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46)
246. 슈크림
TWX 멤버 여섯 명의 얼굴과 슈팅스타 멤버 네 명의 얼굴이 TV 화면을 채웠다.
그 밑에서 음원 점수와, 음반 판매 점수 등 숫자들이 빠르게 올라갔다.
MGS의 문경수 대표는 리빅의 리더 로이와 같이 저녁 식사를 하며, 김 이사의 태블릿을 통해 방송을 지켜보고 있었다.
“흠…….”
분명 따지고 보면 몇 초에 불과한 시간일 텐데, 숫자가 올라가는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문경수 대표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훗, 이기는 게 당연하지. 홍보에 돈을 얼마나 퍼부었는데.’
데뷔곡 MV 티저도 멤버별로 여섯 번이나 찍어서 내보냈고, 자신의 방송 인맥으로 핫한 예능도 다 돌고 있다.
그리고 형 그룹인 리틀 빅 보이즈, 리빅의 팬들도 지원 사격을 해 주고 있었는데…….
‘으음.’
한 가지 걱정은 음원에서 밀린다는 점.
슈크림인지 슈프림인지 그놈의 익스트림 작곡가가 슈팅스타 놈들에게도 붙었다.
‘아니 무슨 슈 엔터 전담 작곡가야? 도대체 슈 엔터에서 돈을 얼마나 처발랐길래 다른 기획사 의뢰는 거들떠도 안 봐?’
슈 엔터에서 얼마를 받는지는 몰라도 그 3배 이상은 당장 챙겨 줄 수…….
[네, 이번 주 영광의 1위는……! 슈팅스타! 축하드립니다!]움찔.
뭐라고?
[슈팅스타의 데뷔 후 첫 음방 1위!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소감 부탁드릴게요~]소감? 무슨 소감? 1위 소감?
문경수 대표는 입을 떡 벌리고 태블릿을 향해 거북이처럼 목을 쭉 내밀었다.
“잠깐만, 뭐가 어째? 지금 얘네가 1위 한 거야? 우리 애들이 2위야?”
김 이사는 조용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문 대표의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로이가 조심스럽게 대답을 했다.
“네에. 슈팅스타가 1위네요. 역시 음원에서 차이가 너무…….”
문 대표가 버럭 외쳤다.
“얼어 죽을!! 그놈의 음원은 무슨!! TWX 런칭하는 데 들인 돈이 얼만데!! 저…… 저 슈팅스탄지 뭔지 하는 놈들은 우리 회사 와서 배틀하고 간 거 밖에 없잖아!!”
“……네에.”
그 배틀이 좀 끝내줬죠.
결국 그때 배틀에서 밀린 MGS 연습생들이 TWX로 데뷔했고, 그 배틀에서 활약한 슈 엔터 연습생들이 슈팅스타로 데뷔했다.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시작부터 2인자로 포지셔닝이 된 상태였기에, 뭔가 계속 뒤만 쫓아가는 모양새다.
로이는 충격을 받은 문 대표를 두고, 태블릿으로 눈길을 돌렸다.
배틀 때 본 랩 잘하던…… 약간 군밤같이 생긴 친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마이크를 붙잡고 있었다.
[흐윽…… 흐으윽! 팬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드리고……. 저희가 진짜 부족한 게 많은데…… 으흑흑! 좋은 곡 주신 슈크림 작곡가님께도 감사하고, 권태우 대표님, 윤시우 선배님, 문영수 선생님…… 흑흑…… 감사합니다. 그리고…….]“……누구? 문경수? 방금 나한테 감사하다고 한 거야?”
얼굴이 휙 돌아가는 문 대표에게 로이가 조용히 말했다.
“아뇨, 그…… 슈 엔터테인먼트에 문영수 안무가님이라고…… 계시거든요.”
“…….”
로이는 문 대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과정을 목격하고, 자신도 왠지 민망해졌다.
곧이어 TV에서 슈팅스타의 앵콜 무대가 시작됐다.
앵콜 무대는 보통 팬들과 소통하며 자유롭게 꾸미는 분위기인데, 첫 1위의 감격에 취한 슈팅스타 멤버들은, 오히려 본무대 때보다 더 열심히 춤과 노래를 소화하고 있었다.
로이는 속으로 슬쩍 웃었다.
‘울먹이면서도 라이브 안 흔들리네. 소수 정예라 규모만 작지, 트레이닝 능력도 MGS에 전혀 안 밀려…….’
슈팅스타라는 팀명의 뜻은, 소원을 이뤄 주는 유성이었다.
옛사람들은 신들이 인간 세계를 궁금히 여겨, 별을 밑으로 떨어뜨린 뒤 인간들을 관찰한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래서 별이 보일 때 소원을 빌면 그리스 신화 속의 신들이 그 소원을 들어줄 거라고 기대한 것이다.
낭만적인 한낱 전설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슈팅스타 멤버들은 자신들의 팀명처럼 지금 무대 위에서 소원을 이뤄 가는 중이었다.
데뷔곡 ‘유성’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감수성과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결합된 멤버 4인의 개성을 섬세하게 잘 살려 주는 중독성 짙은 곡이었다.
특히 네 명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교차하는 후렴이 하이라이트였다.
메인 댄서인 나쁜 남자 스타일의 냉미남 우재와 리더 지호가 센터에서 멋진 춤을 선보였고, 뒤를 이어 셰인의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독특한 음색의 보컬이 무대를 찢어 놓을 듯이 강력하게 뻗어 나왔다.
시우에게 복식 호흡을 배운 뒤로, 약점이었던 성량이 대폭 업그레이드된 셰인이었다.
?All in front of you and me- [모든 것이 너와 내 앞에-]
셰인은 배의 아래쪽에서 소리를 받쳐 주는 단단한 힘을 느꼈다.
‘된다……! 1위 트로피의 기운인가? 컨디션이 너무 좋아. 더 올려 볼까?’
셰인의 음이 천장을 뚫을 기세로 올라갔다.
“……!!!”
슈팅스타의 팬들, 노랐스 파티V의 팬들, K4의 팬들, 할 것 없이 이곳저곳에서 팬들의 놀란 얼굴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윽고 멤버들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마치 유성우처럼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신들의 세상으로 이끌었다.
곡이 끝났을 때, 본무대보다 뛰어난 역대급 앵콜 무대에 슈팅스타의 팬들은 감동한 얼굴로 환호했고.
다른 보이그룹의 팬들은,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좀 멋있긴 하다는 생각을 하며 슈팅스타 멤버들의 얼굴을 자기도 모르게 머릿속에 꽉꽉 눌러 담았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문경수 대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 이사와 로이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만큼,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빠르게 식사를 마쳤다.
‘분위기 장난 아니네. 리더 역할 열심히 한다고 밥 안 사 주셔도 되니까, 차라리 멤버들이랑 쉬라고 휴가라도 며칠 챙겨 주시지…….’
체할 거 같다.
다행이라면 이제 곧 식사 자리가 끝난다는 점일까.
“후우…….”
문 대표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김 이사, 차 준비하고. 그 슈크림 작곡가한테 슈 엔터 일에서 손 떼고 우리 MGS랑 전속 계약하면 보수…… 다섯 배로 주겠다고 전해. 위약금도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회장님.”
“역시 곡이 받쳐 줘야 방송 활동이든 해외 투어든 힘을 받아. 퀄리티 높은 곡을 그렇게 정기적으로 뽑아 줄 만한 안정성 있는 작곡가는 몇 없다고. 아끼지 말고 투자를…….”
“……회장님!”
“뭐야!”
문 대표가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식사를 끝내고 혼자 조용히 휴대폰으로 기사와 팬들 반응을 모니터링하던 김 이사는 슈 엔터 측에서 배포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한 기사 하나를 발견했다.
“불러 놓고 말이 없어!”
“아, 아뇨. 잠시 기사를 읽느라…….”
“무슨 기사?”
“……익스트림이랑 슈팅스타 곡 만들고, 이번에 슈팅스타 프로듀싱까지 맡은 슈크림 작곡가가…….”
“음?!”
“윤시우의 작곡가 예명이라는데요…….”
“…….”
문 대표는 피식 웃었다.
“별 웃기지도 않은 루머로군. 그 어린놈이 작곡가는 무슨. 걔가 노래…… 그래, 노래 잘하는 거는 나도 귀가 있으니 인정해. 그리고 피아노도 꽤 잘 치지. 근데 그거랑 작곡은 전혀 다른 영역이야.”
김 이사 말했다.
“영화 딥 러닝 OST 작곡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아.”
문 대표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적막한 룸에 울려 퍼졌다.
김 이사와 로이가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동안, 문 대표는 약간의 버퍼링 끝에 안개가 걷히듯 모든 것을 이해했다.
“응. 그러니까. 그 돈 준대도 안 온다는 그 망할 슈크림이. 그 망할 윤시우야?”
“……네에. 그런가 봅니다. 슈 엔터에서 슈팅스타 음방 1위 하길 기다렸다가 추진력을 더 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지금 터트린 거 같습니다.”
“훗, 후후후. 물 들어왔으니 노를 더 젓겠다? 굳이 뭐 그렇게까지…… 하하, 지금도 우리가 밀리고 있는데…… 그렇게 더 밀어내야 속이 후련했냐!! 윤시우!! 이놈이 내 앞길을 몇 번을 방해하는 거야!!”
퍼억! 퍼억!
분을 이기지 못한 문 대표의 두 손이 시간차를 두고 차례차례 대리석 테이블을 내리쳤다.
“억!”
차가운 대리석은 마치 윤시우 같았다.
친 놈이 아프다.
잠시 시간을 두고 손과 마음의 고통을 추스른 문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가 극에 달해 감정이 다 불타 버리기라도 했는지, 냉철한 사업가의 얼굴로 돌아온 문 대표가 김 이사에게 말했다.
“윤시우랑 약속 잡아 놔. 두 회사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 좀 나누게.”
* * *
[익스트림 부활시킨 슈크림 작곡가의 정체는 윤시우!> [열일곱 살에 익스트림 재데뷔곡 ‘Lose Myself’ 작곡!> [이번 슈팅스타의 ‘유성’ 프로듀싱까지 참여!> [연예계가 필요로 하는 모든 탤런트를 갖춘 만능 엔터테이너 윤시우> [윤시우 성장 과정 지켜본 유지연 ‘시우는 어느 분야든 빨리 습득하고 이해하는 특별한 재능 가진 아이’> [익스트림 팬들, 윤시우 평생 응원하겠다 성명 발표>– 윤시우라 부르지 말고 윤신이라 부르거라…….
– 익스트림 애들이 시우 얘기만 나오면 너무 고맙다고 아주 울먹울먹하더니…….
– 재능이 리오넬 메시우
– 고1 때 Lose Myself 만들었다고?! 진심 미쳤다 와
– 슈 엔터 상장 얘기 들리던데 시우가 이 회사 지분 거의 다 가지고 있지 않나?? 그냥 본인 능력으로 회사 가치 끌어올렸네 ㄷㄷㄷ
– 레알 천재네
– 음악이 트렌드 따라가면서도 어딘가 꼭 다른 세상 음악처럼 묘한 감성이 들어 있던데…… 시우가 만든 거였구나 진짜 놀랐다. 나 윤시우도 좋아하고 슈크림 작곡가 노래도 좋아하는데 ㅠㅠㅠㅠ
– 시우가 전에 MGS랑 배틀할 때 심사평 엄청 날카롭고 정확하게 하던데 다 이유가 있었네
– 차기작 개봉 언제 함?? ㅜㅜ
“문 대표 내일 시카고 오는 거 알지?”
“응. 알아. 설마 직접 올 줄은 몰랐는데…….”
“그러게.”
말로는 그냥 같이 밥 먹고 싶어서 온다고 하지만,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적대적인 이유는 아닐 테고.’
그럼 무서워서 못 올 테니까.
‘작곡 의뢰가 많이 급한가 보네. 그렇다고 직접 미국까지 건너올 일인가? 흠.’
내일 되어봐야 알 일이고.
우선은 촬영이다.
특히 오늘은 감정을 심하게 실어야 하는 씬-
시우는 일부러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혔다.
지금은 바닥까지 침전해야 할 시간이었다.
‘마음 아픈 기억들, 무력감에 괴로워하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자.’
시우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시우의 손에 들린 컵 안에서 투명한 물이 잔잔하게 흔들렸다.
그 물 위로 옛 기억들이 하나둘 스쳐 갔다.
“…….”
매일매일,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던 날들.
어떻게 해도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최선을 다할수록 비참해지던…….
순간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지만, 그랬다간 지금 내가 피한 괴로움이 눈덩이처럼 차곡차곡 쌓여 더 비극적인 모습으로 덮쳐 올 걸 알기에, 도망도 치지 못하고 매일 다시 그 괴로운 현실로 끌려 들어가야 하는…….
기분.
시우의 눈동자가 죽어 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간을 잊을 정도로 감정에 몰두해 있던 시우는 어느샌가 카메라 앞에 혼자 외롭게 서 있었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시우에게 내려앉은 숨 막히는 분위기가 촬영 스태프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조여 왔다.
시우의 집중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헨드릭스 감독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레디. 액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