“어디 가?”
“화장실 가서 손 씻고 올 거야. 난 메뉴 정했으니까 너도 빨리 골라.”
“난 이미 골랐어.”
“뭐?”
“너랑 똑같은 거. 너 먹는 거 따라 먹는 게 진짜 핵꿀맛이야. 실패율 제로.”
“흠…… 그래?”
시우는 메뉴를 바꾸기로 했다.
특제 할라피뇨가 들어간 핵매운맛 메뉴로.
시우가 화장실로 떠나자 야라가 부럽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 친해 보여요.”
“전혀요. 제가 뭔가 실수할 때마다 지구상에서 제일 많이 비웃고 놀리는 녀석이죠.”
“시우가요? 상상이 안 되네요. 굉장히 젠틀하고 어른스럽고 쿨한 이미지인데…….”
“한번은 제가 할리와트 촬영 도중에, 미역이란 걸…… 아니. 이 얘긴 너무 슬픈 이야기니까 관두죠.”
“……?”
“뭐 어쨌든 시우는…….”
니콜라스의 말이 멈췄다.
식당 직원과 함께 걸어오고 있는 루시가 보였다.
“헤이~ 루시!”
니콜라스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야라는 니콜라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야라의 보석처럼 빛나는 두 눈이, 점점 커졌다.
‘……이럴 수가, 너무 예쁘잖아?!’
할리와트 시리즈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인기 있는 소녀가 된 루시 라일리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할리와트 완결편 때보다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의 루시는 별로 꾸미지 않은 수수한 차림새로 사뿐사뿐 걸어와 테이블 앞에 섰다.
루시가 야라를 발견한 순간, 두 사람의 눈이 맞부딪쳤다.
“…….”
“…….”
루시는 야라의 매력적인 외모와 사람을 빨아들이는 듯한 눈빛에 놀란 채로, 니콜라스와의 통화 내용을 떠올렸다.
‘아, 시우 동료가…… 이 사람이구나.’
여자라는 얘기가 없었는데, 떠올려 보니 남자라는 얘기도 없었다.
‘아니 뭐…… 여자든 남자든…… 상, 상관없지. 성별이 뭐가 중요해. 근데 진짜 되게 멋지다.’
당황할 필요 없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가 여자일 수도 있지.
영화에 남자만 나오진 않을 테니까.
I don’t mind-
괜찮아.
신경 안 써.
루시가 생글 웃자, 야라는 무척 친절한 미소라는 생각을 하며 따라 웃었다.
루시는 먼저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루시 라일리라고 해요.”
야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루시의 손을 맞잡았다.
“정말…… 정말 팬이에요. 할리와트 멤버들 중에서 제일 좋아해요.”
“앗, 고마워요.”
“실물이 훨씬 예뻐요! 아, 영화에서는 안 예쁘단 얘기가 아니라…… 물론 영화에서도 예쁘지만, 실제로 만나니까 더…… 아름다움? 하하하! 죄송해요.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야라 라세르다예요. 야라라고 불러 주세요. 시우와 같이 영화를 찍게 됐어요. 연기적으로 많이 부족해서…… 열심히 배우는 중이에요.”
루시와 야라는 서로 마주 보고 서서 한참 동안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옆에 있는 니콜라스는 계속 듣다 참지 못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무슨 게임 같은 거야? 서로 칭찬을 멈추면 지는 거? 나도 이따 시우랑 해 볼까?”
루시가 야라의 옆자리에 앉자, 니콜라스는 눈부신 두 사람의 투샷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을 뗐다.
“맞아. 사실 루시가 진짜 예뻤지. 어릴 때부터 계속 봐 와서 그런가 너 예쁜 거 자주 까먹는다.”
니콜라스의 농담 섞인 말을 루시도 능숙하게 맞받아쳤다.
“나도 너 잘생긴 거 자주 잊어버려.”
그러나 농담은 역시 니콜라스가 한 수 위였다.
“시우가 잘생긴 건 안 잊어버리면서.”
“뭐, 뭐가! 시우는 가끔 보잖아!”
그때, 시우가 돌아왔다.
“루시 왔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해?”
“어?”
오랜만에 듣는 시우의 목소리에 반갑게 얼굴을 돌린 루시는, 클수록 더 멋있어지는 시우의 모습에 심장이 또 쿵 내려앉았다.
왠지 키도 더 큰 거 같고…….
“아…… 시우.”
루시는 혹시 방금 이야기를 들었을까 싶어, 얼굴을 살짝 붉히고 시우의 눈치를 살폈다.
순간, 니콜라스가 눈치없이 계속 네버 엔딩 장난질을 쳐 댔다.
“씨우~ 루시가 너 어릴 때부터 봐서 잘생긴 거 이제 하나도 모르겠대.”
신경 쓰지 말아야 했다.
니콜라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대부분 걸러도 소통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니거든!!”
벌떡 일어난 루시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버럭 외쳤다.
니콜라스와 야라는 놀라서 벙찐 얼굴로 루시를 올려다봤다.
시우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을 때,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 속에서 누군가의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식전빵이랑~ 빵이…… 네…… 어디다 둘까요?”
직원의 활기찬 목소리가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석상처럼 서 있던 루시가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여기 두시면 돼요.”
그리고 루시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자리에 털썩 앉았다.
야라는 어쩐지 그녀의 머리 위로 김이 솔솔 올라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경험 많은 세 명의 배우들에게 연기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들은 야라는 기쁜 얼굴로 감사의 말을 남기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갈 길은 멀고, 촬영날은 가까워지고 있는 터라 압박감은 여전했으나 그래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던 모습이었다.
특히 시우와 루시의 조언에 많은 힘을 얻은 그녀였다.
“야라, 나중에 또 궁금한 거 있으면 연락해~ 별로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같이 대화하다 보면 풀리는 게 있을 거야.”
짧은 시간 동안 야라와 꽤 친해진 루시가 헤어지기 아쉽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
“응. 고마워. 루시.”
‘무명 배우일 뿐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 주다니. 시우와 루시, 니콜라스를 위해서라도 난 더 열심히 해야 해.’
야라는 월드 스타면서도 마치 학교 친구처럼 편하게 자신을 대해 준 세 사람에게 감동한 마음을 안고, 식당을 떠났다.
야라가 떠난 뒤, 루시가 허전해진 옆자리를 보며 말했다.
“좋은 친구였어. 다음에는 LA에서 같이 밥 먹어야지.”
시간이 지나니 말도 많아지고 무척 쾌활했다.
화려한 외모 때문에 처음에 약간 거리감을 느낀 게 미안할 정도였다.
시우가 추천하는 디저트 카페로 자리를 옮긴 셋은 그곳에서 또 한참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제 그만 뜸들이고 슬슬 말하시지. 그래서 목적지가 대체 어딘데?”
시우가 물었다.
니콜라스는 계속 말을 돌리다 괴롭다는 듯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크윽…… 그래. 잘난 너희가 이겼어. 너희 뜻대로 북극에 가게 됐다.”
친구들과 우주에 가고 싶었던 니콜라스였다.
……그러나 제작비 문제로 깔끔하게 기각.
“북극이라.”
‘애들 안 춥게 잘 챙겨야겠군.’
일정이 문제였다.
루시가 물었다.
“시우 군대 언제 가?”
“이변이 없다면 내년에 갈 거야. 군대 가기 전에 가는 건 좀 일정이 빠듯해.”
니콜라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제작진들도 준비하는데 꽤 오래 걸린다고 했어. 그럼 너 전역할 즈음으로 일정 잡아 달라고 하자.”
“……아니, 군대 나오자마자 바로 오지로 끌려가야 하는 거야?”
“그거 재밌겠다. 한국의 군부대 앞에서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바로 시우를 납치해서 북극으로 가는 거야. 하지만 우리 스케줄도 봐야 하니까 아직은 모르지.”
해맑은 얼굴로 무서운 말을 뱉는 니콜라스였다.
루시는 그런 니콜라스를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 *
촬영장은 분주했다.
시우는 메이크업을 하고 옷을 갖춰 입은 채, 촬영장을 돌아다니며 이미지 메이킹을 하고 있었다.
‘되게 오랜만이네. 촬영장 공기. 역시 좋구나.’
많은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치열하게 만들어 내는 분위기가 좋았다.
결과물을 향해 하나가 되어 달려 나가는 그 과정은, 아무리 겪어도 질리지 않았다.
앞에 보이는 야외 수영장을 바라보며 시우는 설레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시우!”
헨드릭스 감독이 멀리서 시우를 불렀다.
“네~”
“컨디션은 어때?”
“좋아요.”
“예전에 할리와트에서 수중 촬영도 해 봤다고 했으니까. 크게 어려움을 느낄 만한 부분은 없을 거야. 그래도 물속에 들어가는 거니까 안전하게, 주의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야라도 잘 부탁해. 두 사람의 호흡이 중요해.”
“걱정 마세요. 같이 잘 준비할게요.”
“오케이!”
헨드릭스 감독은 신뢰 가득한 눈빛으로 시우의 어깨를 쳐 주고 떠났다.
준비 운동을 하며, 수영복을 입은 엑스트라들과 소소하게 잡답을 나누고 있을 때.
야라가 나타났다.
그녀는 수영복 대신 크롭탑과 핫팬츠를 입고, 이따 음료를 올려야 할 쟁반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수영장이 딸린 큰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 씬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성을 놓고 흥청망청 놀 테지만 시우와 야라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둘은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입장이었다.
“준비 다 됐어요?”
시우가 물었다.
“네!”
“그럼 가죠.”
시우가 앞장서서 카메라 앵글 쪽으로 향했고, 야라는 심호흡을 크게 한차례 한 뒤 시우를 뒤쫓았다.
그리고 잠시 후-
헨드릭스 감독이 외쳤다.
“레디, 액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