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40)
240. 황금거위
경기장 중앙 천장에 360도 형태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 속에서 4살 여자아이가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파닥- 파닥-
짧은 두 팔을 파닥이듯 움직이며 댄스에 시동을 거는 여자아이의 모습에 관중들은 커다란 환호를 내질렀다.
여자아이는 그 반응에 더 신이 나서 활짝 웃는 얼굴로 온몸을 마구마구 흔들어 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시우는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옛날 생각나네. 내 친구들도 다 저랬지.’
지금은 다들 커서 어른이 돼 버렸다.
특히 아기곰 경호는 이제 볼 때마다 수염이 자꾸 자라 있어서…….
오랜만에 동심을 되새기고 있는 시우의 앞으로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와아아~!”
관중들의 함성이 또 한차례 커졌다.
NBA의 젊은 스타, 훌륭한 팬 서비스와 인터뷰로 다른 팀 팬들에게조차 사랑받는 마커스 사우스게이트가 농구공을 든 채 시우에게로 향했다.
시우는 키가 2미터에 가까운 장신의 마커스를 올려다봤다.
‘……가까이서 보니까 더 크네.’
관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시우에게 접근한 마커스가 농구공을 시우 쪽으로 가볍게 던졌다.
휘익!
탁!
시우는 두 손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마커스가 말했다.
“베이비, 붙어 볼까?”
시우는 미처 몰랐다.
그 농구스타 마커스가 설마 사자가족 춤을 그렇게 열심히 출 거라고는.
“합! 뚜루뚜두! 뚜루뚜뚜뚜! 뚜뚜루빠빠! 마덜~ 파덜~ 베이비 라이온!!”
노래를 잘 모르는지 대충 비슷한 가사를 뱉으며 거인 마커스가 몸을 움직여 댔다.
두 다리로 스텝을 밟으며 4살 아이의 춤을 훔쳐보고 열심히 따라 하는 마커스가 너무 충격적이라 시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관중들의 함성이 경기장이 무너지진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커지고.
승부욕에 불타는 마커스의 도전적인 눈을 마주한 순간-
시우는 자신의 몸이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스스로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아니야. 이래선 안 돼. 이런 춤에서는 졸업한 지 오래라고. 하하.’
몸이 기억하고 있다.
내가 검을 들었는지-
검이 나를 들었는지 모를 때처럼-
내가 춤을 추려는 것인지…….
춤이 나를 추려는 것인지…….
투웅-
투웅-
시우의 손에서 떨어진 농구공이 코트 바닥에서 짧게 튕겨져 올랐다.
시우는 소매 단추를 풀었다.
* * *
베이비 라이온으로 홈팀, 원정팀을 가리지 않고 모든 선수들과 팬들이 하나가 되었다.
시우의 춤사위에 같이 들떠 버린 농구 선수들이 먼저 나섰고, 뒤이어 관중들도 전부 일어나 춤을 추니 사자가족 대축제가 열렸다.
주말 저녁, 두 팀 간의 빅 매치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던 시청자들도 흥을 견디지 못하고 시우를 따라 음악에 몸을 맡겼다.
한순간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아 버린 시우였다.
그리고-
– 악ㅋㅋㅋㅋㅋ 어딜 가나 시우는 돋보인다.
– 백조의 호수 x 사자의 호수 o
– 관중들이 다 시우 보면서 행복해하는데 왜 내가 뿌듯하냐 ㅎㅎㅎ
– 윽 ㅠㅠ 나 시카고 사는데…… 시우 오는 거 알았으면 농구장 가는 건데…….
– 솔직히 할게. 난 할리와트도 안 보고 딥러닝도 안 봤거든? 근데 왜 사람들이 시우, 시우 하는지 오늘 알았어. 자꾸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 할리와트 뭐부터 봐야 돼?
– 내 여자친구가 시우 보면서 자꾸 소리를 질러서 TV를 꺼 버리고 싶었어. 그런데 정신 차려 보니까 우리 둘 다 소파 위에서 춤을 추고 있더라고. 저 녀석, 마법산가?
– 다들 시우 얘기하는데 분위기 깨서 미안. 너무 궁금해서. 시우랑 같이 앉아 있는 저 엄청난 외모의 여자는 누구??
– 글고 보니 도대체 저 여자는 누구지? 시우 여자친구?
– 아까 춤춘 다음에 시우랑 다정하게 귓속말하던데…….
– 그건 농구장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 거고
[NBA 중계에 윤시우 깜짝 등장!> [윤시우, 미국에서 여자친구와 농구 관람?> [시우 윤 in 시카고! 여자친구와 테라 아레나 방문!> [할리와트 주연 4인 중 처음으로 공개 연애?> [시우 윤, 시카고 대학에서 생물학 전공하는 여대생과 교제>시카고 블루윙즈와 LA 베이비스의 농구 경기가 한창인 가운데, 구단주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마커스의 컨디션이 왜 이렇게 좋지? 아까 그 사자 가족 춤 때문에 흥이 올랐나? 막기가 쉽지 않네. 오늘 반드시 이겨야…….’
위이잉-
구단주는 2쿼터를 끝내고 들어가는 선수들의 뒷모습을 보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오~ 우리 딸. 무슨 일이야? ……뭐? 시우랑 여자친구? 워워, 우리 딸 진정하고 천천히 말해 봐. 음~ 아니야. 글쎄, 이 아빠가 잘은 모르지만 아무 사이 아닐 텐데? 오늘 그냥 영화 촬영하러 온 거라고 했잖아. 인터넷에 난리가 났어? 오우…….”
뚝.
통화를 마친 구단주는 시우와 야라를 찾았다.
경기 내내 플로어석에 함께 앉아 있는 두 사람의 투샷이 전 세계로 나간 터라, 현재 세계 곳곳의 많은 추측성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단주의 설명을 들은 헨드릭스 감독은 허허허 웃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니…… 나도 시우 옆에 앉아 있는데…… 심지어 가깝기론 야라보다 나랑 더 가까운데…….”
배급사 대표 러셀은 헨드릭스 감독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고, 시우와 야라에게 물었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를 해 주면 좋을까? 원하는 대로 최대한 노력해 줄 테니 편하게 말해 보라고.”
시우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스캔들이라니!
진지한 스캔들이라기보다 해프닝에 불과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시우는 왠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팬분들 눈에도 이제 내가 아이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뜻이겠지. 배우로서는 좋은 건가?’
잠깐 야라를 보니, 그녀도 당황한 얼굴로 시우를 보고 있었다.
시우는 간단명료하게 러셀과 구단주에게 부탁했다.
“이따 3쿼터 때 또 투샷 잡히면, 그냥 있는 그대로 자막 처리해 주세요~ 멋진 동료 배우라고.”
멋진 동료 배우라는 말에 야라는 기쁜지 살며시 얼굴을 붉혔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촬영이 끝날 때쯤에는 정말로 그 말에 어울리는 동료가 되고 싶다고 야라는 생각했다.
구단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전담 방송국에 바로 전달하도록 하지.”
잠시후-
3쿼터가 시작됐다.
타앗!
공중으로 날아오른 마커스가 호쾌하게 덩크 슛을 터트렸다.
시카고 응원석이 고요해졌고, LA 베이비스를 응원하는 소수의 팬들만이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했다.
박빙의 스코어 속에, 경기 양상은 점점 더 치열해졌다.
거친 몸싸움이 쉴 새 없이 나왔고.
NBA를 대표하는 에이스인 마커스를 향한 시카고 선수들의 집중 견제도 갈수록 심해졌다.
역전을 당한 시카고 블루윙즈의 선수가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빠르고 간결한 모션으로 3점슛을 시도했다.
농구공은 아름답게 포물선을 그리며 림으로 날아갔다.
모든 관중들이 숨을 죽인 그 순간, 공이 림 가장자리를 맞고 멀리 튕겨져 나왔다.
시카고 선수들과 LA 선수들이 일제히 흘러나온 공을 잡기 위해 뛰어올랐다.
공중에서 몇몇 선수들의 손에 맞으며 더욱 더 속도가 붙은 공은 시우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으으응?’
시우의 왼쪽에 앉은 헨드릭스 감독이 날아오는 공과,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2미터를 넘나드는 거구의 선수들을 보면서 몸을 움츠렸다.
야라도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에 나초를 가득 넣은 채로, 들고 있던 나초 박스를 방어하듯 들어 올렸다.
눈앞에 높이 튀어오른 공이 보이고, 그 공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끝까지 공을 포기하지 않은 마커스가 힘껏 다이빙을 했다.
야라는 놀라서 입 밖으로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타악!
손으로 농구공을 코트 안쪽으로 날려 보낸 마커스의 커다란 몸이, 시우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안돼애애!’
헨드릭스 감독은 시우를 지키기 위해 의자를 박찼다.
야라도 그냥, 머리로 어떤 생각을 하기도 전에 시우와 마커스의 사이로 몸을 집어넣으려 했다.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소스라치게 놀란 그때.
시우의 두 손이 양옆으로 슥 움직였다.
시우가 바둥대며 일어서려는 헨드릭스 감독과 야라의 어깨를 가볍게 툭 밀자,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의자로 되돌아갔다.
부드럽게 자리에서 일어난 시우는 몸을 옆으로 살짝 틀어 떨어지는 마커스를 피한 다음, 오른쪽 팔로는 마커스의 어깨를-
왼쪽 팔로는 마커스의 허리를 받쳤다.
의자들이 내동댕이쳐지고, 마커스와 플로어석의 관중들이 위험하게 나뒹굴 거란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조용했다.
198cm의 마커스가 긴 다리만 코트 쪽으로 내놓은 채, 시우에게 폭 안겨 있었다.
탱고의 허리 꺾기 동작을 보는 듯 했다.
“…….”
깜빡깜빡.
바닥과 충돌하는 대신 시우의 품으로 쏙 들어온 마커스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열심히 눈만 깜빡였다.
‘……어릴 때 이후로 누구한테 이렇게 안겨 보긴 처음인데?’
자신의 체중이 엄청날 텐데 시우의 팔은 일말의 흔들림도 없이 무슨 전동 모션 베드처럼 자신을 안정적으로 받쳐 주고 있었다.
시끌벅적하던 농구장이 삽시간에 적막에 빠졌다.
방송에서는 방금 전 시우의 동작을 느릿느릿 시청자들에게 다시 전달하며, 해설하기에 여념이었다.
[오, 보세요! 지금 시우의 머리 위로 마커스가 떨어집니다. 다시 봐도 아찔하네요.] [잠깐 멈춰보세요! 와우…… 보이십니까? 지금 옆에 웬 아저씨가 시우를 구하려고 몸을 날리고 있어요. 누구죠? 갑자기 뭐라고 소리를 치는데요…… 뭐라고 하는 건가요?] [글쎄요. 표정이 시우보다 더 절박해 보이네요. 그보다 시우의 여자친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그녀 역시 시우를 구하기 위해 저 덩치 큰 마커스를 직접 막으려 했어요] [네. 나초 박스로 말이죠. 그때 시우의 손이 움직입니다.] [환상적이네요. 천재 가드 마커스가 공을 스틸할 때보다 더 빠른 손놀림입니다. 시우의 손이 그녀와 아저씨의 어깨를 밀쳤어요. 괜찮으니 안전하게 앉아 있으라는 뜻이죠.] [그리고 저 유연한 움직임! 마커스를 피함과 동시에 마커스를 붙잡았어요!] [……지금 화면 밑에 자막이 뜨는데요?]시우와 야라, 헨드릭스 감독의 얼굴 밑으로 이름과 직업이 떴고.
현재 함께 영화를 촬영 중이라는 문구와, 오늘 테라 아레나에서 촬영이 있었다는 소개로 오늘의 해프닝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며칠 동안, 세계 곳곳의 포털 사이트에서는 시우가 찍고 있는 영화 제목이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배급사 대표 러셀은 사무실에서 샴페인을 터트렸다.
“역시 시우! 이건 뭐 아주 어마어마한 홍보 효과를 얻었어!”
그것도 댄스 영화의 주 소비층이 되어 줄 수 있는 전 세계의 젊은 NBA 팬들에게 말이다.
“시우 믿고 가 보라는 트래비스의 말이 틀리지 않았군!”
게다가 얻은 것은 또 있었다.
시우에게 도움을 받은 마커스 사우스게이트, 그 영 레전드가 영화에 직접 특별 출연을 해 주기로 약속한 것이었다.
“하하하.”
막대한 돈을 투자해도 얻을까 말까한 홍보 효과를 영화 제작 단계부터 등에 업게 되었다.
이제 지금처럼 조용히 영화만 찍는 게 아니라, 예정을 바꿔 팬들과 계속 소통을 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사용해야 할 것 같았다.
“시우 윤, 황금알을 낳는 황금거위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