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nding in the Spotlight since Birth RAW novel - Chapter (252)
252. P.O.D
[윤시우, 류승현과 김희주 작가 지원 사격. 드라마 우정 출연> [‘프오다’ LA 로케이션 당시 응원차 방문했다가 즉석에서 출연 결정한 윤시우> [월드 스타 윤시우가 승현을 위해 준비한 밥차와 간식차 스케일 화제> [하프 뱀파이어 형제 승현과 시우의 촬영장 스틸샷 공개!>시우의 이모.
김희주의 작가 인생 첫 대형 히트작 ‘P.O.D’.
희주가 지은 정식 제목은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였지만, 광고나 기사에서는 약자로 P.O.D를 썼고.
시청자들은 ‘프오다’ 혹은 킹팟이나 갓팟, 뱀팟 등으로 줄여 불렀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엉뚱 깨발랄한 고딩 하프 뱀파이어로 변신한 승현의 연기가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시청률과 판매량에서 경쟁작이 없을 정도로 대박을 치고 있었다.
YCDI 엔터테인먼트 대표 해인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소속 연습생들의 프로필 사진을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휴우…….”
그녀의 표정이 어두웠다.
혼성 3인조 레인드롭의 리더 겸 작곡가로 활동하며 많은 인기를 얻었고, 돈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벌었다.
그땐 정말 땅만 파도 돈이 샘솟는 기분이라, 아주 자신 있게 마음대로 음악을 하기 위해 기획사를 차렸는데…….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음악을 하니까…….
갑자기 수입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음악적 견해 차이로 레인드롭이 각자의 길을 걷게 되니, 모든 것이 숨 막히게 쪼그라들었다.
“휴우…….”
그녀는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음악 밖에 모르면서 직접 경영에 뛰어든 게 잘못이었나.
회사 재무 상태가 엉망이라는데, 문제는 직원에게 설명을 들어도 뭔 소린지 정확히 이해가 안 된다.
그저 돈이 없구나.
대신 빚이 있구나.
그냥 여기저기 조언을 듣고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자신이 빌려준 돈을 갚는 사람은 없고 자신에게 빌려준 돈을 갚으라는 사람만 있다.
이제는 직원들이 대박나면 한방에 기사회생할 수 있다며 아이돌을 키워 보자는데…….
보이그룹 쪽은 TWX나 슈팅스타, 노랐스 파티V 등등 경쟁이 거의 미쳐 돌아가는 수준이니까 걸그룹을 키워야 한다고 한다.
자신도 보이그룹보다는 걸그룹이 음악적으로도 취향이라 거기에 이견은 없지만…….
“우울해. 우울하다고. 음악 얘기만 하고 싶은데 다들 나한테 돈 얘기만 해. 아…… 누가 회사 인수해 주면 좋겠다. 무리겠지만.”
뚝. 뚝. 뚝.
나이 드니까 눈물이 많아진다.
외롭고 서글프다.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뮤지션이었건만 지금은 조롱의 대상인 실패한 사업가인 모양이다.
“훌쩍. 웃을 일이 없네. 아 맞다.”
해인은 주섬주섬 PC의 전원을 켰다.
곧 있으면 프오다 할 시간이었다.
바다아이 때부터 봐 와서 꼭 자신의 조카처럼 느껴지는 시우가 오늘 프오다에 나온다.
드라마를 볼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이게 얼마 만에 하는 드라마 시청인지 해인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마 시우가 잠깐 출연한 사극 드라마 월영 이후 처음인 거 같았다.
‘월영 엔딩은 정말 신선했어. 여주가 남주 고백 거절하고, 더 큰 도전을 위해 혈혈단신으로 청나라로 가다니.’
먼저 청나라로 떠난 시우와 재회했을지도 모른다는 여운을 주는 열린 결말.
요즘은 결론을 흐지부지하게 만들면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의 마무리를 떠넘겨 버리는 열린 결말을 질색하는 분위기였으나, 월영의 열린 결말은 격한 찬사와 함께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했다.
해인은 사극 도련님 차림새의 시우를 떠올리며 오늘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힘든 현실을 잊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프오다를 시청했다.
– 집 엄청 예쁘다.
– 집x 성o
– 집에 사냥터도 있고 우리 집이랑 비슷하네.
– 왠지 느낌 온다. 저 집에서 시우 나올 듯.
– 시우 무표정하게 눈 날카롭게 뜨고 있으면 진짜 뱀파이어 느낌 장난 아닐 거 같은데
혼자 보는 게 너무 외로운 나머지, 듀얼 모니터에 실시간 반응을 켜 놓은 채 사람들과 같이 시청을 하던 해인은 본인도 슬쩍 한마디를 남겼다.
– 기대기대기대
왠지 창피해 얼굴이 붉어졌지만 뭐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이런 덕질조차 못하면…… 진짜 죽을 거 같다.
갑자기 채팅창이 조용해졌다.
약간 어두운 고저택의 복도에서 예리한 두 개의 눈동자가 카메라를 향해 빛나고 있었다.
그늘 속에 몸을 숨긴 맹수가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 듯한 오싹한 눈빛.
그런데…….
무서우면서도 어쩐지 그 눈빛에 빨려 들어간다.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리고.
한 남자가 불빛 아래로 모습을 드러냈다.
창백하리만치 하얀 얼굴.
얼음장 같은 표정.
이마 위로 흘러내린 살짝 흐트러진 머리와 자다 일어난 것처럼 조금 풀어헤쳐진 셔츠가…….
채팅창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불청객이네.”
잠을 방해한 존재에 대한 공격적인 감정과, 호기심이 교차하는 목소리.
여주인공이 주춤 뒤로 물러나는 순간, 시우의 그림자가 엄청난 속도로 그녀를 덮쳤다.
“안 돼!”
잠에서 깬 동생의 기운을 느낀 형, 승현이 어디선가 전광석화처럼 달려와 경고성을 내질렀다.
여주인공의 허리를 감싸 안던 시우의 움직임이 우뚝 멎었다.
시청자들은 승현과 채윤에게 보이지 않도록, 혼자 피식 웃는 시우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형이 데려온 손님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시우는 다 알면서도 태연히, 형이 데려온 그녀의 목덜미에 한쪽 뺨을 대고 어쩐지 붉은 기운이 느껴지는 눈을 들어 보이며 입술을 움직였다.
“먹는 거야?”
그녀의 살갗 밑에서 느껴지는 피 냄새에 취한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는 시우의 표정에서 퇴폐미란 것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 꺄아악!! ㅠㅠㅠㅠ
– 그래! 시우야! 먹는 거야!
– 와서 누나 피도 가져가렴 ㅜㅜ
– 잠 다 깨 버렸네…… 심장이 날뛴다 ㅠㅠ
– 눈빛 보소♡♡♡
– 윤시우랑 결혼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저 진짜 진지하거든요. 알려 주세요!
– 그 방법 알면 이미 내가 했지…….
– 내일 슈 엔터 1층 카페 가서 시우 오빠 사진 보면서 또 눈와 마음을 정화하고 와야겠다 ㅠㅠ ㄷㄷㄷ 저도 피 제공 마음껏 해 드리고 싶은데…… 흑흑흑
시우의 귀여우면서도 퇴폐적인, 퇴폐적이면서도 은근 꼬꼬마스러운, 그러다 문득문득 달콤하게 심장을 폭행하는 매력들이 잠깐의 출연 분량 동안 아낌없이 쏟아져 나왔다.
시청자들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악!! 손에 키스했어!!
– 내 피도 마셔 줘 ㅠㅠ 내 피도 마셔 달라고 ㅠㅠ 내 피는 왜 모기들만 마시냐 ㅠㅠ
– 손가락에 입술 대고 있는 거 너무 귀여우면서 섹시하다
– 김채윤 표정 완전히 넋 나간 거 같은데
– 승현이가 시우 발로 찼어 ㅋㅋㅋㅋ
파아앗!
허공을 가르며 시우의 몸이 날아갔다.
퍼억!
벽에 반쯤 파묻히다시피 한 시우가 씩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큭. 귀엽네.”
– 아냐. 네가 더 귀여워.
– ㅋㅋㅋㅋ 어떻게 저렇게 날아가.
– 시우 멀쩡한 척하는 게 더 웃겨 ㅋㅋ 너무 귀엽다.
– 현장에서 갑자기 출연 결정됐다는데 이 캐릭터 소화력은 대체 무엇?!
– 승현 오빠가 고딩 역할 할 때도 웃겼는데, 시우는 약간 중딩 느낌 나네 ㅎㅎㅎ
– 형제끼리 투닥거리는 거 둘 다 연기를 잘해서 그런가 보는 내내 계속 웃었어요
“아…….”
해인은 정신을 차렸다.
무심코 손등으로 입가를 닦은 그녀는 참지 못하고 그냥 소리 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힘든 일상 속에 내려오는 한 줄기 빛이다.
“진짜 멋있다가 귀엽다가 혼자 다 하네. 다음에 한 번 더 봐야지.”
드라마도 꽤 재밌었다.
나중에 1화부터 정주행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춤 영화는 언제 개봉하나. 매주 윤시우 드라마 방영하고, 매달 윤시우 영화 개봉하면 참 좋을 텐데. 휴우…….”
그녀의 시선이 다시 연습생들 프로필에 닿았다.
매력있는 외모를 가진 재능 넘치는 여자 연습생들이 사진 속에서 해인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재무 상태는 엉망이어도 연습생들과의 신뢰 상태는 꽤 좋다.
물론, 애들이 회사의 재정 상황을 모르니까 그런 거다.
“아아악!”
해인은 머리를 쥐어뜯다가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진짜 나도 너희 다 데뷔시켜 주고 싶다. 딱 일 년만 더 노력해 보자. 안 되면…….”
안 되면…….
뭐, 어쩔까.
“사업을…… 내가 사업을 왜 한다고 했을까…… 아 나…… 진짜…….”
해인의 눈동자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잘나갈 때 투자받은 돈들을 제대로 된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써 댄 게 천추의 한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내 귓방망이를 날려 버리고 싶다…….”
그때 회사 매각을 알아봤으면, 이 애들도 지금쯤 데뷔해서 활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전부 자신의 탓 같았다.
그녀는 말없이 방금 전에 본 시우 출연 영상을 다시 재생시켰다.
잠시나마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 * *
반응은 무척 뜨거웠다.
촬영 현장에서 제의를 받았다기에 대사 한 마디 정도 있는, 얼굴만 내비치는 역할이 아닐까 싶었는데 예상보다 분량도 꽤 많았고 캐릭터의 존재감도 강했다.
시우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드라마는 원래 높았던 시청률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희주와 승현, 드라마 감독 등 많은 관계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받은 시우는 기분 좋게 영화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12월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왔다.
21살이 된 시우는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혼자 조용히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번 영화의 마지막 촬영.
수도 없이 경험했지만, 마지막에는 언제나 기분이 이상해진다.
신의 이름으로의 염라.
호텔 레드문의 수호.
그러고 보니, 현재 연기하고 있는 주인공의 이름과 염라의 인간 시절 이름이 똑같다.
시우는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엄마를 잃고 염라가 되어 저승을 관장하던 그 아이는, 환생해서 행복해졌을까?
문득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천방지축으로 인어 꼬리를 흔들던 절전모드 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 준 가장 친한 친구 에반-
네 삶을 살라는 윌의 말대로, 스스로의 의지로 윌과 함께하는 죽음을 택한 안드로이드 다니엘-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시우는 많은 이별을 겪었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다.
익숙해지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워하고 싶으니까.
‘오늘은 또 한 명의 캐릭터를 보낼 차례네.’
댄서들의 연습을 위해 준비된 무대 뒤편의 넓은 연습실에서 시우의 몸이 날아올랐다.
공중에서 시우가 아름답게 회전하는 모습을 본 스태프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시우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 솟구쳐 오르고, 정지한 듯 허공에 머물다 내려오는 느낌-
멋지다.
스태프들은 계속해서 시우의 연습을 곁눈질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대사는 없다.
시우는 카메라 앞에 섰다.
시우 너머로 여러 명의 한국인 무용수들이 보였다.
그 중에는 수호와 함께 학교를 다녔고, 또 수호의 부상에 누구보다 기뻐하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수호와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그들의 얼굴을 뒤로하고, 수호는 무대로 걸어 나갔다.
수호의 당당한 걸음걸이를 카메라가 핸드헬드 기법으로, 수호와 함께 호흡하듯 따라갔다.
조금씩 흔들리는 영상-
들려오는 수호의 숨소리-
긴장감이 온몸을 옭아맨다.
시우가 무대 위로 올라온 순간, 관객들의 뜨거운 시선이 시우에게 꽂혔다.
미국에서 돌아온 천재를 맞이하는 무대.
수호가 짊어지고 살아온 절망의 크기만큼이나 어두운 무대 위, 수호의 머리 위로 조명 빛이 떨어져 내렸다.
오